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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6부 8
그가 소냐 방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황혼이 깃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소냐는 온종일 무서운 흥분 속에서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두냐와 함께 기다렸다. 두냐는 소냐가 ‘이 일을 알고 있다’고 한 어제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말을 상기하고, 아침부터 그녀를 찾아왔었다. 두 여인의 자세한 대화 내용이며, 눈물이며, 그다음에 둘 사이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두냐는 이 만남을 통해 적어도 오빠는 앞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한 가지 위안을 얻었다. 오빠는 그녀한테, 즉 소냐한테 맨 먼저 참회라러 왔다. 오빠는 자기에게 인간이 필요해졌을 때 그녀에게서 인간을 찾았던 것이다. 소냐라면 운명이 이끄는 대로 이 세상 어디까지든 오빠를 따라갈 것이다. 두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나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잇었다. 그녀가 소냐를 보는 눈에는 일종의 존경심까지 어려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그 경건한 태도로 상대방을 당황시키기까지 했다. 소냐는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소냐는 오히려 자기 같은 인간은 두냐를 쳐다 볼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라스콜니코프의 방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두냐가 아주 조심스럽고도 존경에 찬 태도로 인사를 한 그 순간부터 두냐의 아름다운 모습은 소냐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환영의 하나로서 영원히 그녀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졌던 것이다.
두네치카는 마침내 더 참지를 못하고 오빠 집에서 기다리려고 소냐를 남겨두고 가버렸다. 아무래도 오빠가 먼저 자기 숙소에 들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혼자 남겨지자 소냐는 갑자기 그가 정말 자살을 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무서운 생각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기는 두냐도 역시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온종일 온갖 이유를 들어가며 절대로 그럴 리는 없다고, 서로 열심히 부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둘이 같이 있을 때는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는데, 지금 이렇게 헤어지고 보니 두 사람 다 이 일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소냐는 어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라스콜니코프 에겐 두 갈래 길밖에 없다, 블라지미르카 행이냐 그렇잖으면......하던 말이 생각났다. 게다가 소냐는 그의 허영심이며, 오만이며, 자존심이며, 무신앙 등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소심하고 죽음이 두렵다는 공포만으로 그를 죽음에서 구해낼 수 있을는지?’ 그녀는 마침내 절망에 싸여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침울하게 창가에 서서 열심히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이 창문에서는 다만 이웃집의 거친 외벽이 보일 뿐이었다. 마침내 그녀가 그 불행한 사나이의 죽음을 완전히 확신하게 되었을 때 장본인인 그가 방에 들어섰다.
기쁨의 탄성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고 나서 그녀는 갑자기 파랗게 질려버렸다.
“아, 그렇지!” 라스콜니코프는 웃으며 말했다.
“난 당신의 십자가를 받으러 온 거야, 소냐. 당신은 제 입으로 나보고 네거리에 나갓라고 하잖느냐 말이야. 그런데 정작 실행할 단계에 이르러 왜 그렇게 겁을 내는 거지?”
소냐는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 어조가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온 몸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곧 다음 순간, 그의 어조도 그 말 자체도 모두 일부러 그러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그녀에게 말을 하면서도 어째선지 한쪽 구석만을 보며, 그녀의 얼굴을 정시하기를 피하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나는 말이야, 소냐, 그렇게 하는 편이 아마 유리하다고 생각한 거야. 거기에는 어떤 사정이 있지만....그러나 이야기하자면 길어지고, 또 새삼스레 말할 것도 없겠지. 다만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뭐냐 하면, 그 어리석은 짐승같은 상통을 한 자들이 이내 나를 둘러싸고, 눈알을 부릅뜨고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우둔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강요하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생각하면, 그게 화가 나서 죽겠다는 거야....제기랄! 나는 포르피리한테 가지 않겠어. 그자는 지긋지긋해. 차라리 나와 사이가 좋은 그 화약 중위한테 가겠어. 그놈을 깜짝 놀래줘야지. 그쪽이 더 효과가 있을 테니 말이야. 아무튼 난 좀 더 냉정해져야겠어. 요즘 나는 성미가 너무 급해진 것 같아. 당신은 곧이듣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나는 두냐가 마지막으로 나를 보려고 돌아다보았다고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시늉을 했으니 말이야. 이런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어! 정말 나는 왜 이렇게까지 돼버렸는지? 자, 그건 그렇고, 십자가는 어디 있지?”
그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한자리에 1분도 서 있지를 못했고 한 가지 일에 주의를 집중하지도 못했다. 그의 상념은 여기저기로 비약하는가 하면, 말 자체에도 두서가 없었다. 그의 손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소냐는 말없이 서랍에서 노송나무와 구리로 된 십자가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자기 가슴에 성호를 긋고 그에게도 성호를 그어준 다음, 그의 가슴에 노송나무로 된 십자가를 걸어주었다.
“이건 말하자면 나 자신이 십자가를 지고 있다는 상징이군 그래, 헤, 헤! 그럼 아직도 고생을 덜했다는 게 되지 않느냐 말이야! 노송나무 십자가는 흔히 평민들이 지닌느 것이지. 구리 십자가는 리자베타 것이니까 당신이 지니겠다는 건가, 좀 보여줘! 이게 그 여자가 걸고 있었던 거로군....그때? 나는 이와 비슷한 십자가를 두 개 보았어, 은으로 된 것과 성상이 붙은 것을. 그때 그걸 노파 가슴에다 내던지고 왔지. 차라리 그게 지금 있었으면 좋겠군. 정말이야. 그걸 내가 걸었으면 좋았을걸. 그건 그렇고, 나는 쓸데없는 말만 하고 중요한 말은 잊고 있었네, 아무래도 내가 정신이 좀 나간 모양이야. 그런데 소냐, 내가 여기 온 건 다름 아니라, 당신에게 미리 알리기 위해서야. 당신이 알아두로독 하기 위해서.....단지 그뿐이야....다만 그 때문에 온 거야....혹 그 밖에도 뭔가 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리고 나보고 가라고 한 사람도 당신 자신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감옥으로 가는 거야. 이것으로 당신의 소원도 성취된 셈이지. 그런데 당신은 왜 우는 거야? 당신도 마찬가지군. 자, 그만 둬, 됐어. 아아, 이 모든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이냐 말이야!”
그러나 그 어떤 감정이 그의 마음속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심장이 바싹 되어드는 것 같았다. ‘아니, 이 여자는, 이 여자는 왜 이럴까?’ 하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또 이 여자에게 뭐란 말인가? 왜 이 여자는 울고 있을까? 뭣 때문에 이 여자는 어머니와 두냐처럼 나를 걱정할까? 내 유모라도 되겠다는 건가!’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성호를 긋고 기도를 드리세요.” 겁먹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소냐는 애원했다.
“아아, 그런 거라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해주지! 그것도 진심으로 말이야, 소냐, 진심으로 ........”
그러나 그는 무언가 다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몇 번인가 성호를 그었다. 소냐는 숄을 잡아 머리에 썼다. 그것은 녹색의 드라데담직숄이었다. 언제낙 그때, 마르멜라도프가 이야기한 그 ‘가족용’ 숄이 틀림없었다. 라스콜니코프에게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태여 물어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벌써부터 자기가 심한 허탈 상태에 빠져들고 있으며 보기흉할 만큼 초조해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그 점에 스스로 놀랐다. 동시에 소냐가 자기와 함께 나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래! 어딜 가는 거야? 그만둬, 그만두란 말이야. 난 혼자 가겠어!” 그는 공연히 화를 내면서 짜증 섞인 어조로 이렇게 외치고는 문쪽으로 갔다. “이런 일에 무슨 동반자가 필요하담!” 그가 나가면서 중얼거렸다.
소냐는 방 한가운데 남아 있었다. 그는 소냐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에 대해선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독기에 찬 반항적인 의혹만이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었다.
‘과연 이렇게 해야 할까, 정말 이렇게 해야 하는 걸까?’ 그는 층계를 내려가면서 다시금 이렇게 생각했다. ‘다시 한 번 걸음을 멈추고 모든 것을 돌이킬 수는 업을까....그리고 자수하지 않는 길은 없을까?’
그러나 역시 그는 걷고 있었다.
그는 문득 자기 자신에게 물을 거라곤 아무것도 없음을 분명히 느꼈다. 한길로 나서면서 그는 소냐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을 상기했다. 그리고 그가 외치는 바람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녹색 숄을 머리에 쓴 채 방 한가운데 남아 있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문득 한 가지 상념이 선명하게 그의 마음을 비웠다. 그것은 마치 그를 완전히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기다렸던 것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슨 볼일이 있어 나는 지금 그 여자한테 갔었을까? 나는 그 여자한테 볼일이 있어서 왔다고 했다. 대체 어떤 볼일이냐? 볼일이라곤 하나도 없잖느냐 말이다! 자수하러 간다고 말하기 위해선가? 도대체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럴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혹시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그럴 리는 없다! 지금도 나는 그 여자를 개처럼 뿌리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과연 그 여자한테서 십자가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아, 나도 이젠 어지간히 타락했구나! 아냐, 나는 그 여자의 눈물을 원했던 거야! 나는 그 여자가 깜짝 놀라는 꼴을 보고 싶었던 거야! 그 여자가 가슴 아파하는 꼴을 보고 싶었던 거야! 무엇에든지 매달려서 시간을 끌고 싶었던 거야! 사람을 보고 싶었던 거야! 이렇게 나는 나 자신에게 희망을 걸어보려 했던 거다, 나 자신에 대해서 공상하려고 했던 거다! 나는 거지다, 나는 얼간이다, 비열한이다, 비열한이야!’
그는 운하를 따라 걷고 있었다. 이젠 목적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다리에 다다르자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몸을 돌려 다리를 건너서 센나야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는 탐욕스럽게 좌우를 둘러보며 하나하나의 대상에 일일이 긴장된 시선을 보냈으나, 어느 하나에도 주의를 집중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잽싸게 미끄러져 달아났다. ‘이제 일주일이나 한 달이 지나면, 나는 죄수 호송 마차에 실려서 이 다리를 건너 어디론지 끌려갈 것이다. 그때 나는 이 운하를 바라보며 지금 일을 어떻게 상기할 것인가?’ 이런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저기 저 간판만 해도 그때 나는 저 글자를 어떤 기분으로 읽을 것인지? 아아, 저기 ’상회‘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저 A를, A라는 글자를 기억해두었다가 한 달 후에 다시 저 A를 본다면, 그때 나는 어떤 기분으로 볼 것인가? 그때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아아, 이건 모두 하찮은 일에 틀림없다. 이런 시시한 일들을 다 근심하다니! 물론 그건 또 그 나름대로.....흥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지....하, 하, 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느 어린애가 되어버렸구나. 나는 나 자신에게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거야. 아니, 난 무엇 때문에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거지? 제기랄, 마구 부딪치는군! 바로 지금 나한테 부딪친 저 뚱뚱보는 틀림없이 독일 놈일게다. 대체 누구한테 자기가 부딪쳤는지 알고나 있을까?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구걸하는 저 아악네는 나를 자기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재미있는 일이지! 어디 장난삼아 한번 적선이나 해볼까. 저런, 호주머니에 아직도 5코페이카가 남아 있었군, 어디서 났을까? 자, 어서....받아두시오, 아주머니!’
“하느님의 보호가 있으시길!” 하는 여자 거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센나야로 들어섰다. 그는 군중 속에 끼어드는 것이 불쾌했으나, 그래도 사람이 더 많이 보이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홀로 있을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 던질 수 있을 지경이었으나, 그래도 이제는 단 1분도 혼자 있을 수는 없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군중 속에서 어떤 주정뱅이가 추대를 부리고 있었다. 연방 춤을 추려고 하는 것 같았으나 자꾸만 옆으로 쓰러지기만 했다. 구경꾼들이 그 사나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사람들을 헤치고 잠시 주정뱅이를 바라보다가, 별안간 짤막하고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웃어댔다. 그러나 1분 후엔 이미 그 사나이에 대해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그 사나이를 보고는 있지만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그는 자기가 지금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광장 한복판까지 이르렀을 때 별안간 그는 어떤 충동을 느꼈다. 그 어떤 느낌이 일시에 그를 휩쓸어 마음과 몸을 온통 사로잡고 말았다.
그는 문득 소냐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네거리에 서서 모든 사람 앞에 고개를 숙이고 땅에 입을 맞추세요. 당신은 대지에 대해서도 죄를 범했으니까요. 그리고 온 세상을 향해 큰소리로, 나는 살인자입니다, 하고 말하세요.’ 이 말을 상기하자 그는 온몸을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그때 이후 줄곧, 특히 최후의 몇 시간 동안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우수와 불안에 완전히 압도당해 있었으므로 그는 마침내 이 순수하고 새로운 충만된 감정의 가능성 속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그것은 일종의 발작처럼 별안간 그를 엄습해 그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불꽃이 되어 타오르고, 순식간에 불길처럼 모든 걸 삼켜버렸다. 순간 그의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이 확 풀어지며 눈물이 솟구쳐 나왔다. 그는 서 있던 그 자리에서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광장 한복판에 무릎을 꿇고는 땅바닥에 머리를 숙여 환희와 행복을 느끼면서 그 더러운 대지에 키스했다. 그는 일어나서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저것 봐, 어지간히 취했군 그래!” 그의 옆에서 한 젊은이가 말했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사람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에요, 여러분. 자식들과 고향 땅에 이별을 고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어요. 수도 성페테르부르크와 그 땅에다 키스하고 있는 겁니다.” 거나하게 취한 상인 차림의 사나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기엔 아직 젊은데!”하고 또 한 사람이 끼어들었다.
“귀족 출신이야!” 누군가가 듬직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은 누가 귀족이고 누가 평민인지 도대체 분간할 수가 없단 말야.”
이런 모든 외침이며 말소리가 라스콜니코프의 충동을 제지했다. 거의 혀끝까지 나왔던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라는 말도 그대로 입속에서 굳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태연히 이런 외침 소리를 귓전으로 흘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길로 빠져 곧장 경찰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도중에 어떤 한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으나 그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그는 으레 그러리라 예감하고 있었다. 그가 센나야에서 두 번째로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할 때, 문득 왼쪽을 돌아다보는 순간 50보쯤 떨어진 곳에서 소냐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녀는 광장에 있는 목조 바라크 뒤에, 그의 눈에 뜨지 않도록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시종 그의 비통한 행진을 전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스콜니코프는 이 순간, 이제는 소냐가 영원히 자기에게서 떠나지 않고 운명이 자기를 어디로 이끌든, 비록 이 세상 끝까지라도 따라오리라는 것을 느꼈고, 또 그것을 이해했다. 그는 마음속이 온통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는 운명적인 장소에 다다라 있었다.
그는 제법 힘찬 걸음걸이로 구내로 들어갔다. 3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아직도 올라갈 동안의 시간 여유는 있는 셈이군’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무튼 그에게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까지는 아직도 멀고, 그때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어서, 아직도 여러 가지를 고쳐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선형 층계에는 여전히 쓰레기가 쌓여 있고, 여전히 무슨 조각들이 뒹굴고 있었다. 이날도 각 아파트 문들은 활짝 열려 있고, 여러 부엌에서는 여전히 숯 냄새와 악취가 풍겨나왔다. 라스콜니코프는 그때 와본 이후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다리가 마비돼서 자꾸 휘청거렸으나, 그래도 그는 계속해서 걸었다. 그는 옷차림을 매만지고 사람다운 모습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숨도 돌릴 겸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대체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그는 자기 자신의 동작을 비판하고 나서 갑자기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이 잔을 들이켜야만 한다면 결국 마찬가지 아닌가? 보기 흉하면 흉할수록 오히려 좋지 않으냐 말이야’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 화약 중위 일리야 페트로비치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그자한테 꼭 가야만 하는 걸까? 니코짐 포미치면 어때? 지금이라도 되돌아서서 직접 서장 집으로 찾아갈까? 그러면 적어도 개인적으로 말할 수가 있을 텐데.....아니다, 아니다! 역시 화약 중위가 낫다, 화약 중위가! 어차피 마실 잔이라면 단숨에 마셔버리는 것이 낫다!’
오싹 소름이 끼치며 거의 자기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는 사무실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서내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문지기 같은 한 사람과 그 밖에 평민 차림 사나이가 한 사람 있었다. 문지기도 자기 자리인 칸막이 저쪽에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라스콜니코프는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아직 말하지 않아도 좋을지 모른다’ 이런 상념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거기엔 평복을 입은 서기 같은 사람 하나가 사무용 탁자에 앉아서 무언가를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엔 또 다른 서기가 앉아 있었다. 자묘토프는 없었다. 니코짐 포미치도 물론 나와 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습니까?” 라스콜니코프는 사무용 탁자에 앉아 있는 사나이에게 물었다.
“누굴 찾으시죠?”
“야, 이것 참! 목소릴르 안 듣고 얼굴을 보지 않아도 러시아인의 냄새가 풍긴다더니....아마 어느 옛 이야기에 있었지요....어느 이야긴지는 잊었습니다만, 잘 오셨습니다!” 별안간 귀에 익은 목소리가 이렇게 외쳤다.
라스콜니코프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의 앞에는 화약 중위가 서 있었다. 그는 느닷없이 세 번째 방에서 뛰쳐나온 것이었다. ‘이거야말로 운명이라는 거군’하고 라스콜니코프는 생각했다. ‘왜 이 사나이가 여기 있을까?’
“우릴 찾아왔습니까? 무슨 일로요?” 하고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외쳤다. 보아하니 그는 지금 무척 기분이 좋고, 게다가 다소 흥분한 듯도 했다. “만약 볼일이 있어서 오셨다면 좀 이릅니다. 나도 오늘은 어쩌다 우연히 이렇게 나와 있는 겁니다.....하지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거라면......저.....실례지만.....뭐라셨죠.....성함이?”
“라스콜니코프입니다.”
“아, 참 라스콜니코프! 당신은 설마 내가 당신을 잊었다고는 생각지 않으시겠죠! 제발 날 그런 인간으로 보지는 마십시오...로지온 지오느이치, 아마 그러시죠?”
“로지온 로마느이치입니다.”
“네, 네, 네! 로지온 로마느이치, 로지온 로마느이치! 바로 그겁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건. 여러 번 조사까지 해봤을 정도죠.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때부터, 그때 우리가 당신에 대해서 그런 짓을 한 걸 진심으로 후회했습니다. 나중에 설명을 듣고 알았습니다만, 당신은 문학가인 동시에 학자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이어서, 이를테면.....그것이 첫 시도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땐 정말 놀랐습니다! 하지만 대체 문학가나 학자 중에서 기발한 착상으로 첫걸음을 내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나와 아내는 둘이 다 문학을 존중하는 편이고, 더군다나 아내는 아주 열광적입니다! ....문학과 예술에! 아무튼 사람만 훌륭하면 그 밖의 것은 무엇이든 재능과 지식과 이성과 전채도 손에 넣을 수가 잇으니까요! 모자, 이를테면 모자 같은 게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모자는 핫케이크나 다름 없어서 그런 건 침메르만의 상점에서 나라도 얼마든지 살 수있어요. 그러나 모자 밑에 보호되고 있는 것, 모자로 가려져 있는 것으로 말하자면, 아무리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는 겁니다. 실은 댁으로 해명을 갈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당신은....아니, 그건 그렇고 미처 여쭈어보지도 않았군요. 당신은 정말 용무가 있어서 왔습니까? 들리는 말로는, 가족 되는 분들이 오셨다고요?”
“네,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매씨하곤 이미 만나뵐 영광과 행운을 가졌습니다, 교양 있는 정말 아름다운 분이시더군요. 사실 말이지, 그대 당신하고 그토록 흥분했던 걸 나는 얼마나 유감스럽게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보기 드문 일이었죠! 그때 나는 당신이 졸도 하시는 걸 좀 이상하게 보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나중에 아주 명백한 해석을 얻었습니다! 바로 광신과 파나티즘(‘광신’ 또는 ‘열광’이라는 뜻)이었죠! 그러니 당신의 분격도 당연할 수 밖에요. 그럼 가족이 오셨으니 이사라도 하려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나는 그저....좀 물어볼 일이 있어서 들렀습니다....혹시 자묘토프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해서요.”
“아, 그러시군요! 당신들은 친해지셨다죠. 나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자묘토프는 여기 없어요, 만나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알렉사늗르 그리고리예비치를 잃었습니다! 어제부터 여기 나오지 않습니다. 전임됐어요....게다가 전임해 가면서 여러 사람하고 싸움까지 했거든요.....정말이지 예의라는 건 하나도 모르는....경솔한 애송이, 그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장래가 촉망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작자들 때문에 큰일이라니까요, 주제넘게 날 뛰는 우리나라 청년들 말입니다! 그 친구는 무슨 시험을 치르겠다고 말했습니다만, 그자들의 시험이란 그저 몇 마디 지껄이고 허세를 좀 부려 보이면 그것으로 끝나고 맙ㄴ다. 그야 물론, 예를 들어 당신이나 당신 친구 라주미힌 씨 같은 분하고는 전혀 다르죠! 당신의 전문은 학문이니까, 절대로 실패는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에겐 인생의 온갖 아름다움도, 이를테면 nihil est('공허한 것‘이라는 뜻)이고, 따라서 당신은 일종의 금욕주의자이며, 수도사이며, 은자(隱者)일 겁니다! 당신에게는 책이나 귀에 낀 펜이나 학술적 연구만이 소중해서 그러한 것들 속에서 당신의 정신은 높이 날개치고 있는 겁니다! 나도 다소는 .....그건 그렇고, 리빙스턴의 수기는 읽어보셨나요?“
”아뇨.“
”난 읽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허무주의자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그러나 그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시대가 시대니까요. 그렇잖습니까? 그렇지만 나는 당신하고....당신은 물론 허무주의자는 아니시겠죠? 제발 속질히 좀 말해주십시오, 솔직히!“
”아, 아닙니다......“
”아니, 적어도 나한테는 조금도 사양 마시고, 혼자 계시는 것과 다름없이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하지만 ’슬루지바‘(’직무‘라는 뜻)는 별문제니까, 별문제죠....당신은 내가 ’드루지바‘(’우정‘이라는 뜻)를 잘못 말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우정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인간으로서의 감정입니다. 인도적 감정, 전능하신 신에 대한 감정입니다. 나도 직무에 있어서는 하나의 공인(公人)이 될 수 있습니다만, 그러나 나는 항상 자기를 일개의 시민이며 인간이라고 느끼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지금 당신은 자묘토프 얘길 하셨습니다만, 자묘토프 같은 친구는 수상한 장소에 드나들며 샴페인과 돈지방의 거품 술을 마시면서 프랑스식 추태나 부리는 족속입니다. 당신의 자묘토프는 바로 그런 사나이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래 봬도 충성과 고결한 감정에 불타고 있을뿐더러 신분도 있고, 관등도 있고, 의젓한 직업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도 있고, 아이들도 거느리고 있습니다. 나는 시민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만, 도대체 그 자묘토프란 자는 뭡니까? 한번 묻고 싶군요? 나는 당신을 교양 있는 훌륭한 신사로 보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요즈음 그 산파 족속들이 마구 늘어나고 있더군요.“
라스콜니코프는 의아스러운 듯이 눈썹을 추켜세웠다. 방금 식사를 마치고 나온 듯한 일리야 페트로비치의 말은 거의 대부분 공허한 음향으로 그의 앞에 내던져지고 뿌려졌다. 그러나 일부는 이럭저럭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의아스런 표정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있었으나, 이 대화가 어떻게 끝날지는 자기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단발머리 계집애들에 대해서 말하는 겁니다.“하고 수다스러운 편인 일리야 페트로비치가 말을 이었다.
”나는 그 족속들에게 산파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죠. 그리고 이 별명은 아주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헤, 헤! 그들은 대학에 들어가서 해부학 같은 걸 배우고 있어요. 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 만약에 내가 병에 걸린다면 그런 계집애들한테 왕진을 청할 수 있겠느냐 말입니다. 헤, 헤!“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자기 기지에 무척 만족한 듯 큰 소리로 웃어댔다.
”그야 물론 문명에 대한 갈망은 끝이 없겠죠. 그렇지만 어느 정도 개화가 됐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걸 남용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훌륭한 인격을 모욕할 필요가 있는 겁니까? 그 바보 같은 자묘토프가 하듯이 말이에요. 그 친구는 무엇 때문에 나를 모욕했을까요? 어디 한번 묻고 싶군요. 그리고 또 자살은 왜 그렇게 많이 늘었습니까? 당신은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모두 다 마지막 한 푼까지 써버린 다음에 자살을 하더군요. 조그만 계집애부터 사내아이, 노인에 이르기까지....바로 오늘 아침에도 최근에 상경한 어느 신사에 관한 보고가 있었습니다만. 닐 파블르이치, 여보게, 닐 파블르이치! 아까 보고가 들어온 신사는 이름이 뭐라고 했지? 페테르부르크스카야 구에서 권총 자살을 한 사람 말이야?“
”스비드리가일로프입니다.“ 누군가 옆방에서 쉰 목소리로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라스콜니코프는 흠칫 몸을 떨었다.
”스비드리가일로프!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자살했다고!“ 하고 그는 소리쳤다.
”아니! 당신은 스비드리가일로프를 아십니까?“
”네.....압니다. ....얼마 전에 상경한 사람입니다........“
”맞아요, 얼마 전에 상경했습니다. 상처를 한 다음, 아주 행실이 좋지 못한 사내였는데 별안간 권총 자살을 한 겁니다. 게다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추악한 방법으로 말이에요. 그리고 수첩에는, 자기는 건전한 판단 아래 죽는 거니까 자기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죄를 묻지 말아달라고 두서너 마디 적어놓았답니다. 그 사나이는 돈을 가지고 있었다나 봐요. 당신은 어떻게 그 사람을 아시죠?“
”그저 좀 ....압니다....내 여동생이 그 사람네 집 가정교사로 있었으니까요.“
”아, 그러시군요....그럼 당신은 그 사나이에 대해서 좀 말씀해주실 수 있겠군요. 혹시 뭐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점은 없으십니까?“
”나는 어제 그를 만났습니다.....술을 마시고 있더군요.....나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라스콜니코프는 무언가 위에서 떨어져 내려와서 자기를 짓누르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당신은 또 안색이 좋지 않으신 것 같군요. 여기는 공기가 좋지 않아서..........“
”네, 이젠 돌아가봐야겠습니다“하고 라스콜니코프는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방해를 해서.........“
”천만의 말씀을! 언제든지 또 들려주세요! 덕분에 유쾌했습니다. 난 정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얼마나 기쁜지........“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악수를 청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저....자묘토프를 좀 만나려고........“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덕분에 정말 유쾌햇습니다.“
”나도....참 기쁩니다....그럼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라스콜니코프는 씽긋 웃어 보였다.
그는 밖으로 나왔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현기증이 났다. 그는 자기가 서 있는지 어떤지 그조차 느끼지 못했다. 오른손으로 벽을 짚으면서 그는 층계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장부를 손에 든 어떤 문지기가 경찰 사무실 쪽으로 올라오다가 그에게 몸을 부딪친 것 같았다. 아래층 어디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여자가 방망이를 내던지며 고함을 지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층계를 내려와서 뜰로 나왔다. 그러자 거기 출입문 옆에 죽은 사람처럼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냐가 서 있었다. 그녀는 말할 수 없이 무서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자 앞에 멈춰 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병적이면서도 괴로운 그 어떤 절망의 빛이 감돌았다. 그녀는 양손을 탁 쳤다. 보기 흉한, 실의의 미소가 그의 입가에 배어 나왔다. 그는 잠시 서 있다가 히죽 웃고는 다시 위층의 경찰 사무실로 되돌아갔다.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앉아서 무슨 서류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 앞에는 방금 층계를 올라오며 라스콜니코프에게 부딪쳤던 그 문지기가 서 있었다.
“아, 저런! 또 오셨군요! 뭐 잊으신 거라도? ....아니, 왜 그러십니까?”
라스콜니코프는 핏기 가신 입술을 하고 앞에대ㅏ 시선을 못 박은 채 조용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탁자까지 다다르자 그 위에 안 손을 짚고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제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다만 종잡을 수 없는 음향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
“기분이 언짢으시군요, 이봐, 의자! 자, 이 의자에 앉으시죠, 자, 어서! 여기 물 좀 가져와!”
라스콜니코프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으나, 지극히 불쾌한 경악에 사로잡힌 일리야 페트로비치의 얼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두 사람은 1분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기다렸다. 물을 가져왔다.
“그건 납니다......”하고 라스콜니코프는 입을 열었다.
“자, 물을 좀 드세요.”
라스콜니코프는 한 손으로 물을 밀어내고, 나직한 음성으로 한 마디 한 마디 떼어가며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납니다, 그때 관리의 미망인인 노파와 그 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죽이고 금품을 강탈한 건.”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입을 딱 벌렸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기의 진술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