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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언제나 그러셨듯이 무겁게 앉아 계셨다.
길다면 긴 세월 지난 육 년 사이에 부모님은 너무 늙어 있었다.
당당하시던 모습은 사라지고 굽어진 등은 초라하게 변했고 천식으로 자주 내뱉는 기침과 힘없이 떨리는 손을 보자 그녀는 죄책감으로 속은 메어지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
작은 몸매의, 언제나 바지런하기만 하시고 곱기만 하였던 어머니는 온통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칼이며 주름이 더 깊어진 얼굴로 변해 버렸다 .
못난 딸 때문에 더 늙으신 것이라 생각하니 후벼파는 것처럼 가슴은 그저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
어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아이들을 번갈아 안아 주고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
" 이 녀석아 어딜 갔다 이제 왔어 "
효주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
" 에미야 . 내가 잘못했다. 세상 변하는 것도 모르고 "
아버지는 효주의 절을 받으며 끓어 오르는 애절한 감정을 속으로 눌러 담고 있었다 .
효주가 이곳을 떠난지 여섯해가 지나서였다.
" 내 딸아 .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바보같이
이 에미 곁에 그대로 있지 . ~ 이젠 내 곁을 떠나지 말려무나 "
눍은 엄마의 품에 안긴 효주는 눈물로 밤을 새웠다.
엄마의 거칠고 메마른 손을 잡고 모두 자기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 엄마는 그녀를 다시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노인의 손은 떨리기만 하였다.
효주는 손을 풀어 어미의 손을 감쌌다 .
옛날 엄마의 체취는 사라졌지만 핏줄은 그들을 이어주고 있었다 .엄마를 껴안고 한 몸이 된것처럼. 마치 그 옛날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 간 자세로 어미의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 며칠 더 있다가지 "
" 이젠 자주 뵈러 올게요 "
" 은영아 . 너도 자주 오너라. 이제 컸으니 동생 데리고 오너라 "
이틀밤을 지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머니는 효주의 손을 잡고 한참을 따라 나섰다.
효주는 대문 앞에 서 계신 아버지를 보았다 . "자주 와야 해 "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그분의 눈이 붉게 물든 것을 똑똑히 보았다.
코끝이 시리고 또 눈물이 나는 것을 참고 또 참았다 .
집으로 골아 온 효주는 그 자리에서 몸져 누었다.
긴장했던 날들의 쌓였던 한이 몸에서 빠져 나가는것 같았다 .
은영이 그녀의 곁에서 수발을 들며 지켰다
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은영이 생각을 했다.
어지러웠지만 몸을 추스리고 마음을 다시 잡았다
그녀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올곧게 커주었다는 것이었다.
여지껏 한번도 속을 썩인 일이 없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빠지는 좌절이나 세상에 대한 편견도 없었다.
특히 영웅이는 사춘기에 눈 한번 째려봤다는 사소한 이유로 시작되는 흔하디 흔한 어린 남자 아이들간의 다툼조차 없었다 .
껄렁거리며 몰려 다니는 아이들 틈에도 있지 않았다.
언젠가 딱 한번 입술이 깨져 집에 왔을 때 아들의 앙 다문 모습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지만 혼자 삭히는 모습을 숨어 지켜만 보았었다.
제 어미의 정성과 고생을 아는지 그런 일로 효주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고맙기만 하였다 .
또 외가를 다녀 온 뒤로 아이들이 더 활기있게 씩씩해졌다는 것이다.
또 둘간의 서로 의지하고 지켜주는 우애가 그녀의 마음을 적잖이 안심시키게 하였다.
효주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공부를 잘 해주었으면 하는 것 뿐이었다
비록 변두리 학교지만 아이들은 기대에 어긋남 없이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둘의 학원비를 주고 나면 살림은 늘 빠듯했다 .
아이들을 위해 들어가는 모든 것은 돈이었다.
하루에 두번 먹는 급식비부터 교통비. 입고 쓰는 모든 것은 돈이 들어가는 것 뿐이었다.
또 전세값이 오를때 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문턱 높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빚을 다달이 꺼나가야만 하였다.
그녀는 그럴수록 더 일을 해야만 하였다.
한달에 네번 쉬는 휴일에도 쉬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처음에는 비웃고 시기를 하였지만 점점 그녀에 대해 혀를 내두르며 질투와 외경의 시선으로 바뀌어 갔다.
" 하루 일을 더하면 아이들 한 달 용돈을 벌 수 있잖아 "
한번은 그집 단골 손님이 효주가 혼자 사는줄 알고 중신을 선다고 했다가 식당 주인이 그녀에 대해 말을 하자 혀를 내두르며 돌아 선 일도 있었다.
그녀는 그즈음 한창 유행하는 갈비집으로 옮겨 일을 하였다.
차비를 아낄 수 있어서 좋았고, 때론 급여가 좋은 곳으로, 어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은영이는 속이 깊은건지 눈치가 빨라서인지
중학교 1 학년때부터 항상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아들도 마찬가지로 누이를 따라서
상위권에서 내려 올 줄을 몰랐다.
다달이 시험을 보고 성적표를 가져오면 효주는 며칠간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힘이 솟았다 .
그녀는 아이들이 잘 되어서 이 어미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랬다.
잘 배우고 세상 물정도 알아가면서 자기처럼 한스러운 삶을 살아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 어떤 다른 이유를 달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그녀의 신앙이며 삶의 원천이었고
살아야 할 절실한 이유였다.
쉬는 날은 일년에 딱 두 번 . 명절은 그의 부모집으로 가는 날이었다.
갈 때 마다 더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면 자신이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가슴이 아프기만 하였다 돌아오는 길은 마음 한구석에 잿빛구름이 짓누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댈 곳은 부모님 뿐이었다.
또 그녀에게는 자식에게 거는 희망이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을 향해 묵묵히 그길을 걸어갔다.
가정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다 . 조금이라도 빨리 사회에 발을 딛어 가정 살림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걸어 온 길을 생각하면 결코 그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했다.
꼭 대학을 보내리라 생각을 하였다.
그 때까지 자신의 몸이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다짐 하였다
그러한 생각을 아는지 아이들도 잘 따라 주었고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기 시작 하였다.
" 엄 ~ 마 . 나 합격했어 "
은영은 그녀가 일하는 곳에 처음으로 찾아 왔다.
만면에 웃음을 가득 담은채 자랑스럽게 효주를 바라다 보며 우뚝 서 있었다 .
엄마를 찾아 오는 시간에 책 한번 더 보라는 철저한 지시 때문에 한번도 일터로 오지 않았던 딸이었다.
마침 한가한 오후시간이었다.
느닷없이 들리는 딸의 목소리는 환희에 들떠 있었다 .
" 아 ~ 하느님 "
그녀는 교회를 다니거나 절의 문턱을 넘어 본적도 없지만 자연스럽게 감사의 기도가 흘러 나왔다
은영은 S대 간호대학에 입학을 하였다
국내에서 수재들만 모이는 최고의 대학이었다
은영은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아 왔기에 자신의 뜻과는 다른 간호학과를 지원한 것이다. 그 실력이면 약간 낮은 대학으로 지원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최고의 대학이며 국립대학이 주는 학비의 혜택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 은영아 . 고맙다 고마워 ~~"
딸을 껴안는 그녀는 하나하나씩 결실을 맺어가는 아이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은영도 엄마를 껴안았다.
어느새 제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는 효주의 정수리에 흰머리가 쑥쑥 자라있는 것을 보았다.
은영은 이런 엄마가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초등학교 때에는 몰랐던 엄마였는데 ....
효주가 일하는 식당의 직원들이 모두 와서 진심과 부러움이 담긴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다들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벗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효주는 이런 날을 대비해서 저축해 두었던
돈을 아낌없이 찾았다.
입학하며 입을 숙녀복을 입혔을때 은영은 이미 성숙한 숙녀의 티를 내고 있었다.
커버린 딸의 모습을 보자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태가 지나서 영웅이도 K 대 전자공학과에 합격을 하였다.
제 누이보다 딸리는 성적 탓에 사립대학에 입학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효주는 그저 좋기만 하였다
다시 또 그녀는 일벌레가 되었다.
고등학교 다닐때 보다 더 많은 돈이 들었지만 더 아끼고 더 벌려고 노력했다.
입고 다니는 옷도 몇 년을 돌려 입었는지 모른다.
노점상에서 사서 신은 신발 한 켤레는 십년을 채워야 만큼 그녀는 자신에 대해 철저하였다.
남들은 궁상이라고 하지만 그런 말에 개의치 않았다 .
오직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제 갈길을 착실하게 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쓴다지만 언제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버님이 위독하시다고 한다.
딸만 둘인 그녀의 집은 부모님과 형부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마음씨가 넉넉하고 속이 깊은 형부가 벌어오는 돈으로 노인네 두분이 살아 갈 수 있었다.
처가살이 였지만 형부는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친부모처럼 모시고 살았다.
효주는 부모님에게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음을 늘 미안해 하였다.
명절이면 부모님께 몇 푼를 드리고, 언니에게 명절에 쓰라고 품앗이 격으로 적은 돈이나마 쥐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언니도 그녀의 사정을 알기에 되려 조카들에게 용돈으로 되돌려 주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거의 의식이 없었다.
" 아버지. 효주가 왔어요. 기운 차리세요 "
언니가 아버지의 귀에 대고 아버지를 깨웠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효주는 눈물만 뚝뚝 흘렸다.
" 아버지.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
녹슨 갈퀴같은 아버지의 손에 힘이 느껴졌다
촛점잃은 눈을 억지로 뜨셨다.
" 아버지 ~"
아버지는 아주 평화로운 미소를 띄우셨다.
그리고 이내 그의 손에는 힘이 떨어졌다.
딸로 인한 긴 세월. 고통의 멍에에서 벗어나
하늘 나라로 편안히 떠나셨다.
장례를 치루고 식구들이 모여 앉았다.
" 처제. 먼저 아버님이 살아 계실 때 처제한테 작지만 유산을 남기셨네."
아버지의 유산은 그들이 살고있는 집 뿐이었다.
형부는 효주가 원하면 그집을 팔아서라도
유산을 나눠 주겠다고 했다.
" 아니예요. 저는 아버지 딸이지만 그 어떤 것도 받을 자격이 없어요. 그동안 형부가 부모님 모신것만 해도 너무 고마울뿐인데. 저는 그 마음만 기쁘게 받겠어요. 다만 부탁드릴 것은 어머니를 잘 모셔주셨으면 해요 "
효주는 예전부터 생각해 온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밝혔다.
형부와 언니는 효주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난 후 효주는 이렇게 한 세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았다.
씨를 뿌리고 새싹이 나고, 굵은 나무가 되고 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되풀이 되면서 자기의 몫을 마치면 한 세대가 지고 이렇게 삶은 흘러 간다고 생각했다.
십여년을 넘도록 쉬는 날 없이 일을 해 온 육체는 삐걱대기 시작하였다.
전에도 가끔 고장이 나기는 했지만 살려는 의지 앞에서 작은 육신의 고통은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군대에 입대를 하였다
그녀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마침 신청해둔 이곳의 아파트가 당첨이 되어 입주 할 수 있었다 .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입주금이 모자라 이리뛰고 저리 뛸 때 어떻게 알았는지
언니가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 이거 받아라. "
" 뭐예요 "
" 네가 먼저 유산을 안 받겠다고 하던 덕분에 집값도 오르고 재개발 아파트 입주를 하고도 적지않은 돈이 남았다 . "
형부도 쾌히 찬성을 하였다고 한다
" 효주야. 내가 주면 네가 받지 않을것 같아서 엄마 명이면 네가 따를것 같아서 엄마 모시고 왔다 "
효주는 어머니를 왈칵 껴안았다.
노인네는 새처럼 가볍기만 했다
어머니는 흐느끼는 효주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었다.
세상은 살기 힘들다는데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있다면 그 어디서도 고단한 몸 쉬어가지 않으리. 그렇게 하늘의 도움으로 등기를 올릴 수 있었다.
입주한 첫날 그녀와 은영은 벅찬 기쁨으로 잠을 설쳤다.
창밖에는 서울의 밤 경치가 영화의 스크린 처럼 펼쳐졌다.
ㅡ 신 효주 ㅡ
집문서를 안방 장롱깊이 모셔 두었다
졸업을 앞두고 제법 큰 종합병원에 취업이 된 은영에게는 햇살 밝은 방 하나를 뚝 띄어 주었다. 비록 두 개 뿐인 집이었지만 ......
쉰 고개를 넘은 효주에게 만만한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보름 가까운 발품 끝에 가까스로 대형마트에 취업이 되었다.
" 설마 식당 일보다 힘이야 들겠어 "
그녀는 각종 소스를 파는 곳에 배치가 되었다
종일 물건 진열을 하고 팔고 옮기고, 앉아 있을 틈은 없지만 갈비집의 거친 일 보다는 훨씬 쉬었다.
습진을 달고 다녔던 설거지에서 해방되었고 주방의 눅지고 미끄러운 바닥의 위험에서 조바심 할 일도 없었다.
직장은 너무 좋았고 깨끗한 유니폼과 꼬박꼬박 쉬어야 하는 휴일이 있어서 좋았다.
다만 수입이 조금 줄었지만 딸이 그 빈틈을 메꾸어 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알게 된 키작고 싹싹한 여인. 한 아파트 이웃 동에 사는 동생뻘 되는 귀여운 여자 . 미옥도 여기서 만나게 되었다.
" 영웅아. 학생과 들러 봐라 "
여름방학이 되면서 영웅은 군입대에 따른 휴학을 신청하고 전자과 동아리 방으로 돌아 오고 있었다 .
" 왜 . 다녀 오는 길인데 "
" 응 . 너한테 편지 온게 있다고 하던데 "
" 진작 줄 일이지 "
영웅은 툴툴거리며 다시 본관 건물로 돌아 갔다.
< 세계무역 상무. 김 민수>
" 누구지 ?"
편지에는 꼭 만나고 싶다는 말과 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취업 문제라면 아직 멀었는데 ....
영웅은 폰을 열었다.
" 영웅이구나 . 나 알아 볼 수 있겠니 ?"
앞에 앉은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은
그 남자가 앉는 순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순간 영웅은 이를 악 물었다
" 나 네 아버지다 "
영웅은 숨을 크게 몰아 쉬었다.
" 어쩐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 "
" 미안하기 짝이 없구나. 영웅아 "
" 제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십시요"
" 정말 미안하구나. 너희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구나 "
" 저에게는 아버지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아버지는 없습니다 "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남자에게 영웅은 단호했다.
방학을 앞둔 대학가. 한낮의 카페는 한가로웠다.
아이스커피가 스트로우를 꽂힌채 그대로 녹아 가고 있다.
어색한 침묵은 오래 가지 않았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 고생많았지 "
남자는 영웅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을 붙히려 하였다.
" 만일 당신인 줄 알았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
처음 남자가 앞에 왔을때의 당혹스러움을
억지로 누르고 있었다.
어서 저 남자 앞을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 그래 .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 나도 그동안 내가 잘못 ....."
" 그만하세요. "
" 어머니는 잘 계시니 ? 정말 미안~ "
" 그만 ~ 당신 더러운 입으로 내 어머니를 올리지 마세요. 오늘 당신을 만나지 않은 걸로 하겠습니다 . 안녕히 돌아 가세요"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 영웅아 . 난 네 애비다 "
" 당신이 내 아버지라고 말하는 것과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 안녕히 가세요 "
분노와 흥분을 최대로 자제하고 있는 영웅은 자리를 벗어 나고 있었다.
남자는 나가는 영웅의 손을 잡았다.
" 얘야 . 잠깐만 "
그는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재빠르게 꺼내어 재용의 손에 쥐어 주었다
" 이건 등록금이다. 내 잘못에 비할것은 못되지만 필요할 때 쓰도록 해라 "
영웅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
"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 한 사람의 무책임으로 많은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따위로 살아온 당신이 나와 핏줄을 이었다는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나 이제 입대 합니다
경고하지만 나와 누이 . 어머니에게 한번 더 상처를 주면 절대 용서 하지 않습니다 "
영웅은 남자의 얼굴에 봉투를 던져 버리고 카페를 나왔다.
그날밤 . 영웅은 술 속에 자신을 던져 버렸다.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었던 아버지였나 ?
어린 시절 . 아이들의 놀림과 보이지 않게 어른들의 차별을 당할 때마다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자신. 애비없는 후레자식이라고 체육선생에게 이유없이 뺨을 맞고 엄마가 알까 전전긍긍했던 날. 정말 너무나 보고 싶었던 아버지였는데 . 언젠가는 보게 되면 품에 안겨 마냥 울고 싶었던 아버지의 가슴이었는데 . 그러나 철이 들어가며 자신과는 무관한 존재가 되어버린 아버지 . 퇴색되어 존재 가치 마저 사라진 사람이 왔다.
잊고 살아가는데 나의 앞에 나타났다.
조금만 더 일찍 나타나지 하는 원망도 이제는 사라졌고 다만 그의 모습에서 증오심만 일어 날 뿐이었다
차라리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미워하지 않았을텐데 .....
" 웬 술을 그렇게 마셨니 ?"
엄마는 콩나물에 북어를 찢어 국을 끓여 놓고 출근을 하셨다 .
거실 창을 통해 햇살이 찌른다
그 눈부심이 싫어서 다시 이불 속으로 온몸을 파묻었다 .
" 언니 . 언니는 요즘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 없어 ?"
루비라 불리는 미옥은 집에 오자마다 씻고 나서 다이아나에게 물었다.
" 있으면 뭐하니 ?"
" 왜 ! 연애라도 하면 좋지 "
" 에그. 이것아. 연애 좋아 하다가 신세 조지는 년들 쎄고 쎘다 . 연애두 팔자 소관인거 모르니 ..... "
" 호호호 ~ 연애 한번 한다고 신세 조질 일 까지 있나 ?"
" 아무튼 남자들은 천천히 알아가면서 사겨야 그 속을 알 수가 있어 "
" 그래도 사랑은 휘발유처럼 한번에 확 불이 붙는거 아니우 ?"
" 어휴 ~ 너두 참 "
다아아나는 마시던 맥주 캔을 주욱 들이키더니 손으로 깡통을 확 찌그러뜨렸다.
" 루비야 . 너 요즘 누구 좋아하는 남자 있지 ?"
" 아냐 ~ 없어 "
" 픽 ~ 내 눈을 속여 ? 귀신을 속여라 이년아 .니 얼굴에 딱 써 있어. 깔깔깔 "
" 어머 "
미옥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 감히 내 앞에서 내숭을 떨어 ? 호호호"
" 아냐 . 나 좋아하는 남자 없어 "
" 호호호 . 나뭇꾼 ? 나룻배 ? 푸른강 ?
아님 키크고 코 큰 태평양 ? 깔깔깔 "
" 아냐 아냐 . 언니는 참 "
그녀들의 수다는 밤이 깊어 갈수록 어둠처럼 찐하게 깊어가고 있었다 .
첫댓글 소설의 문장력에
놀랐습니다
이렇게 긴 소설을
쓰신다는 작가님
대단한 실력이십니다
아마도 저 역시 이 소설을
보니 이렇게 긴 문장을 가지고
쓰신다는 것은
창작력이그만큼
크다는 것이지요
아차 작가님의 깊은 작품
아마 나는 단편인줄 알았는데
중편이나 장편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수고 많으셨어요
네
총 6 편 까지 이어집니다 .
저는 이런 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독자들의 대리만족도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