대구 달성군 공무원노조, 신임 부군수 출근저지
'위법행위' 묵인, 승진 협상…관행 우선 자치행정의 난맥상 드러내
김정석 기자 swordsoul8@naver.com
대구 달성군청 7층 부군수실 문은 현재 ‘폐쇄’란 커다란 글귀가 나붙은 채 굳게 닫혀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달성군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7월 2일부터 폐쇄했다. 조합원들은 달성군 최삼룡 신임 부군수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최 부군수의 출근을 4일째 저지하고 있다.
최 부군수에 대한 출근 저지는 대구시와 공무원노조 달성군지부가 인사권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는 대구시가 지난 5월 21일 합의 내용을 파기하고, 합의와 전혀 다른 인사발령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달성군지부 이동준 사무국장은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부군수 임명권자가 시장에서 군수로 바뀌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관행으로 시에서 군으로 부군수를 발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이렇게 법을 무시한 관행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져 공무원노조가 지난 2월부터 부군수 인사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고 4월에는 ‘낙하산 인사 저지’ 서명운동을 벌여 달성군 김문오 군수에게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 및 달성군지부 집행부는 이번 대구시의 부군수 임명과 관련, 지난 5월 21일 홍승활 대구시 자치행정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공무원노조는 “대구시청 소속 인사 중 1명을 달성군 부군수로 임명하되, 달성군청의 4급 공무원 1명을 대구시로 데려가 달성군청 내에서도 승진자가 나올 수 있도록 홍 국장과 합의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7월 대구시 인사발령에서 대구시 최삼룡 문화체육관광국장이 달성군 부군수로 임명되고, 대구시 김대권 문화예술과장이 그 자리로 승진했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최삼룡 신임 부군수의 출근을 저지하면서 “대구시가 약속을 파기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또 공무원노조는 대구시의 부군수 임명에 동의한 김문오 달성군수도 비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김 군수는 지난 4월 공무원노조와 부군수 인사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자리에서는 공무원노조의 뜻에 동의했으나 말을 바꿔 대구시의 부군수 임명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부군수 임명은 군수의 동의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다.
▲7월 2일자로 달성군 부군수로 취임한 최삼룡 전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공무원노조는 김문오 군수와 대구시 간의 ‘밀실 합의’를 의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달성군지부 이동준 사무국장은 “달성군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대견사 절터 관광명소화 사업을 대구시가 지금까지 줄곧 반대하다가, 부군수 임명과 동시에 허가했다”며 “이것이 부군수 임명과 확실한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5월 21일 대구시와 공무원노조 간의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홍승활 대구시 자치행정국장은 “5월 21일 공무원노조와 면담을 갖긴 했으나 그 자리에서 합의한 것은 없다”며 “단지 공무원노조의 고충을 듣는 차원의 상담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홍 국장은 “자치행정국은 부군수 임용에 직접적 권한이 없고 임용권자에게 건의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홍 국장은 “달성군청을 비롯한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인사체증이 심하면 인사교류를 할 수도 있지만 대구시청도 여유가 없어 자유로운 인사교류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전국공무원노조는 진보적 단체로 아는데, 진보는 신뢰와 정직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며 공무원노조가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구시와 공무원노조 달성군지부의 인사 갈등은 지방자치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제110조 ‘부지사·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 제4항에 따르면 군의 부군수는 군수가 임명하도록 돼 있으나 관행상 부군수를 시장이 임명하고 있다.
따라서 대구시가 달성군 부군수를 실제 임명했다면 이것은 자치법을 위반한 것이다. 달성군 부군수 임명과 관련해 대구시 자치행정국장과 인사 합의를 했다는 공무원노조 달성군지부의 주장도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홍승활 대구시 자치행정국장은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지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지방자치의 취지는 인사와 예산의 독립인데, 언젠가는 법이 준수돼야 하겠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무원노조 달성군지부 이동준 사무국장은 “지방자치법이 엄연히 보장한 권리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지방이 중앙집권적 수직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라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