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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아닌 지역사회로의 삶을 전환하는 ‘장애인 탈시설법’⋯핵심은 ‘국가책임제’
'시설의 구조적 문제'지적⋯“장애인도 자기 선택권과 결정권이 있다”
반대에 직면한 ‘장애인 탈시설법’⋯최혜영 의원 “무턱대고 없애자는 것 아냐”
“법 통과되면 비장애인들의 인식변화 생길 것”
국회에서는 일주일 평균 210여개(21대 국회 현재 기준)의 법안이 발의된다. 1개월로 따지면 840여개, 1년으로 치면 1만 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처리되는 법안은 20%에 불과하다.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80%의 법안은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타임즈는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된 법안 중 처리가 시급한 법안을 소개하고, 통과돼야 하는 이유를 국회의원에게 듣는 ‘국회법 119’기획 시리즈 내보낸다. <편집자 주>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한 가지만 꼭 기억해 주세요. 우리는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이 있습니다. 스스로 독립주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누군가, 즉 시설관리자나 보호자,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주체성을)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장애인 탈시설법은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꼭 필요한 법안입니다.”
인권보호는 물론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의 삶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 탈시설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시아타임즈 류빈 기자
장애인들의 인권보호는 물론 지역사회로의 삶을 전환하기 위해 방안을 찾고 있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 탈시설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역설한 주장이다.
지난해 12월10일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탈시설법은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된 채 획일화되고 집단적인 생활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물론 상당수 장애인 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서 시작됐다.
본인의 의지보다는 주변사람의 의지에 의해 시설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이 있는 독립적인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시아타임즈는 최근 장애인 탈시설법을 대표 발의한 최혜영 의원을 만나 해당 법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법인지, 또 왜 통과가 시급한지를 들어봤다.
인권보호는 물론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의 삶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 탈시설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시아타임즈 류빈 기자
◇ 시설 아닌 지역사회로의 삶을 전환하는 ‘장애인 탈시설법’⋯핵심은 ‘국가책임제’
“장애인 탈시설법을 쉽게 설명하면 장애인 분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서의 삶을 전환하는 법이예요. 즉 장애인 분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로 정착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휠체어를 타고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한 최혜영 의원은 장애인 탈시설법안이 어떤 법인지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요즘 장애인 탈시설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기자와 인터뷰 직전 ‘장애인 탈시설법안’을 반대하는 시설 신부님을 만나 1시간30분동안 대화했다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는 “이 법은 전체 4장의 총 53개 조항으로 되어 있다”며 “그 내용 안에는 탈시설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시설 전부터 후까지 그냥 시설에서 나와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정착할 수 있도록 장애인 개인별, 유형별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장애인 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장애인별 지원체계를 세분화하는데, 주거는 물론 보건의료, 활동보조 등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서도 불편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애인 거주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10년 이내에 폐쇄하고 입소정원을 축소하는 시설에 필요한 지원을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에 국가책임제도 적용됐다. 장애인들을 가족이나 당사자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최 의원은 기자에게 “혹시 국가책임제라는 말을 들어봤느냐”며 “해당 법안에는 국가가 장애인들을 책임지도록 해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보호는 물론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의 삶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 탈시설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시아타임즈 류빈 기자
◇ '시설의 구조적 문제'지적⋯“장애인도 자기 선택권과 결정권이 있다”
“약간 제 이야기를 하지면 저는 중도장애인입니다. 시설 경험은 없지만 제가 장애인으로 살면서 부모님과 가족에게 의존해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런데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최혜영 의원은 법안이 필요한 이유와 발의한 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는 “저도 불편하고 가족이 너무 힘들어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자립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지금은 없어진 국립재활원 생활관의 3개월간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3개월동안 자립생활을 할 당시 만난 뇌병변 중증장애 언니로 인해 해당 법안을 만든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시설에서 생활하기 싫었던 언니가 자립을 선택했지만,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결국 다시 시설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였다.
최 의원은 “그 언니는 정말 시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며 “하지만 밖에서 살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다시 시설로 돌아갔다. 친구랑, 가족이랑, 동료랑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제 생각에 잘하는 시설은 있겠지만 좋은 시설은 없다”며 “왜냐하면 시설은 구조적으로 폐쇄적이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상황에서 모든 시간들이 통제되고 획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활은 자기 선택권과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전화기도 쓰지 못하고, 신분증도 자기가 관리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고, 자기 의지와는 달리 시설에 들어간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우리도 같이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데 왜 시설에서 누군가의 보호라는 명목 하에 한 곳에 모아놓고 생활을 해야 하나.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인권보호는 물론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의 삶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 탈시설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시아타임즈 류빈 기자
◇ 반대에 직면한 ‘장애인 탈시설법’⋯최혜영 의원 “무턱대고 없애자는 것 아냐”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 탈시설법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설단체와 일부 장애인 부모들에 반대에 직면해 있다. 이 가운데 여러 오해들이 존재한다. 법안을 발의한지 7개월이나 됐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반대자들의 논리는 대충 이렇다. 시설이 아닌 곳에 장애인들을 어떻게 간호 할 것이냐, 중증 장애인은 시설이 필요하다. 또 지역주민들의 좋지 못한 인식으로 힘들다 등이다.
최 의원은 “인터뷰 전에 시설을 운영하는 신부님이 오셔서 이야기 했다”며 “제가 세부적으로 설명 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가장 많이 하는 오해들이 제 법안이 폐쇄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제 법은 우선 전수조사를 해서 인권침해가 있는 곳은 당연히 폐쇄하고, 잘 하는 시설은 거주시설의 형태 등 다른 방법으로 전환하도록 지원이 되어 있다”며 “또 10년 안에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부분도 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장애인 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시설이 폐쇄되면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 법안에는 장애인을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이 마련돼야 공무원들이 움직일 것이고, 예산이 반영돼야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다”며 “법안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우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 함께 살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뒷받침을 마련하고 같이 지역사회에서 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우선 법이라도 만들고 부족한 부분은 점차 개선하자는 얘기다.
인권보호는 물론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의 삶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 탈시설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최혜영ㆍ송영길ㆍ고영인ㆍ임종성ㆍ양경숙ㆍ윤재갑ㆍ홍기원ㆍ정춘숙ㆍ윤호중ㆍ전혜숙ㆍ인재근ㆍ홍익표ㆍ이재정ㆍ김승원ㆍ서삼석ㆍ조승래ㆍ정필모ㆍ김승남ㆍ홍영표ㆍ박홍근ㆍ강민정ㆍ노웅래ㆍ김수홍ㆍ서동용ㆍ이광재ㆍ권인숙ㆍ이탄희김성주ㆍ이용선ㆍ윤영덕진선미ㆍ장혜영ㆍ이은주허종식ㆍ류호정ㆍ위성곤이용빈ㆍ배진교ㆍ홍성국용혜인ㆍ민병덕ㆍ정일영ㆍ이상헌ㆍ심상정ㆍ도종환ㆍ박 정ㆍ유동수ㆍ정태호ㆍ윤준병ㆍ남인순ㆍ권칠승ㆍ양향자ㆍ강은미ㆍ서영교ㆍ오영환ㆍ강병원ㆍ양이원영ㆍ서영석ㆍ양정숙ㆍ김민석ㆍ박영순ㆍ이규민ㆍ강선우ㆍ장경태ㆍ김상희ㆍ임오경ㆍ이수진ㆍ박완주 의원 등 68명이 발의했다. 사진=아시아타임즈 류빈 기자
◇ “법 통과되면 비장애인들의 인식변화 생길 것”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장애인들도 우리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해요.”
최혜영 의원은 장애인 탈시설법이 통과되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법이 통과되면 장애인 정책의 대원칙이 전환된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기존의 시설위주의 정책이었다면 이번에는 지역사회 위주의 정책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지원체계에서부터 전달체계, 예산부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정책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국가책임제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 지자체에 책무를 줬기 때문에 이제는 예산이 없다는 핑계가 사라지고, 무조건 장애인분들이 주거나 보건의료, 활동보조 서비스 등 지역사회에서 조속히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식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에 내 보냈더니 집주인이나 동네 사람들이 장애인과 못살겠다고 하는 이런 우려가 있는데 이거 역시 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때까지 기다린다면 장애인은 영원히 지역사회에서 살지 못 한다”며 “문제는 분리된 상태에서 인식변화는 할 수 없다. 겪어봐야 인식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혜영 의원은 국회에서 통과가 시급한 다음 법안으로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추천했다.
해당법안은 미취학·취학아동이 예방접종 미실시, 영유아 건강검진 미수검, 장기결석 등의 의료적, 교육적 방임이 의심되는 고위험 아동을 선제적으로 점검해 위기아동을 찾아내고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명 ‘정인이 사건 방지법’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김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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