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방문/이윤학
방문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이 있네
그는 방금 방문을 잠그고 나온 사람이네
열쇠를 안에 두고 방문을 잠근 사람이네
아무도 없는 방문 안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방문 안의 세계를 향하여, 그는 걸어가야 하네
어딘지 모르는 열쇠 가게를 향하여 걸어가야 하네
-시집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간드레, 2026.6
그래픽=박상훈
어딘지 모를 공간 속에서 허우적 거리는지 손을 허공에 두고 이리저리 휘적 된다
남자의 옆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앉았는 그녀의 눈에 잡힌 광경이다
무어라 웅얼웅얼 거리기도 하고 들고 있는 손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기묘한 모습에 이 양반이 어느 시절 어느곳에서 저리도 가름하는지 거실 바닥에 누운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희끗희끗한 은회색의 머리결이 은근 잘 어울리는 남자. 젊었을 때 보다는 못하지만 이목구비의 고운 선이 아직은 봐 줄만 하다
먹고 자고 먹고 누워 텔레비젼만 보는 하릴없이 뒹굴거리는 몸뚱이라 반듯하게 누운 자세에도 당당하게 불뚝 솟은 배 통이 오르락 내리락 쉴세없이 꿈틀 거린다
희 멀건한 겉모습은 누가 봐도 멀쩡하다
하루종일 집에서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해야하는 그녀의 일상은 늘 바쁘게 휘몰아 치는 중이다
새벽 다섯시에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서 남자를 깨워 산책 나갈 차비를 하는 그녀
"화장실 먼저 갔다 와요"
"지금 안마려운데?"
"그래도 갔다 오세욧"
투덜 되면서도 화장실로 들어가는 남자
서둘러 남자의 잠자리를 정리하고 남자가 입을 옷을 챙기고 모자도 양말까지 쇼파에 걸쳐 놓는다
그리고 그녀도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백수놈 똥 봉투에 휴지도 챙겨넣고 그놈 목 줄 끼고선 현관을 나선다
미적 거리는 남자를 저 만치 앞세우고 살이 쪄서 뒤뚱거리는 하얀 털이 빽빽한 백수놈도 앞세워 휘적휘적 걷는다
오늘은 그래도 바람이 귓전에 와 닿는지 눌러 쓴 챙 넓은 모자 사이로 얼굴도 목덜미도 상쾌하다
저 만치 앞서 가던 남자가 하얀색 차 앞에 멈춰 서 있다
"왜 안가고 섰어요?"
"차는 괜히 팔아서 다시 차 사자"
속상한듯 툴툴거리는 남자가 가르키는 차를 보니 전에 타던 차체 높은 제네시스다
가게 그만 두고 감당도 안되고 담당의사가 운전하면 범죄행위라며 극구 말렸었다
안 팔겠다고 억지 부리는 남자를 겨우 설득해서 일년 정도 탄 세차를 팔았었다
그 차가 생각났나보다
"여보세욧 아자씨 운전면허 없잖아?"
"운전면허 다시 받으면 되지 신청하면 금방나와"
"반납해서 금방 안나와! 돈도 이십만원씩이나 받아먹고선 무슨?"
"면허증 다시 받으면 저 차 다시 사 줄꺼지?"
"알았어 면허증만 다시 받아오면 생각 해 볼께"
"알았어 꼭 사 준다 했어"
어린애가 장난감 사달라 보채듯 칭얼되는 남자를 겨우 달래서 동네 산책길로 접어들었다
공중에 뜬 전철 선로 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백수놈이 뱅글뱅글 돈다
큰일 보려는 신호가 왔다는거다
이놈은 꼭 이자리에서 볼일을 본다
지놈 지정 화장실인양
백수놈이 싸질러 놓은걸 정리하고 그넘을 봉투에 챙겨 다시 길을 걷는다 앞서 가던 남자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눈에 안보이면 마음이 늘상 불안하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어린애 같은 행동을 서슴치 않게 하는지라 멀리 있어도 그녀 시야에 있어야 안심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위에 입은 까만 티샤스를 가슴께 까지 올리고 만삭같은 우람한 배통을 내 놓고 걷고있다 비록 안에 런닝은 입었을 망정 정말 꼴보기 싫은 창피한 모습이다
제발 그 옷좀 내리라 중당질이지만 덥다며 그넘을 훌렁 벗어버린다
"여름에는 못다니겠다"
"시방 여름이잖아"
매번 하는 소리다 계절감각이 없어지는건지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당체 그넘의 속을 알 수 없으니 사람 참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염치도 체면도 부끄러움도 사라진지 오랜 남자를 매일 산책길을 걷는 이유는 정신줄 다 놓기전에 건강이라도 챙길 심산으로 억지로 끌고 나오는 중이다
엊그제 일이다
요즘은 너무 더워 평소의 절반 거리인 짧은 코스로 산책길을 걷는다
아침마다 묻는 화장실 갔다왔냐니까 안마렵단다 해서 거리도 짧으니 별일 있으려나 싶었는데 그 기가막힌 별일을 벌렸으니 참으로 울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산책길이 끝나는 골목 모퉁이를 돌아도 앞서 가던 남자가 보이질 않는다 맞은편 아파트 들어가는 도로가를 가는데 어떤 남자가 그녀가 온 방향으로 뭔가를 유심히 쳐다 보고 서 있다
그 순간 어디서 ㅇㅇ이 엄마 하고 나즈막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
울타리가 쳐져있는 코너 풀 숲에 남자가 아랫도리를 다 내놓고 엉거주춤 큰일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
그 순간 놀라고 황당한것 보다 창피해서 뒤도 안보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남자 곁으로 갔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 자리가 사람들이 유심히 보지 안음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라 창피한게 좀 덜 했었다
빨리 끝내라며 백수 휴지 봉지 쥐어주며 사람들에게 보일까봐 백수랑 남자 앞에 가리고 섰다
천연덕 스럽게 남자는 느긋한 얼굴이다
일어선 남자를 백수 목줄 손에 쥐어 주고 얼른 먼저 가라고 밀어 부쳤다
그새 많이도 쌌다
수치심도 창피함도 모두 그녀 몫으로 남기고 남자가 남긴 것을 백수 똥 봉투 하나 뜯어서 뒤집어 밀어넣고 껌정봉투에 두번씩 담고는 풀잎에 묻은 잔여물은 휴지로 덮고 그위에 마른 풀가지들 손으로 긁어 덮어 놓았다
이런 일이 한 두번 있는일이 아니다
해서 눈 뜨자마자 화장실 부터 가라고 채근 하는 그녀다
사람이 한치 앞도 못 본다는게 이런 것인가 싶다 한 때는 홈쇼핑에 물건도 팔고,중국,홍콩, 필리핀에 일본 까지 다니며 사업하던 제법 잘 나가던 젊은 시절도 있었건만 어쩌다 저모양으로 변해 가는지 모르겠다
.
.
무언가 잡으려는듯 안간힘을 쓰며 손아귀를 움켜지는 남자
잃어버린 젊은 날의 추억 한자락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 용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저 너머 기억의 창고 속 그 안의 세상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
첫댓글 요요님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최선을 다해 부군을 돌보시는 그 지극한 정성에 오늘도 감동 받습니다.
모두들 늙어가는 우리, 내일 일을 누구라서 알겠습니까.
요요님 글을 읽으며 여러 생각에 마음이 시립니다.
요요님 모쪼록 요요님 건강도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고마워요
달항아리님도
건강 꼭 챙기시길 요^^~
요요님 글 임을 읽어 내려가며 깨닫네요.
첨엔 어느 작가의 글을 옮겨 적은 줄 알았습니다.
그누가봐도 힘들 법한 상황을
정갈한 마음으로 대처 하시고, 또 정길히 써 내셨습니다.
사랑. 평생을 함께 하신 분에 대한 인간적인 사랑이 느껴집니다.
감동있는 글 접하게 해 주심에 감사드려요.
답답해서 내 맘 좀 풀어 볼까 싶어
올려 봤네요
읽어 주시고 댓글까지
고마워요^^~
에효 읽는내내 짠한 마음만
참 맘고생 많은 요요친구님
그서방은 님의 마음 알까
이런건 아무것도 아녀유
뒷목잡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요
감사요^^~
제가 다 속이 상합니다 부부란 뭔지 이렇게 보살피고
곁에 붙잡아 두고 참 어렵네요
재능 있으신 요요님 이 상황들을 글로 승화? 시켜 그 힘듬을
회석 시키려는 노력 또한 재능이 없으면 못하지요
뭐라고 위로를 드려야 할지 그리고 보고만 있고 알고만 있는
저희 눈엔 요요님 참 대단한 여자고 아내시라고 말하고 싪어요.
맞아요
글로라도 답답한 속내
스트레스 푸는건지도 몰라요
읽는 분들께는 구차한 집안사정 들쳐내서 더운데 더 덥게 하지나 않았을까 염려 스럽네요
늘 감사합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6.08.09 11:51
잔잔한 글 속에 격랑도 있고
빙산도 있습니다. 수심 깊은
강물 같은 사랑도 흐르네요.
글 따라 제 훗날의 자화상을 그려보니
요요님께 고맙습니다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고마워요
마음자리님 닉만 봄
캐나다에 계신 D님이 생각나네요
요즘은 어떠신지
그리고 마음자리님 자화상이라뇨
얼토당토 않는 말씀이네요
우리아저씨 58년 개띠예요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닌데 ~~
늘 운전 조심하세요
요요님
애많이 쓰십니다..
늙어가는 부부의
질긴 인연 끈엔
이음줄 밖엔 없나봅니다..
남편께선
더 많이 아프지마시고
그 만큼에서
일상이 계속되셨음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가고 있는 길..
그 사이
거친 길이 조금은 짧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유일하게 같은 요씨 집안 선배님 오셨네요
오랫만입니다
요즘도 여행 자주 다니시는지요
늘 고운 모습 자유로운 모습이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
불쑥나온 배통이 오르락내리락
쉴새없이 꿈툴린다
이 한 줄로도 소설이라면
한 획을
긋은 듯요
정말 묘사력하나는 이정희 수필보다
낫지 싶어요
딱 제가원하는 댓글입니다 ㅎㅎ
제법 몸매가 괜찮은 남편이었는데 요 얼마전부터 배가 많이 나왔어요
먹고나면 배고프다 주점부리가 늘어나서인지 점점 배가 남산 만해 졌네요
윤슬님도 건강 하세요^^
저너머 기억창고에는
어느시점에서 멈추어있다는데
그녀의 그분은 어디쯤에서 머물고 있는지ㅠ
친정엄마도 이쪽 저쪽으로
딸깍 순간이동하듯
기억찾았다가 딸깍ㅡ잊어버리고 그러다 다 잃어버렸습니다
요요님 글따라 가다보니
참으로 사랑넘어 측은지심의 깊이가 보입니다
그러고싶은 사람 누가있겠어요
그분은 복받으셨어요
건강까지는 잃지말라고
챙겨주는분이 있으니요
요요님 건강도 꼭 챙기셔요
측은지심인지 애들이 저 아빠한테 뭐라뭐라 퉁퉁 거림 것도 속상하네요
에공
의리로 산다고 해얄듯 싶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
애 많이 쓰십니다.
동병상련으로 읽었습니다.
지난 달이 다를만큼 갈수록 더 힘에 부칠텐데
우야겠습니까,
힘닿는데까지는 함께해야지요,
님의 건강도 챙기시길 바랍니다,
새하마노님도
에공
아직은 견딜만 한데
23년도에 진단 받았어요
그 전 부터 이상타 했지만 설마설마 했지요 나이도 58년 개띠라
관심 감사합니다 ^^~
요요님 일상의 마음이 어떠하실지 감히 짐작하기도 힘듭니다
부디
스스로의 몸과 마음도 돌보는 생뢀 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방 치매 국가 시험 공부 하고 있습니다
가족요양이라도 신청 하려구요
어떤 그리움님도
건강 하세요^^~
잠시도 마음놓을수 없는 전투같은 상황이 안쓰럽습니다
모든걸 감수하는 모습이 대단하십니다
함께 가야할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모습에 상상이 갑니다
건강유의 하시고 좋은날을 위해 노력해 보시죠
집에서야 뭔짓을 해도 남이 안보니
그나마 통제가 되는데
바깥에서는 통제가 안되니 그게 문제인것 같아요
뭐라뭐라 몆번 말해도 금방금방 까먹으니 참 난감합니다
완전히 달라져버린 일상~
창문이 없는 집에 사는 것처럼 속이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젊은날 가족을 위해 애쓰셨던
남편분에 대한 연민과
녹록치 않은 현실에 비상구는 있는걸까요.
어쩌면 좋답니까ㅜㅜ
아직은 견딜만 합니다
녹록치 않지만 아들이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해서 가족요양이라도 해 볼양 시방 치매 관련 공부 하고 있습니다
이공부도인터넷으로하는데 제법 복잡하네요
세상에 쉬운게 하나 없으니 ~~
어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네요.
남편과 다툰 후 현관벨에서 건전지를 교체해 달라는 신호가 울렸답니다. 남편도 그 소리를 들었으면서, 친구가 나간 사이 그냥 문을 닫고 출근했다고 하네요.
건전지만 갈아 끼우면 될 일을 결국 출장 서비스를 불러야 했다며 무척 속상해하더군요.
요요님의 글에서 문득 친구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저도 현관문 다시 잘 채크 해야 겠어요
응모방
응원 할께요^^~
글을 읽으니..
제 마음이 무겁습니다.
요요님의 노고를 느끼며..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무거운 마음이 들게 해서요
제 의도는 그게 아닌데 다들 ㅎㅎ
여튼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