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듯 낯익은 하늘에 구름아!
우정산악회 화요산행 고헌산(20210629)
들머리 외항재까지 택시로 이동했음이야!
편안해서 좋긴 좋은데 뭔가 싱겁다는 느낌...그래도 좋았다.
산길로 들어서자 갈래길이 여기저기 좀 험한 길을 찾았으나
여기든 저기든 거기서 거기...그런데 저기 앞가르마를 갈라놓은 듯
고헌서봉을 향하는 돌너덜길에 숲속길이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멋지다!
신나게 전진 앞으로 뭘 배워 본다고 유튜브 강의하는 날이 하필 오늘
하지만 쉼없이 오르면서 방송에 귀기울이며 전전 전진이었다.
주르륵 흐르는 땀방울에 젖어 살맛나는 순간 아싸라비아!
기분 좋은 땀방울 주루룩거림에 푹 젖어 행복함이야!
저기 저 산너머 하늘! 하늘에 새하얀 뭉게구름!
사노라면 이렇게 맛 다른 멋진 날도 있구나!
고헌산을 몇 번 들렸지만 여름엔 처음이었다.
영남 알프스 9봉중 하나로 잘 알려져 산꾼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멋진 산이라면 바위군락이 장엄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여겼는데
고현산에서 만난 산경(山景)에서 새롭게 만나는 풍광의 아름다움아!
더구나 하늘에 구름 그 장엄함에 절로 고개 숙여지는 감탄이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알겠다. 자연 속의 작은 존재의 본질을 알겠다.
하늘을 보며 구름에 빠져 다가선 고헌서봉에 고헌산 정상이여!
정상에서 만난 염소떼의 조용한 소란도 색다른 정겨움으로 다가웠다.
코로나로 인하여 산을 찾는 방식에 맛이 쬐끔 변질되긴 했지만
언제 이런 산행놀이를 할 수 있겠는가....나홀로 산과 다른 맛
낯선 곳을 만나 그 알 듯 모를 듯 얄궂은 순간의 희열
그래 낯선 듯 낯익은 풍경의 그대 그 살뜰한 멋이여!
고헌서봉에서도 놀았고
고헌산 정상에서도 한참을 놀았다.
고헌동봉의 전망대에서도 풍경을 즐기며 놀았다.
산을 만나면 산에 빠져 생각없이 덤벼들었는데
한가하게 걸어 풍경을 누리며 즐김 또한 산행의 멋이로구나!
이리저리 길을 만들어 헤매며 산삐알을 걷는 맛도 좋았다.
꼭 주어진 길만이 길이 아니고 내가 가는 길이 길임이야!
그래서 무모하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그것 또한 숙명이다.
그러기에 당연한 거기보다 낯선 거기가 언제나 그리운가 보다.
조금은 늦었지만 내 수준에서 갈 곳이 어딘가 또 있으리라!
아름다운 하늘과 요염한 구름의 춤사위에 행복했음이야!
낯선 곳에서 만난 낯익은 풍경의 황홀한 전율이여!
어딘가 헤매야만 견딜 수 있는 야만의 습성아!
이제 제자리를 찾을 때도 됐는데
아! 아직도 정녕 아니로구나!
어딘가 가고 싶다. 낯선 거기
새로운 언어가 숨 쉬는 거기에 가고 싶다.
끝없이 몰입하다 그것으로 끝이 된대도 다 좋다.
한여름에 만난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 그 황홀함이여!
유년의 향기 물씬거려 달려보고 싶은 거기
종종 가슴을 파고드는 낯선 거기의 정겨운 언어들아!
웨하이에 가는 서해상 여객선 객실 통로에서 만난 낯선 언어
여인의 그 거친 말솜씨가 얼마나 낯설었는지 놀라버렸다.
그럼에도 그 상스러운 언어가 주는 정겨운 매력이 그립다.
고헌산을 향해 오르며 만난 이 낯선 듯 낯익은 정겨움아!
파란 하늘에 새하얀 뭉게구름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
두팔 벌려 날아올라 안으려다 영원히 추락한대도 좋다.
원망도 후회도 없는 거기 그렇게 살고 싶다,
하산 길에선 뻔한 길이어
길을 제치고 숲을 헤치며 걸었다.
길과 길이 아닌 길을 숨바꼭질하듯 걸으며
드디어 도착한 고헌사....그윽하고 조용한 산사였다.
산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의 열병식
그 뒤로 펼쳐진 산줄기에 화려장엄한 돌너덜 너덜
아직도 파란 하늘에 요염하게 춤추는 구름이었다.
낯선 그리움을 향해 두 팔을 벌려보지만 그뿐!
가슴에 그 무엇도 안겨지는 건 없었지만
낯선 듯 낯익은 하늘에 구름 그 황홀한 춤판!
이 억세게 그립고 좋은 풍경을 어쩌지!.
- 신축년 6월29일 화요산행 고헌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