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진작에 퍼와져서 단락단락 마다 반박이 있었던 글입니다.....그 글을 어디서 봤는지 몰겠지만.....다시 찾게 되면 퍼 올리져....
: 찬물을 끼얹은 건 아닌지..
: 하지만..
:
: 조병희 (계명대교수, 사회학)
:
: 의약분업 논쟁은 의사들을 일대 혼란(chaos)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외견상으로 나타나는 의사들의 반응을 보면 의약분업에 대하여 합심하여 반대하고 있으며, 그 강도에 있어서도 분노에 찬 함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예전에도 의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의료보험 수가 문제에 대한 불만이 많이 제기되었지만 그것이 의사들의 일상에서의 화제거리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
: 의사들은 평상시 골프얘기로 담소하였으나 이제는 의약분업이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너무도 획일적이어서 의약분업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소수의 의사들은 '집단따돌림'이라도 받게 되는 상황이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
: 의사들은 왜 분노하는가? 의사들은 주장하기를 현재의 정부안은 의약분업의 목적인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국민을 크게 불편하게 만드는 제도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다. 나아가 의사들은 이렇게 불완전하고 문제가 많은 의약분업 방안이 의사의 주장대로 수정되지 않으면 모두 폐업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 국민들은 과거에 의사들이 이처럼 국민건강과 편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따라서 국민들이 의사들에게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내야 할 것인데 실제로는 의사가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국민을 보기는 어렵다.
:
: 왜 그럴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의료계와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병원을 이용하면서 국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왔다. 장시간 기다려야 하고, 서비스 수준은 낮고, 설명도 잘 안해 주며, 헌신과 소명감을 찾기 어려운 의료현실에서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불만은 높을 수밖에 없다. 조금만 의료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그것이 의사들만의 잘못은 아니며 정책적 모순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 그러나 그 모순된 정책과 제도 속에서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하여 개인적 이익을 탐했던 의사들의 잘못도 피하기는 어렵다. 의사들은 정도를 걷지 않은 것이다. 의보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다는 주장은 이미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던 1980년 전후 당시부터 있어왔다. 그런데도 그 이후 많은 병의원들이 설립되었고 또 발전하여 왔다.
:
: 어떻게 이런 모순되는 두 사건이 양립할 수 있는가? 의사들은 보험환자 진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비호험환자에게 전가하거나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장비를 무차별하게 도입하거나, 검사와 투약을 과잉되게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실을 보전하였고 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의사들의 위기에 대한 대응이고 생존전략이었다.
:
: 의약분업과 관련되어 있는 약가마진 문제도 이 범주에 속한다. 정부가 고시한 약품가격에 비하여 실거래가는 턱없이 낮았고 그 차액은 리베이트 등 여러 형태로 전환되어 궁극적으로 약가마진이 되었다. 의사들은 총수입의 약 30%를 여기에서 충당하여 의보수가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고 병원운영에 사용하였다.
:
: 잘못된 의료제도에서 부당한 방법으로라도 생존하여 국민들에게 의료를 제공한 점은 심정적으로 이해 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것을 잘 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그러한 생존방식이 의사들의 사적 이해관계와 결부되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세세한 속사정까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국민들은 알 것은 안다.
:
: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의사들이 국민건강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서는데 대하여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진정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먼저 보이고 그 다음에 이런 주장을 했어야 했다. 의사들과 대화를 해보면 "의사도 잘못한 점들이 있다. 그라나 보다 큰 원인은 잘못된 의료제도에 있는 것이기에 이를 고쳐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
: 그런데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한 것이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고쳐나가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따라서 의사들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전략적으로도 의사들은 실패하고 있다.
:
: 의사가 아닌 일반인들은 의사들의 설명이나 주장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의사들의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가 제기한 '10대 요구사항'을 보면 의약분업에 직접 관련되는 사항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
: 지역의보 재정을 50%수준까지 확충하는 문제, 약화사고 대비책 마련, 의료보험법 개정과 심사평가원 완전독립, 의료전달체계 확립, 약사법 개정 등의 문제는 의약분업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법개정 문제와 같이 정부가 즉각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
: 이런 주장들이 뒤섞여 있는 바람에 의사들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왜 의약분업에 반대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의사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의사들은 의약분업이 아니라 의료제도 전반을 수술하고 의사들이 떳떳하게 의료업무에 종사하게 해달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 의사들이 반대시위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내세운 구호가 '의권(醫權)확립'에 있었다. 여기에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포함하여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여러 제도를 불식하고 의료제도 전반에서 의사의 권위를 확립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말 그대로 의료전반에 대한 개혁요구이다.
:
: 그런데 그러한 개혁이 일조일석에 가능한 것인가? 의약분업이라는 단일과제만 해도 여러 집단의 상충되는 이해관계 때문에 그 실시가 이렇게 어려운데 의료제도 전반의 개혁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인가?
:
: 그리고 그와 같은 개혁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의사와 병원의 이해관계도 상당부분 조정될 필요가 있는 것인데 의사들은 정말로 의사에게 미칠 수 있는 불이익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모든 개혁을 의사의 의지와 이익이 반영되는 것으로만 해달라는 것인가?
:
: 이러한 문제를 생각할 때 의사들의 주장은 구체성이 결여된 선언적인 구호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그러한 의사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집단폐업을 하겠다는 것은 스스로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효과만이 있을 뿐이다.
:
: 어차피 의료개혁은 필요한 것이고 장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무조건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고 의사들 주장의 합리성에 대한 의구심만을 키우게 된다. 우리 사회의 그 누구도 의사의 폐업을 공장 노동자의 파업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에게 어울리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
: 의사들의 주장은 실질적 내용에 있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의사의 요구사항 중에 의약분업과 직접 관계되는 것은 의약품 분류문제, 임의조제 금지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 시범사업 실시, 처방료 현실화 이다. 특히 의약품 분류와 임의조제 문제가 핵심적 사항이다.
:
: 의약분업은 의약의 관리자를 분리하는 제도이다. 의사는 의료만을 담당하고 약사는 조제와 투약만을 담당하도록 한다. 지금처럼 의사가 조제까지 하여 약사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약사가 처방없이 조제하여 의사노릇까지 하는 제도는 의사와 약사의 전문성을 넘어설 뿐만이 아니라 약의 오남용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막아보자는 취지이다.
:
: 그런데 의사들은 보다 많은 약이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살 수 있도록 전문의약품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약사들은 여기에 반대한다. 현재 정부안은 전체 약품수의 약 60%정도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고 이것은 거의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다고 한다.
:
: 애당초 의사와 약사가 협의하여 56.3%의 약품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데 합의 하였고 4.6%를 비분류로, 그리고 나머지를 일반의약품으로 정했었다. 비분류 항목에 대한 양자간의 협의가 되지 않자 정부가 나서서 최종적으로 61.5%를 전문의약품으로 정한 것이다. 의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여도 전문의약품으로 추가분류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
: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그 몇%의 추가적 분류가 과연 의사들이 폐업을 불사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만일 그 약품들이 그 정도로 심각한 보건학상의 문제를 갖는 것이라면 왜 그동안은 그러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오남용되도록 방치해 두었던 것일까?
:
: 임의조제 문제 역시 의사들은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일 약사들이 의사의 처방없이 임의조제를 계속 한다면 이것은 의약분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
: 그런데 통상적으로 약국에서 임의조제 해 온 대상은 감기와 같은 비교적 경미한 증상들이었고 여기에 항생제 성분이 포함된 약들을 사용함으로써 약의 오남용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
: 그런데 항생제 등은 모두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약사들은 앞으로 이것을 임의조제 할 수 없고 이 규정을 세 번 위반하면 약사면허가 취소되게 되어 있다. 의사들이 크게 문제삼는 것은 약사들이 일반의약품을 임의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통제나 소화제 같이 포장된 알약들을 낱개로 잘라서 함께 판매하는 것이 임의조제라는 것이다.
:
: 따라서 그것을 10여알씩 단위포장된 채로만 팔고 또 각각 별도로 팔라는 것이다. 일반 의약품은 오남용 우려가 적은 것이기 때문에 약사의 판단으로 자유롭게 판매해도 되는 것여고 이것을 까다롭게 규제하는 것은 국민을 너무 불편하게 만들 소지가 크다. 국민건강과 편의를 생각해서 반대한다는 의사들의 명분이 이런 점에서는 서로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 이런 문제점들을 생각할 때 의사들의 주장은 분업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비켜 서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의약분업이 오남용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항생제 등 대표적인 오남용 우려 약품은 이제 의사들의 진단과 처방이 없이는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
: 또한 종합병원까지도 분업의 대상이 됨으로써 종합병원이 제외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종합병원 집중현상의 완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의권확립'에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에 비교할 때 전문의약품 추가분류 문제나 일반의약품에 대한 약사의 임의조제 가능성 문제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낮을 것들이다. 왜 의사들은 '얻은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잃은 것'에만 온통 관심을 집중하는 것일까?
:
: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의사들의 보편적 정서가 관련되는 것 같다. 의사들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높은 집단이다. 그런데 작년에 약가마진 문제가 시민단체에 의하여 제기되었을 때 의사들은 그것이 부정직한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현실에 분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
: 곧이어 낮은 의료수가가 변화되지 않는 현실에서 병의원 경영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취해온 생존방식이었다는 점이 밝혀졌고 또 시민단체도 약가마진을 없애는 대신 이를 의료수가 인상에 반영하는데 동의하였다.
:
: 그러나 이 문제는 의사들의 정서를 일거에 분노로 폭발시켰고 이후 의사들은 그동안 의료제도 및 정책과 관련된 사항에서 의사들이 당했다고 생각되는 모든 불만사항을 해결하고 떳떳하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기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옛날처럼 일방적으로 당하고 살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의쟁투의 요구사항에 여러 가지 '관련없는' 것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 의사들은 의약분업 문제를 그것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제도 전반의 개혁과 자신들의 입지강화로 연결시켜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임의조제와 같은 작은 사안까지도 챙겨서 철저하게 새로운 기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
: 의사들은 한편으로는 전문직이면서 다른 한편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실현을 위한 주장을 하는 것은 자연으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것을 추진하는 전략과 방법이다. 일차적으로는 의사들의 주장의 합리성과 설득력이 관건이 된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의 대부분을 10가지 주장에 담고 있다.
:
: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것의 합리성이나 설득력이 상당 부분 문제시 될 수 있다. 어떤 약품이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료전문가로서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은 중요하다.
:
: 단 하나의 의약품이라도 제대로 분류할 필요가 있고 의사들은 당연히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의사들의 견해가 사회적으로 납득되는 것은 또 다른 과정이다. 약사라는 약의 전문가들이 있고 이들이 그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사회에서는 이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
: 이 과정에서 어떤 불합리한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겠지만 그거은 의사들이 계속 노력하여 임상적 증거를 더 수집하여 정부와 시민단체를 합리적으로 설득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의약품 분류와 같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제일수록 그 해결방식은 폐업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저문적으로 그리고 학술적 증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 일례로 대체조제와 관련하여 의사들은 약을 구성하는 화하적 성분의 동등성만이 아니라 생물학적 동등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약사의 대체조제는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위 카피약이 많이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말은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
:
: 그러나 생물학적 동등성을 규명하기 위한 기반인 임상실험이 정말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가? 의사들은 과연 병원에서 철저한 임상실험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하여 의사들은 의료제도나 의료보험수가가 이를 위한 뒷받침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이지 의사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른다.
:
: 그러면 왜 의사들은 의보급여가 되지 않는 고가 검사장비의 도입에는 그렇게 열심이었는가? 약효의 생물학적 동등성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의사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정부와 제약회사들과 협의하여 방안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런 노력의 흔적이 거의 없는 현셜에서 의사들이 이제 모든 것을 정부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
:
: 이것은 의사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는 담론형성 능력이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일방적 주장이 아닌 자실들의 입지와 의료현실 그리고 다른 집단과 국민들의 관심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기반으로 의사들의 주장을 논리적이고도 설득력 있게 만들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
: 의사들의 전략의 취약성은 조직의 취약성과 연결되어 있다. 의사들은 수만명의 의사가 몇 차례에 걸쳐서 모여서 시위를 했다는 사실에 감병받을지도 모른다. 사실 의사들의 집합적 시위는 과거에 없었던 일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의사들의 모습을 생각한 때 이것은 하나의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
: 그러나 이것은 군중행동에 불과한 것이지 진정으로 조직화된 자원동원은 아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우선 조직지도부가 취약한 점에 있다. 의사회는 그동안 지도부의 노선에 일선 회원들이 반발하여 지도부 자체가 와해되었던 경험들이 있다. 그 이후 의쟁투는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만일 의사들이 정말로 어떤 변화를 원한다면 의료문제의 성격상 장기적인 협상이 필요하고 내부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
: 그런데 의사회에는 체계적인 정책대안들 만들어내는 연구소도 없고, 일반국민의 불만들 듣고 해결하는 제대로 된 창구도 없으며, 회원들의 의사를 체계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미흡하다. 의사들이 임상에서 겪게되는 고통중의 하나인 의료분쟁 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자신들의 역사도 제대로 정리해서 내 놓지 못했다. 의사들간에 심화되고 있는 내부적인 계층적 불평등에 대해서는 문제제기 조차 되고 있지 못하다.
:
: 사실 의약분업 문제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젊은 의사들이다. 그동안 벌어 놓은 것도 없이 황야로 내몰리는 것 같은 심정을 갖고 있는 젊은 의사들은 미료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들을 위하여 의료계 내부의 기득권층은 어떤 조그만 양보라도 하고 앞길을 열어주기 위하여 노력한 적이 있는가? 이렇게 허약한 조직에서 어떻게 장기적인 전략을 만들어 내고 회원들의 계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
: 이러한 모습을 보면 의사들은 그들이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을 정부와 시민단체의 잘못으로 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의사들의 적이 아니다. 의사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들이 어떻게 이를 외면할 수 있을까? 의사들은 이제 참으로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 1960년대 미국의사들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
: 당시 그들의 경제적 지위는 결코 높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공황이라는 위기가 도래했고 국민들이 의료이용에 어려움을 겪게되자 정부는 공공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여 이를 해결하려 하였다. 이때 의사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무료진료를 확대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무료진료를 확대할수록 의사들의 수입은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
: 그러나 이 방법을 선택하면서 의사들은 환자들의 신뢰도를 획득하였고 이후 경제적 수입의 증가까지 가져왔다.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와 동일한 방식이 의사들의 선택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의료보험에 대한 거부는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의사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해결하려 하였고 또 의사의 본분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
: 현재 상황에서 폐업과 같은 방식은 결코 의료전문직에게 어울리는 방식이 아니다. 의약분업을 받아들이고 만일 일이 잘못되어 간다며 그 때 이를 꼼꼼히 따지면 된다. 설사 이것이 의사들에게 당장의 이익에 부정적인 결과를 준다고 하여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큰 이익이 될 수도 있다.
:
: 의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손익을 계산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어떤 의료제도를 만들 것이며, 이를 위해서 의사들이 어떤 노력을 구체적으로 해야하는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의료계가 변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의사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바라는 일이다. 그런 국민들의 기대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인가를 의사들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