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억 4,000만 년 전, 지구의 바다를 엄청나게 다양한 동물들로 가득 채운 진화사적 사건을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하는데, 최근 새로운 증거들이 제시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HSU(Humboldt State University) Natural History Museum
풀이 무성한 아프리카 나미비아 평원의 80미터 위로, 검고 뾰족한 석조 구조물들이 단체로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그것들은 뭔가 아주 오래된 유물을 떠올리게 한다. 예컨대, 어떤 문명사회의 봉분(封墳)이나 오래 전 매몰된 피라미드의 끄트머리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석조 구조물들은 실제로 빛바랜 제국의 기념비적 건축물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사람의 손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무려 5억 4,300만 년 전, 그러니까 에디아카라기(Ediacaran period)에 남세균(cyanobacteria)이 얕은 바다 위에 건설한 뾰족한 암초들이다. 이 암초들이 점령했던 고대세계는 매우 이질적인 세계였다. 바다에는 산소가 거의 없어서, 오늘날의 물고기들이었다면 금세 가라앉아 죽고말았을 것이다. 해저는 미생물들로 뒤덮여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매트가 형성되고, 그 위에서는 각양각색의 불가사의한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동물들의 몸은 얇은 누비쿠션(quilted cushion)처럼 생겼는데, 대부분 움직이지 않았지만 일부는 끈끈한 매트 위를 기어다니며 미생물을 잡아먹었다. 당시에 동물의 삶은 단순했고, 포식자도 없었다. 그러나 이 조용한 세상에 곧 진화의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그리하여 수백만 년 이내에 단순한 생태계는 사라지고, 뛰어난 운동성과 현대적인 해부학적 특징을 겸비한 동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왔다. 이 사건을 캄브리아기 폭발(The Cambrian explosion; http://www.nature.com/news/ancient-fossils-sport-modern-brains-1.15565)이라고 하는데, 그 결과 다리와 복잡한 눈을 가진 절지동물, 솜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아가미를 가진 벌레들, 그리고 재빠른 포식자들이 등장했다. 특히 포식자들은 이빨이 죽 박힌 턱으로 피식자를 으스러뜨릴 수 있었다. 생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진화적 폭발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게 뭔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 왔다. 어떤 이들은 '산소가 급격히 증가하여 변화를 촉발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어떤 핵심적인 진화적 혁신, 이를테면 시각(vision)이 발달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당시의 물리적·화학적 환경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몇 가지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에디아카라기의 종말에 대한 실마리가 감질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미비아의 암초(http://www.nature.com/news/earliest-skeletal-animals-were-reef-builders-1.15470)와 그밖의 다른 곳에서 수집된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과거의 이론들은 지나치게 단순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캄브리아기 폭발은 (중요한 진화적 발전을 초래한) 작은 환경변화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났던 것 같다.
이제 일부 과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일시적인) 작은 산소증가가 갑자기 생태역치(ecological threshold)를 넘어, 포식자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http://www.nature.com/news/oxygen-fluctuations-stalled-life-on-earth-1.15529). 육식성이 증가하여 진화적 군비경쟁이 시작되고, 이로 인해 복잡한 체형(body type)과 행동들이 폭증함으로써 바다가 꽉 메워졌다.“ "산소증가로 인해 육식성이 만연하게 되었고, 이것이 캄브리아기 폭발을 일으킨 주요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지구의 진화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사건이었다."라고 캐나다 퀸스 유니버시티의 구이 나본느 박사(고생물학)는 말했다.
1. 풍부한 에너지
오늘날 우리는 '복잡한 동물은 비교적 지구의 신입생'이라는 사실을 잊기가 쉽다. 생물이 처음 출현한 지 30억 년이 넘었는데, 지구의 역사를 대부분 지배한 것은 단세포생물이었다. 그들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번성했으므로, 이산화탄소, 황을 포함하는 분자, 또는 철광물에 의존했고, 이것들이 산화제로 작용하여 먹이를 분해했을 것이다. 지구의 미생물권(microbial biosphere) 중 상당부분은 아직도 이러한 무산소경로(anaerobic pathway)에 의존하여 생존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들은 산소에 의존하는데, 그것은 이산화탄소, 황, 철에 비해 훨씬 더 풍요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먹이를 대사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무산소경로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동물들은 이처럼 강력하면서도 잘 관리되는 연소장치(combustion)에 의존하여, 다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혁신들(예: 근육, 신경계, 방어기구, 육식, 광물화된 껍질, 외골격, 치아)을 추진했다.
산소가 동물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과학자들은 "바닷물 속의 산소가 오늘날의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증가함으로써 캄브리아기 폭발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그들은 에디아카라기와 캄브리아기 동안(6억 3,500만 년 전부터 4억 8,500만 년 전까지)의 해양침전물을 분석해 왔다.
과학자들은 나미비아와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지역에서 고대의 해저에 있었던 암석들을 수집하여, 철, 몰리브덴 등의 금속을 분석했다. 금속의 용해도는 산소의 양에 크게 의존하므로, 고대 침전물의 암석 속에 들어 있는 금속의 양과 유형을 분석하면, 침전물이 생성되었을 때 바닷물의 용존산소량이 얼마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분석작업의 바탕에는 "바닷물의 산소농도는 여러 단계를 거쳐 상승하여,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던 5억 4,100만 년 전쯤 오늘날의 해수면 수준에 접근했으며, 이에 따라 좀 더 현대적인 동물들이 갑자기 등장하여 다양화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은 "산소가 캄브리아기 폭발을 일으킨 핵심 방아쇠"라는 아이디어를 지지한다.
그러나 작년에 발표된 『고대 해저의 침전물 분석』 결과는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다(참고 1). 스탠퍼드 대학교의 에릭 스펄링 박사(고생물학)는 전세계 에디아카라기와 캄브리아기 암석에서 계산된 수치(철의 양)들을 모아 데이터베이스(n= 4,700)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에디아카라기와 캄브리아기 사이에 「산소 해수(oxic water)와 무산소 해수(anoxic water)의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산소화 사건(oxygenation event)의 규모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았음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건으로 인해 산소량이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증가했을 거라고 가정했지만, 그건 아마도 사실이 아닐 것이다."라고 스펄링 박사는 말했다.
스펄링 박사의 논문이 발표된 후 '핵심적인 시기(에디아카라기 ~ 캄브리아기)에 바다의 산소 수준이 어떻게 변했는가?'에 대한 과학자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을 즈음, 최신 분석결과가 나와 결정타를 날렸다. 남덴마크 대학교의 도널드 캔필드 박사(지구생물학)는 '산소는 초기동물에게 제한요인(limiting factor)으로 작용했다'는 가정을 의심하던 중,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참고 2). "산소 수준이 이미 높아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동물이 출현하기 수억 년 전 전부터 단순한 동물(예: 해면) 정도는 지지할 수 있었다." 캔필드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물론 캄브리아기의 동물들은 초기해면보다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에디아카라기/캄브리아기 경계에서 굳이 산소가 증가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산소는 오래 오래 전부터 충분히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소가 동물의 기원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사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오늘날만큼 논란이 많았던 적도 없었다."라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티머시 라이언스 박사(지구생물학)는 말했다. 라이언스 박사는 산소가 진화적 변화에서 수행한 역할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몰리브텐 등의 미량금속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참고 3). "캄브리아기 직전에 산소가 급증한 것은 대부분 일시적이어서,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되었을 뿐이다. 그 후 산소는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오늘날의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참고】 동물들이 빠르게 증가하던 시절
- 산소농도는 한방에 상승하지 않았다
1. 에디아카라기에 덩치 큰 동물들이 등장했지만, 이들은 느리거나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에디아카라기 말에 상승한 바닷물의 산소농도가 캄브리아기 폭발에 도움이 되었을 걸로 보이지만, 산소농도 증가가 한방에 일어나 오늘날의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① 8억 년 전: 산소농도가 (오늘날의 농도 대비) 0.1% 미만에서 1~2%로 상승함. ② 6억 3,500만 년 전: 산소농도가 일시적으로 급상승하면서 빙하기가 막을 내림. 다른 시기에도 산소농도 급상승이 있었을 가능성 있음. ③ 5억 8,000만 년 전: 대형 에디아카라 동물들이 등장함. ④ 5억 4,200만 년 전: 에디아카라 동물들이 멸종함. 캄브리아기 폭발이 시작됨. ⑤ 산소농도가 점진적이고 (아마도) 불규칙하게 상승하여, 오늘날의 해수면 농도에 이름.
2. 에디아카라 생물들: 에디아카라 동물들은 비교적 간단했으며, 다리, 눈 등의 해부학적 혁신이 일어났었다는 증거는 부족함. ① 디키소니아(Dickisonia): 1미터 이상까지 자랄 수 있었음. ② 카르니오디스쿠스(Charniodiscus): 아마도 여과섭식(filter-feeding) 동물이었던 것으로 보임.
3. 캄브리아기 생물들: 캄브리아기 폭발로 인해, 오늘날 흔히 존재하는 동물들이 많이 탄생했음. 절지동물로는 말레라와 아노말로카리스가 있었고, 척삭동물(오늘날의 척추동물을 포함)로는 피카이아가 있었음. ① 피카이아(Pikaia): 척삭(notochord)이라는 뻣뻣한 내부막대를 보유하고 있었음. ②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 눈과 원형 턱을 갖고 있었던 포식자. ③ 마렐라(Marrella): 솜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아가미를 지닌, 작은 절지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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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의 거울
스펄링 박사는 에디아카라기의 바다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현대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가 말하는 거울이란 '오늘날 지구상의 바다 중에서 산소가 고갈된 지역'을 의미한다. "생물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산소가 동물의 진화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접근방법을 취해 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존에 출판된 데이터들을 자신의 데이터와 통합하여 분석한 결과, "산소농도가 상당히 낮은(오늘날 해수면 농도 평균치의 0.5% 미만) 해저지역에서 매우 작은 벌레들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먹이사슬이 단순하며, 동물들이 미생물을 직접 잡아먹고 산다. 그리고 해수면 산소농도가 약간 높은 곳(0.5~3%)의 경우, 동물은 좀 더 풍부해 지지만 먹이사슬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동물들끼리 서로 잡아먹기보다는 아직도 세균을 먹고 산다. 그러나 산소농도가 3~10% 수준으로 상승하면, 포식자들이 등장하여 다른 동물을 잡아먹기 시작한다(참고 4).
스펄링의 연구결과가 진화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캄브리아기 직전에 산소농도가 약간 상승한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산소농도가 3%인 상태에서 상승하여 역치인 10%를 넘어선다면, 초기동물의 진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정도의 산소농도에서는 동물의 생태·생활방식·몸집이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소농도가 약간 상승하여 포식자가 서서히 등장한 것은, 뚜렷한 방어수단이 없는 에디아카라 동물들에게 큰 골칫거리였다. "몸이 부드럽고 운동성이 부족하며, 주로 피부를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는 동물을 생각해 보라."라고 나본느는 말했다.
나미비아의 암초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동물들은 에디아카라기 말에 이르러 포식자의 먹이가 되기 시작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레이첼 우드 박사(고생물학)가 바위의 구조를 분석해 보니, 클로우디나(Cloudina)라는 원시동물이 암초의 일부분을 점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뿔형의 클로우디나는 해저로 퍼져나가는 대신 군집을 이루어 살았는데, 이는 자신의 취약한 몸을 포식자에게 감추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암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생태역학 현상(ecological dynamic)이다(참고 5).
클로우디나는 딱딱하고 광물화된 외골격을 발달시킨 것으로 알려진 초기동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암초에서는 광물화된 신체를 가진 동물들이 두 가지 더 발견되었는데, 이는 동일한 시기에 (근친관계가 없는) 여러 동물들이 딱딱한 껍데기를 진화시켰다는 것을 시사한다. "골격을 만드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방어용 말고, 동물이 고생해 가면서 골격을 스스로 만든 이유를 생각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우드 박사는 말했다. 그녀에 의하면, 골격은 새로 진화된 포식자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거라고 한다. 그 시기에 살았던 클로우디나의 화석 중에는 심지어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것도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을 '공격자들이 클로우디나에 구멍을 뚫었던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참고 6).
고생물학자들은 '동물들이 에디아카라기 말에 서로 잡아먹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힌트를 몇 가지 더 발견했다. 나미비아, 호주, 뉴펀들랜드의 일부 해저침전물에서는 독특한 터널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미지의 '벌레 비슷한 동물'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참고 7). Treptichnus burrows라고 불리는 터널은 계속 갈라지고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치 미생물 매트 밑에 있는 포식자가 꼭대기에 있는 피식자를 잡아먹기 위해 체계적으로 공략한 것처럼 보인다. Treptichnus burrows는 오늘날의 새예동물문(priapulid) 벌레가 만드는 동굴과 유사한데, 그들은 오늘날의 해저를 매우 비슷한 방법으로 사냥하는, 게걸스러운 포식자로 알려져 있다(참고 8).
몸집이 커다랗고 잘 움직이지 않는 에디아카라 동물들은 포식자가 등장함으로써 매우 큰 불이익을 받았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다는 것은 골칫거리였다."라고 나본느 박사는 말했다.
3. 3D 세계
에디아카라기에서 캄브리아기로 넘어가는 경계선(변천기)은 뉴펀들랜드 남쪽 가장자리의 고대 빙하에 의해 둥글게 깎인 암석 노출부(stone outcrop)에 기록되어 있다. 경계선 아래에는 (퀼트 쿠션 모양의) 에디아카라 동물이 각인되어 있는데, 그것은 에디아카라 동물이 지구상에 남긴 마지막 화석이다. 경계선 바로 위 1.2미터의 회색 실트암(siltstone)에는 긁힌 흔적이 있는데, 아마도 외골격을 가진 동물들이 관절다리(jointed legs)로 긁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흔적은 절지동물이 지구상에 남긴 역사상 최초의 증거다.
"경계선의 암석이 형성되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마인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짧게는 몇 세기, 길게는 몇 천 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몸이 부드럽고 운동성이 낮았던 에디아카라 동물상은 갑자기 사라졌는데, 아마도 포식자들이 나타나 멸종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나본느 박사는 말했다.
나본느 박사는 변천기에 생존했던 몇 안 되는 동물상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중 일부는 새롭고 복잡한 행동을 진화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장 좋은 실마리는 (미생물 매트를 태평스럽게 갉아먹고 살던) '벌레 비슷한 동물'이 남긴 흔적(이동경로)라고 할 수 있다. 5억 5,500만 년 전의 초기 경로를 살펴보면, 이 동물이 이리저리 배회하며 되는 대로 교차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는 신경계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 포식자는 논외로 하고 - 근처의 다른 벌레들을 감지하지 못했거나, 설사 감지하더라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에디아카라기 말 ~ 캄브리아기 초기의 이동경로를 살펴보면, 좀 더 정교해졌음을 알 수 있다. 벌레 비슷한 동물이 침전물 위에 남겨놓은 궤적을 분석해 보면, 촘촘하게 이동하거나 방향을 급선회하는 능력을 터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굴곡진 궤도가 갑자기 직선으로 바뀌는데, 나본느 박사는 이것을 '벌레가 포식자를 공격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증거'로 해석했다(참고 9).
벌레가 미생물 매트를 갉아먹는 스타일이 바뀜으로써 미생물 매트의 층상구조가 조각조각 갈라졌는데, 이러한 분열(fragmentation) 현상은 캄브리아기 초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저의 모양이 변형되었다는 것은 지구의 생명사에 심대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한다."고 나본느 박사는 말했다(참고 10, 11). 종전에는 미생물 매트가 - 마치 식품 포장용 랩처럼 - 해저를 뒤덮는 바람에, 그 아래의 침전물들이 대체로 무산소 형태로 유지되었다. 따라서 이곳은 동물출입 금지구역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에디아카라기에는 미생물 매트에 가로막혀 해저 깊숙이 파고들 수 없었으므로, 동물들이 매트 위를 수평적으로만 이동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2D 세상이었다. 그러나 동물의 이동 및 섭식능력이 향상되어 미생물 매트를 관통하게 되자, 해저 침전물은 '출입금지 지역'에서 '서식가능 지역'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지구상에는 최초로 3D 세상이 열렸다."라고 나본느 박사는 말했다.
캄브리아기 초기의 이동경로를 보면, 동물들은 매트 아래의 침전물을 몇 센티미터까지 파고들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동물은 종전에 전혀 섭취할 수 없었던 영양분에 접근함과 동시에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한편 동물들은 반대 방향(해저 → 바닷물 속)으로 이동할 수도 있게 되었다. "포식자를 피하는 동시에 피식자를 추격할 필요성 때문에, 동물들은 해저 위의 물기둥(water column)으로 진출했다. 그곳에는 산소가 풍부해서, 에너지를 소비하여 수영을 할 수 있었다."라고 스펄링 박사는 말했다.
산소역치와 생태계에 대한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면서, 또 한 가지 진화적 의문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동물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언제인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을 기준으로 하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최초의 동물화석은 5억 8,000년 전의 것이다. 그러나 유전적 증거에 의하면, 기본적인 동물그룹의 기원은 7억~8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이언스 박사에 의하면, "문제해결의 단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8억 년 전 산소농도가 오늘날의 2~3%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산소결핍지역(oxygen-poor zone)을 분석한 결과, 이 정도의 산소농도라면 덩치가 작고 단순한 동물을 지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덩치가 큰 동물들은 산소농도가 더욱 상승한 에디아카라기에 와서 비로소 진화했을 것이다.
'산소가 복잡한 동물의 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해하려면, 과학자들은 암석에서 발견한 미묘한 단서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화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화석과 산소농도와의 관계를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라'고 주문해 왔다. 다시 말해서, '상이한 지역의 산소농도를 각각 추정한 다음, 이를 각 지역에서 발견된 동물화석의 형질과 비교하라'는 것이다."라고 라이언스 박사는 말했다.
작년 가을, 레이첼 우드 박사는 '화석과 산소농도와의 관계를 보다 세밀하게 분석한다'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시베리아를 방문했다. 그녀는 에디아카라기 후기 지층에서, 클로우디나와 또 다른 골격동물 수보로벨라(Suvorovella)의 화석을 수집했다. 다양한 유적지를 방문하면, (산소가 풍부한 해표에서부터 수심이 깊은 곳에 이르기까지) 고대해양의 다양한 깊이에 존재하는 화석을 수집할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나는 다양한 패턴을 분석하여 '동물이 좀 더 딱딱한 골격을 발달시켰는가'와 '동물이 포식자의 공격을 받았는가'를 알아내고, 이 두 가지 정보가 산소농도와 확실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그래야만 모든 스토리가 완결된다."라고 우드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Sperling, E. A. et al. Nature 523, 451–454 (2015). 2. Zhang, S.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http://doi.org/bcgg (2016). 3. Sahoo, S. K. et al. Geobiology (in the press). 4. Sperling, E. A.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10, 13446–13451 (2013). 5. Wood, R. A. et al. Precambrian Res. 261, 252–271 (2015). 6. Bengtson, S. & Zhao, Y. Science 257, 367–369 (1992). 7. Seilacher, A., Buatois, L. A. & Mángano, M. G. Palaeogeog. Palaeoclimatol. Palaeoecol. 227, 323–356 (2005). 8. Vannier, J., Calandra, I., Gaillard, C. & Zylinska, A. Geology 38, 711–714 (2010). 9. Carbone, C. & Narbonne, G. M. J. Paleontol. 88, 309–330 (2014). 10. Mángano, M. G. & Buatois, L. A. Proc. R. Soc. B 281, 20140038 (2014). 11. Buatois, L. A., Narbonne, G. M., Mángano, M. C. Carmona, N. B. & Myrow, P. Nature Commun. 5, 3544 (2014). ※ 출처: Nature 530, 268–270 (18 February 2016) doi:10.1038/530268a | http://www.nature.com/news/what-sparked-the-cambrian-explosion-1.193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