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수필
松山 許 壹
閻魔여
저승길에 올라도 끌길 없는
刑典 어느 항목에도
定罪한 바이없는
이 情火
閻魔帳에도 불꽃 튈까 저어라
-불꽃
*염마장: 염라대왕이 죽은 이의 생전의 행적을 적어둔다는 장부
*저어하다: 두려워하다
여자의 嫉妬는 무덤보다 殘忍하다
古今의 잔혹사를 통틀어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는 불세출의 살인자 셰익스피어의 일갈이다.
嫉妬, (-계집녀+병질 -계집녀+돌석)
질투는 사랑의 징후라나 뭐라나 여자의 질투를 마치 사랑의 묘약이라 치부하는, 아닌말로
천지분간 못하는 오늘의 카사노바에게 일대 경종을 울리는 전대미문의 괴변이 도하 각 신문지상에
연일 대서특필된 사건!
으흑, 소리없는 번개처럼 섬찍한 전율이 등줄기를 쫙 훑는다.
그러니까 텔레비전도 한 마을에 한두 대 있을까 말까하던 그 시절, 뜬금없는 한 여름 낮의 이야기.
한적한 산자락의 초가삼간 뜨락 아래쪽으로 고랑물이 돌돌 구르고, 엉성한 까치둥지를 우듬지에 걸쳐놓고
한가로운 신작로 가에 주욱 늘어선 미루나무에서 발정난 매미들이 기를 쓰고 울어재끼는 한적한 시골의 한낮.
“으악!! 아구구구....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느닷없는 비명소리!
숨넘어가는 단말마의 울부짖음이 태고로운 온 마을을 발칵 뒤집었다.
“이게 뭔 소리여?” 허겁지겁 달려오는 부산한 소란 속에 동넷 개가 미친 듯이 짖어제끼는데
이야긴 즉은 이렇다.
아래뜸께 닷 마지기 도지논(반타작 조건으로 얻어부치는 논)에 물꼬를 보고 돌아와
조반상을 막 물리고 나서 거 뭣이냐 사향내 풍기는 포동포동한 새각시 무릎을 베고 박서방이
세상모르고 꿀맛 같은 잠에 빠져든 한 때
상머슴꾼 신랑의 이맛전에 맺힌 땀을 베수건으로 가만가만 눌러 닦고 부채 바람을 살랑살랑 쏘이면서
그저 그냥 꼭 깨물고픈 구릿빛 사내의 듬직한 얼굴을 쓸어보며
이 사람이 정말 내 남편인가? 요로코롬 사람 애간장 녹이는 이 거시기도 참말로 나 혼자만의 것인감?
적이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황홀감에 잠기다가 문득 고개를 드는 그 어떤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저 아래 삼거리 주막의 색정녀로 소문이 파다한, 뭣이냐 그 옹녀한테는 천하없는 변강쇠도 그녀의 치마폭에서
곤죽이 되어 흐물거리더란 그 년이, 아 이 어리숙하고 순하디 순한 내 서방한테 은근히 눈찌를 건네거나
암내를 살살 피운다면?
아 울뚝불뚝한 사내 하나가 어디 열 계집을 마다던가?
가진 거라곤 그것 두 쪽밖엔 없지만 고것이 워낙 말 못하게 기막힌 가로지기인지라 흐흥,
노상 암내를 풍기는 동네방네 잡년들이 보리밭으로 밀밭으로 꼬셔내 가지고설라무네...??
그런데, 그럼 이 화상이 해까닥 해갖구설랑 딴 맘먹고 뭣이냐 거 바람이 나갖구설랑 종당엔 조강지처인
나를 개 잡듯 마구 끄댕이질 하고 패대기쳐 내쫓아? 그럼 나는? 나는 보따리 싸들고....... 콩쥐 신세가 되고??
그러구선 저들 연놈이 밤낮 엉겨붙어설랑...... 아으 너 죽고 나 죽고 사생결단을 낼망정 난 죽어도 그 꼴은 못봐.
어디 어디 보자. 요놈의 거시기가.....고년한테도 지가 무슨 변강쇠라고 (사실 말이지 천하의 옹녀도 구름 위에
둥둥 띄우는 거 뭣이냐 요놈) 밤이면 밤마다 온갖 요사방정을 떨며..... 아이구 사람 죽것네! 하이고 나 죽네!
아냐 내 이걸 그냥, 아 이누무 껄 그냥,
어차피 못 먹는 감 콱! 찔러나 보는 기라.
“난, 죽으면 죽었지 그 꼴은 못 본게!
요걸 그냥, 요것만 요절내면 흐흥. 제깐년들 그래 어쩔겨.
쫗아, 어디 맛 쫌 봐라!”
바지를 훌렁 까내리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거짓말 좀 보태 꼭 무슨 다듬이 방망이만한 고것이.....
흠 요것을 그냥, 에랏! 눈 딱 감고 총각무 토막치듯 썽둥, 아니 싹뚝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난 본시 그럴 깜도 못되고, 또 그럴 발심은 생심도 못 먹은께,
그래서 뭣이냐 그런 걱정은 아예 남의 얘기지만서두
꿈에라도 마누라쟁이가 미친 맘 먹고설랑 내 서재에 기어들어 행여 부채질을 해 준다거나
주물러준답시고 생판 않던 짓을 할까보아 지레 문고리를 걸어잠그고 처박혀서
한 여름 내 숫제 죽고 못 사는 에어콘을 껴안고 딩구는 게 암 천하 만고강산인기라 흠.
오늘도 말이 없는 저 하늘 한 복판에
눈물 젖은 손끝으로 써 보는 아 그 이름
순나야! 알아보것나 나 그때 그 머슴아다
-그 이름
그러고 보니, 나 尾生(중국 춘추시대, 여자 앞에 더없이 순진했던 천생바보)에게도,
이건 하늘도 모르는 純愛라 할까 죽도록 그리는 한 여인이 미상불 없는 것은 아니다.
혹 이 告解를 할매가 훔쳐볼 지도 모르나, 피차 望九(구십을 바라보는 팔십 줄의 나이)의 중반을 넘어선
작금에 이르러 새삼 이제 와서 어쩐들 어쩌랴
지금 이 순간도 내 명치끝에 진정 그리운 睡蓮같은 한 천사를 못내 품고 있음에랴.....
언제 어디서 만날지 기약조차 없는 존재지만 문득 생각이 나면 눈시울부터 젖어드는....
사랑이라기엔 너무도 안타까운 志鬼의 넋이 씌인 홀사랑이지만....
내 눈물 속에 어리는 그 얼굴이 빛바랜 흑백영화 속의 영상처럼 눈매 콧매가 그저 아슴푸레한데......
아득한 그 옛적 내가 삼척 교가의 근덕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없는 의붓엄니 밑에서....
점심시간이면 연신 꼬록거리는 배를 달래며 수도꼭지를 빨다가 허탈하여 퍼질러앉은 나에게로
말없이 다가와 반쯤 남긴 보리밥 벤또(그때는 도시락이란 말이 없었다)를 슬그머니 건네주며
먼 산 바라 눈물 그렁이던 그 이름도 못 잊을 아 -순나-
시방 정작 마주쳐도, 지나쳐 볼 지도 모를, 세월이 하염없이 물결쳐 간 그날의 그 순나는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자그마하고 가냘픈 몸매하며 순하디 순한 그 눈매가 그지없이 보고파도 끝내 못 보고 가야 하는가.....
백발이 성성한 얼굴에 눈주름을 좁히면서 따끈한 설렁탕 한 그릇, 끝내 함께 못 하고 말 것인가.....
因果라, 因의 필연으로 果가 있음이라 했거니.....
三途川(저승길에 건너게 된다는 내)을 건너서도 미처 얼굴을 못 알아보면 아하 어쩔거나. -끝
첫댓글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