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에서 만난 웃음 [김정석]
강경 젓갈 시장, 어리굴젓을 팔던 여자
젓갈통들 나란히 좁은 사이를 지나다
엉덩이가 서로 닿아 둘 다 웃었는데
그 겸연쩍은 웃음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웃음도 충청도에서 태어나면
느리게 물무늬처럼 퍼지나 봅니다
한 웃음이 끝나고
그 웃음의 끝을 지우기도 전에
새 웃음이 태어나는 얼굴
어리굴젓, 명란젓, 새우젓처럼
오래 묵혀도 상하지 않는 삼투압 웃음
그냥 하는 인사에도 젓갈처럼 정이 감겨와서
이 맛 저 맛 볼 것도 없이
웃음맛 하나만으로 젓갈 두 통 사들고 왔답니다
어쩌고 저쩌고 수작을 할 처녀 총각도 아니지만
오는 길 내내 마음이 설레설레 일어서기도 하고
품고 온 웃음이며 말들이 삭아가는지
내 몸에서도
강바람에 곰삭은 젓갈 냄새가 났습니다
또 오라는 인사는 못 듣고 왔어도
강경에 가면 아무래도 젓갈부터 사러갈 것 같습니다
- 별빛 체인점, 두엄, 2013
* 금강 하구에서 젓갈을 실은 배가 올라와 웅포에 들러 젓갈을 부리고
더 타고 올라오면 강경이라는 큰 포구가 있어 나머지 젓갈을 부린다.
강경 입구에는 백년이 넘는 강경상고가 있고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상고를 나와 젓갈장사를 했을 것이다.
강경상고 교정에 들어서면 시인 김관식의 시비가 서있다.
강경 읍내쯤에는 백반집이 많은데 정식에는 젓갈이 삼십가지는 나온다.
조금씩 맛본다 해도 밥 한 공기로는 모자랄 터.
해마다 젓갈 축제를 하는데 짭잘한 게 먹고 싶으면 가볼만 하다.
강의 풍경이 예뻐서 강경이라고 이름 지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