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명한 빨간색이 돋보이는 마지스의 ‘체어 원’ 위로 안정애 씨가 찍은 딸의 사진이 걸려 있다. 노란 계단을 올라가면 가족들만의 온전한 프라이빗 공간인 3층이 나온다. 2 파란 콜랜더colander로 만든 갤러리 화장실의 조명. 주방에서 흔히 보는 콜랜더지만 노란 벽을 배경으로 선명한 컬러 대비를 이루어 훌륭한 조명으로 변신했다. 3 아들 방 창가에 스위스,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컬렉션한 소 인형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들이 소띠인지라 행운을 비는 의미로 모은 것들. 4,5, 터키 여행길에 산 고양이 등 알록달록하고 재미있는 소품이 많다.
아기자기한 컬렉션과 취향으로 개성을 더하다 처음에는 이 집의 강렬한 컬러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곳곳에 놓인 컬렉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빨간 선형 디자인이 돋보이는 마지스Magis의 ‘체어 원’ 등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부터 갤러리 아트 숍에서 구한 예술적인 오브제들, 아기자기한 동물 인형, 눈사람 인형 그리고 옹기 같은 한국적인 소품과 그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전통 이층장까지. 알록달록한 집은 컬러풀한 가구, 소품과 선명한 색상 대비를 이루고, 반닫이장, 장독 같은 한국적인 오브제와도 의외의 조화를 이룬다. “귀여운 동물 조각이나 친근감 있는 인형을 좋아해요. 계단 창가에 놓인 고양이는 스위스 여행길에 구입한 것이고, 주방 입구 벽에 걸린 목각 물고기는 인테리어 박람회에서 찾은 것이지요. 아들 방 창에는 소 인형을 나란히 놓아두었는데, 아들이 소띠인지라 재미있는 소 인형이 보일 때마다 하나씩 컬렉션했지요.”
1 파란색 페인트로 마감한 아들 방. 군대 간 아들 대신 옆 방 딸아이의 소지품이 이 방으로 조금씩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2 김중만의 사진 작품이 걸린 2층 복도. 짙은 브라운에 선명한 레드가 가미된 사진의 색감이 공간과 하나인 것처럼 멋지게 어울린다. 3 화장실 앞에 마련된 간이 세면대. 노출 콘크리트 마감에 철판 선반 등 거친 마감재가 시선을 끈다. 옆으로 보이는 빨간 문은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으로 사다리꼴 형태를 띠고 있다. 4 철판에 간단한 처리로 독특한 곡선 패턴을 만들어 마감했다. 위쪽으로 애매하게 남는 자투리 공간에는 색색의 타일을 붙였더니 안성맞춤이다. 5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는 높이가 딱 맞는 키 큰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주인의 아기자기한 취향이 곳곳에 자리한 덕분일까. 이 집은 어디를 보아도 가득 찬 느낌이 든다. 컬러도 많고, 동양과 서양을 오가는 가구의 스타일도 다양하며, 자투리 선반에 어김없이 장식된 동물이나 인형 오브제도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정신없고 어지럽다기보다는 생동감 있고 활기차다. 예사롭지 않은 조합의 결과. 이는 집주인 부부가 모두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필리핀에서 지냈던 몇 년간의 외국 생활과 여행의 경험 또한 배어난다. 사다리꼴 형태의 화장실 문, 문을 닫으면 감쪽같이 벽처럼 보이는 드레스 룸, 딸아이 방 계단식 수납장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뾰족지붕 아래 다락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유로운 공간 구조도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리라. 안정애 씨의 다채로운 취향과 경험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방마다 아이들의 선명한 사진이 장식되어 있는데, 알고 보니 사진은 그의 오랜 취미. 그리고 그림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지금도 꾸준히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다. 때문에 별도로 분리된 이 집의 1층 공간을 보았을 때 갤러리를 떠올린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1층에 마련한 갤러리 ‘그안’은 이사 오면서 생긴 또 하나의 행복한 덤. 앞으로 이곳에서 안정애 씨의 그림은 물론 지인들, 교류하는 젊은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 화가들은 부담 없이 전시할 수 있어 좋고, 관람객은 보다 편하게 그림을 감상하고 원한다면 구입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2층의 야외 데크에도 그림을 전시할 계획. 야외 데크는 집을 지을 때부터 이 같은 전시를 고려해 조형적으로 꾸며놓았다. 시멘트 벽돌과 철제 H빔으로 만든 프레임이 그 너머로 보이는 풍광을 그림처럼 담고 있다. 프레임 옆에는 멋스러운 나무들을 설치해놓았는데 그중 조각처럼 서 있는 하얀 나무는 안정애 씨가 어렵사리 완성한 것. 동네 원예상을 수소문해 죽은 나무를 구하고 직접 나무껍질을 벗겨 칠을 하는 수고 끝에 탄생했다. 집의 어느 구석 하나 그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있을까. 야심 차게 꾸민 데크는 야외 갤러리로서 그 임무를 훌륭히 완수할 듯하다.
1 2층의 야외 데크 공간. 시멘트 벽돌과 철제 H빔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바깥 풍경을 그림처럼 담고 있다. 2,3 1층에 마련한 갤러리 ‘그안’(02-379-9593). 이곳에서 앞으로 안정애 씨의 작품을 비롯한 여러 화가들의 전시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 4 파이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색을 칠해 색감을 강조했다.
그림에 이어 안정애 씨가 또 하나 애정을 갖는 취미는 가드닝.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드디어 마음껏 화초를 심고 가꿀 수 있는 넓은 화단을 얻게 되었다.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색색의 집에 소복이 눈이 쌓인 겨울 풍경도 장관일 테지만, 갖가지 꽃들이 만개할 따뜻한 봄에는 얼마나 많은 색들이 이 집을 채우게 될까. 화사한 5월에, 꼭 다시 한 번 이 집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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