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65
동봉스님
편지글에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질문을 던지더군요
"세상은 무엇으로 되어 있나요?"
내가 대답했습니다
"숫자로 되어 있습니다."
사무량심四無量心
4가지 무량수無量壽 마음이고
4가지 무량수無量數 마음입니다
무량수불의 자慈의 마음이고
무량수불의 비悲의 마음이며
무량수불의 희喜의 마음이고
무량수불의 사捨의 마음입니다
자慈의 무량수 마음이고
비悲의 무량수 마음이며
희喜의 무량수 마음이고
사捨의 무량수 마음이지요
무량의 뜻은 간단합니다
무량수, 무량광이라 불리는
아미타불의 명호에서 기인합니다
그러기에 사무량심이란
아미타불의 4가지 마음입니다
그러나 만일 아미타불의 명호가
무량수고 무량광임을 떠나
그냥 한량 없음의 무량수數라 했을 때
그 무량수란 숫자 개념을
정확히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학문하는 자의 올바른 자세며
불학을 연구하는 자의 모습입니다
이제부터 거론하는 수의 세계는
어쩌면 우리 인간과는 무관한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평생 쓰는 숫자가
조兆trillion를 잘 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조 단위까지만 해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곳에
덥썩 발을 들여놓은 셈이 됩니다
지금까지 숫자의 단위는
만 배에 한 번씩 호칭이 바뀌며
또한 4제곱 씩 숫자가 더해집니다
단 이는 동양의 계산법이고
자연수 뒤에 동그라미가
4개씩 걸러 쉼표가 붙습니다
그렇다면 서양은요
거긴 3개씩 걸러 콤마가 붙지요
1. 첫째콤마 킬로Kilo(10의3승)
2. 둘째콤마 밀리온Million(6승)
3. 세째콤마 빌리온Billion(9승)
4. 넷째콤마 트릴리온Trillion(12승) 등이지요
미터법이 중심이 되어
1미터의 천 곱함이 1킬로
1미터의 천 나눔이 1밀리
1밀리온 천 곱함이 1빌리온
1빌리온 천 곱함이 1트릴리온
빌리온의 비bi가 둘째의 뜻이고
트릴리온의 트리tri가 셋째의 뜻입니다
참고로 서양문화 영어권에는
다음 동양문화권에서처럼
조兆trillion를 넘어서면
경 해 자 양 구 간 정 따위 기호란 게
아예 없습니다
물론, 연구를 해보지 않았습니다
(01). 1×1만=1만萬{10/4제곱}
(02). 1만×1만=1억億{~8제곱}
(03). 1억×1만=1조兆{12제곱}
(04). 1조×1만=1경京{16제곱}
(05). 1경×1만=1해垓{20제곱}
(06).ㅣ해×1만=1자秭{24제곱}
(07). 1자×1만=1양穰{28제곱}
(08). 1양×1만=1구溝{32제곱}
(09). 1구×1만=1간澗{36제곱}
(10). 1간×1만=1정正{40제곱}
(11). 1정×1만=1재載{44제곱}
(12). 1재×1만=1극極{48제곱}
(13). 1극×1만=1항하사{52제곱}
항하사가 10의52승乘입니다
10의 52승은
자연수 1뒤에 0이 52개가 붙습니다
내가 10의 52승은
엄청나게 많은 수라 했더니
셈에 능하다는 한 노보살님이
빠르게 대답했습니다
"애개, 스님. 겨우 10의 52승이요?
가만있자 1억이면 0이 8개니
옳지, 7×8은 56이라
동그라미가 56개나 되는구먼
7억과 8억의 중간쯤 되겠네요. 스님"
"~~~?!"
지구 질량은 얼마나 될까요
지구 둘레가 약 4만km이고
반지름이 6,378km이니
이들을 놓고 지구 질량을 뽑는다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겠는지요
그래서 나온 답이 6자秭kg입니다
자가 10의24승이니
지구의 질량은 대기권을 빼고는
지구 위 산과 바다와
수많은 생명들과 사람들까지
다 계산했을 때 6자kg입니다
자연수 6뒤에 0이 24개 붙습니다
따라서 10의 30승이면
지구를 1mmg 정도로 나눈 수지요
곧 1g을 1,000조각으로 나눈
먼지 알갱이로 계산해도
지구 무게質量는 6의30승입니다
자연수 뒤에 0이 30개 붙어도
이렇게 엄청난 숫자인데
항하사는 52개가 붙는다고요
어마어마하지요
게다가 무량수는
항하사에서 아승지로
아승지에서 나유타로
나유타에서 불가사량으로
불가사량 다음에가 무량수이니
4단계를 거쳐 올라가야 합니다
따라서 무량수는 항하사에서
10의 16승이 덧붙어야 되지요
항하사를 1억으로 곱하고
다시 1억으로 더 곱한 수가
무량수의 수이니
생각으로 과연 감이 오시는가요
네 가지 무량심의 무량을
아미타불의 옮긴 명호로 풀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셈씨數詞로 푼다면
이처럼 '무량'은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는 앞에서
지구를 1mmg으로 계산한
10의 30제곱(10^30) 수를 넘어
지구의
태양계의
수천억의 수천억의 수천억을 제곱한
우주 내 모든 천체와 공간과
먼지 구름과 심지어 시간까지
한 마디로 우주 전체를
1mmg 정도 작은 먼지로 나누어
계산한 그 숫자보다 많은 게
바로 '무랑수'란 숫자입니다
1무량수에서 1만 배를 더 오르면
1겁刧(10의72제곱)이 있고
1겁에서 다시 1만 배를 오르면
1업業(10의76제곱)이 됩니다
무량수도 거의 쓸 데가 없는데
겁과 업이겠습니까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수 겁 업이
이처럼 불교용어에서 벗어나
본디 셈씨로 쓰이고 있었음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습니까
자비희사
정작 부처님의 사무량심은요?
내일 당신을 찾아갑니다
당신의 마음과 하나될 것입니다
씨 유 어게인, 또 만나요
06/14/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