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문화 이야기가 담긴 수원 행궁동 걷기 여행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은 우리나라 성곽 문화의 백미로 손꼽힌다. 조선시대 천재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설계했는데, 거중기와 녹로 같은 새로운 기계를 활용한 덕분에 자그마치 둘레 5.52km, 높이 4∼6m 성벽과 40개가 넘는 건물을 짓기까지 2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성의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 대한민국의 성곽 건축 기술을 집대성했다고 평가된다. 또한 수원화성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관광지다. 완벽하면서 멋스러운 건축물과 이를 둘러싼 주변 공원 등의 자연환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수원화성의 원형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심각하게 훼손돼 지금의 모습은 1975년 이후 복원된 상태다. 수원화성도 근사하지만 성 안 행궁동도 볼거리가 가득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행궁동 벽화마을과 공방거리 등 트렌디한 명소들이 전통적인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과거 이곳은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개발 제한으로 인해 낙후됐었다. 하지만 주민과 작가, 시민단체 등이 주도해 벽화마을을 꾸미면서 이제는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며 관광지로도 인기다.
수원시는 12월부터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두 가지 역사 코스, 카페 투어, 가족 힐링 코스 등 총 4개의 관광 루트를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보물 같은 수원화성과 그 성으로 둘러싸여 있는 행궁동에 기자가 먼저 가 생생하게 체험해보았다.
건축 당시 원형에 가까운 서쪽 문, 화서문
여행의 시작인 화서문은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서북공심돈을 함께 세운 문이다. 공심돈은 군사가 들어가 적을 살필 수 있도록 안이 비어 있는 구조의 건축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수원화성에서만 볼 수 있다. 화서문을 중심으로 성벽을 따라 왼쪽은 화서공원, 오른쪽은 장안공원이 이어져 아름답다.
임금이 행차하는 문, 장안문
‘장안’은 옛 중국의 수도였던 장안에서 따온 것으로, 당나라 때 장안성처럼 화성도 융성한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름 붙였으며 한껏 화려한 모양새다. 잘 다듬은 화강암으로 쌓은 석축에 홍예문을 냈고, 그 위에 2층의 문루를 세웠다.
정조와 SNS가 사랑한 연못, 용연·방화수류정
장안문에서 조금 더 걸어가다 수원천을 만나면 성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용연이 이곳에 있어서다. 연못 가운데에는 동그란 작은 섬이 들어서 있는데, 그 주변으로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단풍과 갈대로 아름답다. 남쪽 언덕 위에 자리한 방화수류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사진 포인트, 화홍문(북수문)
화성을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수원천 위에 설치된 수문으로, 홍화문이라고도 부른다. 화홍문에서 화는 화성을 뜻하고, 홍은 무지개를 의미한다고. 무지개는 화홍문의 일곱 가지 수문의 모양이다. 문을 등지고 바라보는 수원천도 아름답고, 수원천을 따라 조금 걸어 나와 작은 다리 위에서 화홍문을 바라볼 때의 풍경도 백미다.
사랑에 빠지고 마는 동화 속 그곳, 행궁동 벽화마을
좁은 골목에 오래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담벼락, 대문, 전신주, 쓰레기통 등을 캔버스 삼아 그려놓은 벽화들이 동네 전체를 갤러리로 만들었다. 주민과 작가,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공간으로 의미가 있으며 도시재생 성공 사례지로도 유명하다. 2011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정조가 머물던 가장 큰 행궁, 화성행궁
벽화마을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정조가 현륭원에 행차할 때마다 머물렀던 화성행궁이 있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무덤을 융릉으로 옮긴 뒤 12년간 13차례 화성에 행차했고, 이때마다 화성행궁에 머물렀다. 원형은 5백76칸으로 정궁 형태였으나 일제 강점기 때 낙담헌을 제외하고 파괴됐었다. 1996년 복원 공사가 시작돼 4백82칸으로 1단계 복원이 완료됐고 2003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보물이 숨겨진 거리, 공방거리
행리단길로 불리는 공방거리는 화성행궁에서 팔달문에 이르는 약 420m 길이다. 이 길을 따라 30여 개의 공방들이 들어섰다. 목공예, 금속공예, 규방공예, 가죽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모인 공방길에 그들의 작품이 전시·판매 되고 있다. 주말이면 다양한 체험 활동과 벼룩시장 등의 행사가 열린다.
원형이 남아 있는 보물, 팔달문
보물 제402호로 수원화성 안쪽에 있는 여러 건물 중 가장 크고 화려하며, 발달된 조선 후기의 성문 건축 형태를 고루 갖추고 있는 문화재다. 규모와 형식은 정문인 장안문과 같으나 훼손됐던 장안문과 달리 팔달문은 원형이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수원시▼
최근 수원시는 다채로운 도시재생사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를 이끄는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재준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수원시의 도시재생사업지 가운데 수원화성을 품은 행궁동은 ‘정조와 문화 이야기가 담긴 투어’가 진행될 정도로 관광자원이 되었습니다.
변화를 도모하던 행궁동은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태어났어요. 변화를 위해 생태교통 수원 2013, 수원형 도시르네상스 사업, 지역 기반시설 개선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시작으로 원도심 재생사업을 위한 기반을 다졌지요. 이후 수원 지역 최초로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북수동, 매향동, 남수동, 팔달로1·2가) 일원 약 78만7000m²의 면적에 약 1백억원의 사업비가 투여돼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됐어요. 노후화된 주거지를 개선하고 문화재 구역을 정비해 낙후된 생활 환경을 좋게 만들고, 도시재생거점센터를 세워 도시재생 대학이나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수원시 도시재생사업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져 더욱 뜻깊은 것 같습니다.
사업의 중심은 단연 주민입니다.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은 민관 협치를 담당하는 수원시의 대표적인 공공기관이에요. 현재 행궁동의 경우 행궁동도시재생사업주민협의체(주민), 실무회의체(재단), 행정과 단위 협업 체계를 구축해 주민들과 밀접한 현장 중심의 운영을 도맡아왔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자발적인 주민 참여의 원동력이 됐지요. 또한 주민의 원하는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한 덕분에 좋은 반응도 얻고 있어요.
강현숙 기자 두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