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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朝三暮四)의 긍정심리학 [강석기의 과학카페 216] 유인원도 프레이밍효과 보여 “줬다 뺏는 건 나쁜 거잖아요.” - 영화 ‘하녀’(2010)에서 은이(전도연)의 대사. 수년 전 두 칸짜리 카툰 조삼모사가 유행했다. 첫 칸에서 중국 송나라의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어떤 제안을 하는데 원숭이들이 반대하며 길길이 날뛴다. 다음 칸에서 저공은 그럼 할 수 없다며 다른 조치를 예고하고 당황한 원숭이들이 처음 제안도 감지덕지라며 태도가 180도 바뀐다. 물론 카툰은 원래 고사성어의 프레임만 빌렸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저공은 키우는 원숭이 숫자가 늘자 먹이를 대주는 게 부담스러워 하루는 원숭이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부터는 아침에 도토리 세 개, 저녁에 네 개만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난리가 났다.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는 어때?”
이번에는 원숭이들이 수긍하고 받아들였다. 실제로는 바뀐 게 없는데도 말에 현혹돼 잘 속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고사성어다. 합리성의 관점에서 보면 물론 조삼모사는 수준 낮은 사기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원숭이들의 저공의 말장난에 놀아난 것일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와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는 덧셈의 교환법칙(3+4=4+3)의 한 예일 뿐일까.
● 조삼모사의 생리학 지난 2013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들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여성 93명을 대상으로 12주짜리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흥미로운 실험을 한 결과를 학술지 ‘Obesity(비만)’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성인 여성 기준인 2000칼로리의 70% 수준인 1400칼로리로 제한하면서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아침, 점심, 저녁 칼로리를 다르게 한 뒤 그 효과를 봤다. 즉 ‘조칠모이(朝七暮二)’ 그룹인 46명은 아침을 700칼로리로 든든하게 먹고, 점심에는 500칼로리, 저녁에는 겨우 200칼로리를 섭취하게 했다. ‘조이모칠(朝二暮七)’ 그룹인 47명은 아침에 200칼로리로 가볍게 시작해서, 점심에 500칼로리, 저녁은 700칼로리로 든든하게 먹었다.
장난처럼 보이는 실험이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즉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그룹은 12주 뒤 몸무게가 평균 8.7킬로그램나 준 반면, 저녁을 잘 먹은 그룹은 평균 3.6킬로그램이 빠지는데 그쳤다. 칼로리를 섭취하는 시간대를 달리했을 뿐인데 체중감소 정도가 2.5배나 차이가 난 것이다. 아무리 실험이라지만 조이모칠 그룹으로 참여한 여성들은 무척 속이 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똑 같이 1400칼로리를 섭취했는데 다이어트 효과는 이렇게 차이가 날까.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우리 몸의 생리적 활성이 24시간 주기성을 보이기 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즉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변화를 따르는 ‘일주리듬(circadian rhythm)’을 보인다. 그렐린(ghrelin) 같은 칼로리 대사 관련 호르몬도 일주리듬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식욕촉진호르몬인 그렐린 수치는 아침식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위의 실험의 경우도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조칠모이 그룹은 아침이 부실한 조이모칠 그룹에 비해 하루 종일 그렐린의 수치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그 결과 공복감이 조이모칠 그룹에 비해 덜했다. 결국 조이모칠 그룹은 임상기간 내내 배고픔은 더 느끼는 고통스런 다이어트를 했으면서도 효과는 제대로 못 본 셈이다.
그러나 그렐린으로는 두 그룹의 체중감소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위의 결과는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점심이나 저녁 때 과식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주지만, 이번 실험은 어쨌든 전체 섭취 칼로리를 같은 수준으로 통제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체중감소 차이의 주요 원인으로 ‘식사가 유발하는 열생성’을 꼽았다. 즉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체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데(이를 열생성, thermogenesis)라고 부른다), 아침을 먹은 직후 열생성이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직후보다 더 왕성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즉 열생성 정도도 일주리듬을 따른다는 말이다. 또 지방세포가 혈중포도당을 흡수해 지방으로 만든 뒤 저장하는 작업을 저녁에 더 왕성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녁이나 야식은 지방으로 몸에 쌓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 긍정적인 프레임 선호 1981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아모스 트버스키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심리학과 대니얼 카너먼은 학술지 ‘사이언스’에 ‘의사결정의 프레이밍과 선택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이제는 고전이 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경제학적 사고는 환상이며 실제로는 맥락 또는 형식, 즉 프레임(frame)에 따라 결정 방향이 크게 좌우된다는 것. 논문에는 몇 가지 예가 나와 있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당국이 아시아에서 시작된 괴질에 감염된 600명이 사망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두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1. 프로그램A를 실행하면 200명을 살릴 수 있다. 2. 프로그램B를 실행하면 600 가운데 살릴 확률이 3분의 1, 살리지 못할 확률이 3분의 2다. 맥락상 이게 조삼모사의 상황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기 바란다. 앞은 확정적인 표현이고 뒤는 불확실한 표현이다. 조사결과 72%가 프로그램A를 선택했다. 기대치가 같을 때 사람들은 좀 더 확실한 상황을 선호하는데 이를 ‘위험회피(risk averse)’라고 부른다. 이제 프레임을 달리한 버전이다. 1. 프로그램C를 실행하면 400명이 사망할 것이다. 2. 프로그램D를 실행하면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3분의 1, 600명이 다 죽을 확률이 3분의 2다. 역시 기댓값은 똑같지만 이번에는 78%가 프로그램D를 선택했다. 즉 위험회피 심리에 따르면 당연히 확실성이 큰 프로그램C를 선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600명 가운데 200명이 사는 것이나 400명이 죽는 것이나 똑 같은 상황임에도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바로 조삼모사 상황이다. 즉 사람들은 동일한 내용이라도 긍정적으로 묘사될 경우 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는 이유다. ● 남성이 프레임에 더 약해 그렇다면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을 이끌어내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일까.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보노보와 침팬지를 대상으로 프레이밍 효과를 알아본 연구결과가 실렸다. 현대판 조삼모사 실험인 셈이다.
미국 듀크대와 예일대 연구자들은 보노보 17마리, 침팬지 23마리 등 유인원 40마리를 대상으로 프레임을 달리해 먹이를 선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체로 과일을 땅콩보다 선호한다. 연구자들은 먼저 과일 1.5회분에 해당하는 땅콩의 분량을 정하는 실험을 했다. 즉 땅콩의 양을 달리하며 선택이 반반이 되는 지점을 찾았다.
첫 번째 프레임은 ‘획득 조건’이다. 유인원들은 과일 1회분과 과일 1.5회분에 해당하는 땅콩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처음엔 대부분 땅콩을 선택하겠지만 어쩌다 과일을 선택할 경우 2회분을 받기도 한다. 즉 유인원이 과일을 선택했을 때 1회분과 2회분(획득)이 반반의 확률로 주어져 결과적으로 기댓값이 1.5회분이 된다. 반복 실험을 통해 유인원들은 이를 깨달았다.
두 번째 프레임은 ‘손실 조건’이다. 유인원들은 과일 2회분과 과일 1.5회분에 해당하는 땅콩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처음엔 대부분 과일을 선택하겠지만 이 경우 1회분만 받을 때(손실)도 있다. 즉 유인원이 과일을 선택했을 때 1회분과 2회분이 반반의 확률로 주어져 결과적으로 기댓값이 1.5회분이 된다. 역시 반복 실험을 통해 유인원들은 이를 파악했다. 이렇게 훈련이 된 유인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자 첫 번째 프레임에서 59.6%가 과일을 선택한 반면 두 번째 프레임에서는 과일을 선택한 비율이 47.7%에 그쳤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1981년 논문에 나와 있는 실험과 같은 패턴이다(유인원이 사람보다 좀 더 ‘합리적’인 존재라 프레임에 따른 차이가 적은 걸까?). 이런 경향은 보노보냐 침팬지냐에 따라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성별에 따른 차이는 있었다. 즉 수컷인 경우 프레이밍 효과가 더 컸고 암컷은 프레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참고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왔다. 즉 남성은 프레이밍 효과가 두드러졌고 여성은 연구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다. 조삼모사, 즉 프레이밍 효과는 인간의 비합리적 의사결정 패턴이 아니라 유인원이 공유하는 ‘긍정의 심리’가 아닐까.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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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직관과 게으른 이성, 인간은 과연 합리적 존재일까
대니얼 카너먼 지음 / 이진원 옮김, 『생각에 관한 생각』,
Ⅰ
#1 스티브는 매우 수줍어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착하고 성실하지만 주변이나 다른 일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온순하고 착하며 예의 바르며 정리정돈을 잘하며 깔끔하다. 세밀한 부분까지 열정적으로 점검하고 꼼꼼하다. 스티브는 도서관 사서나 농부, 둘 중 어떤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을까? 아마 십중팔구는 스티브는 전형적인 사서 스타일이라고 단정 지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농부 숫자는 사서보다 20배 많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농부가 사서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온순하고 착하며 예의 바르고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은 도서관 책상보다 트랙터에 앉아서 일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2 사람들은 정치인과 의사, 변호사 중 정치인들이 성매매를 더 많이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분명치 않은 선입견이다. 정치인의 일탈은 의사 또는 변호사의 그것보다 자주 보도되기 때문에 많아 보일 뿐이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잘못된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지 보여준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이런 케이스들로 가득 차 있다. 스스로는 대개 객관적,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다양한 실험과 통계로 뒷받침되는, 인지와 판단체계의 수도 없이 많은 구멍을 목도(目睹)한다. 불편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이다.
카너먼은 이렇게 되는 이유가 우리 머릿속의 ‘시스템 1’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생각의 과정에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작동한다. 시스템1은 거의 혹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발적인 통제에 대한 감각 없이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용하는 시스템이다. 제한된 경험을 토대로 한 직관이자 선입견이고,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시스템2는 복잡한 계산을 포함해 노력이 요구되는 정신활동에 관심을 할당한다. 이성과 합리성이 작용하는 분석과 계산, 통찰 등을 말하는 데 유감스럽게도 이 기능은 느리고 게으르며 쉽게 지친다. 그래서 카너먼은 “사람들은 문제에 봉착하면 상당한 경우 시스템1이 작동해 문제의 성격 또는 중요성을 판단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허점투성이일 것 같은 시스템1이다. 물론 시스템1에 의한 판단이 늘 틀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카너먼은 “편견과 실수를 다룬다고 해서 인간 지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간은 자신의 직관과 기호에 의존해 행동을 정당화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토로프의 실험은 시스템1의 능력을 증명했다. 도토로프는 학생들에게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캠페인 팸플릿 사진을 보여주고 유능함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평가결과를 미국 상하의원 및 주지사 선거 결과와 비교했더니 약 70%의 당선자들이 유능함 면에서 학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얼굴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이는 핀란드 총선, 영국 위원회 선거, 호주와 독일과 멕시코의 다양한 선거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관통하는 카너먼의 메시지는 사람들이 많이 의존하는 직관, 즉 시스템1은 많은 결함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카너먼은 심리학과 경제학을 완벽하게 융합했다는 ‘전망이론(prospective theory)’ 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심리학자가 경제학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2005년에는 이스라엘 국민이 생각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스라엘인’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금융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포함됐다. 이제, ‘천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법한 이 사람이 소개하는 시스템 1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Ⅱ
방망이와 공을 합친 가격은 1달러 10센트. 방망이의 가격이 공의 가격보다 1달러 비싸다. 그렇다면 공의 가격은? 답은 10센트! 아니다 5센트다. 공이 10센트라면 공과 방망이를 합친 가격은 1달러 20센트가 된다. 수천 명이 넘는 미국 대학생들이 이 문제를 풀었는데 하버드, MIT, 프린스턴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직관적인 대답, 즉 오답을 내놨다. 수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자신감을 갖고 직관을 믿는 경향을 보인다. 근육이 수축되고 동공이 확대된 상태에서 불과 몇 초만 정신적 노력을 기울이면 실수를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은 지적 노력을 즐기지 않고 최대한 피하려 했다. 시스템 2의 게으름이다.
뉴욕대학생들에게 다섯 단어를 주고 네 단어로 된 문장을 만들도록 한 다음 한 그룹에 Florida, forgetful, bald, gray, wrinkle 등 노인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주었더니 과제를 마친 해당 그룹 학생들은 다른 실험에 참가하기 위해 복도를 걸어갈 때 다른 학생들에 비해 훨씬 천천히 걸었다. 노년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이끌어낸 ‘점화효과(priming effect)’이다. 언론보도와 여론조사, 광고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다. 인지적 편안함(cognitive ease)은 시스템1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다. 반복된 경험(기억), 깔끔한 시각 효과, 점화된 생각, 좋은 분위기는 인지적 편안함을 느끼게 하며 이것은 바로 ‘익숙한 것=진실=좋은 것=쉬운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한다. 실제로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다음은 ‘후광효과(halo effect)’
알렌 : 똑똑하다 -근면하다 -충동적이다 -비판적이다 -고집스럽다 ?질투심이 많다. 벤 : 질투심이 많다 -고집스럽다 -비판적이다 -충동적이다 ?근면하다 ?지적이다.
벤과 알렌은 같은 성격의 인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벤보다 알렌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 위 목록의 앞에 나온 특징들은 나중에 나오는 의미를 바꿔놓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의 고집은 정당화되고,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질투 많고 고집 센 사람이 똑똑하면 위험하게 보인다. 첫 번째 인상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순서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좋으면 그의 목소리와 외모도 좋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다(What you see is all that is / WYSIATI)’의 오류.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인지적 편안함을 주며 간편하게 정합적 스토리를 만들 수 있게 한다. 때문에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증거가 누락됐을 가능성을 간과하며, 전체가 아닌 한 부분을 부각시키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에 쉽게 넘어간다. 앞서 거론된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소심한 스티브의 문제를 봤을 때 생생한 성격 묘사에 생각을 빼앗겨 남성 사서보다는 남성 농부가 훨씬 많다는 통계적 사실, 즉 기저율(base rate)을 떠올리지도 못한다.
① 세상에서 가장 큰 삼나무의 높이는 1,200피트를 넘을까, 넘지 않을까. ② 세상에서 가장 큰 삼나무의 높이는 180피트를 넘을까, 넘지 않을까.
샌프란시스코 과학관 방문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더니 ①번 질문을 받은 집단은 844피트, ②번은 282피트라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각각 1,200피트, 180피트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 듯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인 닻으로 작용해 이후 판단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이다.
사람들은 특정 사건이 머릿속에서 얼마나 쉽게 떠오르느냐에 따라 발생빈도와 중요도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할리우드 유명배우의 이혼과 정치인 성매매와 같은 주의를 끄는 사건, 비행기 추락사고 등 극적인 사건, 개인적 경험이나 생생한 사례는 잘 떠오르며 때로는 공포감을 주지만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다. 이것이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웃지역에서 최근 일어난 몇 차례 절도사건을 보고 10대 절도가 심각한 문제라고 믿는 게 옳을 걸까” 혹은 “지인들 중 작년에 독감이 걸린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옳을 걸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인상과 직관을 재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가용성 폭포(availability cascade)’의 개념이 소개된다. 가용성 폭포는 자기자족적(self sustaining) 사슬이다. 비교적 소소한 사건에 대한 위험보도가 대중의 관심을 사서 대중이 흥분하고 이런 반응이 다시 보도거리가 되고 그 결과 더 큰 걱정과 관심이 생긴다. 이런 주기는 어떤 의도를 가진 개인 혹은 조직들 때문에 가속도가 붙기도 하고, 언론의 기사경쟁의 와중에 위험도가 더욱 과장된 보도가 나온다. 이 상황에서 위험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뭔가를 악랄하게 은폐하려는 사람으로 의심받는다. 2008년 광우병 사태의 전개와 똑같은 구조다.
사람들은 조잡한 과거의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식으로 계속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 여기서 후광효과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천하무적 영웅으로 만든다. 또 WYSIATI 규칙이 적용돼, 구할 수 있는 제한적인 정보로 가장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만일 그것이 좋은 이야기라면 믿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아는 게 적을수록, 퍼즐에 비유하면 맞출 수 있는 조각의 숫자가 적을수록 오히려 정합적 이야기를 만들기 쉽다. 그리고 자신감과 확신은 느낌일 따름이며, 이 느낌은 정보의 정합성과 정보처리의 인지적 편안함이 반영된 결과다. 그것이 옳다는 논리적 평가는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를 ‘정당성의 착각(illusion of validity)'이라고 부른다. WYSIATI의 또 다른 사례이기도 하다.
카너먼은 ‘외부 관점(inside view)’이 결코 ‘내부 관점(outside view)’를 이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처한 구체적 환경에만 집중하며, 경험 속에서만 증거를 찾는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유명한 말 ‘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들(unknown unknowns)’을 좀처럼 감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외부 관점, 즉 기저율 정보와 전임자의 경험 등을 접한다 해도 그것이 내부 관점과 어울리지 않으면 무시한다. 저자는 자신이 참여한 이스라엘의 새로운 커리큘럼 집필 과정에서 외부 관점을 살피지 않고 작업 기간을 1년 반~2년 반으로 잡았지만, 결국 8년이 걸렸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내부 관점의 오류는 낙관적 편향에 따른 것이다. 우리는 세상이 실제보다 더 관대하고 우리의 특성에 우호적이며,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사회와 시장은 낙관주의에 후한 점수를 준다. 사람과 기업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는 위험할 정도로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더 큰 보상을 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자신감이 ‘정직한’ 불확실성보다 인정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은 누그러뜨릴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시스템1이 만든 직접적 결과물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의 질과 양은 충분치 않다. 이야기의 정합성이 낙관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다. Ⅲ
카너먼은 시스템1은 쉽게 수정되거나 교육될 수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도 이 문제를 연구하기 전처럼 연구 후에도 자주 거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시스템1에서 비롯되는 오류를 막는 방법은 자신이 인지적 지뢰밭에 있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고 시스템 2에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조언하면서도, 이런 절차는 가장 필요할 때 정작 지나치게 된다며 현실성에 회의를 표시한다. 결국, 누구든 자신이 오류를 저지를 때마다 울리는 경고 벨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런 벨을 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조직은 개인보다 오류를 더 잘 피할 수 있다. 조직은 개인보다 천천히 생각하고 질서정연한 절차를 밟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분량은 500쪽이 넘지만, 지루하지 않다. 시스템 1을 설명하는 모든 내용이 실험, 통계, 사례 등 구체적인 이야기로 구성돼 있는 까닭이다. 저자의 필치 또한 간명하면서 경쾌하다.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여유가 행간에서 읽힌다. 시스템1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두고,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는 “감정이라는 꼬리가 합리적인 개의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말했다. 약간의 과장이 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겠다. 천천히, 그리고 깊이. 그런데 카너먼도 말했듯이 이건 방법이 아니다. 어쩌면 시스템1의 오류는 사람이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다. 그래도 사람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즐겁고 보람이 있다. 유쾌한 지적 자극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계간 시대정신
Daniel Kahneman: 대니얼 카너먼: 경험 대 기억, 그 수수께끼 같은 관계 TED2010 · 20:06 · Filmed Feb 2010 TED_경험 대 기억_카네만
http://www.ted.com/talks/daniel_kahneman_the_riddle_of_experience_vs_memory?language=ko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며 노벨수상자인 데니얼 카너먼이 휴가에서부터 결장경 검사에 이르는 예를 들어가며 우리 안의 '기억하는 자'와 '경험하는 자'가 얼마나 다르게 행복을 인지하는지 밝힌다. 이 새로운 통찰력으로 경제학, 공공정책, 그리고 우리의 자의식을 재조명 한다.
Subtitles and Transcript
0:11 요즘 모두들 행복에 관하여 이야기 합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지난 5년동안 "happiness"라는 말이 들어간 제목으로 발행 된 책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들은 약 40권을 넘어섰을 때 포기했는데, 사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연구원들 사이에서 행복 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유행처럼 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행복하다' 라는 여러가지 주장들이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런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관하여 있는 그대로 생각하기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인지적 함정이 있습니다.
0:45 오늘 저의 강연은 대부분 이런 인지적 함정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것은 일반인들이 행복에 생각하는 것에 적용되고, 학자들이 행복에 관해 사유하는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함정은 복잡함을 복잡함이라고 하기 꺼려하는 것입니다. 행복이란 단어는 이제 더이상 유용하지 않은 단어라는 것이죠. 우리는 이 단어를 너무 많은 것에 가져다 썼습니다. 저는 우리가 이 단어를 하나의 특정한 의미로 국한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좀더 크게 놓고 본다면 한가지로 국한 한다는 것조차 포기해야 하고 행복이라는 것이 복잡한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경험과 기억에 대한 혼동입니다: 말하자면 삶에서의 행복지는 것과 삶에 대해 행복하게 생각하는 것 또는 삶에 대해 행복한 것 사이의 혼동입니다. 둘은 매우 다른 개념이고 행복 관념에 관한 수수께끼 입니다. 세 번째는 실재를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행복의 중요성에 대한 왜곡없이는 우리가 행복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 관하여 생각 할 수 없다는 유감스러운 사실입니다. 제 말은, 실재하는 인지적 함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올바르게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다.
1:57 이제, 저는 저의 강연 후 질답시간에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셨던 분의 예를 들고자 합니다. [불 분명한] 그가 말하기를 그는 교향곡을 듣고 있었고,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이였습니다. 그리고 듣고있던 녹음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름끼치는 끽끽 소리가 났었습니다. 그는 꽤나 감정적으로 이것은 모든 경험을 망쳤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지만요. 망쳤다고 하는 끽끽 소리는 경험 된 기억입니다. 그는 소리를 경험했습니다. 20분 간의 아름다운 음악이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쓸모가 없었죠. 그에게 남겨진 기억 때문입니다. 그 기억은 망쳐졌고, 그 기억이 그에게 남겨진 모든 것이였습니다.
2:45 이점은 우리가 두가지 주체로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경험하는 주체가 있습니다. 현재를 살면서 현재를 알고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만을 간직하고 있는. 의사의 진료를 받을때의 환자로서 경험을 하는 주체 같은 것 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알다시피, 의사가 진료할 때, "여길 이렇게 만지면 아픈가요?" 하고 묻죠. 그리고 기억하는 주체가 있습니다. 기억하는 주체는 여태까지의 변화를 잘 기록해 두고 있죠. 우리 인생 이야기를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주체는 의사가 진료할때 "요즘 기분이 어떠세요?" "알바니아 여행은 어떠셨어요?" 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주체죠. 이 둘은 매우 다른 존재입니다. 경험하는 주체와 기억하는 주체 이 둘을 혼동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관념이 복잡한 이유중 하나입니다.
3:45 자, 기억하고 있는 주체는 이야기꾼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우리 기억에게 간단한 답을 구함으로써 비로소 시작됩니다. 즉각 적으로 행해지는 일이죠.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우리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기억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남겨진 그런 이야기이죠. 예를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오래 된 연구입니다. 실제 환자인 참가자들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경험합니다. 자세하게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최근에는 (의술의 발달로) 그리 고통스럽지 않지만 1990년 연구가 이루어질 때 이것은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매 60 초 마다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에 관하여 기록하기를 요청 받았습니다. 여기 두명의 환자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누가 더 고통스러웠을까?"묻는다면 매우 쉬운 질문입니다. 분명하게, 환자 B가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의 결장경 검사는 길었고, 매 순간 고통은 환자A보다 B가 더 컸습니다.
4:47 자, 이제 다른 질문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고통은 어느정도일까요?"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환자 A가 환자 B보다 받은 결장경 검사에 대해 훨씬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사람의 검사 이야기는 매우 다릅니다 그리고 어떻게 끝나냐가 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 사실 이 두 이야기가 매우 영감을 줄거나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 하지만 둘 중 하나는 분명히 독특합니다... (웃음) 하지만 중요한 건 둘 중 한 사람이 더 눈에 띌정도로 고통을 느꼈다는 것이죠. 그리고 두 사람중 더 고통을 느낀 사람은 검사의 마지막에 고통이 정점에 이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 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았을까요? 우리는 그들에게 검사가 한참 지난 후에도 "고통의 총량이 얼마나 힘드셨죠 ?" 라고 물었고 기억을 되 짚어 보아도 A는 B보다 더 안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5:40 이것은 경험하는 주체와 기억하는 주체의 직접적인 대립입니다. 경험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하게, 환자B가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 환자A에게 어떤 일을 해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임상 실험을 했보았습니다. 실험은 시행 되었었고, 효력이 있었습니다. A환자에게 결장경 검사 시간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튜브를 넣을때 너무 흔들림이 적도록 하면서 말이죠. 실험은 환자A에게 고통을 야기하겠지만, 이전 보다는 덜 고통스러운 것이겠죠. 이런 실험이 2분 정도 진행 된다면, 환자A의 경험하는 주체는 더 아파하고 기억하는 주체는 훨씬 나아지겠죠. 왜냐하면 이제 환자 A로 하여금 본인의 경험에 대해서 더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이야기를 결정지을까요? 이야기는 사실 기억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는 것이고 또 사실 이야기라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결정짓는 것은 상황의 변화, 특징적인 순간과 마지막 순간. 어떻게 끝이 났느냐는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사례에서는 끝맺음이 모든 것을 좌우하였죠.
6:55 이제, 경험하는 주체는 현재를 계속 살아갑니다. 경험을 하게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리고 당신은 묻게되죠, 이 순간들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 답은 매우 분명합니다. 경험은 영원히 잊혀집니다. 제말은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말입니다. 제가 수량화 해보았는데, 사실 심리적 현실이라는 것은 약 3초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말은, 여러분도 보시다시피 삶에는, 6억 개 정도의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한 달에, 대략 60만개의 순간이 있고. 대부분은 흔적없이 사라집니다. 대부분은 기억하는 주체가 말끔히 정리해 버리죠. 그러나 여전히 어쨌거나 여러분은 그 모든 순간들이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죠 경험을 하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일들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고 말입니다. 순간은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소비하는 유한 자원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사용할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억하는 주체가 우리를 위해 남겨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7:53 말했듯이 우리에게는 기억하는 주체와 경험하는 주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매우 다르죠. 두 주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이라는 것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입니다. 기억하는 주체의 시각에서 보면, 당신에게 휴가가 있고, 그리고 휴가 둘째 주가 첫째 주 만큼이나 좋다면, 2주짜리 휴가는 한주짜리 휴가보다 두배는 더 좋아야겠죠. 기억하는 주체에게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기억 주체에게는 2주짜리 휴가은 한주짜리 휴가보다 좋을까 말까 하죠. 왜냐하면 새로이 기억에 남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한주 더 길어졌다고 '이야기'가 바뀌지 않을겁니다. 같은 이유에서 시간이란 것은 기억하는 주체와 경험하는 주체를 구분짓는 결정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경험에 매우 작은 영향을 줍니다.
8:45 자, 기억하는 주체는 기억을 하고 그것을 이야기 하는 것만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주체는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주체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두번의 결장결 검사를 두명의 다른 의사에게 받았던 환자에게 두 사람중에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환자가 선택할 사람은 두 사람 중 기억 속에 덜 나빴던 사람일 것입니다. 그 의사는 선택 되겠죠. 경험하는 주체는 이 선택에 영향을 주지 못 합니다. 우리는 사실 경험들을 늘어 놓고 비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험의 기억들을 놓고 선택을 하죠. 그리고, 심지어 우리가 미래를 생각할 때도, 우리는 미래를 경험되어질 것이라는 시각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미래는 현재에서 예측하는 앞으로의 기억입니다. 그리고 말하자면 기억하는 주체의 독재체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기억하는 주체를 말하자면 경험하는 주체를 경험하는 주체에겐 필요없는 경험들고 끌고 다니는 주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9:46 문득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휴가를 보낼 때 매우 자주있는 일이죠, 그것은, 우리가 휴가를 간다는 것은 많은 면에서 기억하는 주체가 좋으라고 하는 일이죠. 이것이 제가 생각하기엔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다시말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기억을 소모한다는 걸까요? 이것은 기억하는 주체의 독재를 설명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에 대해 생각할 때면, 제가 2년전 남극으로 갔던 휴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가 여태까지 갔던 휴가중에서 최고였죠. 저는 다른 어떤 휴가들 보다 이 남극에서의 휴가를 더 자주 떠올리곤 합니다. 저는 지난 4년간 아마도 이 3주짜리 여행을, 말하자면 약 25분짜리 이야기 거리로 기억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자, 제가 만약 600장의 사진이 있는 앨범을 열어 놓고 얘기한다면 아마 한시간 정도는 (남극에서의 휴가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할 수 있을겁니다. 자, 3주라고 했는대요 길어봤자 한시간 반짜리 기억이죠.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좀 극단적인 편일 수 도 있습니다. 저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여러분이 더 기억을 잘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질문은 그게 아닙니다. 왜 우리는 경험보다 기억에 더 많은 중점을 둘까요?
11:04 자, 저는 여러분이 상상 실험하나에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다음 휴가를 상상해보세요 여러분은 여러분 휴가의 끝자락에 여러분이 찍은 모든 사진이 망가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기 위해 망각의 약을 복용할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여러분은 같은 휴가를 또 가고 싶을까요? (웃음)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휴가를 다른 곳으로 가고 싶으시다면 여러분의 두 주체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 분열 속에서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지 생각해 보셔야 할겁니다. 답은 그다지 명확하지 않을텐데 왜냐하면, 시간을 전제로 판단을 내린다면 답을 하나 얻을 것이고. 기억을 전제로 판단을 한다면 다른 답을 하나 얻을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왜 가기로 한 휴가를 선택했는가 하는 것은 두 주체 사이에서 누구 손을 들어줄까 하는 문제입니다.
11:57 두 주체는 각각 행복에 관한 다른 관념을 제시합니다. 행복을 정의 내리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두 주체 각각 하나씩 적용될 수 있죠. 그래서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경험하는 주체가 얼마나 행복해 할까? 그리고나서 이런 질문은 할 수 있겠죠. 경험하는 주체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순간의 행복이라는 것은 꽤 복잡한 과정입니다. 감정을 수량화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덧 붙여 말하면, 우리는 이제 경험하는 자의 행복이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 어떻게 변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하는 주체의 행복에 대해 물으신다면,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입니다. '특정인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볼때 얼마나 만족하고 즐거운 가 하는 것입니다. 아주 다른 얘기죠. 이 관념들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행복에 관한 연구를 어지럽힐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행복에 대한 연구를 어지럽게 하고 있는 공부쟁이들 중 하나입니다.
13:05 경험하는 주체의 행복과 기억하는 주체의 만족 사이의 차이는 지난 몇년 간 파악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을 각각 측정해 보려는 노력들이 있죠. 갤럽 사에서는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지난 경험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오고 있습니다. 비슷한 노력들이 많이 있었죠. 그래서 최근 몇년간 우리는 두 주체의 행복의 차이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게된 것들중 핵심은, 그 둘은 정말 다르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알 수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가는가 하는 것은 알아내기가 힘들고 반대로도 마찬가지 입니다. 단지 그 둘의 상관성 정도만 파악할 수 있죠 그 상관계수는 약 0.5 입니다. 그말은 즉 여러분이 누군가를 마나고 여러분이 그 사람의 아버지가 180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우리가 그 사람의 키를 맞출수 있는가 하는 문제랑 비슷합니다. 그 사람의 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불확실성이 있기 마련이죠. 우리는 그와 비슷한 정도의 확신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어떤 사람의 인생이 1에서 10까지로 치면 8정도 된다고 했을때 여러분이 그 사람의 경험하는 주체가 얼마나 행복한지 파악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죠. 그 상관성을 매우 낮습니다.
14:25 우리는 무엇이 행복 주체의 만족을 제어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돈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목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알죠.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만족을 얻고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즐거움도 있지만 이것이 단연 압도적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두 주체의 행복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아주 다른 것을 추구하게 될겁니다. 제가 여태까지 한 드린 말씀의 요지는 우리가 행복을 잘 사는 것과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하게 다른 관념입니다.
15:04 자, 여기서 잠깐, 우리가 행복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 삶에 대해 생각할때랑 실제로 삶을 살아갈 때 서로 다른 것에 관심을 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간단한 질문을 하신다면 제가 정답을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질문을 했을때 여러분이 오하이오 분이라면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더 행복할 게 분명해 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웃음)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시는가 하면 여러분이 캘리포니아에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여러분은 캘리포니아와 다른 곳을 비교하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그 차이는 말하자면 기후일 수 있겠죠. 그게 말입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기후는 경험하는 주체에게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판단하는 주체에게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 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서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판단하는 주체가 주인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그러니까 몇몇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로 이사할지도 모릅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추적해 보는 것은 꽤 흥미로울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경험하는 주체는 더 행복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분명합니다.그들은 그들이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때 오하이오에서의 나쁜 날씨를 떠올릴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16:37 행복에 관하여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란 힘듭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여러분으로 하여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도록 해 드렸길 빕니다. 16:46 감사합니다. 16:48 (박수)
16:51 크리스 앤더슨: 감사합니다.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자, 몇 주 전 통화를 했을때 저에게 갤럽 설문 조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고 하셨는데요. 몇분이 더 남았고 하니 여기 계신분들에게 어떤 내용이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17:10 대니얼 카너먼: 물론입니다. 갤럽 설문조사에서 재미있는 숫자가 나왔어요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던 결과였죠. 경험하는 주체의 행복에 관한 숫자였습니다. 소득의 차이에 따라 감정이 변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느냐 하면 6만불 보다 연소득이 적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미국인들 기준으로 매우 큰 표본집단 입니다. 60만명정도나 되는 하지만 매우 큰 대표 표본집단이라고 할수 있죠 소득이 60만불 이하인 17:43 크리스: 6만불이죠
17:45 대니얼: 그래요 6만불. (웃음) 6만불을 버는 사람들은 불행합니다. 그리고 6만불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더 불행하죠. 6만불 이상으로는 모두가 똑같습니다. 저는 (통계결과에서) 이렇게 평행한 곡선을 본적이 없죠.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돈으로 경험적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돈이 없다는 것은 불행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불행을 (통계로) 분명히 나타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또 다른 주체, 기억하는 주체 입장에서 보면 다른 해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입이 많을 수록 더욱더 만족합니다. 그때 그때 감정과는 상관이 없죠.
18:24 크리스: 하지만 대니, 모든 미국인은 삶, 자유, 행복의 추구를 위해 노력합니다. 사람들이 이 해석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제 말씀은, 우리가 믿고있는 모든 것 예를 들어 세금 정책을 비롯한 것들 송두리째 뒤 엎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국가들이 이런 연구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펴려고 할까요?
18:49 대니얼: 말하자면 저는 공공정책 분야에서 행복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식은 미국내에서는 자리잡는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죠. 하지만 영국에서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은 공공정책에 관해 생각할때 행복에 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꽤 걸리겠죠, 그리고 사람들은 고민할 것입니다. 경험적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지 혹은 인생 평가에 대해 공보하고 싶은지. 이런 토론을 가급적 빨리 해야하죠. 어떻게 하면 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는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기억하는 주체를 생각하느냐. 경험하는 주체를 생각하느냐. 제 생각엔 몇년 안에 이런 문제가 정책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미국에서, 사람들의 경험적 행복을 측정하려는 노력이 많이 있습니다. 향후 10-20년 안에 국가규모 통계자료로 쓰일 것입니다. 19:44 크리스: 음, 말씀해 주신것들이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 곧 정책에 관한 논쟁에서 눈요겨 볼 중요한 사안 이라고 여겨집니다. 행동 경제학을 창안해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카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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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
첫댓글 공인중개사의 현실입니다.. 중개보수 반값하고 국토부와 부동산활성화@@@를 한다고 쇼하고
보험판매도 쇼하고 ... 현실의 공인중개사는 원숭이 .. 조삼모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