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복지 요결 공부를 하고 종훈씨와의 일정을 정리하면서 오후에 은파 호수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종훈 씨와 테블릿으로 이름 쓰기와 간단한 그림 그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종훈 씨는 나랑 나이도 비슷한데 이름 잘 썼다고 박수치고 조금 어려운 별 잘 그렸다고 박수 치는게 맞나?'라고 생각이 들자,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나중에 공방에 갔을 때 종훈 씨가 어느 정도 한다고 알고 있으려고 했던 의도가 분명히 있었는데 과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리되지 못한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일단 잘 마무리 한 뒤 종훈 씨에게 산책하러 가자고 한 뒤 "종훈 씨 잠시만요. 가방만 놓고 올게요!"라고 말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가방을 놓고 한상명 선생님도 나갈 준비도 다 하시고 쉬고 있는 종훈 씨에게 "종훈 씨 이제 산책가요!" 라고 말을했더니 처음으로 종훈 씨 목소리를 들었다. "싫어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싫다고 하셨다.
처음 말로 의사 표현을 해주셔서 정 고마웠지만 조금 당황했다. 사실 당황할 일이 아니었다. 날씨도 너무 덥고 구름은 없는데 비 올 확률이 60퍼센트였다. 그런데도 당황한 내가 조금 별로였다. 그래서 한상명 선생님께 전했다. "선생님 종훈 씨가 나가고 싶지 않으신가 봐요." "그래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금 있다가 다시 한번 물어보죠"라고, 말씀하셨다. 혼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서 종훈 씨 옆에서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했다. '옆에, 교회에 피아노가 있던데 종훈 씨랑 같이 피아노 치고 놀까?, 아니면 다시 그림을 그려볼까?' 피아노 치는 건 '사회사업가의 강점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라는 말씀도 있으셨고 그림 그리기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일단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기록하다가 한상명 선생님께서 종훈 씨에게 "종훈씨 산책하러 갈까요?"라고 물었더니 종훈 씨가 의자를 빼고 일어났다.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괜찮을까? 생각도 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걱정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당사자가 느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방도 한상명 선생님 책상 밑에 두고 급하게 나왔다. 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많이 기다렸다. 그늘도 없는 땡볕 아래에서 20분 이상은 기다린 거 같았다. 그래도 종훈 씨는 잘 기다렸고 버스를 타고 은파 호수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고, 카페 가서 딸기스무디도 먹고 잘 다녀왔습니다.
첫댓글 "점심을 먹고 종훈 씨와 테블릿으로 이름 쓰기와 간단한 그림 그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종훈 씨는 나랑 나이도 비슷한데 이름 잘 썼다고
박수치고 조금 어려운 별 잘 그렸다고 박수 치는게 맞나?'라고 생각이 들자,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노상우 선생님의 고민과 성찰.
박종훈 씨를 여느 20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요결에서 배웠던 내용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종훈 씨 목소리를 들었다. "싫어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싫다고 하셨다."
종훈 씨가 싫다고 말했다고 했죠.
종훈 씨에게 묻지 않았다면 들을 수 없었던 말이네요.
생각과 변수가 많았던 날이었네요.
사회사업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고민도, 변수도 없었겠지요.
노상우 선생님의 실천이 감사합니다.
한상명 선생님 말이 맞네요.
박종훈 씨에게 묻지 않았다면... 들을 수 없었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