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첫날 교실에 들어가니 인자가 안 나왔다.
어쩌다 스쿨버스를 놓치고 늦게 오는 경우가 있어 오늘도 그러나 시험날이니 전화를 해서 데리고 와야하나보다 하고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인자가 앞문을 열고 들어온다.
눈에 눈물이 글썽하다. 말은 야문데 금방 눈물을 보이는 아이다.
자리에 앉으며 눈물이 떨어진다.
왜 그려나고 하니 농약를 먹었단다.
실수로, 음료수인줄 알고,
너무나 놀라 괜찮냐고 하니 어제밤에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괞찮단다.
인자를 안아주며 우리 딸 잃을뻔했네.
아이들 눈도 모두들 휘둥글하며 정말이냐고 묻는다.
뒤자리 않은 미란이가 인자 몸에서 농약냄새가 난단다.
아주 조금 마셔서 괞찮다고 한다.
본인이 괞찮다고 하고 시험시간이 되어 1교시 시험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그렇지?
인자가 살아 있음이......
시험이 끝나고 인자가 교무실로 왔다.
속이 안 좋아 병원을 가겠다고 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한단다.
엄마에게 전화를 몇번 시도하는데 전화가 안 된다. 겨우 이야기를 하더니 전화기를 놓는다.
혼자서 병원을 갔다 오라고 했단다.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전화를 해 달라고 하여 내가 전화를 받았다.
지금 초등학교 동생 운동회를 하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얘가 농약을 먹었는데 혼자 병원에 보낼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럼 인자도 학교에서 급식을 먹일테니 운동회 점심먹고 1시에 만나자고 했다.
아침에도 밥을 먹지 않고 왔단다.
인자더러 밥을 조금이라도 먹어라고 하고 점심을 먹었다.
농약를 먹었는데 밤에 해독을 위해 녹두물이라고 먹였을테지. 옆에 선생님께서 이리 말씀하시며 119라도 부르지 않고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말씀도 하신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인자를 데리고 초등학교로 갔다.
한참을 기다리니 동생을 데리고 엄마와 같이 온다.
차를 태우고 읍내 병원으로 가며 항상 다니는 병원으로 안내를 한다고 했더니 의료원으로 가자고 한다.
차안에서 왜 119를 부르지 아이를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
119를 부르려고 했는데 인자가 절대로 싫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니
인자가 농약를 먹은 것은 토요일 오후 6시쯤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틀이 지났다니 이미 몸에 다 농약이 흡수되어 버린 뒤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이가 안간다고 했다고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다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아이를 접수하고 소아과에 대기하고 있으니 , 인자 어머니는 힘들다고 한다.
인자가 말을 듣지 않아서.
소아과 의사도 깜짝 놀라고 우선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검사 의뢰를 할 시간이 2시간이 조금 더 걸릴거라고 하며 우선 해독을 위해 약을 쓰겠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주사약 처방을 하고 나왔다.
인자 어머니는 병원 의사하고도 내가 얘기를 하길 바라는 맘이 보인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진 않지만 나에게 하는 얘기로 보아
인자가 아침에 한 이야기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인자는 음료수인줄 알고 한 모금 억었다고 했는데, 인자 엄마 말의 뉘앙스는 죽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럼 인자가 일부러 농약를 먹었단 말인가?
그래도 아이를 위해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늘도 인자를 혼자 병원에 가라고 한 엄마가 밉다.
그리고 병원에 데려다 주었으면
나더려는 집에 가보시라고쯤 해야 하는데 혹이라고 내가 갈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예전에 인자 가정방문을 인자집으로 가지 못하고 다른 마을 상추하우스에서 일을 하신다고
현민이네 상추밭에서 엄마를 만나라고 말하길래
현민이네 집에서 인자 엄마도 같이 가정방문의 만남을 하게 된 적이 있다.
그 때 인자 엄마는 울기만 했다. 인자가 말을 듣지 않아 너무나 힘들다고.
컴퓨터를 사 달라고 졸라서 너무나 힘들다고.
인자네 형편이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엄마 혼자 딸 셋을 건사하느라고 어려운 것을 알고
컴퓨터는 사 주지 말라고 했다. 정부보조로 해마다 나오는 컴퓨터를 올해 인자네 집으로
할 수 있으면 해주겠다고. 그 형편에 인터넷비에 인자 피아노 과외비에 너무나 힘들것 같아.
아이를 다스리지 못하고 울고 있는 엄마, 그 엄마를 늘 못마땅해 하며 소리치는 인자
그 주변의 학부모님이 나더러 인자 교육을 좀 시키란다. 엄마에게 너무 대든다고.
그날 순창 교무님과 약속이 있어 그러면 검사결과가 나올 때 온다고 하고 교당에 들렀다.
그리고 결과가 나올 시간에 가 보니 인자는 아직도 링겔을 맞고 있었다. 지금 두 번째라고 말한다.
조금 있으니 피아노 학원에 간 친구들이 온다.
다행이 결과는 약 처방만 하면 될 정도로 괜찮다고 말씀하신다.
시험도 있고 해서 입원은 안 해도 된다고 한다.
너무다 고맙다. 농약를 먹었어도 이렇게 괜찮다니 다행이다.
너 독을 먹고도 이렇게 멀쩡하냐.
엄마도 안도한다. 아까는 응급조치 안한 엄마가 밉더니 오직 속이 탔을까 히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인자를 나무란다. 너 엄마가 하라는 대로 무슨 일이든지 하고
엄마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시험과 체육대회로 인자와 얘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내내 인자가 화가 나서 농약을 먹었지 않나 하는 의심은 마음에 남아 있다.
첫댓글 많이 놀라셨겠어요. 처음에는 농약을 마신 인자를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인자 어머님에 대해 어찌 그럴 수있을까?하고 미운 마음이 강했으나 이제는 그 엄마의 마음이 헤아려지시네요. '어찌 그럴수 있을까?'하는 그 때가 그공부할 때이지요. 납득 안되는 그 마음으로 납득안되는 공부할 때이지요. 엄마에게 대드는
인자도 형편도 안되는데 이것 해달라 저것해달라 떼쓰는 인자의 마음도 오죽할까 싶습니다. 인자의 그마음도 헤아리고 안아주시면 좋겠어요. "하지마라"고 해서 안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인자 마음에서 불쑥 불쑥 올라오는 그 분노를 잘안아줄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인자가 일부러 농약을 마셨다해도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그 마음도 헤아려주시길....저는 제 3자라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어도 맡고 계신 선생님께서는 인자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참 마음이 복잡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이런 사랑을 먹고 커는 것인가보다 싶네요.
참 놀랄 일이네요. 알 수 없고 이해 안되는 그 마음을 공부하시네요. 알고 보면 그 때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음인데... 세상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많지요. 그도 나도 언제 그런 일을 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고 그 때 마다 그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놓을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