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부, 자유롭게 사는 20대 커플과 알게 된 뒤 삶의 새 활력 얻지만 성공 위해 변칙도 서슴지 않는 그들 태도 보며 몰랐던 세상 이치 깨달아
노아 바움백 감독‘위아영(While We're Young)’은 뉴욕의 중산층 부부가 주인공인데 제게도 큰 공감을 안겼습니다. 나이 들면서 느끼는 세대 간 차이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의 다큐멘터리 감독 조쉬(벤 스틸러) 부부가‘내 멋대로 사는’20대의 제이미(아담 드라이버) 커플을 알게 된 후 맛보는 자극과 변화, 충돌과 갈등을 그립니다. 극중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를‘철없는 애송이’ ‘피곤한 꼰대‘처럼 여기는 시선 같은 것들이 어쩌면 우리와 그리도 똑같은지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위아영'에서 단조롭게 살던 중년의 다큐멘터리 감독 조쉬(벤 스틸러)는 25세의 청년 제이미(아담 드라이버)를 알게된 후 패션부터 달라진다. 안 쓰던 모자도 쓰고 캐주얼 백도 들고 길에서 헤드폰 음악도 감상하며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유행을 좇는다.
주인공 조쉬와 아내 코넬리아(나오미 왓츠) 부부는 아이가 없어 또래 친구들과 거리감을 좀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큰 문제 없이 살고 있습니다. 조쉬는 번쩍이는 출세까지는 못 했어도 다큐 감독의 길을 꾸준히 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쌓고 있습니다. 어느날 알게 된 제이미와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20대 커플 때문에 중년 부부의 삶에 생각지도 않았던 변화가 시작됩니다.
짜릿하게 흥분할 일 별로 없이 평탄하게 살던 40대 부부는 자유분방하게 사는 젊은 커플에게서 큰 자극을 받습니다. 젊은 라이프 스타일을 슬며시 따라해 보게 됩니다. 조쉬는 안 쓰던 모자도 쓰고, 캐주얼 백도 들어 보고, 길을 걸으며 헤드폰 음악도 감상합니다. 조쉬 아내 역시 힙합 클럽에 가서 몸을 흔듭니다. 심지어 중년의 부부는 환각제 파티의 별천지까지 체험하게 됩니다.
제이미 커플은 젊은이들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이른바‘힙스터(hipster), 즉 옷차림부터 취미, 음악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개성적 부류입니다. 이들은 또래들과 다르게 LP레코드와 자전거를 좋아하고 책상을 직접 만들며 땀흘려 보는 아날로그 족입니다. 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중년의 부부는 마치 젊은 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됩니다. 젊은이들 따라하다 관절염이 걸릴 지경이기는 하지만 삶의 활력은 늘어가는 듯합니다. 정말 이들은 회춘(回春)이라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위아영'에서 조쉬 부부가 20대의 제이미 커플을 알게된 후 조쉬의 아내인 중년의 코넬리아(나오미 왓츠)가 힙합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있다. 전혀 해 보지 않았던 젊은 체험들을 통해 처음엔 활력을 얻는다.
하지만, 조쉬 부부와 제이미 커플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힘든 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조쉬가 받아들이기 힘든 제이미의‘문제적’실체가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조쉬는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제이미가 마음에 들어 이 청년과 다큐 제작을 함께 했는데, 그 과정에서 갈등과 충돌이 일어납니다.
조쉬와 제이미는 다큐라는 작업에 임하는 태도부터가 아주 상반된 사람이어서 충돌은 예정돼 있었는지 모릅니다. 조쉬는 거창하고 진지한 테마의 작품을 많이 해 왔습니다. 지금도 거의 10년째 찍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조쉬는 유명 다큐감독인 장인의 명성에 기대 더 쉬운 길을 갈수 있을텐데도 자존심과 소신을 지켜 왔습니다.
이에 비하면 젊은 제이미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가 다큐를 만드는 건 즐겁기 때문입니다.‘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보여 주려는듯 제이미의 다큐 작업이란 내용과 형식 면에서 거침 없습니다.즉흥적 아이디어로 재기발랄하게 찍어댑니다. 제이미는 페이스 북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와 사건들을 담아낸다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다큐 제작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제이미의 다큐를 지켜보던 조쉬가 의외의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페이스 북에서 어떤 인물을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다큐가 촬영됐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죠. 더 극적으로 끌고 가려고 약간의‘연출’을 한 것입니다.‘다큐의 생명은 진실’이라 믿던 조쉬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반칙’이고‘사기’인데, 제이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더 재미있게 하려는 것이고, 다큐가 전하는 핵심적 사실이 거짓은 아니지 않느냐. 다들 이렇게 찍는다’며 제이미는 조쉬에게 말합니다.
때묻지 않은 영혼의 젊은이인 줄 알았는데 실은 영악하고 교활했습니다. 더 '쉽고 빠르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죠. 뒤통수를 한 방 크게 맞은 듯 실망과 분노에 휩싸인 조쉬는‘싸가지 없는 사기꾼 놈’이라며 제이미를 공개 비난하지만 뜻밖에 장인도 아내도 자기 편이 되지 않습니다. 아내는‘방식에는 조금 문제가 있지만 작품은 좋지 않느냐’는 식이고, 장인도‘세상은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라 합니다. 이런 반응 앞에 조쉬는‘내가 그렇게 융통성 없는 인간인가’하는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중년의 조쉬(벤 스틸러)는 젊은 제이미(아담 드라이버)를 알게 된 후 얽매이지 않는 20대의 생활 방식을 접하고 하루하루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이 영화는 조쉬나 제이미 중 어느 한편을 명백히 지지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저도 조쉬가 꽉 막힌 사람인지 제이미가 사기꾼인지 좀 헷갈렸습니다. 중요한 건 조쉬가 제이미 커플과의 충돌을 겪으면서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됐다는 점입니다. 제이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좀 식은 후에 조쉬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제이미는 악마가 아니야. 젊은 것뿐이야"
‘위아영’은‘발랄한 젊은층이 아름다운가, 진중한 중년들이 아름다운가’하는 물음을 파고들지는 않습니다.‘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세대간에 느끼는 이질감과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하는 질문을 상대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어차피 세대간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특히 나이든 쪽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해 영화는 몇 가지 암시를 던져줍니다. 젊은이와 늙은이 사이에 서로 다른 가치관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독은‘나이를 먹는 것과 진짜 어른이 되는 건 다른 일’이라고 했답니다. 남과의 차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를 갖추는 게 진짜로 멋지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말하는 듯합니다.
영화첫머리에 삽입됐던입센 희곡 속 대사가 떠오릅니다. 한 인물이”젊은놈들이 내 영역에 들어오려 할까 두렵다. 그 놈들이 내 화를 돋운다“고 하자 다른 인물은”두려워 하거나 배척하지 마세요. 그냥 살며시 들여보내 주세요“라고 답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건방진 젊은 놈’들 때문에 흥분하지 말고 살며시 받아들일 줄 아는 순간에야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가요. 그게 가장 현실적이고 속 편한 태도인 것 같기는 합니다. 약간 씁쓸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첫댓글 본인의 말씀을 주시는 것도..
좋은 데요..ㅋ
그러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