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까페에 오래 들어오신 분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호아낀'씨를 아실 것입니다.
제가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그 분에 대한 얘기를 해왔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만...
어제요, 저에겐 '와삽(왓츠 앱)' 문자가 하나 도착했답니다.
'호아낀'이었습니다.
이 호아낀은 호아낀씨의 아들인데, 스페인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같은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제 또 다른 친구 '마놀로(Manolo)' 역시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같거든요. 그 부자 둘과 제가 친구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어제 저에겐 돌아가신 호아낀 씨의 아들인 '호아낀'으로부터 그리 길지 않은 문자 하나가 도착했는데요,
문, 우리는 당신을 늘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항상, 당신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빌어.
온 가족의 이름으로...
하는,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문자였는데요,
제가 굳이 그런 문자를 여기에 소개하는 이유는요,
작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제가 그들에게도 인사(카드 이미지. 이 까페에도 실었던)를 한 이래,
정말 특별하지 않은 이유로 저에게 문자를 보내왔기 때문인데요,
사실 저는 아버지 호아낀 씨와 너무도 친했던 사람으로,
물론 아들 호아낀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는 있지만,
제가 처음 '까미노'를 하게 된 동기가 바로 이 아들 호아낀 때문이었잖습니까?
제가 2000년 스페인에 갔을 때, 한 번 가면 석 달을 채우던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1주일 쯤 전에,
그 집에 마지막 식사를 하러 갔는데,
조금 늦게 식사 자리에 도착했던 그가(직장에서 돌아왔던가?) 저를 보더니, 반색을 하면서,
"문, 내가 작년에 '까미노'를 했는데, 그 길을 걸으면서 당신 생각을 참 많이 했거든요? 왜냐하면,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 그 길을 걸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요." 하고,
그 전에 4년을 거기서 살면서도 전혀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까미노(저는 종교인들만의 성지순례길인 줄 알고)'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 때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못 갔고, 1년간 한국에서 '까미노 앓이'를 하다가 그 다음 해(2001년 여름)에 첫 번째 까미노를 했던 거니까요.
아무튼 그거야 그렇다 치고요,
저는 워낙 호아낀씨와 아말리아 부부와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외아들인 호아낀은(저와 10 여 년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저 그 가족의 일원으로만 대했을 뿐, 개인적으론 그다지 함께 한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지금도 남편을 여읜 아말리아와의 관계가 더 애틋하긴 하지만(그리고 아말리아 형제들과도 친한데),
뜬금없이 아들 호아낀으로부터 위와 같은 문자를 받고 보니,
얘가 무슨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물론 그도 이제 50대 중반은 넘은 나이라 뭐 인생에 대해 모를 리야 없겠지만, 그런 문자까지 보내왔기에,
그들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아말리아가 내 얘기도 했던 모양이지?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리고 호아낀(아들)도 이젠... 나이도 있고 하니, 인생에 대한 깊이가 생기기도 했을 거고...... 하는 생각이 아니 들지가 않았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그저 간단하게,
호아낀, 고마워.
그래, 난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어떻게 니네 가족을 잊을 수 있겠냐?
하고, 어쩌면 무덤덤하게 답을 보내긴 했지만,
제 마음을 이해 못할 그는 아닙니다.
그러면서 저는 또 한 번,
이제는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조차 없는 '호아낀 씨' 생각에 젖어 보았답니다.
그러면서 감상에 젖어(?) 여기에 그 소식을 적으려 했는데,
그 '호아낀 씨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것도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너무 힘들었답니다. 아래)
이런저런 공간과 기회를 이용해서 제가 이런 얘기를 한두 번 했던 게 아니라서,
어떤 회원님들껜 '지겨운 얘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겐, 정말...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얘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