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뿌리를 찾자
복지역사박물관 건립 급물살…‘건립추진위원회’ 발족키로
▲ 사회복지계 원로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은 하루도 늦출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건립추진위원회 구성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최근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해 사회복지계 원로를 초청, 회의를 열고 복지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복지역사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자성의 여론은 사회복지계 곳곳에서 흘러나온 바 있다. 그러나 자성만 있었을 뿐 실천은 담보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지난 2월 심포지엄을 열었고, 이번엔 원로들의 자문을 받는 등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모임에는 조기동 한국노인복지회 명예회장,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최일섭 전 성신여대 교수, 양옥경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장, 김만두 전 강남대 교수, 이세복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사, 박보희 전 이화여대 교수, 조성철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조규환 은평천사원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 복지역사박물관 건립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역설하고 가칭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역사적 과업 결실 맺도록 노력”
이 자리에서 김득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지금까지 사회복지역사박물관이 건립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럼이 없지 않다”고 고백하고 “정부와 국회, 복지계가 박물관 건립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박물관 건립이라는 ‘역사적 과업’이 꼭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의 타당성과 기본계획을 연구한 양옥경 원장은 “사회복지역사에 대한 사관정립부터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며 “원로들의 도움으로 복지박물관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많은 지도편달”을 당부했다.
현재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마련한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방안에 따르면 2014년 9월 7일 제15회 사회복지의 날에 맞춰 개관하도록 로드맵이 짜여졌다.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 5개년 계획’으로 명명된 추진일정은 1차년도인 2010년 5월까지 박물관 건립에 따른 조직구성 등 실무작업을 완료하고, 2차년도인 2011년까지 박물관 규모 결정, 모금활동 개시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어 3차년도인 2012년까지 부지선정과 설계를 끝내고, 4차년도인 2013년 드디어 박물관 신축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뜨게 된다.
이와 관련, 일부 원로들이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뚜렷한 추진일정과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대다수 참석자들의 주장에 따라 ‘5개년 계획’으로 추진키로 했다. 원로들도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통해 박물관 건립을 위한 고견을 쏟아냈다. 이윤구 전 총재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향후 문호를 개방, 모금운동의 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빨리 ‘건립위원회’를 발족,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분위기를 띄었다.
박보희 전 교수는 “박물관 건립을 위한 조직이 꾸려지면 책임성 있게 업무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복지의 역사적 배경이나 유래 등도 얼마만큼 광범위하게 자료와 사료를 수집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고, 박물관 규모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만두 전 교수는 “사회복지 역사연구가 안 되어 있어 정리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우선 뭘 어떻게 하려는지,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최일섭 전 교수는 “박물관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고, 조기동 명예회장은 “복지계는 박물관 건립과 관련한 경험이 없으므로 전문성을 갖춘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는 것도 고려해 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조규환 이사장은 “기업의 복지재단을 대거 영입, 자문위원 등으로 위촉해야 한다”며 “박물관 부지는 미군 용산기지가 이전하면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기탁받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추진 주체에 대한 논의도 논란도 잠시 일었으나 참석자들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중심’의 추진에 쉽게 동의했다. 조성철 회장은 “사회복지계 직능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있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중심이 돼 이끌어 나가면서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고, 이세복 이사도 “사회복지협의회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서신일 사무총장은 “사업 초기에는 한 단체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면서 기틀을 다져야한다”며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내에 박물관 건립과 관련한 실무조직을 따로 꾸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중심’으로
이에 따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이른 시일 안에 사회복지계 인사를 비롯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역사박물관은 초․중․고등학생들에겐 학습의 장, 일반인들에겐 문화활동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그 활용가치는 매우 클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실정이다. 사회복지계 인사들도 박물관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구동성으로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방원 사회복지역사박물관 연구위원은 “한국사회복지역사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역사문화기관이 필요하다”며 사회복지관련 역사사료관 운영, 역사관련 서적 편찬, 체험관 운영과 교육프로그램 개발, 공연문화를 통한 여가선용, 사회복지사 권익증진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복지계 원로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 유품조차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사회복지계의 무관심으로 소멸되거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유무형의 유산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역사를 찾아가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했다. 복지역사박물관은 사회복지에 대한 올바른 시민의식을 형성하고 상생적인 미래복지사회 또는 복지국가 비전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공론의 장 기능도 가능하다. 여기에 일반인들이 사회복지 대상자와 함께 문화를 나누고 사회복지사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방원 연구원은 “박물관에 전시할 콘텐츠를 구성하는데 중요 역할을 할 복지계 원로, 오랜 역사의 복지기관, 각 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사회복지관련 사진, 사료, 유품 등을 목록화하는 작업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광주대 이용교 교수는 “한국 사회복지는 약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각종 구황제도와 민간의 상호부조활동을 포함하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며 “사회복지계는 사회복지역사박물관의 건립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박물관의 로드맵을 10년 단위로 30년을 상정하며, 유․무형자료 수집과 시범전시, 기획전시와 온․오프라인 교육 콘텐츠 개발, 복지활동과 여가․문화예술 활동의 결합 등을 내세웠다.
“과거-현재-미래-문화관으로”
▲ 사뵈족지계는 그동안 여러차례 사회복지 박물관 건립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해왔다.
그는 특히 사회복지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해 사회복지계, 종교계, 여성계,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노동계, 정관계, 문화예술계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2009명의 추진위원회 구성과 함께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 창립을 제안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송인석 정책교육국장은 “박물관에는 그 시대의 가치와 철학이 반영된 사회복지활동 내용이 담겨져야 한다”며 “국가 또는 사회가 역사적으로 시행했던 사회복지제도 및 사업에 대한 체계적 정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송 국장은 또 “박물관의 콘텐츠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사회복지활동도 포함해야 할 것”이라며 그 예로 일본의 공생원을 들었다.
그는 이어 “복지관은 역사유물만을 보관하는 곳이 아닌 사회복지역사와 최신정보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며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가 사회복지관련 지식, 체험, 교육, 문화, 정보의 원-스톱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박용오 복지자원운영실장은 박물관을 전시공간인 ‘과거관’, 체험공간인 ‘현재관’, 교육공간인 ‘미래관’, 문화공간인 ‘문화관’으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물관 건립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부지선정도 난제이며, 기금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박물관 건립 논의만 무성했지,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용교 교수는 박물관 부지로 사회복지역사의 상징성이 있는 장소 또는 수도권을 추천하고, 건립비용으론 부지매입비를 제외하고 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비용은 모금운동과 기업체 후원, 국고 지원 등을 통해 충분히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숙 사회복지역사박물관 연구원도 적합한 부지로는 이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추계한 건축비용은 건평 9823㎡(약3000평) 규모에 설계비와 일반 시설비를 합쳐 약 300억원 규모이다. 물론 부지매입비용을 제외한 액수이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오 연구원은 박물관의 필요공간으로 학예연구실, 복지연구센터, 작업실, 사무실, 회의실, 교육실, 시청각실, 열람실, 강당, 전시실 등으로 구성되어지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 출처 -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