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0. 09;00
비구름으로 꽉 찬 하늘이 의외로 조용해 카메라를 들고
뜨락으로 나선다.
뜰에 '미국제비꽃'이 곱게 피었고, 옆에 노란 '고들빼기'도
화사한 웃음으로 나를 반긴다.
요즘 나의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동안 Tv를 켜면 오락이나 예능프로는 별로 보지 않고,
정치, 경제, 시사(時事)에 관한 프로와 클래식 음악이 주
메뉴였다.
그러나 4월 10일 총선결과를 이미 예측을 하였지만 막상
예측대로 나온 결과에 경악하고 그쪽으로는 관심이
멀어졌다.
쓰레기만도 못한 수많은 범죄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대한민국의 입법권력을 잡다니,
이게 현실인가 싶어 이 나라의 투표권자인 국민들에 대해
경멸과 환멸을 느낀 거다.
물론 나만의 내가 원하는 소망편향(所望偏向)이 심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세상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 미국제비꽃 >
Tv에서 뉴스를 안 보고,
새벽운동 후 두 시간 정도 정독을 하던 조간신문도 제목만
대충 보고 페이지를 넘기니 불과 10여분이면 신문 읽기가
끝난다.
이렇게 매스컴과 휴대폰의 인터넷 뉴스를 멀리하고,
산책을 더 많이 하다 보니 자연에서 더 많은 것이 보이고
사람도 더 많이 보인다.
덕분에 애인도 많이 생겼다.
트로트 가수인 양지은, 신미래, 정서주, 배아현, 손태진,
김호중, 임영웅이 애인이 되었고,
당구채널에서 매일 보는 서한솔, 김가영, 스롱 피아비,
이미래, 김보미, 강지은, 용현지, 전애린 선수 등이 새로운
애인이 되었으며,
강동궁, 조재호, 최성원, 사파타, 마르티네스가 동생이
되었다.
KFN(국방방송)의 밀리터리 방송도 주메뉴가 되었고,
이밖에도 '영상앨범 山', '세계테마기행', '걸어서 세계
속으로' 등 여행 영상이 친구가 되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새벽 네시반부터 황산숲길을 두 번이나 오르고 돌아
일만 여보를 걸었는데도 무엇이 부족한지 9시가 되자
또 뜨락으로 나섰다.
연두색을 지나 초록으로 바뀌어가는 자연에서 오늘은
무엇을 만났고 또 새로운 무엇을 만날지 '설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가끔 '설렘'과 '설레임'이라는 두 단어를 착각하기도
하는데 사전적 표준어로는 '설렘'이 맞다.
그러나 문법을 무시한 롯데에서는 '설레임'이라는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서울우유에서도 '설레임'이라는
우유를 만든다.
나는 기분이 상쾌할 때는 '설렘'이 좋고,
기분이 가라앉아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는 '설레임'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이 딱 그렇다.
이번 초봄부터 지금까지 대자연에서 만난 새 생명은
무엇일까 곰곰이 기억을 더듬는다.
어제까지는 미선나무, 청매화, 백매화, 봄맞이꽃, 개불알꽃,
소루쟁이, 고깔제비, 졸방제비, 흰제비, 산수유, 생강나무,
목련, 벚꽃, 진달래, 복사꽃, 찔레꽃, 노랑말채나무, 흰말채
나무, 명자나무, 애기똥풀, 서양민들레, 금붓꽃, 지칭개를
만났다.
오늘 새벽에는 산 중턱에서 '뜰보리수'와 '귀룽나무꽃'
돌배나무를 만났고 카메라를 휴대하지 않아 아쉽게 폰으로만
찍었다.
< 고들빼기 >
11;00
창밖에 봄비가 내린다.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는 동박새와 직박구리가 제법
재잘거린다.
앞산에서 꿩도 꿩~꿩♬ 거리며 짝을 찾으니 봄이 제법
익어가는 모양이다.
지금 소리 없이 수줍게 내리는 봄비의 이름은 '색시비'다.
오늘 색시비가 오니 내일은 노린재꽃과 새색시 같은
'각시붓꽃'을 만날 수 있으려나 은근히 설렌다.
매일매일 설레기만 하니 이번 봄은 '설렘'이라는 나만의
봄병(春病)을 심하게 앓는가 보다.
epilogue)
느림의 미학 1,000회를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해 2022.
8. 18일 700회를 썼고 오늘 20개월 만에 800회를 썼다.
1,000회를 돌파할 때까지 내 육체와 정신적 건강이
유지되려나.
2024. 4. 20.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