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취 냄새)
세상 여인들의 시린 슬픔 중 하나가 어린 자식을 가진 가난한 여인이다.
예전엔, 어린 자식과 먹고살기 위해 몸을 팔거나 구걸을 하거나 아니면 머리를 깎고 세상의 인연을 끊는 여승이 되었다.
속세에서 몸을 판 여인에게 어떤 도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귀의하지 않았다고 부도덕한 것일까.
[여승/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냄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ㅡ백석은 지아비가 없는 가난한 여인이 어린 자식을 묻고 삭발하여 여승이 되었음을 가지취 냄새로 표현한다.
인생의 서러움과 속세의 번뇌를 잊은 행위가 가지취 냄새인 것이다.
그 가지취 냄새
내 집에서도 풍긴다.
나는 인생의 서러움과 속세의 번뇌를 잊고 불교에 귀의한 셈인가?
(날이 저무는데
눈이 내리네
눈바람 거세어
또 눈이 쌓이고
바람벽 돌아서 나가던 바람이 허공에 검정 비닐백 한 장 덩그렇게 밀어 올렸다.
날짐승보다 날쌔게 가문비 나뭇가지를 날아다니던 들짐승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단다.
눈바람 드센 들판엔 야생 칠면조의 눈물방울이 떨어질 테지.
미역국 한 사발
김 한 통
조선 배추 두 장 놓인 밥상머리엔
쓰디쓴 취나물의 절집 공양간 가지취 냄새가 난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바랜 머리 빗어 넘긴 늙은 아내는
종일 뽕짝을 틀고
날은 저물고
빈 거실 창문 너머 바람 불고 눈이 내려
나는
미역국, 김 한 통, 조선 배추 두 장뿐인 밥상머리에 앉아 뜸이 덜던 고장 난 밥솥 탓을 한다.
절간 같은 집에서 절집 닮은 밥상을 받고
바람벽같이 꼭꼭 닫아건 창문가로 사나운 바람은 두꺼운 창문의 바람벽을 타고 오르고
터억 툭
툭 터억 툭
얼어붙은 덱에서 굵은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
옛날엔
할머니방에서는 텁텁한 군내가 났었지
밤새콩나물항아리에조올졸물내리는소리가들렸고
아버지엄니누나누이막내남동생백열등밑에서먹었던찐고구마는달기만했었고
올망졸망좁은방이끼여서불편했었는데,
널찍한 거실
비워진 가죽 소파는 넓기만 하고
바랜 머리 빗어 넘긴 아내는 종일 뽕짝만 틀고
하릴없는 나는 밥 한 끼 먹자고 조르고
미역국 한 사발, 김 한 통, 조선배추 두 장 달랑 놓인 밥상머리에선 절집 같은 가지취 냄새만 나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도 淑도 내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제 내 쓸쓸한 마음속에만 있을 뿐이고
고향 집 앞마당엔 아직도 빨간 동백이 피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아끼던 빨간 동백나무에는 동박새가 꼭꼭 숨어 있을 것이고
어머니가 아끼던 장독대 항아리 묵은 된장 속에는 곰삭은 장아찌가 익어서 익어서..... )
첫댓글 너무 슬프도록 아름다운 글입니다
홀로 월남해서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셨던
제아버지 고향도 평안도입니다
가지취냄새가 뭔지 잘모르지만
고향의 냄새같습니다
글이 너무 좋아 아름문학상에 올리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아버님 고향 이야기, 평안도라는 글자에 마음이 가네요.
백석의 시에서 슬픔과 체념의 냄새로 읽히는 가지취 냄세가 제 밥상에서도 납니다.
아름상 보다는 그냥 이렇게 읽어주시는 분이 계신 것으로 충분합니다.~~~
곰삭은 장아찌 익고 익으면 올올이 풀어져 씹는 맛이 덜할 텐데
아까버라~ 땔나무 아끼려고 온 가족 안방에서 바글거리던 시절
웃목 바자리 안에 넣어 뒀던고구마 배배 틀린 고구마 몰래 꺼내
연필 칼로 깎아 먹으면 그 달기가
폭설이 온 뒤 눈바람이 밤새 불던 밤 뒤안 벽에 걸렸던 시래가 다발들이
서로 마른 몸을 부딪히며 스릉스릉 울던 소리
자식 잃은 여인도 슬프고
가지취 냄새에 대해 궁금도 하고
부족해도 오글박작 뒹굴며 살던 시절도
그립고 지금의 쓸쓸한 단촐함도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닌
오늘도 좋은 글 자~알 읽었습니다.
장아찌 오래 삭으면 풀어지지요.
씹는 맛보다 삭아가는 시간을 쓰고 싶었나 봅니다.
시래기 다발이 부딪히며 스릉스릉 울었다는 표현이 아주 좋네요.
그립다고 해서 지금이 덜 좋은 것도 아니고,
단출하다고 해서 그때가 다 좋았던 것도 아닐텐데 ~~ 우야던 쓸쓸해요 ~~~
어지럽고 궁핍한 시대를
지나온 서러운 세대에게
고향이 주는 정서적 위안,
푸근한 어머니에대한 추억,
그것은 모진 세월을 보상
받는 기억의 창고가 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시절을, 세월을 핑계삼아
주위와 가족에 대해 물질
정서적 착취를 하면서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사람들도 있슴에
제 마음의 시선이
가서 닿기도 하네요.
농촌사람, 도시사람,
자라온 환경의 차이도 있겠지만,
인간 본연의 심성과 기질에
따른 내면의 세상을 보게되면
표피적인 감상의 부질없슴에
허무해 지기도 하더군요.
세상사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망 할 수 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ㅎ
말씀하신 부분, 저도 종종 생각합니다.
기억을 위안 삼는 것과 기억을 핑계 삼는 것은 얼핏 비슷해 보여도 다른 일이지요.
전자 쪽에 가깝게 쓰려 했습니다만, 읽는 분마다 어느 쪽으로 걸어 들어오실지는 제가 정할 수는 없어요.
표피적 감상에 머물지 않으려는 그 시선이 귀하네요 ~
@새하마노
죄송해요.^^
본문에 충실하지 못한
평소
저 나름 가치관이 불쑥
적절치 못한 시간에
튀어 나왔네요.
해량하소서~
인간이 인간에 대해
연민은 가질 수 있으나
불쌍하게 여기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더군요.
열길 사람속 (내면)을
쉽사리 단정하거나
판단함의 실수를
저어하라는 뜻으로 해석
했답니다.
아무튼,
제 감정이 오늘
갈팡질팡이네요 ^^
@지는해
아마도 더위 먹은듯 ㅎㅎ
날씨 핑계 대고
물러가옵니다 (꾸벅 ^^)
@지는해 ㅎ 무지하게 덥다네요 ~ 건강 조심하셔유
미역국
김 한 통
조선 배추 두장 뿐인 밥상머리어 앉아
뜸이 덜든 고장 난 밥솥 탓을 한다
절간 같은 집에서
절집 닮은 밥상을 받고
담벼락같이
꼭꼭 단아건 창문가로
사나운 바람은
두꺼운 창문의 바람벽을 타고
오르고
툭
터억
툭
얼어붙은 덱에서 굵은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
옛날엔
할머니방에서는 텁텁한 군내가 났었지 ᆢ
대략
가지취냄새를 위에 글을 읽으면서
이해합니다ㆍ
오래전에 썼던 글을 덧붙였습니다,
오징어 젓 때문에 백석을 불러냈는데
댓글에 백석이 사랑했던 여인을 이야기하는 분이 있어서,
백석이 안타깝게 여겼던 여승을 모셔왔어요.
가치취는 화려하거나 인위적이지 않고, 가난하고 소박한 삶, 절제되고 쓸쓸한 풍경을 후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니
찾는 이 드문 제집의 풍경과도 닮았지 않을까 합니다 ~
그리고 저는 그동안 글을 따로 간직하지 않고 카페에만 올렸는데
이번에 카페글을 백업 받았더니 제목 없이 번호로만 구분되어 이전 글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네요 ~~첨부된 사진은 백업이 되지 않더군요 , 참고 하세요
글이 너무 좋아 아픈 줄도
모르겠습니다
때 늦께 돌아온 노총각이
온 후에
그제야 강물은 문을 닫는다
싯귀도
생각나고
설마
바람이 들고 나서
문이겠는가!
당신이 들고나지 않는 문은
이내
벽이 되고 맙니다ㆍ라는
시도 생각나고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감동입니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면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
겨울밤이 더 찰 터인데
어찌하여
가을밤같이라고 해
이렇게
시리게 하는 것인지 ᆢ
하~~
맞아요, 겨울밤이 더 찰텐데 ~
"가을밤같이라고 해
이렇게
시리게 하는 것인지 ᆢ"
덕분에 시 해석 여러편을 찾아보았어요.
(가을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채 무너지고 있는 상태의 시간이고,
겨울이었다면 감각이 아니라 이미 완결된 절망을 그리는 셈이 되어, 뒤에 이어질 진짜 겨울(딸의 죽음, 삭발)의 자리를 미리 써버렸을 것이다) 라는 해석이 맞을듯 해요
@새하마노 아하
상태의 시간과 이었군요
역시
덕분에 시의 깊이를 가늠하게
되었어요
늘 건필하시라
응원합니다
@윤슬하여 아고~ 댓글을 건성으로 읽었나봅니다.
아픈 줄도 모른다는 말씀은? 큰 병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아프다는 말 들으면 저는 이제 철렁합니다~
@새하마노 ㅎㅎㅎ
아니에요
글 자체가 아린데
그 아림은 차치하고
글 밭에 푹 빠졌다는 뜻입니다
딱히
큰 병이랄 것은 아닌데
에어컨바람과 찬기운이 도는 데가
있으면
가슴이 시립니다 ㆍ
데려오신 시보다 새하마노님의 시가 더욱 절창이라서..
읽노라니 가슴이 묵지근하게 아파와서... 시려서...
새하마노님! 그리고 사모님! 따님!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그리고, 어쩜 이렇게도 글을 잘 쓰실까요?
ㅎ
우연히 어슬프게 백석을 인용하고는 질책의 댓글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찾아본 자료에서는
백석은 뛰어난 외모와 지성
시대를 앞선 감각
가슴을 울리는 문학적 역량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인물로 소개되더군요.
당시에도 독보적인 감수성과 서사를 가진 예술가였으니
요즘 활동했다면 출판계의 아이돌을 넘어 방송과 뉴미디어를 넘나드는 슈퍼 스타급 문화 아이콘 찬사를 받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긴 겨울이 힘들지 여름은 견딜만 합니다, 아주 매우 덥다니 건강 유의하세요. ~~~~~~
@새하마노 그 뛰어난 백석도 북한으로 가서 젊은 여자와 결혼하고ㅡ아마 옛 사랑은 잊어버리고ㅡ많은 자녀를 낳고 살다가
공산 정권에 찍혀서 함경도 오지로 쫓겨나 농사꾼으로 살다가 갔다고하니
인생 후반전은 별 볼일 없었던 시인이었습니다ㆍ
@인강
그렇군요,
의견 고맙습니다 ~~ 더위에 편안하세요
새하마노님 글은 흡입력이 강해서
빠져들다 보면 끝~
오늘도 좋은글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앞전에 댓글을 써놓고 웃었답니다.
백석시인의 나타샤가 난이 같다고~
나중에 생각하니 김영한?인 것 같은데
가끔 뜬금없는 소리가 나오네요 ㅋㅋ
절 음식이 건강식이라서
슴슴한 채소반찬이 맛있으니
열심히 자시고 건강하시길요.
오늘도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
슴슴하다 ㅡ 어감이 참 좋아요. 남녘 말인가 봅니다.
혼불의 최명희 작가는 마음에 드는 말을 고르기 위해 아무것도 못한체 며칠을 앓아눕기도 했다데요.
ㅎ 나타샤는 우리의 순자나 갑순이 처럼 고색이 깃든 이름이라고 해요
응앙응앙 당니귀와 나타샤 글 쓴게 있는데 다음에 한번 보여드릴께요~~
가지취에 대해 저는 잘모릅니다만 웬지 몇십년 전에 떠나 온 고향을 떠올리게 됩니다. ^^*
취나물을 가지취라고 한다네요.
스님들이 즐기고 나물밥에도 넣는다고 하는데 씁쓸 쌉살한 한 맛이라 저도 즐기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