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은 사회적으로 대접받는다. 어떤 직업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어느 사회에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직업의 위계가 언어 속에 특히 깊이 새겨져 있다.
그 흔적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직업에 붙는 이름이다.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교사.
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로 끝나고 전문성과 권위를 느낀다.
반면 장사치, 나무꾼, 소리꾼 같은 말들은 상대적으로
생활인이나 현장 종사자의 느낌을 준다.
우리는 왜 직업명만으로도 이런 이미지를 떠올릴까.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이 아니라, 수백 년 이어진 사회 질서의 흔적이다.
사(士), 사(師), 사(事)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 자 직업’은 사실 같은 한자가 아니다.
변호사의 ‘사’는 士다. 원래 선비를 뜻하는 글자로, 조선 시대 사농공상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가리켰다.
의사와 교사의 ‘사’는 師다. 스승, 즉 남을 가르치고 이끄는 사람을 의미한다. 판사와 검사의
‘사’는 事다. 일을 맡아 처리하는 관리를 뜻한다.
글자는 서로 달라도, 우리는 모두 비슷한 부류의 직업으로 인식한다. 그 이유는 한자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로 끝나는 직업은 전문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士의 상징은 근대 이후 전문직의 이름에도 이어졌다.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들에게도 ‘사’를 붙였다. 그 순간 직업은 단순한 생업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꾼’과 ‘-치’가 품은 세계
나무꾼. 사냥꾼. 일꾼. 소리꾼. 원래 이 말들은 비하의 표현이 아니었다. 어떤 일에 능숙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판소리 명창을 지금도 소리꾼이라 부르는 데에는 존중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꾼’은 점차 생활형 종사자의 느낌을 주게 되었고, ‘-치’는 장사치,
벼슬아치처럼 부정적 뉘앙스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약사와 약장수, 성악가와 소리꾼처럼 같은 영역에서 활동해도 사람들이 받는 인상은 다르다.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이름이 만드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름이 만드는 현실
직업의 이름은 처음에는 담당하는 업무(역할), 사용하는 도구, 다루는 대상이나 장소를 조합해
높고 낮음이 없이 중립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가 붙은 직업은 더 존중받고, ‘-꾼’이나 ‘-치’가 붙은 직업은 낮게
인식됐다.
사람들은 이름을 듣는 순간 이미 선입견을 갖게 됐다. 언어는 단순히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며 사회적 현실을 다시 만들어냈다.
조선의 그림자
조선은 학문을 높이고 기술을 낮추었다. 글을 읽는 사람은 귀하게 여겼고, 손으로 만드는 사람은
낮게 보았다. 그 시선이 말 속에 스며들었다.
오늘날 사농공상은 사라졌지만, 이름 속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는 여전히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귀천을 가른다. 그 차이의 일부는 이름에서 비롯된다.
기술자의 귀환
하지만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자. 항공기를 정비하는 기술자. 정밀 용접사. 산업 설비 전문가.
이들은 손으로 일하지만, 그 기술은 머리를 쓰는 일 못지않게 복잡하고 어렵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가 존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 산업은 더 이상 손과 머리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다. 최첨단 기술은 손과 머리가
함께 움직일 때 탄생한다.
말에 남겨진 과거의 흔적
갓바치(갓을 만드는 장인)가 존중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름이 낮춰 부르는 말로 바뀐 것은
말이 변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변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사회는 다시 변하고 있다. 조선이 사라진 지 백 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직업의 이름 속에서 조선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어떤 직업에는 ‘사’를 붙이고, 어떤 직업에는 ‘-꾼’이나 ‘-치’를 붙인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한쪽을 더 높게 바라본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도 손으로 일하고,
가장 정밀한 항공기를 고치는 사람도 손으로 일한다.
앞으로는 글을 다루는 사람보다 손으로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더 존중받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온다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직업의 본질이 아니라 직업을 부르는 우리의
언어일 것이다. 언어가 바뀌는 순간, 현실도 함께 달라진다.
첫댓글 <오늘의 팝송> Let's Live For Today / The Grass Roots
Let's Live For Today는 미국의 록밴드 그래스 루츠(The Grass Roots)가 1967년 발표한 곡이다. 미래의 불안은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온전히 즐기며 살아가자고 노래한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영국밴드 더 로크스(The Rokes)의 'Piangi Con Me'가 원곡이다. 빌보드차트 8위에 올랐다.
Grass Roots는 1965년 LA에서 결성된 밴드다. Let's Live for Today 외에도 Midnight Confessions, Temptation
Eyes, Sooner or Later 등의 히트곡이 있다.https://youtu.be/G5NtzB-vo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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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싶네요.
공감합니다. 적토마님.
감사합니다.
조선시대에 농업을 천하지대본으로 존중한 것은 좋으나,
실생활의 발전을 위한 과학 탐구와 공업과 상업을 천시한 사회 풍조가 나라의 산업화를 막았고 그로 인해 고난의 현대사가 쓰여지게 됐네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과학의 힘인데,
요즘 우리나라 이과 인재들은 의사가 되려고만 하고 과학발전의 기본이 되는 순수과학 연구를 피하니 그것도 걱정입니다.
공감가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과학과 기술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달항아리님.
직업이 수백 수천 가지더군요
나는 사가 붙은 직업인데
적성 체질 성질 자질에 딱 맞는
직업 이더군요 하하하
32년간 정의사회구현
불타는 사명감으로 유감없이
근무하였고
연금 받으며
근심걱정 없이 만족하게
살고있습니다 껄껄껄
앞으로 직업도 많이 없었지고
또 새롭게 생겨나고
많은 변화가 있을것입니다
자기 적성 자질에 맞는
직업 선택 중요함니다
공감 가는글
잘 경청했습니다
감사함니다
오늘 하루도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직업인들 필승ㅡ
좋은 말씀입니다.
시대가 변해도 결국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만용용님.
네 오늘도 한수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자연이다2님.
좋은 밤 되세요...
오랜만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만 드리고 갑니다.
오랜만에 오셨습니다.곡선배님.
건강하시다니 다행입니다.
폭락장에서도 수익을 올리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글 새로운 정보 접하고 갑니다
비온 뒤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운선님.
평안한 밤 되세요.
비온뒤님 이름이 만드는 현실 잘 읽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수피님,
평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