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저희는 슬픔과 탄식의 사망권 내에 휩쓸려 하늘과 인연맺을 수 없는 불효의 자식들이었사오니,
내리신 은사 앞에 황공한 마음을 지니고 자신의 본성을 수습할 수 있는 하나의 모습이 되게 허락하여 주셔서,
아버지를 모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아버님께서 오라 하시는 그 길이 있는 것을 안 그때부터 눈물의 길에도 아버지께서 같이하시는 것을 알았사옵고,
십자가의 길, 고난의 길, 슬픔의 길, 쇠사슬에 매이는 그 길까지도 같이하시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딸의 배후에서 수고하시며 역사노정을 밟아 나오실 아버지의 그 가시밭길도 알고 있사옵니다. 저희들을 위해서 저희가 알지 못하는 수고의 역사를 거듭하였던 것을 알고 나니,
이와 같이 수고하신 아버지의 면모를 마음으로 그리며 경배드리는 저희들이지만 몸둘 바를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아버지의 충격의 심정으로 저희 자체들을 사로잡아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하늘의 뜻이 있고 하늘의 소망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불리움 받은 저희였사오니,
오늘 저희에게 닥쳐오는 십자가의 길도 저희로 말미암은 것이 아님을 알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천추만대의 후손까지도 선조들이 수고한 역사적인 그 인연의 길을 알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 시간 저희들이 무한한 기쁨과 무한한 행복과 무한한 소망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 할진대,
그것은 저희 자신으로 말미암아 시작한 것도 아니요, 어떤 인간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라,
모든 것이 하늘로부터 시작하고 하늘로부터 움직였다는 사실을 저희들 몸 마음에 깊이 간직하여,
하늘이 움직였던 그 터전을 그리워하며 이것을 붙들고 눈물지을 줄 아는 아들딸들 되게 허락하여 주옵기를,
사랑하는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아버님! 저희들이 갈 방향을 당신은 알고 있사옵고, 저희들이 취하여 나아갈 길도 당신은 알고 있사옵니다.
저희들의 마음의 시작도 자기로부터가 아니옵고, 저희들이 권고의 자리에 서는 것도 자기를 위함이 아니고, 남을 위하고 아버지를 위함이었을진대,
끝까지 그 심정이 변하지 말게 주관하여 주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아버지! 남아진 고난의 이 한 기간을 통하여 아버지께 불효하여 떠나는 자들이 되지 말게 허락해 주시옵고,
섭리해 나오신 아버지의 슬픔을 느끼고도 이 어려운 시기를 넘어가지 못하는 아들딸들이 되지 말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끝까지 아버님의 심정을 지니기 위하여 자기를 버리고 아버지를 염려하고 아버지의 심정을 위로할 줄 아는,
아버지의 사정을 이해할 줄 아는 아들딸들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이 시간, 저희의 마음엔 아버지의 것 외에는 일체 요구되지 않사옵니다.
이제 저희들은 오늘의 고난을 밟고 넘어가 약속의 동산을 바라보아야 되겠고,
영원한 축복의 하늘나라를 그리워해야 되겠사옵니다.
나타날 하나님의 축복은 말할 수 없이 큰 영광의 자리라는 것을 저희들이 알고 있사오니,
오늘의 저희들, 아버님에 대한 심정이 변치 않고 끝까지 참아 남아지는 무리가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끝까지 싸워 아버지 앞에 설 수 있는 아들딸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오면서,
주의 이름으로 기도하였사옵나이다. 아멘. (1959. 3.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