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이맘 때가 휴가철이지만 내 어렸을 적에는 한참 바쁜 김매기 철이었다. 벼를 비롯한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틈틈히 논이나 밭에 나가서 잡초를 뽑고 관리를 해야만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심어 놓기만 하면 알아서 저절로 크겠지 할 테지만 곡식도 온갖 보살핌이 필요하다.
내 엄니도 이때쯤이면 바쁘게 남의 일을 다녔다. 한여름에 김매기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호미 들고 논이나 콩밭을 맬 때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콩밭에 앉아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엄니가 일을 하다 허리를 삐끗했는지 며칠 앓아 누웠다. 엄니는 내게 개똥을 주워오라고 시켰다. 나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내가 밭두렁을 다니며 주워온 개똥을 엄니는 약으로 썼다. 개똥을 불에 구운 후 보자기에 싸서 물에 우렸고 엄니는 그 물을 마셨다.
정말 허리 아픈 데 개똥이 효과가 있었는지 며칠 후부터 엄니는 일을 다닐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방법이지만 내 어릴 때는 단방약이라 부르는 이런 약이 많았다.
머리통이 깨지면 된장을 발랐고, 불에 덴 화상에는 간장을 발랐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당시는 그랬다.
이런 일도 있었다.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신병(무당병)을 앓았던가 보다. 심장병까지 겹쳐 그 분은 숨이 차면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병을 고치기 위해 도시에 있는 병원도 여러 번 갔지만 그때 뿐, 병은 다시 도지고는 했다. 부잣집이었기에 병원도 자주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남편을 비롯해 자식들까지 온 식구가 아픈 엄마를 여왕처럼 떠받들다시피 했다.
날마다 황소처럼 일을 했던 내 엄니는 종종 그 아주머니와 비교를 했다. 주로 내가 엄니 속을 썩일 때 그랬을 것이다
"저 집 식구를 봐라. 자식들이 그 엄니한테 얼마나 잘 하는지를,,"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이런 소문이 돌았다.
그 아주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유골를 파내 소 사골처럼 고아 먹였단다.
물론 연고가 없는 오래된 무덤이었을 테지만 한밤중 공동묘지에서 무덤을 판다? 생각만 해도 오싹한 소문이었다.
무덤을 팠던 남편과 큰아들이라고 왜 무섭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아내의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마음이 무서움을 잊게 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소문을 듣고 엄니한테 물었더니 정색을 하며 말했다.
"데끼 이놈,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다시는 그런 말 꺼내지를 말거라."
내가 고향을 떠난 후에 그 아주머니는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남편과 자식들의 그런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도 그녀 나이 50 중반쯤었을 것이다. 내가 성인이 된 후에 엄니한테 다시 그때 일을 물은 적이 있다.
정색하고 내 입을 막았던 예전과는 달리 엄니는 담담하게 그때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 그런 소문이 돌긴 했었지. 얼마나 마누라를 살리고 싶었으면 그런 것까지 생각했겠니."
내 엄니가 먹었던 개똥 우린 물도, 그 아주머니가 먹었을 인골 국물도 다 약이라는 생각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건강 구독 사회/ 정재훈 지음/ 에피케/ 2026
오늘 납량 특집은 약에 관한 책이다. 근래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관심 있게 읽은 책이기도 하다. 내가 식탐이 많아서인지 뭐든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치료제든 영양제든 약을 먹는 사람한테는 아주 유용할 정보가 많았다.
나는 어떤 약도 먹고 있지 않지만 우리집에는 각종 약이 많다. 아내가 먹는 여러 비타민을 비롯해 콜라겐, 오메가3 등이다.
아내는 함께 먹자고 권하지만 약 먹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별로 내키지가 않는다.
올초에 누이가 사다 준 공진단처럼 생긴 약도 몇 개 먹고는 그대로다. 지인한테 선물로 받은 홍삼 원액도 몇 번 타서 먹었나?
아내는 부지런히 챙겨 먹으라고 하지만 그때뿐 금방 잊어버린다. 각종 모임에서 받은 홍보용 약들도 엄청 많아서 우리집에는 굴러다니는 게 약이라 할 수도 있겠다.
사람 일은 장담할 수 없기에 나도 언젠가는 이런 약들을 꼬박꼬박 챙겨 먹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건강 구독 사회>는 내게 보험 같은 책이었다. 지금은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될 약에 관한 상식이 가득했다.
AI한테 물어 보면 다 알려주는데 굳이 책까지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겐 너무나 많은 공부가 되었다.
내가 유튜브 볼 때면 불쑥 튀어 나오는 광고 문구들을 이 책에도 언급을 한다. 그중 몇 가지를 옮기면 이렇다.
이 영양제 당장 갖다 버리세요
이 신호 무시하면 10년 뒤에 후회합니다
의사들이 가족에게만 몰래 먹이는 것
평소 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정말 솔깃해질 문구들이다.
아픈 관절 때문에, 탈모 때문에, 다이어트 때문에, 당뇨 때문에, 이명 때문에 등등 세상에는 약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이런 과장 광고를 과학적 근거와 자기가 배운 지식을 동원해 일목요연하게 차근차근 알려준다. 또 이런 문구도 나온다.
이거 하나면 종결입니다
무조건 드세요 효과 없으면 제가 책임집니다
혹해서 말려들 수 있는 이런 문구를 저자는 시원시원하게 풀어준다. 의심이 많은 나도 궁금증이 풀린다고 할까.
워낙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라 어렵지 않게 술술 익힌다. 읽는 내내 생각이 교차하기도 했다.
아! 이건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도 있다.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매일 받는 카톡 등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 책으로 교통정리를 할 수 있었다.
저자인 정재훈은 서울대 약대를 나온 약사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냈는데 전부 먹는 것에 관한 책이다.
나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이 사람 책을 처음 접하고 홀딱 반했다.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게 읽히기 때문이다.
관심 분야라 내가 읽은 이 사람 책이 꽤 된다.
<식탐>, <생각하는 식탁, 착한 음식의 거짓말>,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소식의 과학> 등 모두가 내겐 아주 영양가 있는 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과 약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을 것이다. 나이들수록 약 먹을 일이 생기고 먹는 약도 늘어난다.
내 선배 하나도 먹는 약이 아주 많다. 언젠가 함께 식사를 한 후 약 먹는 것을 봤는데 종류가 다양했다. 선배는 내 물음에 친절하게 알려줬다.
이것은 혈압약, 이것은 고지혈증, 또 이것은,,
정재훈의 책에서 얻은 문장들로 오늘 글을 마친다. 위에 언급한 책과 다 관련이 있는 문구들이다.
<거짓은 그럴 듯해 보여도 거짓이다. 음식에 대해 전해 들은 이야기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늙지 않고 살찌지 않고 병 걸리지 않는 식습관이 과연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니듯 정재훈의 책을 100% 무조건 믿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알고 먹어야 제대로 된 약이다.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쿠팡 상품에 달린 구매 후기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럴 듯한 구매 후기일수록 이거 바람잡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오직 직접 읽고 경험한 것만을 글로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댓글 암 투병할 때 한 주먹씩 먹었던 약에 질려 그 후론 아무 약도 노!
감기가 아주 심하면 딱 이틀 항생제 끝 그리고 침 맞고 주사맞고
그 외 건강 보조제 같은 건 절대루 싫습니다 화장품도 만원이상은 안사요
좋은 것은 다 거품이라 여겨서요 늙은 몸에 바르는 거 먹는 거 다 소용 없어요
저만 이렇게 부정적으로 약에 거부하지요
제 친구들은 하루에 먹는 건강 보조제가 한 주먹씩입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말 약에 썼기에 그런 말이 있었겠지요
한 해 묵은 똥물을 퍼다 체에 밭쳐 그 물을 마시는 걸 봤지요
그리고 인골을 파내서 달여 마신다는 소리도 들었고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조약들 중 진짜 좋은 것도
많지요 개똥이나 인분 인골 이런 것은 다 헛짓거리라 없어 졌겠지요 에구구~~
생각만 해도 그 때는 얼마나 운짐이 달았으면 그거라도 먹었을까요 만
현덕님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바쁜 운선님께서 긴 댓글을 주셨습니다. 긴 문장을 순삭하는 문해력도 손가락에서 저절로 나오는 이런 댓글도 다 운선님이 쌓은 내공일 겁니다.
약을 잘 안먹는 저와 운선님의 약에 대한 인식이 비슷합니다. 옛날에는 원기소 먹는 친구가 그렇게 부러웠는데 지금은 더한 약도 별로 끌리지가 않으니 말이지요.
대신 저는 먹는 음식에는 아주 진심이랍니다. 가능한 정해진 시간에 편식하지 않고 먹으려고 하지요. 규칙적인 생활은 기본이구요.
인골 고아서 먹었다는 말을 운선님도 들으셨다는 데 깜짝 놀랍니다. 제 엄니의 개똥물이나 그 아주머니의 인골물도 전부 살고 싶은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네요.
모진 풍파 잘 헤치고 살아 오신 운선님,,
좋다는 약도 맛난 음식도 많고 많은 세상, 오래 건강하시길 빕니다.
민간요법에 의존하던 옛날 이야기지만
아이고~~~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무엇을 믿고
무엇을 거를지는 분별력이 필요한데
무엇을 기준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이네요.
골다공증만 해도 의사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의사는 꼭 먹어야 한다고 하고
또다른 의사는 나이 먹을수록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니 먹을 필요가
없다고~
심지어 제약회사들 약 팔아 먹으려고 권한다는등
정말 뭐가 맞는건지 모르겠어요.
유현덕님은 그분의 책이
많은 도움이 되신다니 다행입니다.
와우~ 제라님 오랜만입니다. 제라님 댓글 내용이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이기도 하네요.
분별력이든 변별력이든 과잉 정보에서 오히려 혼란이 오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으로 어느 정도 교통정리를 해서 많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좋다고 여겨는 홍삼도 어떤 사람한테는 오히려 조심해야 할 식품이기도 하더군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 아무리 좋은 약도 무용지물이거나 영양제도 되레 해가 되기도 한답니다. 다 이 책에서 배운 겁니다.
오래전 제 고향 오일장에서 봤던 약장수나 지금의 제약회사나 선전하고 팔아 먹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모범생 같으신 제라님, 공감 댓글 감사합니다.
정규 프로그램에서는 의사들이 나와
어떤 증상이 위험하다 그러고
바로 위 또는 아래 홈쇼핑 채널에서는
거기에 좋다는 건강식품 선전하고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가 났으니
올라 탈 노아의 방주를 찾아주세요
뱃등님,,
저도 그런 프로를 보면 헷갈릴 때가 있으니 저라고 특출한 지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정보 홍수 속에 올라탈 노아의 방주까지 나오고 아주 대단한 위트입니다. 대체 이런 비유를 어떻게 생각해 내는지 뱃등님의 재치가 놀랍습니다.
병원과 약국이 처방전을 두고 서로 짜듯이 건강프로 출연자와 건강식품 회사가 연결이 되어 있단 말은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입니다.ㅎ
짜고 치는 수법입니다
업체의 광고를 그런식으로 하는거죠
진짜 좋은지 어쩐지도
생각않고 거기에 동조하는 부분도
참 거시기합니다
썸네일로 독자의 클릭유도해서
조회수 올리느라
이거 아세요~이거 모르는 안됩니다등
넘치는 정보 잘 확인해서
내게 적용하든 해야죠
저는 의사들이
골고루 잘먹으면 된다는데
그 골고루 잘먹기가 쉽지않고 소화력 떨어지고ㅠ
비타민 오메가는 먹고 있어요
얻는만큼 잃는것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좋다는것도 반작용있다 생각
한주먹씩은 사양하고 있어요
정아님 말씀대로 사방천지가 약 광고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먹는 사람 위주의 광고가 아니라 판매자 위주이기 때문에 문제이지요.
제가 정재훈 씨 책을 예전부터 좋아했던 이유도 이 사람 글이 객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제약회사나 식품회사가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거침없이 피력하거든요. 이것도 글쓴이가 갖고 있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정아님의 영양제 복용이 제 아내와 비슷합니다. 아내도 입이 짧은 데다 소화력이 약해 음식 섭취로는 한계가 있어 비타민과 영양제 두 가지로 보충하고 있습니다.
기력 떨어지기 쉬운 더운 여름날이네요. 모쪼록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진짜 옛날의 기상천외한 약(?)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리였겠지요.
제가 고3 때 안면신경마비가 왔었는데 침을 엄청나게 맞았는데도 쉽게 안 풀리고 오래 갔어요.
다 키운 딸 얼굴이 그리 됐으니 우리 엄마는 노심초사, 황태 삶은 물로 세수를 하면 낫는다는 민간요법을 들으시고는 황태를 삶아 주셔서 그 물로 몇 날 며칠을 세수를 했네요. ㅎㅎ
황태의 효험은 아닌 듯하고 침술의 효험으로 낫긴 나았습니다.
좋은 책 정보 감사합니다.
저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전단계 약을 먹습니다.
그 외의 영양제 종류는 안 먹고 음식을 잘 챙겨 먹으려 합니다.
달항아리님한테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그러고 보면 달님도 참 곡절 많은 삶을 사셨습니다.
여성한테 안면마비 증세였다니 어머님도 달님도 얼마나 가슴 졸였을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내 친구 중에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밤이면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아이가 있었답니다.
오줌싸개한테 호박꼭지 다린 물을 먹으면 낫는다고 해서 그 친구는 호박꼭지 물을 엄청 많이 마셨다고 하데요.ㅎ
달항아리님이 드신다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은 내 친구도 복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약이 좋아서 이런 질환도 꾸준히 복용하면 별 문제 없이 장수한다고 합니다.
맛난 음식 즐겁게 드시고 약 복용도 잊지 않으면 달님도 건강할 것으로 봅니다.
더운날 시원하게 힘 내세요.ㅎ
저는 스느슨도 안하고 그런 거 안 하는 사람입니다.
안 먹어도 사는 건 안먹는 주의.
그래도 알레르기도 있고 예민합니다.
60년전으로 갔음 하는 바람이네요.
세정이님, 스느슨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약은 가능한 안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 책 저자의 결론도 치료약이든 영양제든 모두 간에서 해독을 해야 하기에 약을 많이 먹을수록 그만큼 간에 부담을 준다고 합니다.
알레르기가 있으시다니 신경이 많이 쓰일 듯하네요. 모쪼록 세정이님의 건강한 날들을 빕니다.
@유현덕 성함이 유비 현덕이 생각나는 군요.
SNS 를 스느슨이라고 하지요.
@세정이
아하~ 스느슨이 그걸 말하는 거였군요. 오늘 저도 배웠습니다. 저도 카톡 외에는 SNS를 안한답니다. 계정만 있고 그냥 방치하고 있어요.
세정이님께서 유비 현덕을 아시는군요. 관우와 장비가 제 동생들이랍니다.ㅎ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