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르고 있다. 대략 인구 10명 중 1명 정도가 신용불량자라는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2300만명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2명 정도가 신용불량자라는 계산이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불`이라는 무서운 전염병 바이러스가 돌고 있는 기분이다.
신용불량의 원인은 대출금이나 신용카드 대금 등 남의 돈을 만만하게 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성인남녀 1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데, 조사대상자 중 18.2%인 240여명이 가족 모르는 빚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33%는 1000만원이 넘는 빚이었다.
가족 모르게 갖고 있는 빚이라면 십중팔구 남에게 빌려 줬거나 대박 등의 요행수를 바라고 무모하게 투자한 돈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아니면 쇼핑 중독 등 건전하지 않은 사생활 탓일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 중 신용불량자 비율(약 20%)과 가족 몰래 대출을 쓰고 있는 사람의 비율(약 18.2%)이 엇비슷한 것은 우연한 결과일까. 물론 가족 몰래 대출을 쓴다 해서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만나 본 신용불량자들은 가족 몰래 대출을 쓰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해 본 전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단편적으로 보면 가족 몰래 대출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장차 신용불량자가 될 불씨를 갖고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빚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밝은 곳에서 투명하게 사용하면 미녀가 될 수 있지만 어두운 곳에서 남몰래 사용하면 마녀가 될 수도 있는 게 빚의 두 얼굴이다. 가족 몰래 대출을 쓰고 있다면 빨리 공개하자. 빠를수록 좋다. 공개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빚을 공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부부간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행여나 몰래 배우자가 대출을 쓰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결과가 잘못된다면 수습하지 못할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가족 몰래 쓰는 대출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름대로 판단해 요령있게 관리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고 오만이다.
늪에 빠져 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백기를 드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 돈은 차갑다. 아무리 작은 대출이라도 빨리 털어놓고 둘이 함께 고민하는 것이 상책이다. 더 큰 출혈을 막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