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퇴직예정 공무원교육 미래설계과정 연수를 받았다. 연수에서 얻은 큰 수확 중 하나가 ‘마라톤으로 심신을
건강하게’라는 과정이다. 무릎관절이 가장 걱정이었지만 한 때 마라토너였던 전라도 모 사무관이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관절
부위? 근육만 강화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또 다른 경험자 한 사람이 무릎관절을 둘러싼 근육만 강화시키면 무릎 관절은
‘오케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나 이렇게 확신을 심어주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전라도에서 온 그 사무관은 미국 보스톤 마라톤에 출정해 풀코스를
뛰고 왔다고 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를 만나 마라톤을 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다음날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봤다며 “울산에 울산마라톤, 태화강마라톤이 있으니 동호회에 가입하고, 연습을 하라”고
친절히 안내해 줬다. 필자가 그 때까지 경험한 마라톤은 학생들과 함께한 5km 2회, 10km 1회가 전부였다. 지난 1월 신문에서
3.1절 제18회 울산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신청을 받는다는 광고를 보았다. 처음 찾아온 기회인지라 한편으론 고민도 됐지만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하고
‘하프’를 신청했다. 그리고 신청 다음날부터 연습에 들어갔다.
연습 이틀째 허벅지가 매우 아팠지만 3일째 되는 날 하루 쉬었더니 회복됐다. 그리고 1주일쯤 달렸더니 자연스럽게 뒷발부터 땅에
닿았다. 앞발이 먼저 닿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돼 마라톤 상식을 찾아봤더니 ‘뒤발부터 닿는 것이 맞다’고 돼 있었다. 연습을 할 때 몸 상태
특히 무릎과 다리에 집중하면서 달리기 100보, 걷기 10보로 시작해 차차 강도를 높여 200보 달리고 20보 걷고, 오르막은 100보 달리고
20보 걷기 등으로 목표를 정해 연습했다.
2월 26일 직접 현장에 갔다. 현지답사라고나 할까. 마라톤화를 신고 혼자 모의 마라톤을 실시해 봤다. 하프코스 과정대로
달려보기로 했다. 울산 양궁장 주차장에서 출발, 야구장과 문수수영장 사이의 도로를 달리면서 쿠션이 있는 인도를 선택했다. 울산구치소 1차
반환점을 돌아 문수중-옥현중을 지나 옥현 사거리까지 달렸다. 남부순환도로로 가는 코스는 인도가 보이질 않아 당초 계획을 변경했다. 같은 길을
2회 반복해 달리는데 2시간 이상 걸렸다. 옥현 사거리에서 옥동법원까지 다시 달렸다.
드디어 3월 1일 08시. ‘ 소통 2017 외솔중’ 밴드에 응원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무리라며 반대하던 남편이 챙겨 준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했다. 양궁장 진입로 큰 도로엔 참가자 차가 2km 넘게 주차해 있었다. 양궁장에 도착해 급히 소지품을 맡긴 뒤 바로
출발선에 섰다. 오전 8시 40분 출발! 달려 나가기 시작했지만 나는 한 사람도 앞지르지 못했다. 약간 불안했지만 평소 연습한 대로, 몸이
시키는 대로 달렸다. 남부순환도로에 이르자 날씨가 흐리고 추워 콧물과 땀이 범벅이 되었다. 길을 잘 못 들어 풀코스길로 진입했더니 경기 관계자가
“하프는 돌아가라”고 알려 줬다, 거기가 바로 하프 코스의 상박골못 2차 반환점이었다. 2시간 12분 동안 달린 끝에 필자는 그날
완주했다.
경기가 끝난 뒤 완주증, 메달, 빵과 음료수, 떡국으로 심신을 달래고 밴드에 사진을 올렸다. 가족에게도 보냈다. 남편과 전화하면서
울컥 눈물이 나왔다. 예상치 않은 감정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잘 달려준 내 무릎과 발목, 발을 사랑하고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감사했다. 다음
목표는 동경마라톤과 보스톤마라톤 참가다.
기사입력: 2017/03/12 [16:58]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index.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