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모양을 갖춰라
알레시社는 칫솔서 쓰레기통까지 독특하게 만들어 성공
어떤 분야의 전문 회사로 키워라
日 마부치 모터는 조그만 소음도 허용치 않는 기술로 유명
사람들 머릿속에 유일하다고 떠올리게 하라
방역업체하면 세스코, 프라이팬하면 테팔이 시장 석권
나만의 유일한 제품인 양 생각하도록 만들라
퓨마는 손님이 선택한 색상·천으로 신발 만들어줘
유일함을 내세우는 것은 마케팅적 차별화의 핵심이다. 마케팅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은 '보랏빛 소(purple cow)'처럼 유별나게 돋보이지 않고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경고한다. 특허 제도를 만들어 기술이나 디자인의 유일함을 인정받고 보호받으려 하는 것도 '유일함'의 시장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는 유일함을 표출하려 애를 쓴다. '세계 유일의…' 라는 문구는 가장 파워풀한 광고 문구 중 하나다. 그 브랜드만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보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특이한 모양(unique design)을 갖추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알레시(Alessi)는 주전자, 냄비, 감자깎기 등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필립스탁(Philippe Starck)과 같은 포스트모던한 제품 디자이너들과 협력하면서 디자인 회사로 거듭났다. 그들은 칫솔에서 쓰레기통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모든 용품을 색다르게 디자인해 판매한다.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하고 멋진 쓰레기통을 보게 되면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더라도 새로운 것을 구입하곤 한다.
남다른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는 미학적인 면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가능하다. 미국인들은 2~3년에 한 번씩 집 안팎을 칠하곤 하는데, 대개 손수 칠을 한다. 그런데 기존의 페인트통은 둥글어 롤러를 담그기 쉽지 않아 페인트를 다른 용기에 덜어 써야 할 뿐 아니라 쓰고 남은 페인트가 말라붙어 나중엔 뚜껑을 열기도 매우 불편하다. 더치 보이(Dutch Boy)라는 회사는 사각의 플라스틱 페인트통을 만들면서 윗부분은 롤러를 직접 굴리며 페인트를 묻힐 수 있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뚜껑을 열고 닫기도 편리하도록 했다. 페인트의 품질로서만이 아니라 독특한 기능적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 되었다.
- ▲ 롤러를 쉽게 담글 수 없어 페인트가 주변에 잘 묻는 일반 페인트통(왼쪽). 롤러를 직접 굴리며 쉽게 페인트를 묻힐 수 있는 ‘더치 보이’ 페인트통.
일본의 마부치 모터(Mabuchi Motor)는 전기면도기, 카메라, CD나 카세트 등에 쓰이는 소형 모터만을 만들어 왔다. 조그만 소음도 허용치 않는 정밀 모터시장에서 마부치의 기술은 독보적이어서 전 세계 시장의 70%를 쥐고 있다. 이처럼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회사로 알려지면 소리 없이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 독일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은 그들을 '숨겨진 챔피언(hidden champions)'이라고 치켜세운다.
실제로는 유일한 전문업체가 아닐지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유일하게 떠오르는 기업(unique recall)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쥐나 해충을 방제해주는 기업은 많지만, 방역업체라고 하면 세스코(CESCO)가 떠오른다. 프라이팬은 테팔(Tefal)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 전문 회사로 알려진 덕이다. 전문적인 비즈니스 다이어리 회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쉽게 프랭클린 플래너(Franklin Planner)를 떠올린다. 각 분야에서 거의 유일하게 머리에 떠오르는 전문 브랜드들이다.
독특함이나 전문성을 가진 유일한 브랜드가 되는 것 외에 소비자로 하여금 나만의 유일한 제품인 양 생각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다. 제품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방법(unique manufacturing)이다.
퓨마(Puma)의 몽골리언 슈 바비큐(Mongolian Shoe BBQ)는 소비자가 바비큐 뷔페처럼 식판에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 색상, 천 등을 선택하여 신청하면 그 사람만의 신발을 만들어 주는 색다른 발상의 제품이다.
콜드스톤(Cold Stone)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아이스크림과 함께 배합하고 싶은 과일, 견과류, 캔디 등의 재료를 직접 고른다. 직원이 고객 앞에서 그 재료들을 차가운 돌판 위의 아이스크림과 섞어주기 때문에 소비자로 하여금 직접 생산 과정에 동참하였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미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다는 즐거움에 인기를 끌고 있다.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라인 중에 A.POC(A Piece Of Cloth)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이 제품은 두 겹의 천에 옷 모양이 재단되어 있지만, 완전히 재단되지 않고 중간 중간이 이어져 있다. 브랜드명이 말해주듯 고객은 반만 재단된 '옷감 한 조각'을 집에 가져가 이어진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야 비로소 옷을 입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고객은 마치 옷의 제작 과정에 참여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결국 내가 만든 나만의 옷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훈아씨의 '사랑'이라는 히트곡에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사랑아~"라는 가사가 있다. 유일함에 대해 이만큼 잘 설명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둘도 없는 제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기쁨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