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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거리공연 |
김승국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길고 긴 코로나 19 감염 확산으로 공공극장이 활력을 잃게 되면서 공연예술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거리공연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거리공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시장바닥에서 혹은 거리를 떠돌며 정체불명의 약이나 싸구려 화장품을 팔기 위하여 다니던 유랑예인들의 거리공연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거리공연의 영어 명칭은 버스킹(Busking)이다. 버스킹은 거리공연(Street Performance)과 동의어다. 버스킹의 의미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라는 의미의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만큼,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 모두를 총칭하는 의미가 되었다. 버스킹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이라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버스킹이 시작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도시 문화가 오래되어 광장이나 골목 문화가 발달한 유럽이나, 이러한 문화를 받아들인 북미 등지에서는 버스커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북미 같은 경우에는 흔히 생각하는 스트릿 버스킹도 있지만, 동부 기준으로 지하철에서 버스킹하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일본에서도 신주쿠, 시부야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 버스킹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대학로, 홍대, 신촌, 건대, 한강공원, 부산의 광안리 해수욕장, 서면, 남포동, 해운대, 인천의 로데오거리, 월미도 음악분수 옆, 광주의 충장로, 대구의 동성로, 수성못, 김광석 거리 등 전국적으로 거리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거리공연은 도시생활의 삭막함으로부터의 해방구 역할
거리공연의 장점은 다양한 장르의 거리공연 예술가들과 관객이 인접 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리공연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거리공연이 너무 지나치게 대중화, 상업화되어가고 있다는 비난도 함께 존재한다. 관객으로선 제대로 된 음악 공연을 극장에서 보려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사야 하지만, 거리에서는 공짜로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지역 상인들로선 거리공연 예술가들이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해주어 유동 인구가 모일 수 있게 하여 상권을 활성화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거리공연이 활성화된 또 하나의 이유는 주말 휴일제가 도입되면서 주말 여가가 늘어나서이다. 가족 단위 나들이가 잦아지면서 거리공연을 통해서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리공연은 도시 생활의 삭막함으로부터의 해방구 역할을 하며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힐링과 삶의 활력을 제공한다.
거리공연은 사회의 부조리와 불공정함, 지도층에 대한 실망감에 대하여 거리공연의 해학과 풍자를 통하여 대리만족을 취할 수 있다. 거리공연은 테마공원,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명소 중심으로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또한, 시군구 등 광역 및 기초지자체들은 코로나 19로 지친 지역민의 문화 향수를 통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거리공연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활성화를 위해 거리예술제를 주관 주최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거리공연은 소음 문제 제기로 자유롭게 거리공연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요즘은 주변 상인들의 영업에 피해를 주는 사례로 항의받는 경우가 많으며, 행인들의 거리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고, 조용히 걷고 싶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조용히 살고 싶은 인근 주택가의 주민들에 의하여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거리공연의 소스를 우리의 전통 유랑예인들의 연희예술에서 찾아야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요즘 거리공연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거리공연 예술가들은 좀 더 핫한 소재가 없을까 하는 소재의 빈곤함 속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관객들의 눈높이는 나날이 높아지고 까다로워지고 있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재와 레퍼토리 개발을 위한 고민이 깊어진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 곳에서 찾을 일이 아니라 우리 것에서 찾으면 된다. 바로 우리 전통사회의 유랑예인 집단의 예능에서 찾으면 된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의 유랑예인 집단의 공연예술은 한국식 버스킹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근대 이전 거리공연을 논하자면 광대도 일종의 버스커(거리공연자)라고 볼 수 있다. 사대부 중심의 전문 예인들의 공연예술을 접하지 못했던 서민 계층들에겐 유랑예인들의 연희예술은 해방구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배계층의 부패와 불공정에 대한 반감을 품었던 서민들에게는 유랑예인들의 수준 높은 예능을 통한 문화 향유와 유랑예인들의 재담과 연기 속에 녹아들어 있는 풍자와 해학이 담긴 연희예술을 통하여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유랑예인들의 수준 높은 예능의 전승이 단절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거리예술의 레퍼토리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졌을 것이다.
거리공연에 익숙했던 과거 전통사회의 남사당패, 사당패, 대광대패, 솟대쟁이패, 초라니패, 풍각쟁이패, 광대패, 걸립패, 중매구패, 굿중패, 애기장사패 등 우리의 전통 유랑예인 집단의 찬란하고 다양한 예능에 눈길을 돌려본다면 유랑예인 집단의 소재와 레퍼토리가 보물창고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유랑예인 집단들의 찬란했던 예능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전승이 단절되는 비운을 맞이하였으며 해방 후 6·25전쟁과 산업화의 시기를 맞으면서 역사 속으로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그 많고 많은 유랑예인 집단 중 남사당패만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랑예인 집단의 예능에 대한 문헌 자료와 그림 자료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남아있고, 그들의 다양한 예능을 복원하기 위하여 수많은 시도도 있었고 연구자료도 적지 않으니 이제라도 사라져버린 우리나라의 유랑예인 집단들의 찬란했던 다양한 예능을 복원하여 거리공연으로 환원한다면 더욱 풍성한 거리공연 예술이 꽃피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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