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구매했다. 전에 나랑 동갑인 베스트 셀러 작가가 있다길래 궁금해서 책을 사고 싶었는데, 몇 개월을 고민하다가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요즘 책값이 너무 비싸서 망설였지만, 그래도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했다.
시한부라는 책의 내용은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평범한 아이 ‘유수아’는 자신 앞에서 친구가 자살한 것을 목격한 후, 자신도 1년 뒤 죽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디데이 365일을 일기장에 적어두며, 하루하루 아무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간다. 희망이라고 해야 할까, 성민이라는 아이가 등장해서 수아의 아픔을, 아니 어쩌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며, 위로했다. 디데이 당일, 성민은 죽으려 했던 수아를 살려낸다. 그렇게 청소년들의 아픔과 슬픔, 죽음을 다룬 이야기이다.
사실 초반에는 책의 분위기가 너무 무겁고 우울해서 읽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내게 주어지는 감정들이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뒤로 갈수록 어쩌면 책에 스며든 것 같다. 문장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고, 그 문장에 공감하게 되었다. 참 신기하고 새로웠다.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공감대였던 것 같다. 이 책을 나와 같은 나이인 학생이 썼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광부리고 싶었어, 걱정 없이 친구들이랑 놀아보고 싶었어.”
“그래도 돼.”
“그거조차도 불안해.”
고작 15살의 우리는 많이 불안정했다. 불완전했다. 하지만 완벽하길 바랐다. 아직 돌멩이인 우리들은 깎이고 다쳐가며 밝게 빛나는 보석이 되길 기다려야 했지만,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그저 다가오지 않은 자신의 이상을 그리며 자신을 자책했다. 나는 흐르는 민이의 눈물을 손끝으로 살짝 닦아주었다. 민이는 잠깐 놀라다, 웃어보려다, 포기하고 다시 한참을 울었다.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마음고생 많았지.”
어라, 어째선지 나도 눈물이 흘렀다. 너한테 하는 말만은 아니었다 보다. 나를 본 민이는 처음보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을 끌어 물고 훌쩍이는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가끔은 정말 이런 단순하고도 간단한 말이 죽을 만큼 그립고 듣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어른이 되기 싫다며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기준이 뭘까. 그저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가면 그게 어른일까. --- 언젠간 나의 모든 걸 스스로 견뎌내야 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물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졸졸 흐르기만 했고, 야속하게도 너무 아름다웠다. [시한부 2433-244p.]
이 부분을 바라보며 가장 큰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10대 청소년들, 그러나 완벽해지길 바라는 스스로와 사람들. 자신의 나이보다 이상을 바라며, 스스로를 탓하는 지금 사회의 10대 청소년들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또한 어른이 되기 싫은 마음, 스스로 견뎌내고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점. 진정한 어른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하는 문장이 나를 굉장히 공감시키고, 스스로 질문하게 했다.
요즘 나는 엄마와 자기 전, 늦은 새벽에 나누는 대화가 그렇게 좋다. 이야기의 흐름을 신경 쓰지 않아도, 잘 흘러가는 강물과 같기 때문이다. 어떨 땐 펑펑 울기도, 어떨 땐 박장대소를 하며 웃을 때도 있다. 그 대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너는 중3이야. 너 나이대로 살아. 너는 너 나이의 최대치를 달하고 있어. 더 이상 하면 너는 지치는 게 당연해.”
처음엔 나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다, 나는 내 나이의 최대치를 달하고 있는지 고민하다, 지친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덜컥 눈물을 쏟았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참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조금 더 완벽하길, 남들보다 특별하길 바란다. 나는 오늘 그것들이 더욱 우리를 불안정하고 불완전하게 할 욕심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남들보다 잘하고 싶고, 남들과 다르게 특별해지고 싶었지만, 결국 이것은 나를 더 지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 책은,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나에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원래 그럴 나이라고,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고, 모두가 그래왔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과정’의 속을 살펴보면, 그 속엔 무너짐과 수많은 실패가 있다. 조금 더 들어가 살펴보면, 상처가 났다가 아문 마음과,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쳤던 자국이 있다. 그것들이 모여 과정이 되고, 결국 빛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결과는 없다. 과정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것이다. 결과를 예상하고 예측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로 드러나려면 과정은 없을 수가 없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 모두가 그렇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낙심하지 않길,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실패와 아픔, 무너짐이 있겠지만 그것은 결과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나 또한 이것을 잊지 않으며 결과라는 자그마한 희망을 바라보며 담대히 중요한 이 과정을 걸어가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