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새 곡을 시작했습니다.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홀베르크 모음곡이 뭐지?
새 곡을 시작하기 전에 그 곡에 대해 알아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
<100년을 거슬러 올라간 시간여행>
홀베르그와 그리그의 고향인 베르겐 시는 당시 〈피아노 협주곡〉과 〈페르귄트〉로 대성공을 거둔 그리그에게 기념식에 쓰일 곡으로 중창곡을 부탁했다. 그리그는 직접 홀베르그 기념비 건립에 기금을 보태기도 하는 등 호의적이었지만, 당시 몸 상태도 좋지 않을뿐더러 중창곡을 작곡해 한겨울 야외에서 지휘해야한다는 사실에는 적잖이 불평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뭐, 나는 형편없는 곡을 쓸 테고, 눈보라와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합창단 입속으로 비가 들이치겠지. 그리고 나는 겨울외투에 우비에 우산까지 쓰고 지휘를 하고 있겠고 말이야.”라고 불평했지만, 그 속에서 재미있는 발상을 해낸다. 그리그와 닮기도 한 홀베르그의 풍자와 위트, 때로는 깊은 철학적 면모를 생각하면서, 그가 살면서 즐겼을 100여 년 전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풀어낼 생각을 한 것이다. 작곡 양식도 바흐와 헨델 등에 의해 유명해진 프랑스풍 모음곡의 형식을 빌려 〈고풍스런 양식에 의한 모음곡〉이라 불리게 되었고, 당시로서는 현대적인 19세기 낭만주의적 표현에다 노르웨이 민속음악을 덧입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작품의 특성을 반영해 〈홀베르그 시대로부터〉(Fra Holberg tid)로 그리그가 직접 제목을 붙였고, 궁정에서의 춤곡으로 사용되던 양식이었음을 떠올리며 종종 〈가발시대〉(Periwigged)라고 농담조로 일컫기도 했다.
오후 8시 30분,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합주실로 향했습니다.
아, 홀베르크 모음곡.
멋있었지만 어려웠습니다.
일단 빠르기가 '알레그로 비바체'라니!
빠른 곡에 약한데, 큰일났군.
모두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홀베르크 모음곡 중
오늘은 1악장 프렐류드만 연습했습니다.
억지로 따라가기는 했지만 안 되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어 참 속상했습니다.
앙상블 단원은 주로 20대, 30대, 40대....
첼로 연주자가 60대 후반인 분이 계시는데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오래 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이 분은 저처럼 꼬박꼬박 나오시지는 않네요.
나이도 많고, 손도 느려 빠른 곡은 잘 못하기 때문에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그들보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그들을 못 따라가겠지만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죠. ㅋ
도전해야 할 곡이 생겨 기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