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터리 민원-
진천 저수지 및 용수로 공사를 생각하니 이 공사를 끝내고 본사에 복귀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민원에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엄격히 말하면 그것은 민원이 아니라 공사 브록커에게 돈을 빼앗긴 일이다.
진천 저수지 및 용수로 공사의 준공을 3개월 정도 남겨 놓고 다른 직원들은 다 다른 현장이나 본사로 복귀하고 기철이 대리 한 사람만 데리고 남은 공사를 마무리 하여 어렵게 준공처리를 하였다.
그리고 본사로 복귀를 하고 얼마 안 돼 기철을 토목담당 전무가 불렀다.
기철은 혼자 남아 잔여 공사를 잘 마무리하여 공사를 제때 준공시킨 것에 대하여 치하를 하여 주려는 줄로 생각하고 들뜬 마음으로 전무의 방을 찾았다.
농업진흥공사 충북지사에서도 10여명 되던 시공사 직원들을 준공 3개월 전에 소장을 포함해 직원들을 거의 철수 시키고 과장인 기철과 대리 1인만 남겨놓았다고 대영건설의 행위에 마음에 많이 상해 준공 때 애를 먹이고 심하면 지체 보상금(공사를 준공 날짜에 맞추어 준공시키지 못할 경우 물어야 하는 벌금)을 물게 하려고 작정했다가 제 때에 맞추어 준공을 시키려고 잔여 공사 마무리와 준공서류 작성을 위해 동분서주 열심히 애쓰는 기철의 모습을 보고 기철을 생각해서 애먹이지 않고 준공처리 해준다고 하며 기철의 그런 노고를 본사에 말을 하여 주겠다고 충복지사 공사과 과장이 기철에게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정말 농업진흥공사에서 그런 말을 해서 그 말을 들은 전무가 그 일로 부르는 줄로 참으로 단순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기철이 전무 방에 들어서니 진천의 미호천 0공구의 저수지 및 용수로 현장소장이었던 지소장도 와 있었다.
전무와 소장에게 인사를 하는 기철을 보고 전무가
“박과장 수고했어. 이리로 와 앉아.”
하며 자리를 가리킨다.
기철은 지소장도 와 있고 하는 것으로 보아 자기의 추측이 맞는 것 같아 속으로 흐뭇하게 생각하며 전무가 가리키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기철이 들어올 때 하는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무엇인가를 보고 있던 지소장이 기철에게 자기가 보던 것을 내민다.
“무엇입니까?”
“읽어봐. 읽어보면 알아.”
하는 지소장은 표정만큼이나 심기가 좋지 않아 보인다.
준공도 되기 전에 달랑 대리 하나 붙여서 현장을 맡겨 놓고 현장을 떠나온 사람이 자기의 심기가 안 좋으면 안 좋았지 왜 내게 심술을 부리나 하는 생각에 탐탁지 않은 마음을 참으며 소장이 준 것을 읽어본 기철은 황당했다.
그것은 감사원에 고발하겠다는 협박장이기 때문이다.
내용인즉 진천 저수지 공사 중 도수터널(저수지 공사를 하는 동안 저수지 공사현장 내로 흘러드는 물을 우회시켜 배수시키고 저수지가 완공된 후 용수로에 물을 대주기 위한 취수문으로 쓰기 위해 저수지 제방 옆으로 뚫어 놓은 터널) 공사 시 오버 굴착된 부분을 설계대로 크라우팅을 하여 시멘트몰탈로 채우지 않고 공사비를 아끼고 공사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 생소나무 가지를 짤라 넣어 채우고 표면에 라이닝 콘크리트만 쳤다며 그렇게 콘크리트가 쳐진 곳의 위치가 표시된 도면과 시공된 사진을 동봉하여 보내며 그렇게 부실공사가 된 것을 감사원에 보내겠다는 협박편지인 것이다.
이것을 회사로 보낸 자의 저의는 이런 회사의 약점을 자기가 가지고 있으니, 자기에게 적당한 사례를 하지 않으면 이것을 감사원에 부실 공사 탄원서로 보내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을 감사원에 타원서로 보내면 감사원에서 현장 감사를 할 것이고 이것이 사실로 판명되면 부실 공사를 했다는 것으로 발주청이 벌을 받게 되고 시공사는 부실하게 된 공사를 보수해야 되고 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벌점을 받아 추후 다른 공사 수주에도 지장에 생기고 그렇게 되면 대영의 위신은 물론 매출에도 지장이 생겨 회사의 손해가 크니 자기에게 돈을 주면 감사원에 타원 하지 않고 자료도 없애 버리겠다는 뜻이다.
참으로 맹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철은 이것을 왜 나에게 보여주는가 하고 의심스러운 얼굴을 했다.
공사 과장(현장의 공사를 책임지는 사람)은 별도로 다른 사람이 있고 기철은 공무과장(발주처를 상대로 발주청의 지시 및 보고 사항 처리, 업무 연락, 기성 청구, 설계변경 등의 사무적인 일을 주로 하는 사람)을 해서 현장은 업무협조나 공사 진척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때만 나가 보기 때문에 도수터널 공사의 라이닝 콘크리트가 어떻게 쳐졌는지 기철은 알지 못한다.
협박 편지를 다 보고 내려놓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기철을 보고 지소장이
“그 문제를 박과장이 처리 해봐, 물론 공사 과장이 따로 있었지만 지금 그 사람은 다른 일로 바쁘니까 박과장이 이 일을 맡아서 처리해 주어야겠어.”
한다.
기철은 왜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가 하고 어이가 없어 뜨악한 얼굴을 한다.
그런 기철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한 지소장이 다시
“박과장이 그 현장에서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니까. 이 일도 처리해봐”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공사 끝판에 나만 남겨놓아 뒤처리하느라 고생을 얼마나 하고 얼마나 어렵게 공사를 끝냈는데 이제 이런 민원까지 나 보고 맡아 하라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한 기철이 막 자기의 생각을 말하려고 하는데 전무가 “그래 박과장 수고 좀 해봐.” 한다.
전무까지 이렇게 말하자 기철은 은근히 부아가 나
“왜 공사 과장하던 고과장을 두고 저에게 이 일을 시키십니까?” 하고 반발을 한다.
“고과장은 다른 일로 바빠 지금 이 일을 맡길 수가 없고 그렇다고 지소장이 직접 나설 수도 없잖아. 그러니 박과장이 수고를 좀 해줘. 어쩜 공사를 보던 고과장보다. 박과장이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지도 몰라. 이 민원인이 박과장은 잘 모르니까 박과장이 이 사람 다루기가 고과장 보다 나을 거야.”
전무가 이렇게 말하니 기철은 못 맡겠다고 할 수가 없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내용을 알아야 제가 대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기철의 말에는 아직도 다소 기분이 상한 것이 표현된다.
자기가 소장으로 있던 현장에서 현장이 마무리된 뒤 늦게 감사원에 고발하겠다는 협박장이 와서 본사 토목담당 본부장 앞에서 그 일의 까발려져 자기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것에 심사가 뒤틀린 지소장은 기철의 기분은 생각지도 않고
“박과장은 내용을 몰라?”
하고 묻는다.
“그건 소장님이 더 잘 아시지 않아요. 저는 현장에서 공무를 해서 전체적인 공사의 진행 과정은 파악하고 있어도 공사의 세부 내용은 잘 모른다는 것을.”
소장님도 잘 알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뜻과 당신은 왜 현장의 골치 아픈 뒤처리는 다 이렇게 내게 맡기냐는 뜻이 함께 포함된 말이라 기철의 말이 고분고분하지 않다.
기철의 말에 기철을 슬쩍 쳐다보고 그제야 기철의 기분을 눈치챈 소장이 자기가 협박장으로 너무 예민해져 상대의 기분을 생각지 못했다는 생각이 미쳤는지
“알았어! 내가 설명하지”
하고 다소 누그러진다.
“편지를 보낸 놈은 박과장도 현장에 있을 때 몇 번 본 일이 있을 거야. 나이가 50대쯤 되는 가끔 술 먹고 현장 사무실에 찾아와서 공사 과장한테 시비 붙던 놈 있잖아. 머리가 하얗고, 그놈이야.”
소장이 그렇게 말하니까 기철도 어렴풋이 어떤 사람이 생각난다.
“나이 좀 먹고 얼굴이 까만 사람이요?”
그리고 소장이 누그러지자 어차피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면 더 이상 윗사람과 신경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기철도 이렇게 대꾸했다.
“그래! 그놈이야. 술 취하면 와서 진천 저수지 도수터널에서 일하다 병이 들었다고 보상하라고 떼쓰던 놈 말이야.”
“네! 기억이 납니다. 그 사람 때문에 공사 과장이 애 많이 먹었죠.”
“그놈이 터널에서 일하면서 제가 공사를 그렇게 해 놓고는 공사가 끝난 다음에 그 위치를 찾아가 라인닝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고 사진을 찍은 모양이야. 그래가지고 이렇게 공사가 끝난 시점에 그것을 빌미로 우리한테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지.”
“그렇군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우선 진천에 가서 도수터널을 조사해 봐. 이놈이 한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고 필요하면 사진도 찍고, 그리고 다시 의논하자고.”
지금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뜯고 있던 전무의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전무실을 나오면서 아직도 기철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다.
수고했다고 칭찬을 들을 줄 알고 들뜬 마음에 전무실을 찾았다가 엉뚱한 일거리만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공사 과장을 하던 고과장은 석 달 전에 본사로 복귀하여 지금은 다른 업무를 보고 있지만, 이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바쁜지 그것도 의문이다.
일의 성격상 고과장이 맡아서 해야 될 일인데 말이다.
고과장은 공사하는 동안 그 사람과 접촉이 많아 서로 아는 사이라 말하기도 좋을 것이 아닌가.
그런 고과장을 두고 기철을 부른 것은 어쩌면 기철보다도 고과장과 먼저 이야기를 했고 고 과장이 못하겠다고 해서 이일이 기철에게 떨어졌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기철의 기분이 우울하다.
그러나 이제 그런 생각이 무슨 소용인가 일은 자기에게 떨어졌고 또 자기가 한다고 했으니 그리곤 고과장보다 자기가 능력이 있어 자기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 날 기철은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진천으로 출장을 가서 예의 진천 저수지 도수터널에 들어가 민원인이 지적한 장소를 중심으로 전체 터널 라인닝 콘크리트를 조사했다.
정말로 민원인이 지적한 곳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몇 군데에서는 소나무 가지가 보이는 곳도 있다.
아니 이 사람이 이렇게 하도록 대영의 직원들은 무엇을 했나 어쨌든 공사를 준공시킨 사람이 기철이니 기철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공무를 보던 기철은 공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공사의 시공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직접 공사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이것을 몰랐단 말인가? 하긴 열 사람이 도독 한 사람을 잡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조사를 하고 사진도 찍었다.
다음 날 자료를 정리하여 가지고 전무실로 들어갔다.
전무는 지소장도 불렀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 조사 결과를 보고 전무도 소장도 다소 놀라는 표정이다.
그러나 업 찌려 진 물
셋이서 협의를 한 결과 터널엔 추가로 그라우팅을 실시하여 굴착 면과 터널 라이닝 콘크리트 사이의 공극을 시멘트 풀로 채워 보강키로 하였다. 여기
첫댓글 즐~~~~감!
무혈님!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