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참 어이없는 얘기들이 너무 많습니다.
조의 리본을 다는 것이 그렇게 웃기는 일인가요? 지금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슬픔으로 하루, 하루가 엄청난 고통일 것인데 이런 가벼운 얘기들이 그분들의 슬픔을 조롱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어떤 일들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할 때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저도 오늘 근조 리본을 받아 가슴에 달면서 생명을 잃은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진하게 오던데 이런 일이 웃기는 일이라니 할 말이 없습니다.
생각에 따라서는 달고 싶지 않다면 그냥 달지 않으면 될 것을 이렇게 게시판에 글까지 올리면서 비웃는 태도는 제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공무원들이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있다니 걱정입니다.
<공무원들이 국가 애도 기간 세부 지침에 반발하는 글들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1일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는 “조의 리본, 이건 왜 차라고 하는 거냐?”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사무실에서 (리본을) 차고 있다”며 “웃겨서 웃음도 안 나온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사무실에서 (리본을) 참?ㅋㅋㅋ” “우린 다 안 하는데 돈 아깝다. 세금 버리는 방법도 가지가지”라고 비웃는 댓글이 달렸다. 해당 커뮤니티는 본인 회사 메일로 인증을 해야 하고, 인증하면 소속 회사가 공개된다. 게재된 글과 댓글을 쓴 이들의 소속은 ‘대한민국 정부’로 소개돼 있어 현직 공무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근조 리본은 XX”이라는 제목의 다른 글에는 “돌아가신 분들은 안타까운데 ‘뇌절’도 적당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뇌절’이란 똑같은 언행을 반복해 상대를 질리게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신조어다. 상대방으로 인해 ‘뇌의 회로가 끊어지듯 사고가 정지된다’는 의미다. 대화나 논쟁에서 상대방의 논리가 빈약하거나 오류가 있을 때 조롱하는 뜻으로도 확대돼 사용된다.
이 글엔 “리본도 셀프로 만들어야 한다” “(리본을) 받자마자 책상 서랍에 처박았다”는 댓글들이 작성됐다.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검은 리본을 달고 수업하라고 한다”면서 “아이들이 왜 리본 달고 있냐고 물으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는 “왜 군인이 훈련받다 죽었을 때는 리본 안 다나. 그것도 슬픈 일인데”라며 “국가 애도 기간은 한 명이나 열 명이 죽으면 안 되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죽어야만 하는 건가.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때 사람들 많이 죽었는데 왜 국가 애도 기간 지정 안 됐나”라고 반문했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2014년 10월 경기 성남 판교 야외공연장의 환풍구가 붕괴해 환풍구 덮개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사람들이 약 20m 아래로 추락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이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이 글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국가 애도 기간인 5일까지 교직원은 검은 리본을 착용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A씨는 “이태원 압사 참사가 슬픈 일은 맞는데 기준이 없다”면서 “아이들이 이게 공정과 상식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글을 맺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0일 각 시도는 물론 중앙부처 등에도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착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무원들은 근조 글씨가 없는 리본을 찾기 어려워지자 뒤집어 다는 등 혼란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면서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쓰라는 지침까지 내려 행정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로 중상자였던 이들이 잇달아 숨지면서 사망자는 156명으로 늘어났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 가운데 여성은 101명, 남성은 5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총 151명(중상 29명, 경상 122명)이다.>국민일보. 김성훈 기자
판교 환풍구 사건이 이번 이태원 압사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다고 그런 얘기까지 꺼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 사건과 이번 사건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인명 피해가 나온 점은 같지만 상황이 다르고 또 그것은 그 당시 정부의 대응이지 지금 정부와는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가족이 아니고 전혀 연관이 없는 많은 국민들이 참사 현장에 가서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마음인데 그거 리본을 하나 다는 것 가지고 불편해 하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게 공정과 상식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우리 국민의 아까운 생명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나서 그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이 그렇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인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근조(謹弔)”를 쓰고 싶으면 리본에 자신이 쓰면 될 것 같은데 그런 사소한 것을 트집 잡고, 리본을 다는 것을 세금을 버리는 일이라고 치부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정말 자신의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해도 이렇게 함부로 글을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