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머문자리

이 추가 공사는 지소장이 전에 진천 저수지 공사에 참여한 직원 중 한 사람을 시켜서 하고 민원인은 기철이 만나 처리하는 것으로 했다.전무실을 나온 기철은 민원인이 적어 놓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민원인은 부천에 살고 있었다.기철이 “대영건설의 박기철 과장입니다.”하고 신원을 밝히자.“아. 그러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했습니까?”하고 시치미를 뗀다.“우리 회사에서 시공한 진천 저수지 터널 공사 참여하셨던 최00 씨인 줄 알고 전화했는데 아니신가 보군요. 전화 잘못 걸었습니다.”순간적으로는 괘심한 생각이 다음으로는 민원인의 고자세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든 기철이 그렇게 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곤 한편으로는 대영에서 전화가 했으니까, 그것도 진천 저수지를 들먹이면서, 그러니 민원인이 자기가 보낸 편지 때문에, 이쪽에서 전화한 것을 눈치채었을 터이고 아쉬우면 자기가 전화를 걸겠지. 부실 공사 건을 잡아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사람이 우리 회사 전화번호는 알고 있을 것이고 하는 생각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만약 전화가 다시 걸려오지 않으면 주소지로 직접 찾아 내려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그때는 이쪽에서 다소는 저자세가 되겠지만 10여 분 지난 후 기철을 찾는 전화가 왔다. “예! 대영의 박기철입니다. 누구십니까?”직감은 했지만 역시 최씨이다.“아까 전화 받은 사람인데 아니 무슨 전화를 이야기하다 말고 끊어요?”“제가 찾는 분이 아닌 것 같아서”“내가 최00 맞아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최씨가 전화하게 만들었지 않았나요? 투서 운운하며.”“아! 그 일로. 그래, 어떻게 할 거요?”“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내 편지 받고 전화했으면 그쪽에서 어떤 생각이 있을 것 아닌가?”“우리 만나서 이야기 하죠. 시간이 나는 대로 서울로 오시겠습니까?” “아쉬운 건 당신들인데 왜 내가 서울로가 모래까지 아무 연락이 없으면 감사원에 투서할 거야.”“투서 좋아하시네. 투서할 사람이 왜 회사로 편지를 보냈어요?”“좋아! 오늘이라도 당장 감사원으로 보낼 거야. 무식한 사람이라고 무시하다가 큰 코 다칠걸.” “무시하다니, 내가 언제 최씨를 무시했어요? 무시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최씨 자신이죠. 좋아요. 내가 가죠. 일과 후에 만나야 하니까 내일 저녁에 만나죠. 몇 시에 어디서 만날까요?”처음부터 상대를 너무 화나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고 만나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므로 기철이 숙이고 들어갔다.“왜 감사원에 투서한다니까 똥줄이 타나? 갑자기 만나자고 나오게.”“똥줄이 타긴 무슨 똥줄이 타요? 그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에요?”“나야 아쉬운 것이 있나.”“아쉬운 것이 없는 사람이 왜 회사에 편지했어요?”“너희 회사도 내용을 알아야겠기에 알려주었을 뿐이야.”“고맙기도 하셔라. 그럼, 전화 끊을까요?”“그럼, 손해는 누가 보는데?”“글쎄요? 누가 볼까요?”“정말 문제를 키우고 싶어?”“문제를 키우려는 사람이 누구인데 그래요?”철면피한 최씨의 말에 분노가 기철이 말이 힐난조가 된다.“그래서 한번 해 보자는 거야?”최씨도 언사가 좋아지지 않는다기철은 여기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 말꼬리를 붙잡고 말 싸움하고 있는 중이라 감정을 죽이고“이렇게 말싸움 할 것이 아니라 어쨌든 우리가 만나야 이 문제를 해결할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서로 기를 안 빼앗기려고 말싸움이 하던 중 기철의 말을 들은 최씨도“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7시에 만납시다.”라고 한다.자기의 협박에 고개를 숙인 줄 알고 회심을 짓는 최씨의 얼굴이 떠오른다.“어디로 어떻게 가야합니까?”“전철을 타고 부천역에서 내려서 3번 출구로 나와서 5번 시내버스를 타고 오다가 ---”그렇게 해서 다음 날 저녁 7시 부천의 한 다방에서 최씨를 만났다.일부러 그런 다방을 골랐는지 모르지만, 다방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그런 다방에서도 최씨는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있다.기철은 최씨를 보자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최씨는 기철을 알아보지 못한다.그래서 기철이 가까이 다가가도 모르고 있다.기철이 맞은편에 앉으며 “최00씨죠? 대영건설 박기철 과장입니다.”하고 인사를 했다.“아! 그래요. 나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현장에서 몇 번 보아서 나는 최씨를 알아보겠군요.”그리곤 잠시 침묵이 흘렸다.지인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서먹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점잖으신 분이 무슨 그런 일을 하십니까?”기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그런 일이라니?”최씨의 언성이 높아진다.“말을 그따위로 뿐이 못해. 부실 공사를 한 것을 적발해서 감사원에 보내겠다는 것이 무슨 그런 일이야?”기철이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한 최씨가 이렇게 반말로 치고 나온다.“감사원에 투서하시려면 하시면 되지 왜 구태여 우리 회사에 투서하겠다고 알렸습니까?”그러나 기철은 나중에라도 트집이 잡힐 것을 없애기 위해 반말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압도하려고 한다.“전화에서도 말한 것같이 그 공사를 한 회사에서도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알렸을 뿐이야. 왜 그게 잘 못 됐나?”“고맙군요. 그런데 그 공사를 누가 했습니까?”“누가 하긴 누가 해. 대영건설이 했지.”“실제로 직접 공사장에 투입되어 오버 커팅 된 부분에 소나무를 채우고 콘크리트를 치는 일을 누가 했냐는 말입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그래요? 그러면 당시 터널 공사에 참여한 출력 인부 명단에 있는 이 이름은 누구입니까?”기철은 자기가 복사해 온 터널 공사 출력 인부 명단을 내놓았다.“여기 이렇게 최씨의 이름들이 있지 않아요. 터널 공사가 처음 시작해서 거의 마무리 될 때까지.”“그것은 대영 직원이 만든 것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 이것 보세요. 최씨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현장에서 이 명단에 따라 노임이 지불되는 데 대영 직원이 일도 안 한 최씨에게 돈을 주려고 이런 명단을 만들었단 말입니까?”“그야 내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자기들이 비자금을 만들려고 그랬는지 누가 알아?”“뭐요? 비자금을 만들려고 했다고요?”“그래. 비자금!”“이러지 마십시오. 자기가 일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그것을 빌미로 감사원에 투서한다고 협박하다니. 이게 같은 현장에서 같이 고생하며 일을 한 사람이 할 일입니까?”“같이 고생한 것하고 부실 공사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렇다고 부실 공사를 한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처음 출력 인부 명단을 보곤 다소 누그러지던 최씨가 비자금 생각을 해내곤 더욱 기가 산다. “참 자기 편리한 대로군요. 근본적으로는 자기가 저질러 놓고 대영에다가 뒤집어씌우고 협박을 해요.?“뒤집어씌우는 누가 뒤집어씌워 출력 인부에 내 이름이 들어 있다고 내가 그 부실 공사를 했다는 증거가 돼 증거가 되냐고? 비자금을 만들려고 출력 인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누가 알아. 그리고 도수터널에서 공사했더라도 터널 밖에서 다른 작업도 할 수 있고 ”최씨가 다시 큰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소나무가 들어가 있는 위치를 그렇게 정확하게 알고 그 위치에 구멍을 둟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직접 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기철은 최씨에게 당신이 공사를 하며 저질러 놓고 무슨 협박이냐는 식으로 더욱 윽박질렀다.“그것은 당신 추측이지. 사실은 아니야.”하지만 최씨는 더욱 뻔뻔해진다.“참 대단하시네요. 이 출력 인부 명단이 아니더라도 최씨가 터널에서 일한 것을 증명할 사람은 아주 많아요. 그리고 그 사람들에 이야기 중에는 최씨가 일부러 공사를 그렇게 해놓았다는 진술도 받았어요.” 이것은 기철이 지어낸 말이다. 아직 출력한 인부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으니까“어떤 놈이 그런 돼도 않는 소리를 해?”“그것까지 알려드릴 수는 없지요. 나중에 재판에서 증인이 필요하면 세울 수는 있지만”“그래 그러면 어쩌겠다는 거야. 감사원에 고발해도 좋다는 거야? 부실 공사가 어떻게 일어났던 책임은 대영에 있는 것 아니야. 감독을 잘못한 최종책임은 대영이니까.”“그래요. 감독을 잘못한 것은 대영의 책임이지요. 그러나 직접적으로 공사에 참여한 사람은 책임이 없을까요?”“좋아. 그럼 나는 감사원에 고발할 테니 그렇게 알아.”“마음대로 하세요. 내가 여기 나올 때는 준비를 하고 나왔지 그냥 왔겠어요. 우리 회사 자문 변호사와 협의했는데 최씨에게도 충분히 형사 죄가 성립한데요.”여기서 최씨에게 지면 최씨가 하자는 대로 하여야 하는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철은 없는 말을 하며 허세를 부린다.“별 말 같지 않은 소리 다 하네. 내가 왜 형사 죄가 돼?”“대영이 부실 공사를 하도록 만든 사람이 누굽니까? 모든 정황으로 보아 최씨가 아니에요.”“그래 그러면 마음대로 해보자고.”마침내 최씨가 이성을 잃었다.“좋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나는 이만 올라갈 테니 감사원에 투서를 하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최씨도 각오는 하셔야 할 거에요.”“나한테 지금 협박하는 거야? 잘못은 저희들이 저질러놓고. 무어 이런 놈이 다 있어.”“욕하지 마시고, 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거예요. 출력 인부의 명단에 최씨 이름이 있고 몇 사람의 진술도 받아 놓았고 현장의 정황도 최씨가 저질러 놓은 일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니 최씨가 감사원에 고발하면 우리 회사도 욕을 보겠지만 우리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하고 기철은 일어섰다.일어서며 최씨를 보니 최씨는 난감해 하는 것 같다.회사를 협박하여 얼마간의 돈을 뜯어내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조금은 황당해 할 것 같다.그렇다고 일어나 나가는 박과장을 잡으면 자기가 기선에서 제압을 당해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박과장을 잡지도 못하는 것 같다.기철도 그렇게 하고 일어서 나왔지만 실제로 최씨가 감사원에 고발하면 회사가 곤란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런 민원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했다고 책임추궁을 당할까봐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감사원에 고발하지 않고 회사에 알렸다는 것은 회사를 협박하여 돈을 받으려는 것이지 실제로 감사원에 투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오늘 협상에서 기철이 그를 약 오르게 했을 때 그가 먼저 일어나지 않고 기철이 먼저 일어난 것으로 보아 더욱 확실히 짐작할 수 있어 오늘은 이렇게 헤어지고 내일이나 모래 쯤 다시 접촉하여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