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기 위해 시험을 쳤는데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울먹 울먹하면서)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매일 200배, 300배씩 기도도 하고 있는데
제가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데도 안 되는 게, 이 길이 제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제가 가야할 길이 따로 있는 건지.. 여러가지 생각으로 고민스럽고 괴롭습니다.
▒ 답
인생지사 새옹지마.. 이런 말 들어보셨어요?
어떤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몰라.. 좀 더 있어 봐야 돼.
제가 옛날에 대불련, 대학생 불교연합회 지도법사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80년대에.. 한 학생이 데모에 참가해서 전단지 뿌리다가 걸려서 감옥에 갔어요.
그래서 1심에서 구형을 3년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부모가 조계사 법당에 와서 매일 기도해요. 우리 아들 제발 빨리 좀 석방시켜 달라고..
그런데 1심 선고에서 집행유예가 떨어졌어요. 그러니까 3개월만에 나오게 된 겁니다.
그렇게 나와서 3개월만에 교통사고로 죽어 버렸어요..
그러자 부모가 나를 붙들고 또 우는 거야..
"내가 공연히 기도했다고.." 감옥에 있었으면 이런 변은 안 당했잖아..
이게 우리 인생이예요.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여러분들이 "간절히 기도한다" 할 때, 뭘 위해서 기도하는지 잘 모르겠어..
'우리 아들 빨리 나와서 죽게 해 주십시오' 라고 기도하는 건지..
(야단치듯 언성을 높여서) 모르면서 뭔 기도를 해?
그래서 진실한 신앙자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주여, 주의 뜻대로 하옵소서.."
이게 진실한 기도입니다.
"주여, 주의 뜻대로 하옵소서. 저는 어리석어서 모릅니다.
주님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가라면 갈 것이며, 서라면 설 것입니다. 앉으라면 앉겠습니다."
여러분이 불자라면, 다만 최선을 다해서 할 뿐이지, 나머지는 관세음보살님께 맡겨야 돼..
시험봐서 성적이 안 좋으면, 내 노력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뭔가 재앙을 막기 위해 나에게 온 것이구나' 이렇게 생각해야지..
어떻게 내 작은 머리로 그걸 알겠어? 부처님의 그 지혜로움을..
'시험 합격보다 어떤 더 큰 이유가 있을 거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는 건 내가 할 일이고
그것이 이뤄지고, 이뤄지지 않는 것은 그 분의 뜻이다.'
그래서 수행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다만 할 뿐'입니다.
'다만 할 뿐'인 사람에게 좌절과 절망은 없습니다. 부족하면 더 할 뿐이지.
그런데 뭐 성적이 좀 안 나왔다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뵈여, 다른 길을 갈까?..'
에이! (큰소리) 욕심투성이야. 이번에 잘 떨어졌어!
그 성질 갖고 시집갔으면 어떻게 되겠어?
쬐끔만 남자가 지 맘에 안 들면 "이게 인연이 아닌가뵈.. 이거 바꿀까.."
회사 가서도 쬐끔만 맘에 안 들면 "이게 나랑 인연이 안 맞나봐.. 바꿀까.." 그럴 거 아뇨?
그러니까..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이제 그만 해.
이번에 잘 됐어. 이걸 계기로 해서 자기를 알아야 돼.
'아 내 뜻대로 안 되니까 내 성질이 이렇구나..
이 성질 갖고 결혼했으면 완전히 인생 망칠 뻔 했구나..'
그러니 앞으론 매일 500배씩 하면서 이렇게 기도를 하세요.
"걸리게 해 주세요" 이러지 말고, "좋은 의사가 되겠습니다"라고 하세요.
기도를 욕심으로 하는 건 기도가 아니예요. 알았어요?
그러면 오히려 이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까르마로 살다가 받아야 할 재앙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 직장생활.. 앞으로 수십 년간 살아가면서 받아야 할 재앙을
이 작은 한 번으로 다 소멸시킬 수 있어요.
정진을 하세요.
☞ 그저 말이 도망쳤을 뿐, 그저 다리가 부러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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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