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철이 돌아왔다. 바야흐로 절후(節候)는 하지(夏至)가 다가온다. 나는 비빔냉면을 벌써 두어 번 해 먹었다.
냉면은 아무 때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여름철에 먹어야 제맛이 나는 음식이다. 냉면(冷麵)은 이름에서 보듯 차가운
기운을 담고 있는 음식이다. 보통 한여름에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있지만, 원래는 한겨울에 먹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아닌 이한치한(以寒治寒)이였던 모양이다.
어렸을 때 기억이다. 냉면 배달은 자전거로 했다. 한 손은 자전거 핸들을 잡고 또 한 손은 냉면 판(板)을 받쳐 들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무거운 사기그릇 몇 개에 담긴 냉면 무게가 적지 아니했을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떨어트리는 법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배달할 곳이 멀든 가깝든 무사히 마친다. 지금 보면 마치 서커스단 곡예(曲藝) 보듯 할 것이다.
그때는 살기 어려운 때이고 배고픈 시절이다. 냉면 위에 편육 두세 점, 달걀 반 토막이 놓여 있다. 아- 그 반쪽짜리 달걀이
무척이나 먹고 싶었다.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냉면 먹고 싶으면 꼭 전문점에 가야만 먹는 줄 알았다. 요즈음 ‘한진할미표 냉면’을 먹는다.
마트에 가면 인스턴트식품으로 CJ, 풀무원 등 평양냉면 및 함흥냉면을 판매하고 있다. 이를 사다가 집에서 레시피 하는 것이다.
재수 없이 맛없는 음식점 걸리어 먹는 냉면보다 오히려 정결하고 맛이 훨씬 좋다. 레시피는 오이, 사과, 채소 좀 썰어 놓고
여기에 송당송당 썬 김치 곁들여 비빔냉면을 만들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정말 맛있다.
요즈음 시중에서 냉면값이 14,000원 ~ 16,000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냉면 마니아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다간 냉면 한 그릇 20,000원 하겠다고 원성(怨聲)이 자자하다. 나는 걱정 없다.
마트에 가면 현재 인스턴트 평양냉면, 함흥냉면 4인분 8,000원 정도 한다. 가령 이것이 10,000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1인분 2,5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냉면 하면 평양 옥류관 평양냉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도 문재인이 남북 회담한다고 많은 사람을 평양에 데리고 갔다.
옥류관에서 오찬이라고 냉면을 먹는데 북한이 많은 지원을 요구했는데 경제인들이 시원한 답을 아니 한 모양이다.
삼성 이재용 등 재계 총수들에게 북한 조평통 위원장 ‘이선권’이라는 자가 느닷없이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면박을 준 일이 있다.
또 재작년에는 옥류관 ‘오수봉’이라는 일개 주방장이 ‘평양에 와서 옥류관 냉면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더니 지금까지 전혀 한 일이 없다’ 했다. 냉면 한 그릇 얻어먹고 하찮은 주방장 한데서 욕 실컷 얻어먹었다.
여기서 냉면을 먹으면 타박할 사람이 있겠는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글쎄올시다. 냉면 맛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옥류관 냉면이 맛이 있으면 얼마나 맛이 있겠는가?
나는 손녀 이름을 딴 ‘한진할미표 냉면’이 제일 맛 있고 세상에서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