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새내기 외야수 박용택(23)은 연봉 가이드 라인을 기아 신인 투수 김진우로 잡은 눈치였다. 올해 12승 11패를 올린 김진우는 지난 15일 150% 오른 5,000만원에 내년 연봉 계약을 맺었다. 박용택도 최소한 그 정도는 받고 싶다는 속내다. 박용택은 올 신인 타자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112경기에서 108안타 2할8푼8리 55타점 20도루.
올 연봉(2,000만원)이 김진우와 같았던 박용택은 “개인성적도 김진우에게 뒤질 게 없고 팀성적은 기아보다 우리가 좋다”며 “구단도 내 자존심을 살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진우는 계약금 7억원짜리 선수다. 나는 절반도 안되는 3억원이다. 몸값이 반도 안되는데 비슷한 성적을 올렸다면 오히려 내가 (내년 연봉을) 더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속에 뼈를 감췄다.
투수와 타자를 똑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또 고과 항목도 전혀 다르다. 하지만 굳이 비교한다면,한 시즌 30경기 안팎을 뛰는 투수보다 100경기 이상을 뛰는 야수의 가치가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박용택 타율이 3할에 못 미치기 때문에 12승보다 뒤진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5할대 승률에 턱걸이한 선발 12승이라면 2할8푼8리의 타율보다 결코 나을 게 없다. 더욱이 국내프로야구는 개인보다 팀성적을 우선시한다.
따라서 박용택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본격 연봉 협상을 앞두고 박용택이 “구단을 믿는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구단측은 전례에 따라 당초 100% 인상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것은 김진우의 연봉이 발표되기 전의 일이다. LG 구단은 박용택을 차세대 스타로 점찍고 있다.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이드 라인이 정해진 박용택의 연봉 협상은 따라서 순탄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