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양회동조합원님이 서구민중의집 10주년을 축하하며 시를 지어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휴일의 비로 봄의 불순물들이 말끔히 씻겨진 상쾌한 월요일 아침입니다. 토요일이던 10일은 6/10민주항쟁 36주년이었는데요. 서구 민중의집의 창립10주년기념 후원주점이 열려 연대의 시로서 축하하고 지역동지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다시한번 서구 민중의집을 여기까지 이끌어오신 여러 동지들께 격려의 말씀을 전하며 서구 민중의집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지천의 꿈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의 세월
어디 강과 산 뿐이랴
사람도 도시도, 하늘과 땅 바다도
십년 전의 그대로인 건 하나도 없을 테지
좋게도 변하고 나쁘게도 변하고
슬픈 건 나쁜 변화다
못난 모습으로 정체된 변화
뒤쳐진 모습으로 퇴보된 변화
빛바란 모습으로 얼룩진 변화
고귀한 모습을 잃어버린 변화
그래서 슬프다
이미 모든 만물이 십년 전의 그 빛깔,
그 모습이 아닌 게 슬프다
그런데도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에 취해,
배타적인 물질만능주의에 취해
감히 옛날보다 더 살기 좋아졌다고
태평가를 부르는 세태가 슬프다
제발 한쪽 눈과 귀를 닫지 말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머리와 가슴을 열어 세상을 보라
겉이 아닌 깊은 심연을ᆢ
지금 과연 어떤 자가 복에 겨워 웃고
어떤 이가 고달픈 삶에 눈물짓는지
노동자와 서민의,
기층민중의 눈과 귀로 정확히 보고 들으라
그러나 한편으로 기쁘다
변질과 퇴보의 거대한 시류 속에서
서민의 터에 야무진 똬리를 틀어
소박한 민중의 꿈을 지키고 키우며
민중 속에서 뚜벅뚜벅 전진해온 너,
역경 속에서도 아등바등 진일보해온 너
그런 네가 있어 기쁘다
더 악랄해진 이기와 탐욕이
빈익빈 부익부의 강과 바다를 이루어
캄캄해진 절망의 천지에서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처럼
외진 벌판 허리춤을 휘도는 시냇물처럼
묵묵히 쉼없이 지천의 맑은물로 솟아
때론 가난한 자들의 우물이 되고
비빌언덕이 되고, 쉼터와 배움터가 된
네 의젓한 모습이 기쁘고 기쁘다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것은 없지
풍성한 가을걷이의 들녘처럼
나와 네가 모르는, 혹은 많은 이가 아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이들의 피와 땀,
사명과 의무와 헌신이 일구어낸
그리고 수많은 고독과 번뇌가 이루어낸
위대한 일꾼들의 결실, 민중의 집
오늘도 강을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지천의 꿈, 서구 민중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