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이냐 추락이냐, 욕망과 불안을 떠안은 한국의 중간계층은 어떻게 분열되는가
이 책의 관심사는 단지 경제적 양극화가 중산층을 내부적으로 분화시키고 새로운 상류층을 형성시켰다는 것을 밝히는 데만 있지 않다. 그보다는 계급구조의 그러한 변화가 한국사회에 어떤 새로운 계급관계와 신분 경쟁, 그리고 계급세습을 위한 투쟁을 가져오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소비를 통한 신분 경쟁, 주거지의 계층적 분리, 그리고 격심한 교육 경쟁, 이 세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통해 경제적 양극화가 어떻게 사회적•문화적 양극화로 발전하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중간계층은 서로 비슷한 양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자산을 소유하고 사회의 중간 지대를 차지한 집단으로 형성되지만 다른 계층과 명확히 구분되는 계급 경계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적으로 강한 동질성을 가진 계층도 아니다. 중간계층의 정체성은 변화하는 경제 구조 속에서 이들 구성원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리고 다른 계층 집단과 어떤 관계가 이루어지는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다.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현재 중간계층에 관한 주요 화두는 중산층의 쇠퇴, 몰락 또는 하향분화이다. 20세기 후반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중산층은 1990년대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계속 감소하였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안한 계층 집단으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한국 중산층에 일어난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이들의 경제 상태가 불안해지고 이 집단의 양적인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최근의 경제전환 속에서 한국의 중간계층이 양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큰 변화를 경험하였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중산층은 지난 20여 년간의 글로벌 경제변화 속에서 그전의 산업화 시기와는 다른 무척 힘든 변화 과정을 거쳐 왔다. 이 계층의 중•하층 집단은 불안정한 직업과 소득 상태로 하강 분해되고, 다른 한편에서 상층 부유 집단은 차츰 자신의 위치를 일반 중산층과 분리하고자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중산층 자체가 위, 아래로 다 잃어가는 형국이 되었다. 그러면서 중산층의 의미와 정체성도 모호해진 것이다. 결국 한국의 중산층은 단지 수적으로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와해 내지는 공동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