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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죽음의 게임이 된 정치
국회 통해 광포한 권력 제어, 최고의 정치발전
민주당만은 위성정당을 만들면 안 된다는 주장
너무 이상적이거나 무책임…이낙연 신당이 문제
이재명, 180석 구성원과 조직 결함 꿰뚫어 봐야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백주대낮에, 수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에 야당 대표가 괴한의 칼에 맞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치안이 좋기로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정치적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단독 범행이냐, 배후가 있는 조직적 범행이냐를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치란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죽음의 게임이 됐다는 것이다. 범인이 개인적으로 품었던 살의, 혹은 그 뒤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배후세력의 살해 사주 여부를 두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야당 대표가 칼을 맞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광경을 보면서도 119헬기 특혜가 어쩌고,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이 저쩌고 떠들어대는 괴성들이야말로 한 정치세력이 다른 정치세력을 말살하려는 명백한 살의의 표현인 것이다.
민주당 위성정당 만들지 못할 이유 없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좋고 나쁨의 감정을 떠나 그가 물리적으로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때 이 나라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 볼 때, 이재명 반대세력은 개인이 됐든 집단 전체가 됐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최대치의 에너지를 최악의 수단을 통해 발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무지막지한 공격을 받은 이재명, 그가 대표하는 민주당,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민주세력도 마찬가지,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방어에 나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허울이나마 민주주의를 부인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권력 획득 혹은 유지는 결국 총선이나 대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에너지의 격돌은 최우선적으로 올 4월 총선에서 벌어질 것이다.
천만다행. 곧 병원에서 퇴원할 이재명 대표의 모든 정치적 선택은 바로 이런 사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에서) 지면 (실제로) 죽는다”라는, 곧 정치가 전쟁이 되어버렸다는 절박한 상황인식 말이다. 임박한 선거제도 결정이 그 첫 선택이 될 것이다. 다당제며 연합정치며 정치발전이며 등등 이상적인 가치나 명분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민주당이 다수를 유지하고, 가능하면 200석이라는 절대다수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그 최선의 방책을 결정해야 한다. 정치적 반대자란 이유로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는 것은 물론 자칫 죽을 수도 있게 된 이 엄혹한 상황에서 그나마 국회를 통해 이 미쳐 날뛰는 권력을 제어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정치발전이 아니겠느냐는 확고한 인식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 볼 때 올 4월 총선에서 택할 수 있는 선거제도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시행했던 준연동형제가 유일한 것 같다. 민주당이 아무리 좋은 선거제도를 제안해도 국민의힘이 거부하면 만사휴의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원하는 병립형은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므로 자동적으로 현행 선거제도를 다시 한 번 꺼내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권역별 비례제, 석패율제 등도 국힘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마찬가지 이유로 아무 의미 없는 아이디어에 머물 확률이 크다.
문제는 준연동제를 시행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국힘당처럼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 것이냐, 포기할 것이냐다. 유시민 작가는 자매정당이란 아이디어를 내지만(☞ 비례 위성정당 문제에 대하여) 나는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민주당의 자매정당으로 인정받을 만한 정당으로 모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 어려운 작업을 이룬다 해도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상적으로 접근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관적으로 본다. 그러므로 자매정당이란 아이디어를 택한다 하더라도 그 자매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 만드는 정도로 강력하게 개입해야 할 것이란 점에서 자매정당이나 위성정당이 거의 같다고 보는 것이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9. 연합뉴스
이낙연의 어부지리, 조정훈의 발호 막을 방책은 있나
그럼에도 끝까지 민주당만은 위성정당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좋게는) 너무 이상적이거나 (나쁘게는) 너무 무책임하다. 민주당이 포기한 의석들 (거의) 모두가 민주개혁진보 계열 정당들에게 갈 것이라고 상상한다면 너무 이상적인 것이고, 그 포기 의석들 중 상당수가 엉뚱한 곳(심지어 배신자들)으로 갈 것임을 알면서도 그런 주장을 꺾지 않는다면 무책임하다는 말이다.
이준석 신당이 순전히 연동형 비례제를 노리고 있는 것인지, 영남권 이삭줍기로 지역구까지 노리고 있는지, 민주진영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다. 젊은층과 일부 중간층이 움직이는 낌새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이준석 신당은 국힘당과 같은 파이를 갈라먹는 같은 ‘정치 패거리’이기 때문이다. 금태섭과 양향자가 홀로 서든 이준석과 합치든 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낙연 신당은 다르다. 뿌리가 호남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그가 탈당하면서 공언한 ‘큰 싸움’이란, 그가 윤석열 정권과는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으므로 민주당을 상대로 한 선전포고인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민주당 내 몇몇 의원들이 예상대로 이낙연 신당에 합류한다면 비례 정당투표에서 그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 같은 정치 고관여자는 차라리 (반성한다는 전제 아래) 정의당에 정당투표를 하면 했지 이들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란 이름이 정당투표지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일반 유권자들은 수십 년 동안 민주당과 연결되어 온 익숙한 이름 앞에서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진보당이나 기본소득당, 녹색당 등이 이들보다 더 유권자들의 눈에 띄어 민주당이 포기한 의석들을 가져간다는 보장은 있는가. 또 다른 조정훈의 발호를 방지할 보장은 있는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이동하다 테러범에 의해 왼쪽 목 부위를 칼에 찔려 바닥에 누워 있다. 2024.1.2. 연합뉴스
지금은 정치 발전보다 민주주의 수호에 집중할 때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민통합 정치개혁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연동형 비례제를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연동형 비례제, 민주당 위성정당 포기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정치는 신뢰자본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이렇게 매번 약속을 어기고도 정치를 계속할 수 있나? 자칭 수권정당이 그래도 되나? 라는 것이다. 그러나 약속을 지켜도 좋을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 약속은 원래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특정한 조건을 전제하고 하는 것이다. 혼자 하는 것은 결심이며 다짐일 뿐 지키지 못할 상황이면 잠시 미루면 된다. 아니 미루어야만 한다. 지금의 정치 상황은 연동형 비례제를 약속했던 지난 대선 전과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나. 멀쩡한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온통 귀태가 되어 날뛰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180석을 가지고 뭘 했느냐고 비판도 하고, 거대 양당이 문제라고 싸잡아 욕도 한다. 민주당이 100% 잘해야 한다는 기준으로 보면 영락없이 그렇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민주당 정권일 때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평안했고 안전했다. 국가로부터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가졌고 국격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민생이 도탄에 빠졌고 국력은 쇠락하고 국격은 무너졌으며 국민 안전은 내팽개쳐졌다. 거대 양당의 폐해가 아니라 국회 자체가 통째로 무시당하고 있어 민주당이 180석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시민이라면, 여러 여론조사 수치를 인용하며 민주당에게 다수당으로 만족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과반수 의석, 다시 한 번 180석, 나아가 200석을 가질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100%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거대 양당제와는 상관없이 180석을 채운 상당수 의원의 자질 부족과 그들에게 휘둘리는 민주당 조직의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도 꿰뚫어 봐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그런 인물들을 최대한 걸러내고 조직을 정비한 연후, 총선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여세를 몰아 본격적으로 정치발전에 나서는 것,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벗어난 이재명의 선택은 차근차근, 더욱 과감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강기석 칼럼] 테러 칼끝에서 벗어난 이재명의 선택 < 선거제 논쟁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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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의적절한 칼럼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