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름은 김상현이라고 해. 가끔씩 사람들이 나더러 김상사 김상사 그러는데 왜그런지 모르겠어
이제부터 내 이야기를 들어봐.
나는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01년에 지역연고팀인 KIA에 입단하게 됐어. 하지만 프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지.
데뷔시즌을 단 16경기만 출장한 나는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어. 0.150이란 타율과 3안타란 초라한 성적표만을 받아들였지.
이듬 해는 한뼘 성장했어. 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0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지.
2002년 7월 27일 잠실에서 열린 LG전에서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이상훈을 상대로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린 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러나 팀이 기다려주지 않았어. 나는 시즌 중반 LG 트윈스로 트레이드 되었지.
LG는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문 팀이야. 2002년부터 2009년 초반 다시 KIA로 트레이드 될 때까지 총 8년을 보내게 되었지.
나는 2003년부터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하여 붙박이 LG의 오른손 거포로 활약하게 되었어. 하지만 타격감이 올라올 때쯤 7월 말에 손목골절로 중도하차하고 말았지. 하필 그때 LG가 4강 경쟁을 벌이던 시기라 더 뼈아팠지.
그 해 최종 성적은 타율 0.269, 7홈런을 기록하게 되었단다.
2004년에도 나는 팀의 백업 내야수로 꾸준히 활약했고 생애 처음으로 100경기에 출장하며 입지를 다졌어. 그리고 상무에 입대하게 돼.
상무에서 나는 타율의 절정을 맛보게 되었어. 무려 2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북부리그 MVP를 거머쥐었지.
그렇게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7년에 나는 거포로써 존재감을 알렸지.
5월 29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날리게 된거야.
데뷔후 가장 많은 121경기에 출장했고 타율 0.235, 7홈런, 41타점을 기록했어. 이게 당시 내 모습이야.
이듬해인 2008년에도 75경기에 출전해서 8홈런을 날리는 등 나름대로의 활약을 펼쳤지. 하지만 아쉽게도 LG구단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고 2009년에 LG는 FA로 정성훈을 영입하면서 나는 2경기만 뛰고 친정팀 기아로 트레이드 되었단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인생을 바꿀지는 예상하지 못했어.
이 때의 나는 정말 모든 것이 다 되던 시기였지. 당시 기아와 나에 관한 기사를 한번 보여줄게.
사실 KIA의 선두 등극은 전문가들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다. 지금은 이용규-김원섭 등 부상병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갖췄지만, 전반기만 하더라도 올 시즌 전망은 어둡기만 했다.
KIA 상승세를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김상현이다.
지난 4월 LG서 친정팀 KIA로 컴백한 그는 ‘만년유망주’라는 꼬리표를 털어내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부동의 주전 3루수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리그 판도를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거듭난 것.
현재 김상현의 성적은 타율 0.292, 87안타 78타점 46득점 18홈런(만루포4)으로 중심타자로서 부족함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타점으로 LG 페타지니와 함께 공동 2위다. 선두 이대호(롯데)와는 불과 1개 차이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수(82경기)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속팀 KIA의 팀타율이 최하위라는 점을 떠올릴 때, 그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특히 김상현의 놀라울 타점본능은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 팀 내 중심타자인 장성호와 최희섭이 부상과 슬럼프로 제몫을 못할 때 김상현마저 침체에 빠졌다면, KIA의 정상 등극은 불가능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일각에선 KIA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경우, 김상현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등극을 점치기도 한다. 만약 타점왕까지 차지할 경우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연 올 시즌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상현이 시즌 막판까지 현재의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그의 행보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전성기였던 2009년 이후 다시 부상이 내 발목을 잡고 말았어.
2010년, 2011년까지 3년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나는 그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되지.
2012년은 최악이었어. 2002년 이후 최저 기록인 32경기 출장-4홈런-17타점 등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시즌을 마무리하고 말았지.
결국 나는 2013년 5월 6일에 2대2 트레이드로 SK로 팀을 옮기게 되었단다.
SK는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나를 영입했어. 그리고 나는 이적 첫경기에서 이런 SK의 기대에 부응하게 돼.
5월 7일 문학에서 열린 두산과의 이적 첫경기에서 나는 4번타자와 우익수로 선발출장,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지. 시즌 3호 홈런을 KIA가 아닌 SK 유니폼을 입고 때려낸거야. 나는 트레이드된 첫날부터 특타를 자청해서 훈련하면서 SK에 자리잡기 위해 노력했단다. 결국 나는 89경기를 소화하며 시즌을 끝까지 치러냈지.
하지만 그 이듬해인 2014년에 다시 42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하고 타율 0.263, 5홈런에 그친 나는 결국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kt에 특별지명을 받으며 다시 이적하게 되었어.
나에게 kt는 기회의 땅이 되리라 믿고 있어. 기아 시절 은사인 조범현 감독님이 계시고
무엇보다 이제 내가 여기서 114경기만 출장하면 데뷔 16년만에 FA 자격을 얻게 되거든.
생애 첫 1000경기 출장이라는 값진 기록과 함께 말이지.
하지만 무조건 이런 생각만 하는건 아니야. 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지.
“지금은 FA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김상현이라는 선수가 kt라는 신생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생각만 하게 돼요. 다른 팀에 비해 채워 넣어야 할 것이 많은 팀인데 어떻게 하면 보탬이 될까 싶어요. 어린 선수들이 기량을 끌어올리고 적응하는 부분까지 도와줘야 하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바람은 오직 하나야. 아프지 말고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지.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터진 홈런포와 타율이 현재까지는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하지만 오늘 한화와의 경기에서 3번째 타석에서 빅이닝의 시작을 알리는 2타점 적시타에 이어서 4년만에 10호 홈런을 기록하게 되어 매우 기뻐. 2011년 이후 첫 10호 홈런을 달성했으니까.
나는 아직도 타팀 선수들에 비하면 부족한게 많아.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kt에서 만큼은 내가 중심타자가 되어야해.
다행히 우리팀 선수들은 전부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아 따로 지적할 일이 없어.
주장인 명철이 형이 어린 선수들을 바로잡고 기아에서 온 대형이가 친형처럼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지.
남들은 내 얼굴만 보고 내가 군기반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는 생각보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해.
지금도 오히려 다른 선수들의 부진이 다 내탓인 거 같은 느낌이 나에게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어.
하지만 오늘의 대승으로 타선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은 만큼 이제 중심타자라는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아도 될 거 같아.
만약 fa자격을 얻어도 kt라는 가능성이 무한한 팀을 될수 있으면 떠나고 싶지 않아. 조범현 감독님도 계시고.
앞으로도 더 많은 홈런, 더 많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모두 응원해줘 ^^
P.S
평소 오늘의 MVP는 속보성으로 곧바로 글을 게시하는 편인데
오늘은 예상밖의 대승으로 조금 새롭게 글을 써봤습니다.
사실 야구를 이번시즌부터 봐가지고 우리팀 선수들이 전에 무슨팀에서 뭘했는지 잘 몰라서
이 글을 쓰는데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온갖 옛날 기사들을 찾고 그랬죠.
어쨌든 신인급 선수들이 대부분인 kt에서 타선에서 김상현의 존재감은
상당하다고 보고 또 직관가면 가장 귀에 와닿는 것도 김상현 응원가기에(홈런~ 홈런~ 홈런~ 김상현 홈런!!)
다음시즌에도 보고픈 마음에 열심히 포장해서 글을 써봤습니다.(설마 떠날리는 없겠죠?)
이런 유형의 글을 예전에 국농게에서 아이라클라크를 대상으로 써봤는데 그때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는 김상현을 대상으로 써봤네요.
조금 오글거릴지도 모르지만 정독 부탁합니다^^ 그리고 다음 상대 LG도
친정팀이었던 선수들의 맹활약을 기대합니다.(김상현, 이대형, 박경수 화이팅!!)
첫댓글 정말 정성이 담뿍 담긴 글이네요.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상남자!!! 멋있습니다 김상사!!
야구를 이번시즌부터 보신다는게 사실인가요? 너무 잘 쓰셨는걸요..짝 짝 짝..열정에 응원 보냅니다.
김상현 아직도 응원합니다.
09년에 홀딱 반해서 아직 응원합니다~
기아로 돌아오세요ㅠㅠ
김상현이 올시즌 끝나면 FA죠? 케이티가 잡을것 같긴 하지만..
김상사는 늘 응원합니다
김상사 좋아요~ 개인적으로 송은범과 트레이드 됐던 당시에 그 트레이드는 충분히 할만했다고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그 이후 기아 선수들 멘탈이 나간걸 생각하면 팀내 베테랑으로서의 입지도 상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팀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게끔 해준 감독과 함께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면 좋겠네요
크트 직관 다니시나요?! 수원사시나봐요?!
기아팬은 김상현을 절대 잊을수 없죠. 어디에서 뭘하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