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계절, 다른 시간)
한 달 전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초록과 초록 사이의 반듯한 흙길 하나가 두 작물을 가르고 있었다.
왼쪽 옥수수는 무릎께 정도로 자랐고 오른쪽 밀은 이미 그보다 조금 컸다.
다시 그 자리에 왔다.
그새 계절의 흐름이 제법 깊숙이 지나가고 있다.
옥수수는 사람 키를 훌쩍 넘어 자랐고 밀은 이제 그 옥수수보다 낮다.
대신 밀은 색이 바뀌었다. 초록이던 것이 온통 누런빛이다.
고개를 숙인 이삭들이 바람에 잔물결처럼 흔들린다.
한 달 사이에 두 작물의 높낮이가 뒤바뀐 풍경이다.
나에게 한 달은 달력 한 장 더 넘기는 정도의 일이니 무심히 지나간다.
하지만 이 밭에서의 한 달은 옥수수와 밀이 서로 키를 뒤집어 놓을 만큼의 긴 시간이다.
밀보다 키가 작았던 옥수수가 이젠 부쩍 자라 밀을 내려다보고 있다.
옥수수는 아직 자라고 있으며
밀은 이미 자라기를 그친 채 여무는 중이다.
밀이 자라기를 멈춘 것은 아니다.
키 대신 색을 바꾸고, 초록을 걷어내어 자신을 여물게 만드는 중이다.
옆의 옥수수와 비교하면 작아 보이지만, 실은 가장 바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장소, 같은 바람 아래서 나란히 서 있으면서도 두 작물은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하나는 위로 뻗는 시간을, 하나는 안으로 익는 시간을.
밭 앞에 서서 나란히 펼쳐진 그 두 시간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걸음을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키를 늘리는 중인가, 안으로 여무는 중일까?
바람이 지나가자 밀 이삭들이 다시 한번 몸을 눕혔다가 일어선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 여전하시군요, 첫 댓글 고맙습니다~
한 달만에 옥수수와 밀의 키가 바뀌고,
옥수수는 키를 늘리는 중이고 밀은 안으로 여무는 중이고..
옥수수와 밀이 자라는 들판을 바라보며 이런 깊이있는 사색을 하시고 그 사색 속에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옥수수와 밀 중 어느 쪽인가를 생각해봤더니..
어느 쪽도 아니네요.
키는 못 늘리고 넓이와 무게만 늘렸고,
여물지 못한 이삭만 잔뜩 매달고 있으니까요.
밀은 여물어가고 있음을 바뀐 색으로 알려주는군요.
저도, 염색을 중단해서 머리 색이 허옇게 바뀐 것이 여물어가는 과정의 증표가 되도록 애써야겠네요.
필력 뛰어나신 새하마노님 글을 오늘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넓이와 무게를 늘린것도
익어가는 과정중인거겠죠
하얗게 바뀐건
진즉에 그리 되었는데
여물은걸까요?
남의 시선에서는 자유해진 내 맘
여물은거겠죠? 굿모닝~♡
@정 아 머리 하얗게 바뀐 우아한 모습 오래전 한번 보았습니다. 사진으로~
남 시선에서 벗어나는게 쉽진 않지요, 그만큼 자신있다는 의미이니까요, 자유로운 영혼 ~ 부러움 가득입니다 ~~~~
맞아요, 까맣게 물들이는 것 보다 하얀색이 더 어울리지요, 달선생님 단아한 사진은 많이 보았어요.
그런데요 인품에는 넓이와 무게도 한몫 합니다.
저처럼 머리가 듬성듬성 센다던가 몸무게 빠지면 그만큼 흉한게 없어요
사람들이 우째 저 양반은 끼니도 몬 얻어먹고 댕기나 이리 봅니다 ~ ㅠ
@새하마노
사진으로요?
언제보셨을지
지금은 더 여물었습니다 ㅋ
자유로운 영혼이라기보다
근자감이랄까요? ㅎ
@정 아 ㅎ
근자감 보다
근자유가 맞을듯요~~~~~~~~근거없는 여유
@새하마노
손자한테 배운겁니다
은잡지ㅡ은근 잡다한 지식
재미있는 축약어네요 ㅋ
한 달이라는 시간이
많은걸 변하게 하나 봅니다
아직 키를 늘리는 옥수수
여물어가는 밀
우리는 이제 여물어가는 밀의 시간에 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깊이 있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ㅎ 저는 치아도 술술 빠지고 이젠 모두 술술 빠져나가는 시간입니다.
일흔 지나보세요, 안 아픈데가 없어요~
여전히 태양은 뜨겁고
들장미는 시들어 가듯이
세상은 밀과 옥수수처럼
등을 비비면서 익어갑니다 ^^*
역시 시인이시라 ~
저는 달리 보았지만 등을 비비며 함께 익어 가는 긍정으로 보시네요.
어떻습니까? 이제 머리칼은 얼마나 남으셨나요? 지도 이제는 앞정수리가 훤히 비웠습니다.
@새하마노 마음은 청춘 ㅋㅋ
@호 태 마음뿐만 아니라 얼굴도 청춘임다.
그 머리칼 숱도 많고 바래고 세지도 않은 완전 새내기 같슴다. 목돈 좀 들었겄습니다.
저는 정수리가 이제 없슴다.~~~~~~우헤헤
@새하마노 저한테 비하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네요 ㅎ
@호 태
카아~
엄청 존경스럽습니다.
완전 빤질거립니다. ~
난 그정돈 아님다, 내가 졌습니다. ~
@새하마노
새하마노님 반갑습니다.
익숙한 단어체와 일부 사진으로 누구신지 단번에 짐작하게 되는군요. ^^*
@수피 짐작하시는군요.
싸메어도 표시가 나는 모양입니다 ~ ㅎ
수피님 저도 반갑습니다 ~~
아 좋아요
시골 향기 나요
그렇지요, 밀 익어가는 시골 정경이 참 정겹습니다
새하마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동서남북의 순우리말이랍니다
샛바람 하늬바람 맛파람 높새바람의
앞머리구요 ^^ 덕분에 순우리말 알게되어
감사드리며 옥수수밭과 밀밭의 조화가
참 멋집니다 !
네, 순우리말이지요,
요즈음엔 거의 안쓰더군요,
밀이 익어가는 넓은 들판이 참 정겹게 보이지요 고맙습니다
올해는 옥수수를 제법 많이 먹었어요
예전엔 옥수수의 참맛을 몰랐지요
전원의 풍경이 가득담긴글 3번 이나 읽어보네요^^
♡♡♡
아고오,
리즈향 운영자님 고맙습니다.
3번 이나 읽어보네요^^
♡♡♡ ~~~
어쩌면 바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밀과 옥수수 다 더듬듯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요.
생각이 차분히 내려앉는 글,
밤 쉼터에서 잘 읽었습니다.
바람이라니, 정말 그렇습니다.
위로 뻗는 시간과 안으로 익는 시간 사이를 어루만지며 조용히 지나가는 존재가 바람이겠지요.
쉬는 시간에는 그냥 푹 쉬세요. 제발 사진 찍으려 마시고 ~~ ~~
자연과 자연 속에 놓여있는 모든 것들은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고
제 갈 길을 가는가 봅니다.
생애 주기에 맞추어서요.
우리 인간들도 그러하겠지요.
그러나
신체주기는 늙음이라 해도
마음주기는 언제나 젊음의 도로에
서 있고 싶을지도요.
두 분 건강히 지내셔요.
요즘 카페를 자주 딜다 보지 않으니
이제서야 알아보고 반가운 인사 나눕니다.
반갑고 고마운 댓글 감사합니다.
내세울 일이 아니라 조용히 들어왔습니다.
가끔 글 올리겠습니다. 무더위에 편안하시길요 ~~~
옥수수와 밀
특히 밀은 요즘 보기 드믄 풍경입니다 밀 재배 하는 곳을
못 봤지요 어릴 적 많이 그리고 귀하게 먹던 우리 밀이지요
시인의 눈으로 보면 자연의 풍경이요
저 같은 아낙의 눈으로 보면 저들 먹거리의
용도와 그 맛의 기억부터 떠오릅니다
우리 밀
요즘 재배 농가 거의 없지요
수입 밀가루 흔한 시절이라
과거엔 시집 장가 보낼 때 국수라도
뽑을려면 반드시 밀을 심어야 해서
밀 재배 농가가 많았지요
햇 밀 수확해서 밀가루 만들어
국수 뽑아 놓으면 누런
국수로
나오지요 그것도 참 귀하고 맛있던
ㅎㅎ 새하마노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밀은 귀한 별식이나 잔치 음식이었지요
특별한 날에만 국수를 만들었으니까요.
전 아쉽게 누런 우리밀 국수를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도 한다네요 ~~ 고맙습니다 ~~~~~
저는 이렇게 좋은글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낍니다.
이 글은 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글로 그리는 그림이 있다면
바로 이런 글이 아닐까 싶고요.
배경이 되는 평화로운 시골 정경과
사고력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있는 좋은글.
제가 문교부장관이었으면 좋았을 것을요.ㅋㅋ
새하마노님 글 정말 잘 쓰십니다^^
아고~
이런 경우도 있군요. 평생 처음 들어보는 말씀입니다.
밀과 옥수수가 펼쳐진 풍경이 아름다워 올린 사진입니다.
제라님, 좋게 보아주셔서 매우 고맙습니다 ~~~~~~엄지 척~
하나는 위로 뻗은 시간을
하나는 안으로 익힌 시간을 ᆢ
옥수수와 밀의 관계를
이 토록 사유할 수 있는 분?
어?
그 분이시구나 !
이 글을 클릭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저는
수필하면 대 놓고
새하마노님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만큼 애독자였는데
역시
감동입니다 ㆍ
너무 반갑고
감사합니다
마음에 옴싹 들어오는
친정집 마당같은
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ㆍ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1달반 정도 되었어요.
가끔 삶방에 들릴께요 ~~~~~~~~~~~~~~
감춰도 드러나는지 눈치챈이들이몇분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