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6일 대림 제2주간 토요일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10-13
산에서 내려올 때에 10 제자들이 예수님께,
“율법 학자들은 어찌하여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합니까?” 하고 물었다.
11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과연 엘리야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12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그처럼 사람의 아들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13 그제야 제자들은 그것이 세례자 요한을 두고 하신 말씀인 줄을 깨달았다.
오늘도 잘 살게 해 주십시오.
아침이면 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무릎을 꿇고 ‘오늘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살게 해 주십시오.’라고 아주 짤막하게 기도하는 것이 습관적인 기도가 되었습니다. 밤새 잠자리에서 가위에 눌리듯 숨쉬기가 어렵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 쉽게 잠을 들 수 없어서 수면제로 겨우 잠을 청하고 아침이면 그래도 살아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신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은 후부터 아픈 증상이 점차 사라지고 긴장이 풀리면서 아침 기도하는 것도 점점 심도가 약해지는 것입니다. 깊이 느껴지는 감사와 간절한 기도는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 따라서 그리고 믿음의 깊이에 따라서 완연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내가 어렵고 처지가 곤란하면 기도하지 말라고 하여도 기도를 잘합니다. 비록 그 기도가 기복적인 기도라 할지라도 주님께 매달리고 열심히 자신의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는 자세를 갖게 되지요. 수술대에서 이제 살아나면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 했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생각하고 그 동안 쓰지 못한 책도 더 많이 쓰고, 정리하지 못했던 일들도 정리하면서 죽음을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해서 아주 짧은 기도라도 주님께서 받아 주실 수 있도록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의 다짐이나 생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져만 갔습니다.
'징갱취회'(懲羹吹膾)라는 말은 <뜨거운 국에 혼이 나면 생선회도 불어보고 먹는다.>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초나라의 굴원(屈原)이라는 사람이 북방의 강국인 진나라의 침략을 앞두고 왕족과 중신의 오해와 질투로 조정에서 쫓겨나면서 초나라는 왕이 포로가 되고 영토도 약탈당하는 수모를 겪습니다. 굴원은 방랑생활을 하다가 비분강개(悲憤慷慨)한 나머지 멱라수에 빠져 죽으면서 ‘남의 말에 겁나서 자신의 의지를 바꾸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하는 뜻에서 ‘초지관철(初志貫徹)의 결의를 징갱취회(懲羹吹膾)하지 않는다.’고 한 속담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사람은 안일함 속에 빠지면 그 속에서 빠져 나오기 아주 힘듭니다. 어려운 일을 당하면 사람은 경계하고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라서 우리가 ‘자라보고 놀랜 사람 솥뚜껑 보고 놀란다.’ 라거나 ‘뜨거운 국에 맛을 모른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구세주가 오기 전에 엘리야와 같은 예언자가 와서 자신들을 놀래주고, 기적을 베풀며, 뜨거운 국을 먹여 줄 사람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율법학자들은 도대체 놀랄 일을 겪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구세주 오시기 전에 길을 닦으러 오는 엘리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그들이 바라는 메시아가 정말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아픈 사람의 병을 고쳐주고,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용서해주며, 그들과 친구가 되며, 율법학자들이 가르치는 것을 뒤집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적으로 활동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렇게 간절하게 원하는 로마를 혼내주지 않는 것입니다.
요한을 감옥에 가두고 고통을 주면서 엘리야와 같이 기적을 일으키며 이스라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였고, 두려워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요한을 죽이기까지 하였는데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뜨거운 국을 먹고도 전혀 놀라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까지 같이 취급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이단에 빠진 이스라엘백성을 정신 바짝 차리도록 일깨워준 엘리야가 오지 않으면 구세주는 오시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율법학자들은 요한이 자신들을 일깨워 주고 회개하라고 설득하고, 주님의 길을 닦고 세례를 주며, 바르게 살라고 일일이 가르쳐 준 모든 것을 까맣게 잊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은 요한이 죽은 다음에도 그가 참 엘리야로 이 세상이 온 하느님의 사자(使者)였음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죽이려고 작정을 한 것입니다.
우리도 세례를 받을 때에 한 약속을 초지관철(初志貫徹)하여 굳건하게 지키려고 하는 의지는 점점 사라지고, 아플 때에 한 약속이나 못살 때 한 약속도 점점 약해지고 희미해져갑니다. 이제 언제 정말 뜨거운 국을 마시고 혀가 모두 데이고, 목 천정이 벗겨져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도도 열심히 하고 내 생활의 패러다임(paradigm)을 바꾸어서 새 사람이 될 것인지 조심스럽게 자신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대림절에는 피정을 하면서 자신의 묵은 때와 안일한 정신자세를 닦아내서 깨끗하게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정말 거울을 다시 닦아서 더러운 때를 밀어내 보려고 합니다.
<엘리야가 다시 오리라.>
▥ 집회서의 말씀입니다. 48,1-4.9-11
그 무렵 1 엘리야 예언자가 불처럼 일어섰는데 그의 말은 횃불처럼 타올랐다.
2 엘리야는 그들에게 굶주림을 불러들였고 자신의 열정으로 그들의 수를 감소시켰다.
3 주님의 말씀에 따라 그는 하늘을 닫아 버리고 세 번씩이나 불을 내려보냈다.
4 엘리야여, 당신은 놀라운 일들로 얼마나 큰 영광을 받았습니까? 누가 당신처럼 자랑스러울 수 있겠습니까?
9 당신은 불 소용돌이 속에서 불 마차에 태워 들어 올려졌습니다.
10 당신은 정해진 때를 대비하여 주님의 분노가 터지기 전에 그것을 진정시키고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되돌리며 야곱의 지파들을 재건하리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11 당신을 본 사람들과 사랑 안에서 잠든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우리도 반드시 살아날 것입니다.
축일12월 16일 성녀 알비나 (Albina)
신분 : 동정 순교자
활동 연도 : +250년
카이사레아(Caesarea)에서 태어난 성녀 알비나는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 중에 체포되어 젊은 나이에 그리스도를 증거하였다. 그녀는 카이사레아 또는 이탈리아 캄파니아(Campania) 지방의 포르미에(Formiae)에서 순교하였다. 로마 순교록에 기록되어 있는 성녀 알비나의 순교 이전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오늘 축일을 맞은 알비나 (Albina)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