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성 대사의 외교안보 에세이 - 저자는 36년 간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주 카타르 대사와 주 함부르크 총영사를 역임했다.
1990년 냉전 종식 후 잠시 나타났던 미국의 단극체제가 와해되고 중•러의 강력한 전체주의 세력이 부상했다. 시진핑과 푸틴은 서구 민주주의를 좌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고, 인권에 대한 서방적 시각을 거부한다. 지금 서방 세계가 맞서고 있는 중•러 세력은 냉전 시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중국은 더 이상 가난하고 기아에 시달리는 나라가 아니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군비 확충의 길로 내달리고 있으며,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 미국과 유럽은 중•러의 이러한 동시다발적 도발에 맞서야 한다. 중•러는 공식적인 동맹을 맺은 적은 없지만 과거 냉전 시대보다 더욱 결집한 사실상의 동맹이다. 자유 한국은 바로 이 전장의 최전선이다. 게다가 이 전장에는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3대 세습왕조, 북한까지 버티고 있다
청년 이승만은 이미 한 세기도 더 전에 '마땅히 세계와 통하여야 한다. 외교를 잘하고 통상하는 것이 피차의 이익이 되어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근본이다'라며 외교와 통상을 강조하였다. 탁견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문재인 종북주사파 정권은 전체주의의 망령이었다. 자유민주주의가 질식하고 국가안보가 한없이 취약해졌다. 대한민국은 국력이 결코 약한 건 아니지만 중국, 러시아,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북방국가들과 대치하고 있는 최악의 지정학적 여건에 처해 있다. 그렇기에 경제도 중요하지만 외교안보는 더욱 중요하고, 그에 앞서 국내정치가 잘 되지 않으면 경제든 외교안보든 모두 허사다.
한국과 국제정치 - 중국, 러시아, 북한이라는 강력한 북방 전체주의 세력과 대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현실을 직시하고, 한미동맹에 더하여 일본까지 묶은 3국 동맹만이 이 북방 전체주의 세력을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북한 관계 - 태생적으로 군사국가인 북한과의 평화 통일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남북한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해상에 표류 중이던 우리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했을 때 그나마 피상적이었던 관계마저도 끝났다.
한•중 관계 - 2020년 3월 불거진 '차이나게이트'를 기점으로 한•중 관계의 전반적 리셋이 시급해졌다. 중국은 북한에 이어 한국에 정치적 영향력이나 지배력을 갖게 될 때 중화 패권주의 목표에 한층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중국이 한국에 대하여 경제, 통상의 상호 이익 추구를 넘어서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음을 경계하고 이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한•일 관계 - 일본과는 우선 과거사에 대한 역사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고 단순히 미래 지향적임을 넘어서서 미래로 연결되는 생산적인 대화와 협력을 꾸준히 집적시켜 나가면서 선린, 공조, 협력 관계를 뛰어넘는 동맹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무역 분쟁이나 영토문제를 국내정치로 끌어들여서는 안 되며, 특히 독도 문제에 관하여는 low-key를 유지해야 한다
통일 문제 -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중심이 되는 통일은 물론, 연방제 같은 중도적이며 타협적인 통일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자유대한민국이 주체가 되는 통일만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70년간 너무나 이질적인 집단이 되어 버린 북한과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극심한 '부적합성'을 보이고 있기에, 당분간은 명분을 위한 통일 레토릭 대신 국방안보를 튼튼히 하는 가운데 남북한이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가 간 합의는 어떤 형식의 합의라도 국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를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 조약 체결은 주권의 반향이다. 국가 주권은 지고의 권리이지만 그 주권을 걸고 자유로이 합의한 조약은 주권의 이름으로 준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