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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X5 ·· 'xDrive 30d & xDrive 50i'
SAV에 대한 명쾌한 해석
BMW X5가 3세대로 재정비 후 돌아왔다. 화려한 외형 디자인과 호사스러움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실내 공간은 럭셔리란 단어로 설명하기에 결코 모자랄 게 없다. 더불어 운전의 재미까지 넘치니 X5는 그야말로 끝내주는 SAV다.
지난달 9월 11일, 모든 게 진화한 3세대 BMW X5를 만나기 위해 캐나다 남서부에 있는 도시 밴쿠버를 향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지구의 자전방향을 거슬러 10시간 동안 하늘을 날았다.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을 위해 하늘에 뿌린 시간은 왕복 22시간. 비행기를 기다리고, 타고, 내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그 이상이지만, 유명세 높은 X5의 변화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데 그 정도 시간의 투자는 당연하다며 스스로 너그럽고 관대해졌다. 물론 시차에 따른 피로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온몸을 짓누르지만….
해외 시승의 묘미는 피곤한 여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상에 갓나온 따끈따끈한 ‘신상’을 즐기는 순간, 새 차를 처음 타보는 혜택과 짜릿한 특권으로 생성되는 엔도르핀이 긴 여정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단박에 치유해준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호사로운 음식과 숙소를 제공하며 평온한 마음으로 새 차를 바라보고, 그 가치를 느끼게 한다. 이곳 밴쿠버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BMW의 자긍심이 자연스레 전해졌다. 밴쿠버 중심지에 자리 잡은 5성급 호텔에 짐을 풀고, 밴쿠버 컨벤션 센터 서쪽에 지어진 독특한 형태의 하얀 지붕이 멋진 ‘더 뉴 BMW X5 파빌리온’으로 향했다. 신형 X5의 프레젠테이션을 시작으로 밴쿠버에서 첫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xDrive 30d
다음날 일찍 ‘더 뉴 X5 파빌리온’ 앞에서 근위대처럼 나란히 도열한 BMW 뉴 X5와 만났다. 신형 X5는 한눈에 보아도 멋스럽고, 당당했다. 강한 캐릭터의 앞모습과 세련된 사이드 뷰, 잘 정돈된 뒤태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운 디테일과 뚜렷한 보디 라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럭셔리하고, 액티브하며 동시에 실용적인 면면을 잘 살려 디자인되었다. 눈길이 머무는 곳곳의 면과 선은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대비로 빛나며 또렷한 실루엣을 이룬다. 눈이 호강한다고 부르는 게 어울릴 정도로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외모가 아주 그냥 끝내준다.
xDrive 50i
앞범퍼에는 동그란 두 개의 안개등과 ‘L’자 형태의 공기흡입구가 뚫려 있다. 앞범퍼 디자인은 X시리즈를 상징하듯 ‘X’자의 모양새를 띄고 있다. 동그란 4개의 헤드램프와 2개의 안개등은 X5의 아이콘이자 상징적인 캐릭터다. 신형 X5의 헤드램프는 측면 패널까지 길게 파여 디자인되었고, 키드니 라디에이터 그릴과 서로 맞닿아 이어져 시각적으로 넓고 당당한 정면 이미지를 그려 낸다. 실제로 뉴 X5는 길이×너비×높이가 4,886×1,938×1,762mm로 이전 세대 4,860×1,933×1,766mm보다 길어졌고, 넓어졌으며 낮아졌다. 코뿔소의 어깨처럼 탄탄한 스탠스와 낮고 날렵한 사이드 뷰는 안정적인 비율로 다듬어져 역동적이다. 측면 도어 윈도의 형태는 매우 유려하고 반짝이는 크롬 몰딩으로 테두리를 둘렀다.
xDrive 30d
그 아래로 밤하늘에 유성이 지나가듯 날렵하게 그어진 캐릭터 라인은 매우 강한 인상을 새긴다. 앞바퀴 휠하우스 뒤쪽에는 아가미같이 생긴 에어 브리더가 새겨져 파여 있다. 다운포스 효과를 높이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으로 키드니 그릴과 앞범퍼 아래의 에어커튼, 양쪽의 에어인테이크 홀을 통해 들어온 공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유도해 공기저항을 줄인다. 이렇게 세심하고 스마트한 디자인으로 신형 X5는 공기저항계수가 겨우 0.31에 불과하다. 웬만한 쿠페와 버금가는 수치로 덩치 큰 SAV지만 고속으로 주행할 때 여느 차 부럽지 않게 바람을 가르며 흔들림 없이 달린다. 사이드 로커 패널에는 매트 크롬 도금의 스키드 플레이트가 추가되었다.
xDrive 50i
뉴 X5는 데님 포켓처럼 ‘L’자 형태로 깔끔하게 디자인된 LED 라이트 스트립 디자인의 테일램프 덕분에 힙업된 뒤태를 갖게 되어 한결 섹시해졌다. 차체와 같은 컬러의 리어 스포일러와 번뜩이는 블랙컬러의 수직형 에어로 블레이드가 리어 윈드 쉴드 스크린을 호위하듯 위쪽과 양쪽 측면을 감싸고 있다. 야구모자의 챙처럼 시각적으로 날렵해 보이기도 하지만, 뒤쪽의 공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듬직한 역할을 한다. 자동으로 열리는 트렁크 해치는 상단과 하단의 두 패널로 만들어졌다. 수평으로 열리는 아래쪽 트렁크 패널은 무거운 짐을 싣기에 편리하다. 뉴 X5의 트렁크 적재공간은 650ℓ이다. 2세대보다 30ℓ가 늘었다. 2열 좌석을 플랫하게 접었을 때엔 1,870ℓ의 넉넉한 적재함이 생긴다. 이전보다 120ℓ가 늘어난 공간이다. 시트를 폴딩 했을 때 바닥이 평평해 어지간한 캠핑 장비는 힘들이지 않고 실을 수 있다.
외관의 변화만큼이나 실내도 호사스러운 장식과 소재로 재구성하였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실내공간은 고상하고 우아하다. 한눈에 보아도 비싸 보이는 고급소재와 빼어난 컬러감각, 아늑한 공간 구조는 귀족적 인테리어의 표본이다. 수평적인 대시보드와 수직의 센터페시아, 센터 터널, 그리고 고급스러운 시트와 천장은 메탈의 하이라이트와 우드의 중후함, 가죽의 따듯함으로 장식해 조화를 꾀했다. 화이트, 오렌지, 블루라이트를 곁들여 공간을 채우고 채색했다. 3가지 소재와 컬러로 안락하고 호사스러운 공간을 창출한 것. 자신만의 특색을 두루 갖춘 멋진 인테리어와 정돈된 시스템 스위치의 배치는 조작이 편하고, 모니터링 시스템은 쉽게 자동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즐겁고 편리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조작 성능이 좋아진 i드라이브는 첨단을 담고 있다. 조작 다이얼 윗면에 터치 감응형 패드를 장착했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검색 시에 다이얼 윗면에 찾고자 하는 지명의 첫 글자를 손가락으로 쓰면 글씨를 인식해 검색한 리스트를 모니터에 보여 준다.
이전까지 터치스크린이 아니어서 불편하다며 꿍얼대던 사람들의 입을 꿰맬 놀라운 묘안이 i드라이브에 더해진 것이다. 기본 편의장비가 아닌 프로페셔널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추가되는 옵션 사양이란 게 아쉬운 점이지만, 언제나 최고급 사양을 판매하는 한국형 뉴 X5엔 한글 지원과 더불어 기본사양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어쨌든 i드라이브는 10.25인치 프리 스탠딩 컨트롤 디스플레이 모니터와 연동돼 화려한 그래픽으로 지도와 에코 프로 컨트롤과 사륜구동 시스템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내장된 SIM카드로 커넥티드드라이브를 연결하면 스마트한 세상이 차 안에 펼쳐진다. 뱅앤올룹슨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켜면 대시보드 위에 멋진 디자인의 스피커가 팝업되고 고급스럽게 가다듬은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1,200와트 앰프와 16개의 스피커로 구성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듣는 즐거움에 보는 만족감을 더한다. 이외에도 나이트비전, 서라운드뷰 시스템, 파킹어시스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패키지 등 셀 수 없이 많은 첨단의 편의•안전 장비가 차 안팎 곳곳에서 민감하게 작동하며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앞좌석만큼 뒷좌석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뒷좌석은 앞•뒤로 80mm 슬라이딩 되며 뒤로 10도 눕혀지는 리클라이너 시트 기능과 열선과 통풍 기능을 추가했다. 40:20:40으로 시트가 폴딩 되어 공간 활용도 용이하다. 7인승 패키지를 원할 경우엔 3열 시트를 선택사양으로 고를 수 있다. 3열 시트는 키 150cm의 승객이 편하게 않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X5는 Sport Activity Vehicle로 정의한 BMW 사륜구동 SUV의 시조이다. 1986년에 BMW는 다른 경쟁 메이커보다 뒤늦게 디젤 엔진 자동차를 발표했다. SUV의 개발도 1999년 X5가 시작이니 경쟁자보다 늦깎이였다. 뒤처진 시간을 단박에 만회하기 위해 BMW는 과감한 투자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지금은 여느 자동차 메이커보다 폭넓은 세그먼트에 디젤 SAV를 촘촘하게 배치하고 있다. X1부터 내년에 출시할 X4까지 합치면 차급별로 5가지의 SAV 모델을 생산하는 메이커가 된다. 장르를 넘어선 GT까지 포함하면 세그먼트의 간격이 더욱 좁아진다. 고객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메이커 입장에선 세밀하게 타깃층을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을 가졌다. 세그먼트별로 켜켜이 SUV 모델이 존재한다는 점도 강점이지만, 그보다 BMW만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 속에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시장에 나왔기에 더 큰 성공을 이루었다. 바로 SAV 개발 컨셉트다.
1999년 데뷔한 후 페이스리프트를 포함해 이번까지 총 4번의 변화를 가져온 X5의 디자인과 기술력의 바탕엔 언제나 세단처럼 편안하고 안전하며 스포티한 도심형 SUV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깔렸었다. 큰 토크로 발휘되는 순간의 강한 힘을 통해 바위산이나 험로를 헤쳐나가는 능력보다 스피드를 바탕으로 재밌게 사륜구동의 운동 특성을 도심의 온로드와 비포장도로에서 즐기고, 악천후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량에 더 몰두한 SUV가 BMW의 SAV다. 그래서 오프로드에서 진입각이나 램프각, 탈출각이 다른 경쟁 모델보다 작아 험로를 돌파하는 데 불리한 면이 있지만, 사륜구동 성능은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아우디가 1980년에 개발한 콰트로 시스템과 메르세데스-벤츠가 1985년에 개발한 4매틱보다 뒤늦은 1987년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내놓은 BMW지만, 지금의 독창적인 xDrive 기술은 뒷바퀴 중심 AWD 시스템 중 가장 날카로운 핸들링을 가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평상시에 40:60의 앞·뒤 토크 배분을 유지하다가 조향각에 따라 구동력을 미리 배분하는 방식의 xDrive는 악조건의 코너링에서 뒷바퀴에 최대 100%의 토크를 보내기도 하고 노면의 상태에 따라 앞바퀴에 최대 50%의 구동력을 전하기도 한다. 뒷바퀴의 좌·우 토크를 조절하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과 결합한 첨단 전자제어 기술은 최고의 섀시와 어우러져 노면의 악조건을 헤쳐나가는데 탁월한 실력을 지닌 강력한 AWD 시스템을 만들었다. 뉴 X5는 컨트롤 디스플레이 기능을 통해 모니터에서 3D 그래픽으로 AWD의 롤링과 피칭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3세대 X5는 4,395cc 배기량의 V8 트윈터보 휘발유 엔진이 장착된 xDrive 50i, 배기량 2,993cc 직렬 6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 올라간 xDrive 30d와 똑같은 30d 엔진에 M퍼포먼스 트윈터보 시스템으로 무장한 M50d까지 3가지 라인업을 갖추었다. 여기에 일부 국가에서 판매될 sDrive 25d가 추가된다. X1과 X3에 올라가는 소형 엔진을 장착해 국가별 보급화 마케팅 전략에 사용한다.
국내에 판매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은근히 기대는 된다. M40d와 35i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연말까지 총 6가지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일행에게 인도된 차는 xDrive 50i와 xDrive 30d. 두 대 모두 ZF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다. 50i는 5,500rpm에서 445마력을 발휘하는 괴물이고, 30d는 4,000rpm에서 225마력을 쏟아내는 강한 펀치력을 지녔다. 참고로 M50d는 4,000~4,400rpm에서 300마력을 토해낸다. 이런 강력한 파워를 지녀야만 SAV다. 진정한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어야 하기에 스피드와 파워는 SAV의 필수조건이다.
그렇다고 효율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스타트/스톱 기능은 기본이다. 새로운 에코 프로 모드는 엔진 관리 시스템과 통신하며 낮은 rpm에서 변속을 유도하고 효율을 높여 내실을 다진다. 시속 50km 이상 시속 160km 이하에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로 항속주행을 유지하자 아이들링 상태로 엔진의 rpm을 유지하는 코스팅 기능이 작동되었다. 뉴 X5는 지금까지의 기술력을 모두 담고 거기에 편의 및 안전장비가 더 추가되었는데도 2세대보다 가벼워졌다. 차체에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하고 사이드 패널에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을, 보닛에는 알루미늄을, 인스트루먼트 패널엔 마그네슘을 사용해 몸무게를 줄이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그 결과 2세대보다 무려 90kg이나 감량했다. 프리미엄 시장을 이끄는 메이커답다.
여유롭고 조용한 밴쿠버 시내에서 출발해 동계 올림픽이 열린 휘슬러 올림픽파크까지 장장 465km를 달렸다. 웅장한 자연경관에 눈길을 돌리며 느긋하게 차를 몰았다. 해안 길과 산길은 고속주행보다 코너링이 더 많은 도로로 이어졌다. 가속성능은 재빨랐다. 50i는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섰고 30d는 디젤 엔진치곤 굉장히 민첩하게 속도를 높였다. 보이는 것과 달리 큰 덩치지만 쏜살같이 내달렸다. 무엇보다 유연하고 정확한 몸놀림이 매력적이었다. 제아무리 날쌘 차라도 핸들링이 뭉뚝하면 운전이 피곤하다. X5는 날쌔게 달리고 매섭게 파고드는 파이터였다. 오르락내리락하며 크게 회전하는 길 위에서 자유자재로 차선을 따라 움직였다. 롤링과 스티어가 적었다. 중립에 가까운 밸런스에 감탄사가 이어졌다. 도로 상황이 험악해져도 네 바퀴굴림 방식은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었다. 뉴 X5를 타고 태평양 바닷길과 나란히 이어진 해안도로를 지나 휘슬러 산을 끼고 온종일 달렸다. 이 날은 마치 대가들의 걸작을 한자리에 펼쳐놓고 시중에서 접하기 힘든 빈티지 와인의 코르크를 빼낸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