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산(등요산) 1045m 강원 평창
산줄기 : 한강영월금당단맥
들머리 : 대화리 덕개수계곡


위 치 강원 평창군 대화면
높 이 1045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평창 등용산(1,044.9m)
*배골~중예동골~중예골~정상~상안미1리
멀리서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등용산은 그 품에 들면 바위들로 이뤄져 있는 산이다. 특히 경치가 수려한 평창강이 흐르는 남쪽과 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옛날 이 산에서 나무를 하던 엄 첨지가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어 이곳을 '엄첨지 벼루' 라고 불릴 정도이니 만만히 보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중앙에 위치한 등용산은 등요산, 절구지봉, 절구질봉, 또는 절구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산 주위에는 워낙 유명한 산들이 많아 그 유명세에 밀려 아직까지 찾는 이들이 드물다. 주민들은 등용산을 신성시하여 가뭄 때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으며, 임진왜란 때 요시시로가 이곳으로 침입해오자 의병들은 등용산을 본거지로 왜병과 싸웠던 전적지의 산이기도 하다.
삼척시에서 온 이재학씨(우양레포츠 대표이사), 단독산행을 즐기는 태백시청 김장래씨, 또다시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장을 던진 권영희씨와 63m 번지점프를 서슴없이 하여 태백여성산악회에서 간 큰 여자로 알려진 최재란씨, 그리고 내 고장의 아름다움을 신명나게 홍보하며 대화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신승하씨와 대화면 안미리 사초거리에서 재회다.
연일 치적거리던 날씨가 오늘따라 어쩐 일로 하늘이 활짝 개여 바람도 상큼, 쾌적한 것이 산행하기에는 최상의 컨디션이다.
장평과 방림을 잇는 31번 국도가 대화읍내를 통과하는 대화중,고교와 문화마을 사이 도로에 배골 마을 푯말이 있는 서쪽으로 길게 뻗은 중예동골이 등용산 산행들머리다.
자동차 1대 정도가 다닐 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300m쯤에 배골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배골이란 지명은 이곳 말고 중예동골 남쪽에도 또 한 곳이 있다. 중예동골로 곧장 직진하면 양 켠을 빼곡한 수림이 하늘을 가렸다.
산적이 긴 칼을 빼어들고 언제 뛰어 나올지 모르는 길이다. 약 2.7km를 가는 동안 사람이 집 짓고 살만한 공터도 보이지 않으니 물론 집도 절도 없는 무주공산이다. 다만 이 골짜기 끝 어딘가에 마을이 있길래, '노성간'이란 전봇대가 줄지어 있다. 이렇게 50여 분에 '금산목장 진입금지' 푯말을 지나 300m에 도로가 오른쪽으로 휘여지는 합수머리에 말목과 묘 1기가 있다.
여기에 있는 '노성간 197R' 전봇대가 좋은 이정표다. 지금까지 따르던 시멘트 포장길인 중예동골을 버리고 왼쪽 음침한 중예골 숲속으로 들면 실질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중예골에는 옛 산판길이 있었던 듯하다. 그동안 사람이 전혀 다닌 흔적이 없다. 아침이슬을 듬뿍 머금은 물봉선, 담배풀, 며느리배꼽, 버드나무에 덩굴들이 뒤엉켜 웃자란 숲을 헤치며 나아가느라 산행 초장부터 고역을 치른다.
폭포를 지나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자란 개미취가 보라색 꽃을 피운 합수점이다. 오른쪽 언덕 위에는 목장관리사 2동이 있고, 왼쪽 계곡에는 축사가 있다. 왼쪽 축사쪽을 지나니 다시 수풀이 우거진 터널이다.
"왼편 능선으로 처음부터 곧장 올라갈 걸 괜시리 생고생이야."
혼자서 투덜거렸다. 잣나무 군락지에 들어 어둠컴컴하게 하늘을 가린 숲을 6명이 줄지어 간다. 세번재 가던 손재란씨가 "앗 따가!"를 연발하여 외치며 손을 흔든다. 앞장선 사람이 벌집을 밟았던 모양이다.
팥알 만한 땅벌들이 가미가제 특공대다. 이놈들은 무조건 머리카락 속이나 옷 속으로 파고들어 공격하는 습성이 있는 벌이다.
"빨리 튀어."
도망을 갔지만 오름길이라 속도가 붙지 않고 제자리 걸음만 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서도 일렬로 가던 대열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피해상황을 점검해 봤다. 정신없이 소리를 크게 지르던 최재란씨는 손등에 한 방을 맞고 호들갑이었고, 다섯번째 섰던 권영희씨는 목에 두 군데, 배에 세 곳, 다리에 한 방, 배에는 침까지 박혀 있었다.
그리고 맨 후미에 있던 이재학씨는 배와 등에 좋은 침을 맞았다며 자랑이다. 배낭을 풀어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으로 쓱싹 문질러 주고 한 숨을 돌린다. 그러고보니 첫번째, 두번째, 네번째 갔던 김장래, 신승하씨와 기자는 벌들의 급습을 받지 않고 멀쩡했다.
"어라, 땅벌 저놈들도 인간 차별하네. 누구는 침주고, 우리는 뭐야, 불공평하잖아..."
김장래씨의 너스레에 한바탕 웃음보를 터트리고는 벌한테 혼쭐난 종예골을 버리고 왼쪽 사면으로 곧장 치고 약 25분에 능선에 올랐다. 오른쪽으로 1024봉을 향한다. 정상은 중예골 건너편에 보이고 왼편은 배골이 된다.
길이 있으나 없으나 그래도 항상 능선이 편하다. 분취 종류의 식물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서서히 시게바늘 방향으로 가는 능선에 듬성듬성 바위들이 나타나더니 용트림하는 평창강의 모습이 아찔하게 보이는 암릉이다.
바위벼랑을 끔찍이 좋아하는 솔체꽃의 벽자색, 남자색 주먹을 불끈 쥐고, 1m쯤 불쑥 자란 절굿대가 키작은 알며느리 밥풀꽃을 발 아래 내려다보고, 가을을 재촉하는 바위구절초의 연보라꽃이 맘을 스산하게 만든다.
능선을 따른지 1시간 여에 1024봉 북쪽 안부에 묘 1기가 있는 삼거리다. 참으로 아늑한 곳에 묘를 썼다.
이제는 북쪽으로 0.5km쯤 가면 정상이다. 잠시 내려가더니 다시 오른다. 독사가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과 흡사하게 꽃을 피운 한국 특산물인 참배암차즈기가 무리지어 숲그늘에 있다.
좁다란 능선의 나무들에 둘러싸인 삼각점(평창 304, 1977재설)과 초라한 돌무더기가 있는 등용산 정상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나무에 가려 신통치 않다. 정상을 지나 북으로 약 40m 더 나아간 곳에 단체산행 때 중식하기 좋은 넓은 터 끝에 조망이 일품인 의병바위다. 서쪽 발아래로 대화면 시가지와 31번 국도, 멀리 눈이 자라는 데까지 산들뿐이다. 백적산, 잠두산, 백석산, 중왕산, 그 뒤로 가리왕산 모습도 청옥산, 남병산들의 일천 미터가 넘는 거봉들이 하늘과 맞닿아 병풍을 쳤다.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바위턱에 한동안 넋을 놓고 앉았다가 늦은 중식에 꿀맛이다.
하산은 남릉을 되잡아 1024봉 삼거리에서 940.2봉을 지나 서둔이골과 '엄첨지벼루'를 지나 상안미1리 마을에 도착할 계획이다.
묘가 있는 삼거리까지는 6~7분에 도착이다. 1024봉을 왼편에 끼고 바위길을 오른쪽으로 돌아내려 바위로 병풍을 두른 묘를 지나니 2개의 급경사 능선이다. 능선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절벽이나 마찬가지다. 왼족 능선에 표지기를 달아놓고 앞선 사람을 위해 낙석을 주의하며 아주 조심조심 침착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서둔이골이란 흙이 없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돌들만 있는 지형인 서덜을 여기말로 '서둔' 이라 한다.
발바닥이 땅에 밀리는 양쪽은 천길 벼랑이다. 벼락에 반쯤 부러져 나간 고사목에 전망바위다. 의병바위에서는 동쪽과 남쪽의 조망이 좋았는데, 여기서는 서쪽과 남쪽의 조망이 훌륭하다.
평창강에 기댄 마을들이 깨알같고 건너편의 화채봉과 중대갈봉 뒤로 백덕산 정상이 얼굴을 내밀었고, 장미산, 덕수산 뒤로는 오봉산, 대미산, 청태산이 시야에 와닿는다. 다음달 취재할 화채봉을 눈여겨 보아두고 전망바위를 뒷걸음질하여 화살나무 좌측으로 다시 된비알을 내려간다.
뒤에 오던 신승하씨가 천길 만길 절벽으로 주르르 미끄러지더니 나무등걸에 걸렸다. 이마에 진땀이 흐른다. 곧바로 뒤에 오던 최재란씨가 그 자리에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앞에서 넘어지려면 먼저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을 해놓고 넘어져야지 뒷사람이 따라하지 않지."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일행들은 간담은 서늘했지만 당사자들은 농담으로 여유를 부린다. 바위 절벽으로 줄지어 핀 솔체꽃이 이쪽을 보고 웃고 있는 듯하다.
땅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역광을 받는 강물이 거울처럼 반짝인다. 하산길은 위험하지만 조망 하나는 일품이다.
작은서둔이골이 막 형성되는 지점에서 작은서둔이골을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하여 수리바위 아래에 이르니 다소 경사가 완만해져도 오른쪽은 절벽이다.
이 능선이 옛날 엄첨지가 실족하여 떨어져 죽은 '엄첨지 벼루' 인가 보다.
오르락내리락 하던 능선이 지루하여 하산길을 찾던 중 575.5봉을 지나 묘가 보이는 10m 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니 의외로 길이 구불구불 잘 뚫려 있다. 10여분에 서둔이재를 내려 옥수수 밭을 통과하니 상안미1리 마을이다.
뒤풀이로 평창강 자갈밭에 배낭을 펼치니 석양 노을이 제 먼저 알고 자리를 잡는다.
*산행길잡이
평창강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천길 벼랑 산
배골입구-(1시간)-중예동골-(40분)-중예골-(25분)-능선-(1시간)-1024봉 안부 삼거리-(15분)-정상-(10분)-1025봉 안부 삼거리-(2시간30분)-상안미1리 표석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은 서둔이 능선 코스로 하산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특히 겨울철과 음주산행 때에는 아예 근접을 말아야 한다. 산행시간은 약 6시간 걸린다. 중예동골을 승용차로 이용하면 1시간 줄일 수 있다.
중예동골에서 중예골 목장으로 가다 벌침을 맞지 않으려면 중예동골 끝에서 중예골로 들지 말고 왼쪽 능선으로 곧장 올라 능선을 계속 따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하산은 1024봉부터 까다로워진다. 길이 애매한 곳에는 표지기가 있다. 큰서둔이골 능선에서 작은서둔이골을 횡단하지 말고 그대로 직진하여 내려서면 길이 좋은 서둔이골이다.
*교통
대화버스터미널(033-333-2063)에서 상안미2리 선애초교와 개수리를 왕복하는 버스(06:30, 08:40, 09:40, 12:20, 12:50, 17:45, 19:00)가 상안미2리 앞을 지난다. 상안미2리와 개수리에서 대화행 버스는 07:00, 09:30, 10:30, 14:00, 15:20에 있다. 대화버스터미널에서 교통편이 많은 장평행 버스(07:20~21:20)는 30~40분 간격으로 있고 15분 걸린다. 요금은 950원.
대화에서 강릉행 버스는 하루 15회(07:00~20:40) 다니고, 1시간40분 걸림. 요금 5,300원. 대화에서 원주행 버스는 07:25, 09:30, 10:40, 14:20, 18:25에 다니고, 1시간10분 걸림. 요금은 4,500원. 대화에서 동서울행은 08:05, 08:50, 10:05, 11:10, 12:00, 13:20, 14:35, 16:00, 16:50, 18:05애 다님. 1시간50분 걸림. 요금 11,200원. 대화에서 평창 경유 정선행 버스는 09:40, 10:40, 12:05, 13:20, 16:40, 18:00, 19:10, 21:30에 다니고, 1시간 걸림. 요금 4,200원.
장평시외버스터미널(033-332-4209)에서 대화, 동서울, 상봉동, 안산, 성남, 강릉, 원주행 버스가 있다. 대화개인택시 333-2000, 대화고속레카 332-4989, 대화면사무소 330-2604.
*잘 데와 먹을 데
상안미1리에는 박용진씨(033-332-8650), 주성천씨(333-0959)가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사초거리에는 국제농기구센타(332-8557)를 운영하는 조남원씨 민박이 있으며, 안미쉼터가든민박(332-8557), 가리왕산가든(333-8523)이 있다. 상안미3리에는 약물산관광농원(333-9090)이 있다. 대화 5일장은 4,9일이며 태양고추와 옥수수가 유명하다. 산행은 신승하씨(018-337-9635)에게 문의.
참고: 월간<사람과산> 200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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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