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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고양이는 안는 것
저-오야마 준코
출-한슴디어 92018.8.17).300쪽
독정-2019. 11. 16.토. 맑은 날
나는 언제부터 고양이였을까?
여자 고양이는 남자 고양이만큼 외모에 연연하지 않는다. 아름다움보다 몸짓의 사랑스러움이 인간의 마음을 더 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흰고양이와 검은 고야이가 싸우자 괴물이 말했다.
“두 분 다 저보다는 아름답잖아요.”
얼토당토 않는 논리에 어떻게 수긍할 수 있는지 괴물은 하나의 지침이리라.
“집회의 의미는 공통된 의식을 갖는 데 있나요?”
“모든 행동에 의미를 찾는 게 참으로 인간같네요.”
사오리 생각이 났다. 요시오의 시간은 사오리와 함께 있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 이 두 가지밖에 없었다. 사오리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신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사오리가 요시오를 마치 인간처럼 대하기 때문에. 사오리와 이?ㅆ으면서 감갑함을 느낀 적은 없다,. 아마 이곳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사오리는 화가였어 .그림 그리는 남자.”
“고양이 그림을 그렸어?”
“고양이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안는 거래. 화가가 그랬어요.”
“그럼 뭘 그려?”
“꽃이나 인간이나…….”
“꽃이나 인간은 안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건가?”
“화가에게는 그랬겠지. 노란색 물감만 줄어 들었어 그래서 노란색 물감만 샀지.”
“좀 이상한 게 그 남자?”
“이상하지 않은 인간이 어딨어?”
“고양이는 빨간색을 식별할 수 없어. 고양이와 인간의 눈은 달라. 보고 있는 세계가 달라, 너는 인간과 가깝게 지내다보니 사고가 완전 인간화되었지디만 아무리 친해도 고양이와 인간이 보는 건 같을 수 없어.”
“화가도 그랬어?”
“그는 좀 특별했어. 고양이쪽 인간이었어.”
“고양이쪽?”
“고양이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었어. 성질이. 빨간색을 보지 못했거든.”
“그 화가는 지금 어떻게 지내?”
“죽었어.”
인간이 죽ㄴ느다니. 죽음이 뭔지는 안다. 매미와 개미는 죽는다 바퀴벌레도 죽는다. 고양이도 죽는다.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이윽고 사라진다. 하지만 인간은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시체가 굴러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함께 있어도 답답하지 않으면서 요시오가 잠깐 졸기라도 하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눈을 떳을 때 고양이 발이 보였다 그곳은 다리 위였고 바닥이며 난간에 무수히 많은 고양이가 있었다. 요시오는 바닥 한쪽에 축 늘어져 누워 있었다. 눈을 떳지만 움직일 힘은 없었다. 온몸의 기력을 강물에 빼앗긴 것이다. 별이 빛났다. 가장 먼더 든 생각은 사오리는 지금 어쩌고 있을까싶었다.
“생후 반년 정도 됐으려냐?”
어둠 속에서 고야이가 말했다.
“아니, 녀석은 성인이야.”
“젖어서 작아 보이는 거구나,”
“인간이 녀석을 강에 던졌나?”
“물을 먹으려다가 마끄러진 거 아닐까?”
“설마니 그 정도로 멍청할까? 물고기를 잡으려다가 그랬으면 몰라도,”
“어이, 잠깐만, 물고기를 잡으려다 강에 빠진 거랑 물을 먹으려다 미끄러진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멍청한지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오늘 밤은 그 문제가 의제인가?”
요시오는 물을 하도 먹어서 머리가 이상해진 것일까. 고야이들의 대화가 또렷하게 들렸다.
“물이든 물고기든 문제의 본질이 아니야. 이 녀석 눈을 봐. 파래 새파란 색이야.”
“강의 정령인가?”
요시오는 대담하게 하품을 했다. 고양이들은 ‘오오!’ 탄성을 질렀다.
“오오! 오오!”
탄성은 전염되었다. 한 마리라면 별거 아니겠지만, 고양이가 엄청나게 많앟기 때문에 굉장히 시끄러웠다. 마치 불꽃놀이 같았다. 탄성 불꽃.
“왜 이리 소란해?”
으슥한 회양목 덤불숲에서 쉰 목소리가 들렸다.
“아오메 강의 정령이 드디어 나타났다. 크다. 생전 처믕 보는 으스스한 모습. 크다. 긴 털은 엉클어지고 군데군데 뭉쳤다.
크다. 얼굴은 네모나고 한쪽 눈을 감고 있다.
크다. 귀 한쪽이 중간쯤에서 접혀 앞으로 축 늘어졌다.
아무리 봐도 크다. 뜬 눈은 노란색으로 빛났다 긴 털을 땅바닥에 끌고 어깨를 양옆으로 흔들면서 덩어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요시오는 뒷걸음질만은 치지 않으려고 제자리에 커티고 서서 가슴을 폈다.
“파란 눈의 그대.” 괴물의 입에서 묘한 냄새가 났다. 꽃처럼 달콤하고 물처럼 시원한. 신비로운 향기다.“놀랐군요. 제가 무섭습니까?”
“왜 눈을 한쪽만 뜨고 있지?”
“어디 겁도 없니 반말을.”
“하느님 맙소사.”
“누구야, 이 녀석을 구해준 게?”
구해준 게 아니야. 물고기인 줄 알고 끌어올렸는데 이 녀 석이었어.“
“건방진 녀석.”
“강에 도로 쳐넣어.”
원성이 들끓었다. 요시오는 개의치 않았다. 고양이들의 실없는 소리. 아무래도 상관없다. 괴물은 불쾌해하는 기색 없이 조용히 대답했다.
“한쪽 눈이 없어요. 당신은 누구?”
“요시오다.”
괴물은 고양이들을 휘둘러보았다. 눈이 한쪽밖에 없어서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상냔항 눈빛이지만 모두 입을 딱 다물었다, 괴물은 고양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존재인 듯하다. 괴물은 크지만 약하디 약한 모습이다. 말투는 아주 정중하고 무섭지 않다 .고양이들은 어째서 이 괴물을 떠받드는 것일까? 강하지 않는 것을 공경하다니, 요시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강에 있었어?”
“떨어졌어 3층에서
“살던 곳인가? 아니, 사오리 집을 알아냈어. 여기쯤익뎄다 싶어서 벽을 타고 올라갔지. 3층 베란다 나간에 도착하자 창문 너머로 사오리가 보였어 그때 발이 미끄러졌어.”
“ 사오리와는 어떤 관계? 집고양이입니까?”
“여자야. 물론 인간이고.”
“당신은 고양이입니다 .앞발을, 아니 손을 보십시오.”
요시오너 손을 보았다 털북숭이 앞발이 틀림없었다. 틀림없는 자신의 앞발, 본 기억이 있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언제부터 고양이였을까?
“당황하지 말아요. 잘 잊는 것은 고양이 특성입니다. 옛날 일은 잊어도 됩니다 .그러는 편이 여러모로 편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당신은 고양이입니다. 이 사살은 당신의 몸을 자키기 위해서라도 기억해두느 것이 좋아요.” 한순간이라도 요시오는 왜 자신을 인간이라 여겼던 것일까. 강에 떠내려 갈 때 물을 많이 먹어서 뇌 기능이 살짝 이상해졌던 것일까?
삼색 털 고양이는 아쉽게 디자인된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아침밥은 벌떠 다 먹었어. 저녁때까지는 꽤 기다려야 해.”
픙크섹 코가 씰룩거린다. 눈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우니 핑크색 코에만 눈길이 간다.
“끄때까지 버틸 수 있겠어? 정 참지 못하면 방법이 있긴 한데.”
요시오는 털 고르기를 했다.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털은 이미 말랐지만 혀 끝에 갈물 맛이 느껴졌다.
“나는 밤에만 먹어.”
“밤에[만 먹기로 정한 거야?”
“정한 건 아니지만 늘 그래왔으니까.“
“그래서 네 몸이 이렇게 마른 거구나. 아침밥도 먹으면 좋을 텐데.”
요시오는 자기 몸이 말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말랐나? 고양이와의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몸집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다리가 아프다. 뒷발을 보자 발목이 부어 있다. 3층에서 떨어지면서 접질린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지만 일어서면 짜릿, 고통이 느껴진다. 먼 길을 가는 것은 당분간 무리일 것 같다.
“2주면 나을 거래. 그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분?”
삼색털 고양이가 회양목 덤불숲을 보았다. 요시오는 ‘그분’이 괴물을 말하는 것임을 알았다. 저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그분도 고양이야?”
“그분은 그분이야. 신이라고 부른 고양이도 있어. 그 고양이에게 그분은 신이지. 부처라고 부른 고양이도 있는 게 그 고양이에게 그분은 부처인 거야. 너도 네가 생각하는 대로 부르면 돼.”
요시오는 속으로 그분을 괴물이라 불렀지만 그 사실은 비밀로 하자고 생각했다. 요시오는 지금껏 다른 고양이와 함께 뭔가를 먹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다가가지 않고 고양이들이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통조림이 인기인지 고양이들은 은색 접시로 많이 모여들었다. 요시오는 하얀 플라스틱 접시로 쭈삣쭈삣 다가가 보았다. 요시오를 배려해서인지 물주늬 고야이가 다른 접시로 옮겨갔다. 요시오는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사오리가 아니 ㄴ인간에게 밥을 받아먹어 보기는 처음이다 사오리가 주던 밥과 맛은 다르지만 배가 고파 정신없이 먹었다. 맛있었다. 사오리의 밥아 아닌 밥을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새 얼굴이 보이네.”
물 담당 아저씨가 말했다.
“버려졌겠지 가여워라.”
백발 할머니가 말했다.
“아니, 길 잃은 아인지도 몰라요.”
키: 큰 아주머니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목줄은 없지만 이 아이, 러시안블루 맞죠? 주인이 찾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아묘 사이트 한번 살펴봐야겠어요.”
아주머니는 네모난 물건을 꺼내 손가락 끝으로 스륵스륵 문질렀다. 그것이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만능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고양이로서의 사회성은 전혀 없지만 인간계의 것이라면 맡겨둬라. 라고 스스로는 생각한다.
밤 되면 데코스테 다리에 고양이들이 모인다. 매일 밤은 아니고 이 삼 일에 한 번씩 누가 신호를 보내는 것도 아니다. “저 모임은음 뭐야?” 어느 고양이에게 물어도 “이유 같은 거 몰라”했다. 오늘 밤 모여야지 라ᅟᅳᆫ 생각이 웬지 모르게, 하지만 강하게 든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반드시 누군가가 그날의 의제를 갖고 온다. 사건이 엡이 오르내린다. 뭔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다. 그저 그렇게 서로 떠듦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최근에는 독이 든 밥을 개나 고양이게 먹이는 인간이 이?ㅆ단다. 직접 목격한 고양이는 없다 .물론 경험했다는 고양이도 없다. 독이 든 밥을 먹은 고양이는 아마 죽었을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집회에 나오지도 못할 테니까.
피아노를 처음 집에 들여 놓자 피아노가 눈부셔서 거실 벽이 찌들어 보였지만 그래도 기쁨이 더 컸다. 새언니의 손가락은 길고 가늘었다. 자기 뭉특한 손이 새삼 커 보여서 조금 창피앴다. 동네 아이들이 집에 찾아와 새언니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피아노르 배우느 대가로 사오리는 집 주변의 근사항 장소를 새언니에게 알려주었다.
고용주는 시급이 조금이라도 낮은 신입을 쓰고 싶을 것이다. 자신은 짐이 된다. 스스로 그만두었다.
“계속 함께 사는 것도 곤란하고.“
집에서 들은 이 말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 그런 말을 듣기 전에 도망치듯 그만두었다 .새 일자리를 금방 구해서 그만두기가 쉬웠다.
마트 계산대에서 알 하다가 고등학생이 초콜릿을 훔치는 걸 보았다. 그 학교 선생이 와서 명함을 주며 사과했다. 손때가 타지 않게 명함을 코팅해야겠다는 생각에 문구점을 찾았다. 하지만 명함을 맡길 용기가 나지 않아 고민 끝에[ 직접 코팅지를 사와 크기에 맞제 자르고 뜨거운 다리미로 명함에 붙였다. 제법 성공이다. 기숙사 방에서 매일 밤 그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누군가에게 며함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자신을 대단히 중요한 사람으로 대우해준 것 같아서 몹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즈음 계산원은 씩씩하고 붙임성 있는 신입이 인기여어 사오리가 표창 받는 일은 없어졌다. 사오리는 손님과 얘기하지 않고 신속하게 계산했으므로 7번 계산대에는 주로 바쁜 손님이 줄을 섰다. 사오리는 사쿠라고등학교 학생이 또 다시 물거능ㄹ 훔쳐주기를 내심 바랐다. 그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자주 슈퍼를 이용했지만 불미스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건을 훈ㅁ쳐주면 이케나가 선생님에게 연락할 수 있을 ‘탠데. 그런데 이케나가선생이 와서 계산할 때 아주 살짝 손이 닿았지만 몰라보았다.
“학생들이 다들 예의 바르고 참 착해요.”
이케나가 선생이 깜짝 놀라 사오리를 보았다. 회색 눈동자와 푸른빛을 띤 흰자위였다. 생각났다는 듯이 아아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때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사과를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사오리는 후회했다. 최대한 호쾌하게 아줌마스럽게 웃어 보였다. 이케나가 선생이 얼굴을 들고 빙긋 웃었다. 사오리는 살아 있는 기쁨을 느꼈다. 집으로 가는 길, 지고 모르게 폴짝폴짝 뛰었다. 소녀 시절에도 이런 설렘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서른 여덟. 태어나 처음 소녀가 된 것 같았다. 선생은 벌써 언덕 위를 저만치 걸아가고 있었다. 보이는 것은 등뿐이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자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사오리는 황급히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도둑질 현장을 목격했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여자가 바로 그 여고생이었다. <고양이 키우는 법>책을 정독하고 고양이가 사용할 화장실도 준비했다. 요시오가 목줄을 몹시 싫어해서 매는 것은 포기했다. 다만 하나 걱정 되는 것은 햇빛이 적다. 들창이 있어 한낮에는 어느 정도 빛이 들었다. 하지만 고양이가 평생 이런 곳에 사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양지바른 곳에서 털 고르기를 하는 고양이들을 많이 보았다.
평소대로 고향이 밥을 챙겨서 창고로 갔다. 요시오는 있었다. ‘안녕 사오리?“하고 말하듯 상자 위에 앞발ㅇ르 가지런히 모으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오리는 가슴이 벅차서 고양이를 꼭 안았다. 이 아이는 전혀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의지로 여기 있는 것을 선택했다. 기뻤다. 요시오와 한 시간 저도 보내고. 구 후에야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잤다. 요시오가 사오리가 앉아있는 벤치에 뛰어올랐다. 가족에게도 선택 받지 못한 사오리를 오시오는 예쁜 고등학생 속에서 선택해준 것이다.
“고마워. 요시오.”
요시오 은빛ㅇ 등은 석양빛을 받아 따뜻했다. 사오리는 요시오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는 아파트를 알아봤다. 하지만 찾기가 힘드었다. 맨션을 너무 비빠서 엄두도 나지 않았다.
“혹시 고양이 죽었어?”
“아니요. 없어졌어요.”
“그러게. 요즘 완전히 다른 사람 같더라니.”
창고 문에 낸 구멍은 이번 휴일에 막으면 좋겠어요.”
“됐어. 막으면 고양이가 못 돌아올 거 아냐.”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돌아온다고 주인이 믿어야 돌아오지. 믿지 않으면 여원히 만날 수 없어.”
괸리인의 눈은 거칠고 그 안은 공허했다.
이제 영원히 아줌마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줌마 다음에는 할머니가 온다, 그리고 그 앞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방에 돌아와 창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젊었을 때는 무척 못생겨 보였지만 지금은 나이에 어울리는 외모다. 부적 늘어난 흰머리 때문에 흙빛 얼굴이 오히려 화사해 보였다. 나이가 외모의 단점을 조금씩 덮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했다.
의자 다리가 하나 부러지면 흔들흔들하잖아요? 아무튼 안정이 되지 않고 마음이 휘적휘적하더군요 고양이 울음소리도 신기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든단 말에요. 인간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 저는 확신했어요. 고양이 집회에서는 고양이의 행복에 관한, 인간의 행복과 연결된 이야기가 오고가리라는 것을요. 고양이는 옷도 필요 없고 도구도 필요 없고, 에너지 자원도 필요 없어요. 지구에 친화적인 생ㄹ물이 행복하지 않고서 어떻게 인간의 행복을 바랄 수 있겠어요?
“경험ㄴ이 중요합니다. 오래 있겠다는 마음으로 일해주세요.”
경치 좋은 비밀의 늪, 작고 예쁜 들새, 물이 솟아는 샘터, 좋은 곳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다. 그 경치를 이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느 전단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고양이는 두 달 전인가 다리에 나타났어요. 털이 가지런하고 순종으로 보이는 것이 집 고양이일겁니다. 이런 아름다운 고양이는 키울 사람을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혹시 주인이 찾고 있을지 몰라 전단지를 만들었어요. 다리 근처 상가에는 한참 전에 전단지를 붙였든데 두 달이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서요. 법위를 넓히기로 했어요. 실은 이 고야이가 몹쓸 인간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죽다 살아났어요. 쓰러져 있는 녀석을 발견하고 제가 병원에 데려갔지요. 다행이 먹은 것을 다 토해내서 살아났는데, 오랫동안 인간에게 길들여진 고양이는 인간을 쉽게 믿는다고 수의사가 그러더군요. 의심하는 습관이 없으면 길고양이 생활을 버티기 어렵다고요.
“고양이는 지금 어떤가요?”
“지금은 저희 집에 잉ㅆ어요. 밖은 위험해서 창문도 닫아놓고 실내에서 길러요. 계속 이렇게 지내도 상관없은데 이 녀석이 주인이 그리운지 밤마다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지 뭡니까. 주인이 귀가하길 애타게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도 기르던 주인이 저녁에 퇴근해서 돌아오는 직장인이었던 모양입니다 이토록 잊지 않고 그리워한다는 건 그만큼 주인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겠죠. 다리에서 여기까지는 거리가 꽤 돼서 주인이 나타날까 싶지마는. 일단 붙여나 보 자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한 번쯤 성실님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용기를 냈습니다.
“이 전단지는 불일 필요 없슺ㅂ니다. 이 고양이는 제 고양이예요. 2년 전 시부야에 있는 에완동물 가게에서 샀어요. 기숙사에서 기르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죄송합니다 실은 기숙사 창고에서 길렀어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창고 문에 구멍을 낸 ㄷ것도 저에요ㅕ. 관리인은 모르는 일이에요. 어느 날 고야이가 창고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더군요. 창고 생활이 실어서 달아난 건지도 모르죠.”
“정마로 당신 고양이가 맞습니까?”
“네, 형통서도 가지고 있어요.”
고양이 동보미란 직업이 있다면 고흐는 아마 프로 중의 프로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고양이를 돌보는 솜씨가 능숙했다. 고양이는 밥을 토했고 바닥에 오줌을 눈 적도 있다. 그런데 화를 내거나 때리지도 않았다. 작은 바구니에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수건을 깔아 잠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아늑했지만 혼자 자는 것은 역시 쓸쓸했다. 시트르 ㄹ흙투성이로 만들어버려도 고흐는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꼭 안아주었다. 어렴풋한 엄마으 기억, 그것은 지워져가고 있었다. 나는 현재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림 그리는 것 말고는 일다운 일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림이 팔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고흐의 잘못된 생활 습관을 거침없이 지적하고, 말할 만큼밀하고 나면 사라진다. 집안일을 야무지게 하느 것은 노리코의 가르핌이 있어서일 것이다.
“고양이를 그려, 모델비가 들지 않잖아,”
“고양이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안는 거야.”
고흐는 ㄴ나를 안고 턱을 쓰다듬었다. 나는 기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묘한 기분이었다 .고흐와 함ㄴ께 산지 1년, 나느 완전이 어른이 되었지만 자라면서 몸집과 무늬가 조금씩 변했지만 결국은 삼색털 고양이가 되었다. 꼬리는 굵고 짧다. 재패니즈밥테일이라 불린다. 몸은 부드러운 흰 털로 덮였고. 등에는 커더란 베이지색 타원과 검은색 작은 원이 있다. 얼굴은 베이지색과 검은색 얼룩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마치 물감이 튄 것 같다. 고양이는 육식을 좋아한다지만 풀이나 채소도 먹는다. 양배추도 당근도 좋아한다, 씹는 맛은 음악과 닮았다, 관능적이고 몸 전체에 에너지가 차오른다, 집이 있는 고양이도, 없는 고양이도 강변에서 사이좋게 낮잠을 자고 뜀박질을 한다. 연애도 자유롭다. 나는 한창때라 이성에 대한 동경도 있지만 근처에는 거세된 남자들 뿐 연애 상대로는 적합하지 않다. 연애와 밥을 놓고 보자면 맛읋 모르는 연애보다 맛있는 밥의 영구적 제공을 우선하고 싶다. 우리 리리 못 봤니? “할머니, 리리는 사랑을 찾아 떠났어요.”
“우리 리리 못 봤니?” 할머니는 계속 물었다. 몇 번을 대답해도 내 말은 전해지지 않았다. 여자 모델이 왔다. 웬일로 주름 없는 모델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마구 죽이는 시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인간에게는 인간을 죽이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인구가 너무 줄어들면 곤란하니까 지금은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리라. 고양이는 벌레나 작은 새를 죽인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로 죽인다. 움직이던 녀석이 자신의 일격으로 움직임을 멈춘다는 사실이 신나는 것이다 자신의 힘을 확인하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실현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고양이를 죽인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싸우기는 해도 죽이지는 않는다. 고양이의 일선이다. 인간은 선을 법으로 긋는 것일까.
“또 해바라기 그려?”
“일 하는 중이야. 돌아가.”
“돈이 안 되는 건 일이 아니라고 했어. 엄마가.”
“엄마는 네 시간 자고. 밥은 십 분, 목요도 십 분, 나머지는 전부 일이야. 죽도록 공부헤서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 나는 더 즐겁게 돈 벌 수 있는 일을 할 거야. ”
“삼촌, 빨간 색이 안 보이면 세상은 어떤 느낌이야?”
“안 보이긴 왜 안 보여?”
“엄마한테 들었어. 사몬 색각이상이라고.”
“나의 색각은 고양이 색각과 같아, 사람에게는 드문 증상이지만 소수라고 해서 그걸 비정상이라고 치부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너희들 하고 봉리는 게 다른 건 확실하지만,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어. 빨강도 파랑도 초록도 내 방식으로 보고 있어. 많다고 정상이라고 하고. 적다고 비정상이라 하는 건 다수의 오만이야.”
· 지붕 없는 생활을 하는 신세가 되고 보니 정령 같은 것을 믿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사흘 째 밤, 거의 새 베의 수가 집결했다. 그 많은 고야이가 나를 지켜보았다 “신입이 들어왔으니까 자기소개부터 들어봐야지!”
단단한 몸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나왔다, 모두 나를 보았다. 나는 긴장해서 수염까지 떨렸다.
“갈색 줄무늬 털이 푸석푸석하고 뻣뻣해보이는 할머니 고양이가 입을 열었다.
“말하고 싶지 않는 것도 있겠지. ”
“그래도 내링 떠날지. 이곳에 계속 있을지 정도는 말해줄 수 있잖아!”
“째는 가족에게 버려졌어. 모두 봤잖아, 어떤 인간이 재를 자전거에 싣고 와서 홱 버리고 가는 걸.”
아, 모두 본 건가?
“저는 가족에게 버림 받읁 게 아니에요. 가족의 가족에게 버림받았어요.”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알았어”하고 “이곳에 온 걸 환영한다.”고 했다.
“사라져”하고 한 것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 아니라 눈앞에서 사라져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행복해졌다. 언니를 만났고 사랑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 명의 인간이 고양이를 지켜준다.
“이름은 기침이 나올 만큼 많습니다.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고흐는 빗속에서 나를 구해주었다. 우유를 주었다. 밥을 주었다. 잘 곳을 주었다. 근사한 이름을 주었다. 고흐는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고흐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이 얼굴, 고흐에게 눈의 이상을 인식시켜버리는 얼굴.
“나는 키이로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 같은 세계에서 살고 있으니까.”얼굴에 묵직한 피로가 쌓여 있었다. 난간 위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카이로하고 외치며 달려왔다. 이토록 감정적인 고흐를 나는 처음 보았다. 나는 호흐 팔에 안겼다. 고흐의 심장은 뛰고 있었다. 이때 내가 태어난 의미를 느꼈다. 그 빗속에서 꺼져가던 생명의 무게가 이 순간 확실하게 느껴졌다. 아주 먼 길을 호의 손에 안겨 돌아왔다.
고흐가 시계를 쌌던 천이 구하기 어려운 고급 스카프였던 모양으로 전당포에서 비싸게 매입해줬다. ‘인간은 생각할 거리가 있으면 먼 곳을 보는 것 같다.
돈 도둑이 아니라 고양이 도둑이 아기를 훔쳐갔데.
“사마센은 개가죽으로 만든다고 들었는데?”
“개가죽도 쓰고 고양이 가죽도 써. 근데 고양이 가죽이 더 비싸대.”
“당연히 그렇겠지;. 개보다 고양이가 더 고급이지.”
“고양이를 훔ㅊ펴서 동물 실험에 쓴다는 소문도 있던데.”
“실험> 뭐랴. 그건?”
“의학에 도움이 되는 건가 봐.”
“의학은 뭔데?”
“의학은 아마 병원에서 하는 일일 거야. 고양이를 가루로 만들어서 약으로 쓷다든가.”
“아니야. 몸은 열어서 안쪽을 연구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 고양이랑 인간은 생긴 게 너무 달라.”
“요시오가 큐피트구나.”
“아니야, 요ㅗ시오는 피트야.”
“케[이크 상자에 묻은 크림을 핥아 먹은 적이 있어. 하얗고 기름지고 달아. 꼭 엄마 젖 같았어.”
“나무가 없어.”
“그러네.”
“카이로는 눈부신 방안을 둘러보며 크리스마스다운 것을 찾았다.
“있다 저기 봐. 케이크가 있어.”
테이블 한가운데에 둥글고 큼직한 하얀 케이크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있으니까 크리스마스야.”
아기 고야이는 기쁜 듯이 수명을 들썩였다.
“나 크리스마스 봤다!”
그러고서 아기 고야이는 노래를 불렀다.
“고야이 밟아버렸네 고양이 밟아버렸데 할퀴었네.”
“강 건너 자동차 수리 공장으로 피난 가자.”
“트럭 밑이 최고지.”
“아니, 실외기 위가 더 따뜻해.”
“나는 집에 갈게.”
“나도.”
가을에 태어난 아기 고양이는 겨울을 넘기지 못환다. 그래서 밖에 사는 고양이들은 봄에 사랑을 한다, 그리고 여름까지 아기를 낳는다. 그러면 아기 고양이은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몸으로 성장해서 겨울을 맞는다. 아기 고양이는 스스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름은 인간이 붙인다. 미코라든가 하는 이름으로 붎리는 고양이들은 한 번이라도 인간과 함께 살면서 이름을 얻은 것이다. 키이로는 고흐라는 인간에게 이름을 얻었다.
아기 고양이 말에 회색 눈은 더욱 즐거운 듯 끔뻑거렸다.
“낳나테 좋은 약이 있어요. 줄게요.”
아기 고양이는 용기릃 내러 허옇고 커다란 몸속으로 파고 들었다. 몸을 둥글게 말자 따끈따끈한 등이 늙은 고양이의 배에 닿았다. 됐다. 딱 좋다. 아기 고양이의 얼굴에 단단한 회양목 가지가 닿아 아팠지만 참았다. 머리 위에서 “아아 따뜻하다.”하고 좋은 향기를 풍기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행복합니다.”하고 향기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회양목 덤불숲은 좋은 향기로 가득 찼다. 아기 고양이는 우쭐해졌다. 아기 고양이는 짐을 비운 뱃바닥에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노 젖는 작업은 격렬하기 때문에 배는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아기 고양이는 엉덩방아를 찧거나 옆으로 쓰러졌지만,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흔들림을 즐기는 것 같았다.
“개는 실어 귀엽지 않아.”
“정말이지, 골치 아픈 아가씨군으”
센키치는 얕은 강에서 물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센을 조금씩 훈련시켰다. 만에 하나 물에 빠져도 죽지 않도록. 센을 생각해서 한 일이었다. 서서히 물에 익숙해졌고 그럭저럭 물에 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물이 싫은지 시간이 자나도 능숙해지지 않았다.
“파출소에서 센키치는 아가씨가 곤경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관은 증거인 편지를 집어들고 소리 내어 읽었다.
“악의란 어떤 거에요?”
“악의를 모르는 분에게 악의를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맞다. 강가에서 밥에 독을 넣은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것도 악의가 한 짓이에요?”
“어느 곳에나 악의는 있어요.”
“악의는 유치하고 시시한 겁니다. 마음에 담아둘 거 없어요.”
흰 고양이는 간단하게 말했다.
“모든 것에 있어서 자유가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속박이라느 것은 풍요로운 것이기도 하니까요.” 좋은 향기에 감쌍린 회양목 덤불 속에서 흰 고양이의 시선을 느끼며 생각했다. 이윽고 깨달았다. 자신은 이름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속박을 원하느 것이 아닐까?
굳이 기승전결이 있는 드라마로 재구성할 것이 아니라 원작처럼 유동적으로 해보자. 잡히이 않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잃단 해보자. 그렇게 된 거죠. 경계선을 잘 그려 넣으면 재미있는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고양이니 키이로가 고흐라 불리는 인간 화가를 좋아하지만 고양이 두 명은 어닌가에서 포기하고 있어요. 인간과의 거리를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 거리감을 갖는 것. 즉 인간과 고양이 사이에는 경계선이 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모두 함께하자. 우리는 하나다. 이런 생각을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어요. 경계선이 있는 편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죠.
<솜나라 별>에도 자신을 여자아이라고 생각하는 고양이가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