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九. 괜찮아.
“언니, 그럼 우리는 다음에 봐요.”
“아니… 그게…”
전 직장 여자 직원들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남기고는 눈 앞에서 사라졌다.
다들 간만에 만났으니 차나 마시면서 수다나 떨자고 말했더니 그녀들은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왜 아까는 자기들한테 거짓말 했냐, 멋진 연하 남친을 둬서 부럽다 등등의 말을 하며 자기들은 다음에 따로 보자고 했다.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오해를…
“자, 그럼 오늘은 내가 아네고 남자친구니까 주말 데이트나 할까?”
“뭐?”
“놀라지마. 놀라지마. 가끔 이렇게 수업하는 것도 좋잖아.”
“아니… 뭐…”
“그럼 오늘은 나는 한국어로, 아네고는 일본어로만 말하는 거 어때?”
“뭐? 다시 말해줘.”
“오늘은 나는 한국어로… 아네고는 일본어로 말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선생님.”
“네, 그럼 민선생님. 무엇이 하고 싶습니까?”
“영화! 영화보고 싶어!”
화장실에서 나오니 료는 영화 ‘유레루’ 포스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그의 옆에 서서 포스터를 쳐다보았다.
“오다리기 죠”
“여기.”
“고마워.”
그는 내게 콜라를 주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포스터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나… 원래 배우가 되고 싶었어. 오다리기 죠처럼.
연기학원을 다니고 사진을 들고… 오디션을 찾아 다녔어. 그런데… 매번 실패했어.
연기를 못해서 그런걸까... 하고 연극도 했었어.
그러던 중 꽤 인지도가 있는 기획사의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어.
나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해갔어.
내가 생각해도 잘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오디션을 치루었어.
근데 말이야… 사장이 말하더군.
당신, 캇툰의 아카니시 진하고 너무 닮았어. 그래서… 어떤 곳에서도 써주지 않을 꺼야 라고. 개성이 없어 보여 라고.
몇 번 그런 소리를 들었지만… 아니라고 생각했고 노력했어.
그 회사를 나오면서 내가 들고 있는 내 사진을 보았지.
그때 그의 CF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그 옆에… 내 사진을… 놓았어.
이렇게… 그리고… 꿈 포기했어.
나… 아네고가 진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싫었어.
그와… 닮았기 때문에… 같이 공부하자… 허락한 거 아닌가 생각했어.”
그리고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가 일본어로 말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그 긴 이야기를 다 알아듣진 못했다.
하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였는지 그리고 힘들어 했었는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그가 가진 슬픔을 봐버렸다는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말 대신에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의 슬픔이 내게 조금 넘어와 그가 덜 고통스럽도록, 나의 위로가 그에게 조금 전해져 그가 더 편해지도록… 그렇게…
그리고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말을 하면 어색해질까 걱정을 했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손을 잡았던 사람들처럼 우리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좌석을 찾고 자리에 앉았다.
예고편이 상영되는 동안, 우리 앞으로 커플이 들어와 앉았다.
그 커플 중 남자가 좌석 팔걸이를 올리고는 여자의 귀에다가 뭐라고 말을 했다.
료가 내 손을 놓았다. 그러자 어색한 기분이 들어 난 스크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가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가만히 자기 쪽으로 내 몸을 옮겼다.
“료선생님, 뭡니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입방정 떠는 나의 이 센스, 오늘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쉬… 극장에서 떠들면 안돼. 영화 시작한다.”
하며 내 얼굴은 보지도 않고 그는 말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편히 기대었다.
“어깨 부러질 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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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두 행복해지세요!
첫댓글 오~~~~~본격적으로 데이트 하는거야.....아네고도 료군을 좀 좋아 하는것 같은데....아닌가???..다음 기대
드라마짱님 저는 료군은 완전 사랑합니다. 하하하하 다음 편은 좀 늦어질지도... 하지만 되도록 빨리 쓰겠습니다.
으메 ...짧은거,,,ㅠㅠ
그러게요... 얼른 써야 하는데... lian사랑님의 응원에 힘입어 이번에 좀 길게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짧아요,, 료의 슬픈 과거/? ㅎㅎㅎ
짧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료와의 스킨쉽이라니... 하하하 좋지 않습니까?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서른에 복 터졌구만여~^^
그러게요~ 현실에서도 제발 나타나라!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