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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이드의 사연
"꼭 약속하는거다?"
"알겠어.."
"반응이 왜그래? 나랑 각인하는게 싫어?"
"아니!! 좋아..!!! 좋지..!"
"그럼 빨리 손가락 걸어,"
큰 하얀 대리석에 빛나는 조명, 한쪽엔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 그 큰방 중앙에 있는 어린 조그만 귀여운 두명의 아이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보며 소유욕이 불타는듯 여자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여자아이는 마지못해 남자아이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남자아인 만족스럽듯 슥 하고 웃어보였다.
"그럼 어디있든 내가 보이는 곳에 있는거지?"
"어..? 화장실은 어쩌고.."
"그런건 빼줄게. 그거 제외하곤 나하고만 놀고 나하고만 말해야해. 알겠지?"
"...그래"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만족스럽게 지켜보다 꼭 껴안곤 그 품에서 머리를 부비적 거렸다. 어린아이의 눈과 행동은 집착어린 눈빛이였다.
*
"으얽!!!!!"
시발 또 이꿈이야!! 이 일은 바야흐로 7살때로 돌아간다. 우리집이 가난했을 때. 우리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어린 내가 남겨졌을때. 어머니는 가이드일로 조금씩 돈을 벌었지만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센티넬들의 회사로 규모가 어마어마한 큰 대기업 회장님 집 가정부. 어린 날 먹여키우실려고 들어간 가정부일은 정말 운좋은 일이였다. 회장님은 비록 무서우신 분이였지만 사모님은 우리를 안타깝게 여기셔 상냥하게 대해주셨다.
그 집엔 회장님과 사모님 사이에 나와 또래인 남자아이와 나보다 두살어린 남자아이. 둘이 있었다. 그 둘은 우리나라 최고의 센티넬인 회장님과 최고의 가이드였던 사모님 사이에 태어난 그 유전을 증명하듯 세계에서 주목하는 센티넬로 태어났다. 어린나이에 능력이 나타나 뉴스에서나 티비에 자주 나오기도 했던 애들이였다. 형제끼리 능력도 좋고 좋은 집안에 모든 좋은 것들을 물려받고 태어난 아이들이라 그런지 처음본 순간 나와는 다른 세계아이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모님은 두 아들을 소개하며 서로 친하게 지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엄마도 내게 사고치지말고 잘놀라며 말씀하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나이에 철이 든 나는 엄마에게 걸림돌이 되지않으면서 사모님과 회장님에게도 거슬리지 않게 지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또래인 아이는 변백현, 그리고 막내인 아이는 오세훈. 아, 왜 성이 다르냐고? 이나라엔 아빠의 성과 엄마의 성을 마음대로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백현은 최고의 센티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회장님의 성을 따라 주었고, 막내인 오세훈에겐 최고의 가이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모님 성을 주었다. 뭐.. 결과는 둘다 센티넬이지만.
처음에 변백현은 정말이지, 귀하게 자라서 그런지 태생이 그런지 싸가지가 없었다. 늘 내가 가만히 앉아있으면 비키라며 틱틱거렸고, 거기있는 장난감은 자기꺼니깐 건드리지 말라고 틱틱거렸다. 나는 그저 웃으며 자리를 비키기 바빴다. 그와 반대로 수줍음이 많고 조용했던 막내 오세훈은 정말 귀여웠다. 조용히 형인 변백현의 등뒤에 숨다가 변백현이 귀찮다고 밀쳐버려서 울고 있을때 가서 다독여주기도 하고 혼자있을때면 가서 가끔 동화책도 읽어주고,
오세훈은 그럴 수 있었다. 나에게 수줍게 와서 동화책이나 선물이라고 건네는 어설픈 종이접기를 한 것을 내게 줄땐 정말 귀엽고 착한아이라고 느껴 정말 잘챙겨주었던 것 같다. 그런모습을 본 사모님은 날 좋게 보셨고, 딸처럼 잘챙겨주셨다. 그런데 문제인 변백현은 이런 동생과 내모습이 마음에 안드는지 늘 질투를 하기 시작했고, 나와 동생인 세훈에게 시비를 걸었다.
예를 들면 자기의 능력으로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있을때 빛을 깜빡거린다던가 세훈이 나와 동화책을 보고있을때 불을 꺼버렸다. 유치하고도 내심 빡치는 장난이였다. 그러다 나도 모르는 가이드 능력을 백현에게 써버렸을 때, 변백현의 장난은 끝이 나고 온통 날 자신의 옆에 있게 만들어버렸다. 정말이지.. 집착이 너무 심했다.
그날도 여전하게 난 변백현이 날 끌고가 자신의 방에 데려가 날 세워두고 이것저것 자신의 장난감이며 놀자며 내 팔을 잡고 낑낑거렸다. 싸가지없는애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모습을 보니 소름끼치기도 했고, 변백현보단 세훈이 귀엽고 착해서 세훈이와 놀고 싶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가이딩을 해버린 그 후 몇주동안이나 자신의 방으로 날 데려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질 않나, 비싼 장난감을 가지라며 넘기질 않나.
싫다고 하면 또 사모님 귀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엄마의 말대로 그저 받으라면 받고 놀자면 그의 기분에 맞춰 장단을 맞춰주었다. 오늘도 그러면 되겠지. 하고 귀찮은 마음에 날보고 앉으라는 변백현의 말에 앉아 멀뚱하게 그를 쳐다보고있었다.
"나랑 약속 하나해."
"뭘..?"
"너 커서 나랑 각인해."
"어?!!!!!"
"왜 그렇게 놀라?"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어른들의 말로는 각인이라는게 정말 둘의 마음이 맞고 어른들만 하는걸 해야한다고 하는걸 들었으니깐. 말만한다고 되는일이 아니니깐 말이다. 변백현은 놀란 날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모르고 하는말일까, 아님 알고서도 말하는걸까 난 전자가 맞는 말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니 크면 잊어버리겠지. 하고 그냥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약속하는거다?"
"알겠어.."
"반응이 왜그래? 나랑 각인하는게 싫어?"
"아니!! 좋아..!!! 좋지..!"
"그럼 빨리 손가락 걸어,"
난 어쩔수 없이 그 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걸었고, 변백현은 만족하듯이 미소 지었다. 이상하고도 이상한 애인거 같다. 이런애가 정말 세계가 주목하는 인재일까 싶었다. 그런생각을 하며 나도 웃어주었다. 그러자 변백현이 날 껴안았고, 내품에서 자신의 머리를 부비적 거렸다. 난 그냥 가만히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어디있든 내가 보이는 곳에 있는거지?"
"어..? 화장실은 어쩌고.."
"그런건 빼줄게. 그거 제외하곤 나하고만 놀고 나하고만 말해야해. 알겠지?"
"...그래"
참으로 집착어린 말이였다. 화장실 빼고 자신의 옆에 있으라니. 끔찍한 말이지. 난 어린마음에 그저 잊어버리겠거니 수긍했다. 변백현은 그리고 정말로 자신의 옆에만 날 두게 할 작정인지 내가 잘때나 엄마랑 따로 밥을 먹을때 내 옆에 와서 밥을 먹었다. 사모님이나 엄마나 그저 어린아이들이 귀여워보여 웃으며 잘지내니 보기좋다며 칭찬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6학년에 막 들어갔을 때 엄마는 어느정도 나와 둘이 작은방을 얻어살정도로 돈을 저축하곤 그집을 나왔다. 사모님은 더 있으라며 엄마를 잡았지만 엄마는 민폐만 끼치며 있는게 죄송하다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나와 나갔다. 그때가.. 변백현은 회장님을 따라 잠시 회사에 가있었고, 세훈은 어려서 자고있었었다. 사모님은 아이들이 나와 인사를 못나누고 보내는게 아쉬워보이셨다.
나와 엄마는 그렇게 지방으로 내려가 작은 방을 얻어 가정부일을 하며 알아본 작은 일을 구하셔서 날 키우셨다. 난 그러니 변백현과 오세훈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크면서 자연스럽게 그저 어릴때의 잠깐의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 변백현과 약속했을 때의 꿈을 자꾸 꾸는거 같다. 불길하게 말이다.
나는 중학교 가이드 테스트 기계에서 이상하게 높은 수치를 받아 국가의 지원으로 도시에 올라가 국가가 운영하는 공무원 가이드가 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덕에 엄마도 나와 다시 도시에 와서 살고있다. 공무원이 된 나는 현재 탑중의 탑인 A팀에서 센티넬들을 현장에서 가이딩해주는 업무를 맡아 하고있다.
꿈을 꾼뒤 느낌이 좋지 않은채 아침을 시작했다. 출근을 하니 나에게 달려드는 동료 박찬열부터, 팀장까지. 아침부터 기운빠지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저번에 가이딩 잔뜩 받으셨잖아요."
"잔뜩 받을 수 있었는데 누구때문에 못받았잖아,"
"팀장님은 현장에서 맨날 00데리고 다니면서 권력남용이에요 그거!"
"염병하네. 넌 주말에도 애 못쉬게 한다며. 찬열이 아주 막나간다?"
가이딩하는건 난데. 왜 떡줄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난리일까. 나와 같이 들어온 박찬열은 높은 능력으로 공무원을 프리패스로 들어왔다. 센티넬들은 능력만 좋으면 거의 프리패스이긴하다만. 높은 능력이 그리 흔한가? 우리 A팀은 프리패스 센티넬과 가이드인 나로 구성되어있다. 폭주하는 센티넬, 또는 센티넬 범죄자들 또는 이상현상으로 나타나는 괴물들을 잡는 일을 주로 한다.
내가 들어오기 전 팀장님을 비롯한 A팀 센티넬들은 약으로 겨우 버텼다가 폭주를 할뻔도 했다고 했다. 그만큼 능력에 맞는 가이드가 없었다는 거겠지? 그래서 난 들어오자마자 가이딩 셔틀이 되었고, 하루에도 수십번 일을 하지 않는 날에도 가이딩이 필요하다 하면 불려가고있다. 힘들긴 해도 밥을 얻어먹으니 그걸로 퉁치면 된다.
"뭐야 00 안색이 왜그래? 어디 아파?"
"아뇨 그냥 배고파서.."
"아침 안먹었어?? 정말이지 00는 내가 챙겨줘야 먹는다니깐?"
팀장인 김준면이 볼이 붉어진채 껄껄하고 웃었다. 팀장님은 집안이 존나게 부자라고 했다. 사업도 엄청나서 세계 유명인사들이랑도 친분이 높고 쨋든 그렇고 그런 만수르 뺨치는 집이라고 했다. 근데 왜 공무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늘 내게 뭐 먹고싶은게 있냐고 물어보곤 비싼곳을 아무렇지 않게 데려가서 떠먹여주니.. 비싼거 부담되지 않느냐고 물어볼려다 지갑속에 자리한 블랙카드와 황금색카드들을 보니 껌값이겠구나.하고 생각했다.
"팀장님 너무해!! 나도 배고파요!!"
"니가 알아서 먹어, 너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와 차별해.. 진짜 너무하다 저런사람이 팀장이라니.."
"찬열아 아침부터 물세례맞고싶은거야?"
박찬열은 너무해 하고 자연스럽게 내 머리에 지 머리를 갖다대고 잔뜩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팀장님은 어디서 더러운 머리를 갖다 대냐며 내머리를 털기 시작했다. 둘이 더 싸우기전에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해 그틈을 빠져나와 내자리로 걸어갔다. 업무종이들이 잔뜩 쌓인 내자리를 보고 한숨부터 쉬었다. 요즘따라 늘어나는거 같아. 공무원도 할게 못된다.
"오늘도 할게 많아보이네요.."
"그러게요 하핳... 경수씨도 많지 않아요?"
"아까 급하게 해놔서 이제야 절반으로 줄었어요. 좀 도와드릴까요?"
"아니에요 쉬세요! 현장에서도 저 둘 말리느라 힘드신데.."
우리팀 최고 엘리트 도경수, 집안이 정치집안이라 국회위원에.. 대통령의 주변에 가까이 있는 그런 무시무시한 집안이다. 대학교도 수석졸업.. 여기도 수석으로 들어와 센티넬로도 프리패스감이였다. 나랑 동갑인데.. 다른세계에서 사는느낌을 많이 느낀다. 다른 팀 가이드와 센티넬들에게 인기도 많고, 다들 한번씩 말한번 붙이고 싶어 우리 팀 층으로 많이 올라와 업무핑계로 말을 한번걸어보는게 다반사이고, 어떤 센티넬은 번호를 물어봤다가 돌려말하기에 낭패를 보기도 했다고한다.
"저보단 00씨가 더 고생이시죠. 여기 이건 제가 빨리 해드릴 수 있어요. 가져갈게요"
"아니 정말 괜찮은ㄷ.."
"드시고 싶은 음료있으세요? 제가 타드릴게요"
아.. 이남자 너무 착하다.. 최고 신랑감이다. 늘 느끼는거다. 능력최고지.. 인성최고지.. 외모최고지.. 어디하나 빠지는게 없다. 누군가 떠오르는거같지만 생각하지않기로 했다. 도경수는 날 위해 핫초코를 타왔다. 내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때 커피보단 핫초코를 좋아한다는 발언을 한 이후 이상하게 커피는 사라져있고 핫초코가 잔뜩 준비되어있었다. 나야 좋지만.
핫초코를 마시며 업무에 집중하기를 몇시간, 띠링띠링하고 현장출동의 신호가 울렸다. 급하게 일어나 졸고있던 박찬열이 나에게로 달려와 가자며 팔을 잡았다. 팀장님은 어디에서 발생한일인지 체크하며 겉옷을 챙기셨다. 도경수도 마찬가지로 옷을챙겨 나섰다. 팀장님의 ○○빌딩이래 가까우니깐 빨리 나가자는 소리에 우리는 뛰어 나갔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승합차가 있지만 꾸지다며 자신의 외제차를 끌고 현장으로 가는 팀장탓에 우린 2년째 외제차에 탑승했다.
큰 도로를 달리다 창문넘어 보이는 빌딩의 폭발장면에 팀장님은 더욱 속력을 내셨다. 빌딩 주변건물사람들은 나와서 대피를 하고 있었고, 경찰들과 구급차 소방차에 모든것들이 미리나와 다친사람들과 대피하고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있었다. 이번건은 좀 다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2. 수상한 남자들
팀장님은 건물앞에 차를 급하게 주차하고 건물에 물을 끼얹었다. 치익 소리와 함께 작은 불들이 사라졌고, 폭주하는 센티넬이 저 건물위에 있다는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박찬열과 도경수의 보호아래에서 빠르게 빌딩을 올랐다. 다행인건 63빌딩이 아니라는거에 감사하고 15층에서 일어난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엘레베이터도 고장난 이시점에선 말이다.
곳곳에 난 불은 박찬열이 통제했고, 부셔진 콘크리트 돌들은 도경수가 가볍게 들어 치워주었다. 난 틈틈히 그들을 가이딩 했고, 더욱 커지는 폭발음들과 건물이 부셔지는 소리에 빨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힘들게 15층 마지막 계단을 올랐을때, 아까의 폭발음과 달리 더욱 커다란 폭발음과 번개소리가 들렸다. 이 맑은 날씨에 번개가 칠리 없으니 폭주하는 센티넬인가보다 하고 빨리 뛰어들어갔다.
폭주를 하고 숨이 붙어있는건 10분, 그 시간안에 가이딩을 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죽어버리고 만다. 우리의 임무는 그 시간에 가서 가이딩을 해줘서 목숨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이딩을 받고도 되지 않는다면 고통받지 않게 빨리 목숨을 끊어주어 시체라도 가족들의 품으로 보내준다. 잔인해보이는 말같지만 약을 몇년씩 먹고 가이딩을 전혀받지 못했던 센티넬들이 폭주할 경우 가이딩을 받아도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폭주한 센티넬의 정신신경을 자극해 주변사람들과 건물에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이건 우리의 최소한의 예의와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가 여기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9분. 1분안에 빨리 뛰어가 가이딩을 해준다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큰 번개소리 이후 쥐 죽은듯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설마, 벌써 10분이 다 되어 죽은걸까 아님 기적적으로 다른 팀이 도착하여 가이딩을 해준걸까. 후자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도착하니 보이는건, 흔적도 보이지도 않는 바닥에 피자국들과 그을린 자국들, 부서진 유리들과 건물들의 잔해들. 그리고 두 남자들이였다.
"... 정부사람들인가?"
"....당신들은?".
"...."
"폭주중인 센티넬은 어딨지?"
남자는 벽에 기댔던 몸을 떼곤 날 쳐다봤다. 내말에 대답을 하지 않자 난 다시 물으려 입을 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말을 하는 다른 남자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안녕, 너가 가이드구나. 정부들의 똘마니들."
"뭐?"
"정부들의 똘마니들은 튀어오든 텔레포트를 해서든 올줄 알았더니. 제법 능력자들이 없구나."
"누구야 당신들은? 폭주중이던 센티넬은 어디간거지?"
"아- 그 센티넬은 내손으로 보내줬어. 하도 늦어서 안오는줄 알고."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여유로워보이는 모습이, 그리고 전해오는 느낌들이 만만치않은 ss등급인 우리팀들과 맞먹는 실력자들 같았다. 어디서 튀어나온 아이들인가 싶기도 하고 기업에서 양성하는 센티넬들 같아보였다.
"설마 번개소리가.."
"응 나야. 그래도 내가 건물은 안부시고 사람만 죽인거지. 정부에서 고맙다고 포상이라도 줘야하는거 아닌가 몰라."
"당신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센티넬은 살릴 수도 있었어. 당신들 때문에 살릴 수도 있는 기회도 사라진거라고"
"못살릴 수도 있는거잖아? 뭘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해? 너네도 능력쓰는 힘든일 없고, 우리도 일처리를 해서 좋은거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이런거 아니겠어?"
남자가 이말 뱉자마자 박찬열이 옆에서 튀어나와 능력을 쓰려는듯 나섰다. 난 그 행동을 막아섰다. 그러자 남자는 비아냥 거리듯 웃었고, 경수씨는 그저 이일을 어떻게 보고해야할지 고민하는 눈이였다.
"그럼 다음에 꼭 다시 보자고 가이드님? 가이드님이 우린 꼭 필요하니깐 뭐 덤비진 않을게! 그럼 안녕,"
이말을 끝으로 남자는 다른 남자와 함께 눈앞에서 순간이동인듯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건 뒤로 보이는 폭주했던 센티넬의 깨진손목시계만이 남아있었다. 이 일을 보고해야하는 것도 우리들이고, 가족들에게 보내주는것도 우리의 일이다. 아까 그 남자들이 센티넬에 관해 우리들이 하는일을 잘알고있는데 자기들의 일이라고 온 것을 보면 정부가 보낸이들은 아니였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손목시계라도.. 가져가자.. 그놈들은...보고를.."
"그 새끼들 팔이라도 불질러놨어야하는데, 왜 막은거야? 이대로 가면 면목없어지는건 우리들이라고!"
"거기서 불이라도 질러서 일이라도 커지면 커버칠순 있고? 걔네도 만만치않은 애들이야. 지금은 이 손목시계라도 가져다주고.. 팀장님이랑 의논해봐야지."
보고하면 A팀에 타격만 가해질거고, 분명 언론기사에는 높은 등급 센티넬이 처리를 제대로 하지못하네 뭐하네 할것이고. 도경수도 내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원확인은 이 시계로 확인하기로 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우리 A팀이 처리하지 못한 사건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누구에게 뺏긴 사건이겠지.
도경수는 내 어깨에 자신의 겉옷을 걸쳐주었다. 다시 빌딩을 내려가니 팀장님은 사람들을 도와주고있었다. 안좋은 표정으로 내려온 우릴 보니 다가와 머리를 하나같이 쓰다듬어주었다. 뒷일은 경찰한테 맡기고 가자, 하고 우릴 차에 태우신 팀장님은 쭈뼛거리며 백미러로 우리에게 말을 거셨다.
"이번꺼는 큰 사고이기도 했고.. 너네 잘못이 아니야 그니깐.."
"이번사건 해결못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먼저 와있더라고요."
팀장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우릴 쳐다봤다. 난 있는 그대로 아까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팀장님의 얼굴은 더욱 굳어갔다.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끝내고, 팀장님은 한숨을 한번 쉬더니 입을 열었다.
"걔네들.. 어떤애들인지 대충 짐작은 가. 우리팀만 아니라 다른 팀들의 사건도 그렇게 망쳤다고 들었어."
"언제부터 그랬죠? 왜 저흰 몰랐던거에요?"
"그건 모르겠어. 얼마전 팀장들끼리 회의에서 몇건 그런일이 있다는걸 듣긴 했는데..."
골때리는 애들이네. 이 말을 끝으로 팀장님은 일단 올라가서 우리끼리 다시 얘기하자며 차에서 내리셨다. 우린 어두운 얼굴로 센터에 들어갔다.
3. 파티
"아마도 사기업애들 센티넬 같긴 하네. 걔네는 워낙 정부를 싫어하잖아"
"어떻게 해야하는거에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늘 우리 사건에 와서 사람 죽이기 밖에 더 하겠어요?"
"국가에서도 가만히 있는걸 보면 국가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거겠지. 우리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어?"
팀장님은 일단 어쩔 수 없이 이번일을 어떻게 하셨는진 모른다. 하지만 팀장님이라면 자기혼자 감당하려 해본것 같다. 그렇게 며칠 후, 다행히 그동안의 사건들에는 그놈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다시 나온다면 정말 싸우든가.. 아님 누군지 밝혀내려고 발악을 하던가.
그 이후 주말, 난 한가롭게 흰티에 잠옷바지차림으로 슈퍼에서 엄마의 심부름을 하고있었다. 그러다 큰 길쪽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모습을 보고 뭔일이 났나? 하고 궁금해져 다가갔다. 그러자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싸인해달라는 목소리들에 이것이 말로만 듣던 연예인?하고 나도 그 틈을 파고 들어가 연예인 구경을 좀 하려고 하였다.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소리치는걸 보니 국민배우정도 되는 사람일까?하곤 더욱 궁금해져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가 살다가 내 동네에서 연예인을 보게되는구나!
"..,"
변백현이였다. 그 옛날 싸가지. 난 순식간적으로 그냥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사람들 속을 파고 나가려 뒷걸음을 했다. 그런데,
"어,"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난 바로 고개를 돌려 뒷걸음을 치며 빠져나왔다. 그리곤 뛰어갔다. 왜 도망치듯 뛰어가는거야? 난 잘못한거 없는데? 그냥 불쾌했나? 집에 전력질주로 뛰어온 난 헠헠 거리며 왜 쟤가 여기있는거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본건 아니겠지? 나만의 착각이겠지. 왜 다들 그렇게 착각하는 사람들 있잖아 사실 뒤에 사람을 본건데 나랑 눈마주쳤다고 생각하는거. 그거겠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입모양이 날 보며 어,하고 열렸었다. 하지만 또 다시 생각해보니 얼마나 어릴적일인데 생각을 하겠어? 잊어버렸겠지. 혼자 오해하지말자.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계란 몇개가 깨졌다며 나의 등짝을 때렸다. 아까 사람들 틈에 무리하게 끼어들어가다가 깨졌나보다. 역시.. 예전부터 변백현을 보기만하면 안좋단말이야.
*
며칠 후, 출근을 하니 박찬열이 들뜬 얼굴로 나에게 왔다. 마찬가지로 팀장님도 나에게 다가왔다.
"오늘 저녁인건 알고있지?"
"?뭘요?"
"뭐긴 뭐야 파티지 파티!"
"무슨 파티요? 연말파티라도 되는건가? 팔순잔치?"
"너 내가 하는말 귓등으로도 안들었지?"
늘 하시는말씀이 나에게 밥사주는거 이야기아니면 날 부르는 소리이니 필요없다고 생각해 걸렀는데..? 어찌아셨는지 상처받은 얼굴로 날 보는 팀장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의인거 같은데 고의맞아요 허허
"전국에 센티넬들이랑 가이드들이 오는거야. 오늘 파티에 그래서 티비에 나오는 유명인들도 보고 기업들 센티넬이며 가이드가 전부올거야. 거기에 잘하면 그자식들이 있을 수도 있는거지"
"어디에서 하는데요?"
"그런건 걱정마 내가 너네들 전부다 데려다줄거니깐"
팀장님은 차키를 딸랑딸랑 흔들며 말했다. 차키에는 내가 팀장님 생신날 드린 토끼열쇠고리가 있었다. 내형편에도 적당한게 그거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근데 마음에 드시는지 얼굴까지 붉히며 나를 안으셨던 기억이 남는다. 그리곤 현재까지 저렇게 달고 다니신다. 지갑에는 어디서 나셨는지 내 증명사진이 있다는 들려오는 말이 있다.
박찬열은 들뜬 듯 파티에 맛있는 음식이 많이 나온다며 먹을 생각만 했고, 도경수는 그저 평소같이 업무를 할뿐이었다. 몇년동안 없었으면서 웬 파티? 하여튼간에 박찬열말대로 맛있는걸 먹으러간다는건 좋으니깐. 나도 그에따라 웃어보였다. 맛있는거나 먹고 놀면 되는거지. 파티니깐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그전까진 이대로 갈꺼냐며 쇼핑하자며 팀장님이 우릴 이끌었다. 팀장님은 쇼핑을 좋아하신다. 덕분에 난 늘 새로운 백화점신상이 있었다. 거부는 거부한다를 달고사시는 팀장님을 말릴순 없다. 박찬열은 좋은지 백화점사주세요ㅎㅎ 하고 말했다가 팀장님의 물세례를 맞고 조용해졌다. 그리곤 나에게 백화점가지고싶으면 말해 00야~하고 친절히 말씀하셨다. 왜 내주변엔 부자들이 이렇게 많은거야?
백화점에 도착하니 익숙한듯 모든 직원들이 고개숙여 인사했다. vvvvip고객님이 왔다면서. vvvvip라는게 존재하는지 오늘 알았다. 박찬열과 나만 부담스럽게 놀란얼굴로 직원들을 보았고, 도경수는 익숙한지 그저 폰만 만지며 걸었다. 팀장님의 얼굴이 살맛난 물만난 물고기같았다.
도경수는 자기가 알아서 사겠다며 미리 팀장님에게 신경쓰지말라는 표시를 했고, 박찬열은 벌써부터 저걸 사고싶다. 저게 이쁘다며 난리를 피고있었다. 팀장님은 기분이 좋으신지 온갖 슈트를 사주셨고, 난 그냥 멀리서 구경만 하였다. 연예인들이나 입는 드레스같은걸 왜 입어?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멍하니 서있으세요?"
"아.. 그냥.."
"옷 안고르세요? 부담돼서 그러신거에요? 그럼 제가 사드릴까요?"
그것도 부담되는건 마찬가진데요? 도경수는 가만히있는 내게 다가와 다정하게 물으셨다.
"제가 골라드릴까요? 드레스가 싫으시면 00씨도 슈트입으실래요? 요즘은 슈트도 잘나와요"
"아니요.. 괜찮아요! 파티라고 꼭 그런옷입어야하는것도 아니고 하핳.."
"그래도요, 외부 언론기사들이며 여러 방송국에서도 올텐데 이럴때 우리같이 꾸며봐야죠, A팀이 이정도인걸 보여줘야하지 않겠어요?"
"음..."
"00씨는 뭐든 잘어울리실거에요. 이리와요. 제가 같이 골라드릴게요"
도경수가 그리곤 나의 손을 잡고 드레스가 잔뜩있는 곳으로 왔다. 여러가지 색색들의 이쁜 드레스를 보니 예전에 티비에 나온 예쁜 드레스를 한번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났다. 눈에 띈 순백의 드레스를 쳐다보니 웃으며 도경수는 날 그쪽으로 끌고가기시작했다. 그리곤 직원에게 저 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냐며 물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곤 날 끌고 무작정 탈의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입히기 시작했다.
거울을 살짝 보니 오픈숄더의 느낌으로 어깨와 쇄골은 드러나있고 허리부분엔 곡선으로 느낌있게 빠져있었다. 밑으로 내려갈 수록 드레스는 넓어지며 꽃잎이 떨어지듯 부드러운 느낌이였다. 꾸밈과 레이스가 별로 없으면서 새하얀 아름다운 옷이였다. 다만 뒤에 등이 보이는 내가 살면서 입어본적 없는 옷이였다는게 흠이였다. 이쁘긴하지만 좀 에바잖아? 난 직원을 보며 그냥 다른걸보는게.. 라고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이미 커튼을 열어버린 직원에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모습이 드러나고 말았다.
"정말이지 고객님 보는눈이 있으세요~ 특별제작된거라 이곳에서 딱하나있는 옷이거든요. 다른 유명인사인 센티넬분도 이걸보시고 갔답니다"
직원분은 칭찬이란 칭찬은 전부 늘어놓으셨다. 그보다 경수씨의 얼굴이 더 걱정이였다. 크게 상기된 볼이며 커진 눈, 그리고 들고있던 폰까지 떨구셨다. 그대로 석상이 되신듯 멈추시곤 나에게 눈을 떼지 않으셨다. 쪽팔릴정도로 창피해보이고 막 그런가??? 쪽팔리다.. 드레스는 뭔 드레스..
"그..역시 좀 에바죠? 허헣.. 그냥 갈아입고 올게ㅇ.."
"이걸로 주세요."
"예?"
"아니..너무.. 너무.. 이뻐서.. "
도경수는 말을 잇지못하셨다. 직원분은 감사하다며 도경수의 카드를 받아 계산했다. 아직도 내게서 시선을 못떼는 도경수 시선에 역시 드레스가 지나치게 이쁜가보다 하고 머리를 글쩍였다. 내가 우물쭈물 서있자 박찬열과 팀장님이 와선 굳은 도경수를 보곤 왜이래?하곤 앞에 서있는 날 보고 그대로 똑같이 굳으셨다. 드레스가 지나치게 이쁜가보다. 원단에도 진주가루를 뿌린거같이 반짝거리니 눈을 못떼는게 당연하겠지.. 난 머쓱하게 갈아입겠다며 다시 탈의실로 들어가려니 팀장님이 막아섰다.
"아냐.. 그.. 그대로.. 가자"
"네? 그래도.. "
"안그래도 우리도 갈아입었어..그니깐 00도 입고 바로가자"
"그냥 가서 갈아입을게요 쪽팔려서 핳.."
"??쪽팔려? 누가 쪽팔리데? 누구야 그 놈을 잡아다가 물을 코로 마시게.."
"입고 갈게요!! 팀장님이랑 같이 가면 괜찮을거 같아요 허헣"
"신발은? 말만해 뭐 여기있는 신발 다 사줄까?"
"괜찮아요!! 드레스가 길어서 보이지도 않아요!!"
"아냐 내가 신발이 사고싶어, 저기부터 저끝까지 다 줘요"
돈지랄이 이런것이구나. 이 드레스에 구두까지 풀세트로 장착하게 되었고 돈이라면 쌔고빠졌다며 날 끌고 갔다. 박찬열이 검은 슈트를 차려입고 내옆으로 쭈뼛쭈뼛 오더니 아까부터 고개를 숙이며 내 옆에서 알짱거렸다. 그게 낑낑거리는 강아지 같기도 하고, 박찬열은 내 어깨를 큰손으로 감싸더니 안춥냐며 불을 쏠거 같은 기세로 말했다. 난괜찮다며 박찬열의 엉덩이를 톡톡쳤다.
박찬열은 내 옆에앉으려고 뒷좌석에 끼어들어가려하니 팀장님이 금지라며 보조석에 앉혔다. 그덕에 난 도경수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드레스에 외제차까지 타고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흔히 말하는 재벌 1세들의 파티에 가는기분이랄까.. 실황은 공무원에 정직하게 돈받는 사람이지만. 따지고 보면 박찬열도 그렇고 도경수, 팀장님까지 공무원은 그냥 심심풀이정도로 하는거잖아? 무서운 사람들이구나.. 나는 새삼스러운걸 다시 깨달았다.
차로 몇분을 타고 아주 커다란 얼핏보면 유럽에 있는 커다란 성같은 곳에 도착했다. 중앙에는 큰 하얀분수대가 있었고, 그 뒤에는 조명을 받아 주황빛이 도는 유럽식 성이라고 생각되는 파티장소가 있었다. 그 앞엔 비싸보이는 차들이 즐비하게 대기하고있었고, 파티입구까지는 긴 레드카펫이 있었다. 얼핏 연예인 체험같아보였다. 팀장님은 차에서 내려 내가 내릴 수 있게 차문을 열어주셨다. 그리곤 슬며시 손을 내미셨다. 잡으라는 눈치에 그손을 살며시 잡았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입구에서 대기타던 기자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렇게 유명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때 리무진 차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기자들은 금세 그곳으로 다시 몰려가기시작했다. 심지어 도착했었던 가이드와 센티넬들도 몰려가기 시작했다. 대통령이라도 오나? 옆에서 신난 박찬열은 구경을 가자며 내 손목을 잡고 그쪽으로 뛰기시작했다.
가자마자 보이는건 막 리무진에서 내리고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긴다리로 걸어가는 변백현이였다. 저번에 본 이후 또 보게되다니, 지독한 인연인지 뭔지. 나는 급하게 박찬열 뒤로 숨었다. 다른 기자들과 센티넬들이며 가이드들은 그의 눈에 띄이려 손을 흔들며 서로를 밀쳤고, 변백현이 파티장안으로 들어가자 다들 무섭게 따라들어가기 시작했다.
"와.. 봤냐? 젊은나이에 회장자리에, 세계최고 센티넬 자리에, 진짜 다 가졌다, 가졌어. 진짜 대박이지 않냐?"
"어.. 그러게.. 아하하 부럽다"
"뭐야 그런 어색한 웃음은? 센티넬들의 우상아닐까..? 요즘 알아준다는 가이드들도 저 변백현 하나 가이드하려고 얼마나 용을 쓰는데??"
"어.. 그래?"
"갑자기 왜그래? 아, 너도 저런 센티넬은 실물로 처음보는거지? 빠진거아니냐? 솔직히 따지면 더 잘생긴건 난ㄷ.."
"아 빨랑 들어가, 파티장에 음식을 휩쓴다며"
"맞다! 가자, 000"
변백현의 레드카펫을 휩쓸고 지나간 후, 모든 기자들이며 사람들은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저 멀리서 부르는 팀장님의 소리에 박찬열이 내 손목을 잡고 뛰어갔다. 잔뜩 먹을 생각에 신난 박찬열에 난 작게 미안함을 표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불안하니깐.. 대충 있다가 몸이 안좋다고 중간에 나갈 생각이다. 변백현 눈에 띌 일도 없지만, 예방하는건 좋은거니깐.
4. 예상은 늘..?
"그럼 즐거운 파티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박수갈채, 변백현은 파티 개막의 시작을 알렸고, 센티넬이며 가이드며 기자들은 그를 찍고 눈에담기 바빴다. 나는 당연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는 사람들과 달리 뒤를 돌아 탄산이나 홀짝이고 있었다. 저러다가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그냥 좆되는거다. 알아볼 리 없겠지만, 혹시나, 혹시나 해서 말이다.
변백현이 단상 위에서 내려오자마자 무대 빛은 스스로 약해졌다. 그틈을 놓치지 않고 많은 여자며 남자며 그에게 잔을 건네며 다가왔다. 변백현은 사람좋은 얼굴을 하며 거절하곤, 그저 누굴 찾는 듯 돌아다녔다. 이걸 목격한 나는 내쪽으로 오는가 하며 슬금슬금 움직여 옆테이블에 일행인듯 서있었고, 다시 내쪽으로 오면 무언가를 줍는척 고개를 숙였다.
무슨 범죄 스파이 영화찍는것도 아니고.. 팀장님과 도경수는 저 멀리 높은 분들에게 잡혀 긴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박찬열은 그저 먹기 바빴다. 나는 긴장을 놓지 못해 먹는것도 제대로 못하고 물배만 채우고있다. 변백현은 왜 저렇게 안가는지.. 미치고 팔짝뛰겠다.
그러다 급 신호가 왔다. 몸에서는 물좀 작작 먹으라는 신호를 보냈고, 난 그대로 슬금슬금 조심스럽게 움직여 웨이터에게 화장실을 물어 변백현이 고개를 돌린 틈에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도착하고, 볼일을 보고 세면대에 내 얼굴을 보니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얼굴이 핼쑥했다. 시간을 보니 파티는 간신히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이 파티가.. 자정까지 한다니깐.. 3시간 반이나 남았다. 그때동안 이 건물을 다시 짓는게 낫다고 생각해 나가자마자 팀장님을 찾아 몸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택시를 탄 후 집에 안전하게 도착하면 되는 것이다. 완벽한 계획에 난 주먹을 불끈 쥐고 화장실을 나섰다.
"빨리 찾아. 형보다 빨리. 내가 병신으로 보여? 왜이렇게 느려터졌어?"
"죄..죄송합니다!! 그게 정말 쥐잡듯 찾아도 보이지도 않는 바람에..!"
"30분까지야, 그 안에 못찾으면 너넨 유서라도 쓰고 와야할거야. 지금 당장, 당장 찾아와."
"네!!"
내가 나가자 마자 들린 소리는 흡사 영화에서 볼법한 대화였다. 절대 저 곳으론 들어가지 말아야지.. 하고 발을 돌려 파티장으로 나서려했는데, 낯선 큰손이 내 손목을 덥썩하고 잡고 말았다.
"누나? 00누나??"
"..세훈..이?"
"누나 맞지? 그치?"
날 잡은건 다름아닌 세훈이였다. 어릴때 많이 귀여워 해줬던 아이. 세훈은 날보자마자 날 덥썩 꼬옥 안았다. 울먹이는 말투로 누나, 누나 보고싶었어요, 를 반복하며 날 안았다. 내가 잠깐 숨이 막혀 벗어나려 하면, 더욱 바짝 날 안았다. 나는 안긴꼴로 아직도 그대로인듯한 세훈이를 등을 토닥여주었다.
"세훈아.. 근데 누나 숨막혀.."
"싫어요, 놓아주면 또 도망갈거잖아요. 누나 저 버리고 가지마세요. 네? 제가 그동안 얼마나.. 얼마나 누나를 찾았는데.."
"아니야 누나 도망안가, 그러니깐 나 봐봐."
"그럼 도망안가게 손잡아요."
"알겠어 손,"
세훈은 그제야 스윽 하고 얼굴을 보였다. 그것도 내손을 꼭 잡고,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꼭잡은 큰손이 내손을 다 덮었다. 세훈은 잠깐 훌쩍였는지 눈시울이 붉었다. 날 바라보는 눈은 한없이 불안해보였다.
"어.. 잘지냈어?"
"지금 그런걸 말이라고 하는거에요? 저한테는 누나밖에 없었는데.. 그런데 그날 집에 오니깐 누나는 없고.. 아무말도 없이 사라지셨잖아요. 누나는 내가 그렇게 싫었어요? 그런거에요?"
"아니야, 아니야, 그게 어머니상황이 좋아져서. 말도 못하고 떠난거야. 세훈이가 싫어서 떠난게 아니야."
"그런데 왜 한번을 보러 안와요? 전 누나를 보려고 그 어린나이에 동네를 이잡듯 찾았어요. 제가 잘땐 늘 옆에 있고, 눈 뜰때도 있겠다고 했잖아요. 왜.. 왜 그런데 이제서야.."
세훈은 그대로 눈물을 한방울 뚝 하고 흘렸다. 그리고는 다시 날 끌어안았다. 난 대역죄인이 된 듯 미안하다며 사과할 수 밖에 없었고, 계속 등을 토닥여주었다.
"왜 예전같이 안 쓰다듬어줘요? 이제 만지기도 싫다는 거에요?"
세훈이 내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 내가 앞날이 창창한 아이의 길을 망쳐놨구나 생각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변백현은 몰라도 세훈은 내가 좋아했던 아이니깐, 쪽지라도 남기고 갈걸그랬나..? 지난일을 생각하긴 뭐하지만. 세훈과의 뜻밖의 만남 뒤 날 계속 안고있는 세훈에게 말했다.
"너도 파티때문에 온거 아니야?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돼?"
"네, 딱히.. 파티때문에 온게 아니거든요."
"그럼 뭐하러 왔어?"
"뭘 좀.. 찾으려고요. 엄청 찾고있었던거."
"찾은거야?"
"네, 찾았어요.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세훈은 다시 내 목을 감싸안고 코를 박고 애교를 부리는 듯 했다. 세훈은 괜찮겠지만, 난 가야하는 몸이기 때문에 여기서 이럴 수는 없다.
"저기, 내가 가야하거든. 그니깐 다음에 만나자."
"싫어요. 이제 누나랑 떨어지지 않을거에요. 갈려면 저랑 같이 가요."
어쩔수 없이 난 세훈을 데리고 팀장님에게로 향했다. 가는동안 세훈은 그 뒤 어디에 일을 다니는지. 뭘하며 사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등을 다 묻고 물었다. 취조당하는 기분이었지만 난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팀장님에게로 도착하니 세훈은 얼굴이 굳어버렸다.
"00? 왜그래 파티가 별로야?"
"아.. 그게 몸이 안좋아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몸이 안좋아???! 가자, 내가 차 태워다줄게. 약국도 들릴까? 왜 아까말안했어?"
"아깐 견딜만해서요 허헣.. 택시타고 가도 돼요. 내일 봬요 팀장님!"
"그래도, 팀장인 내가 직원 챙겨야지. 태워줄게."
"신경 안쓰셔도 되는데, 제가 태워다드릴거라."
팀장님이 날 걱정하며 말하는데, 세훈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팀장님은 오세훈을 알아본건지 아는사이냐고 나에게 물었고, 마지못해 끄덕거렸다. 오세훈은 형인 변백현만큼은 아니지만 센티넬과 가이드사이에선 변백현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였다. 그만큼 능력자이기도 하고, 세훈은 회사일에 관심이 없어 자기 스스로가 알려지는걸 기피했다. 아마 백현과 같이 회사일에 참여한다면 백현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팀장님은 놀란토끼눈으로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푹쉬라며 오세훈에게 날 넘겼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변백현이 없는걸 확인하고 나가려했다. 세훈이는 날 뒤따르며 아프면말하지그랬어요. 하며 아까와 180도 다른 모습으로 다정히 내 어깨를 한팔로 감싸주었다. 입구쪽에 도착했을때, 갑자기 세훈의 폰에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고, 세훈이는 구겨진 얼굴로 나에게 꼭 기다리라며 전화를 받으러 다른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입구 분수대에 앉아 밤공기를 쐬고 있었다. 풍경이 아주 좋았다. 조금선선한것만 빼면.. 좋았다. 목이 빠지게 밤하늘만 쳐다보고있었는데, 분수대의 주황빛 조명들이 서서히 줄어들고있었다. 길의 가로등들도 서서히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혹시 영업시간끝난거야? 설마, 파티는 밤새하는데? 혹시 귀신일까 하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곳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뗐다. 그순간 뒤에서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울리고, 소름끼치는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찾았다.
000,"
5. 불가항력
"....변백현?"
"내이름 성떼고 불러달라고 했잖아,"
"...."
"10년정도 내눈을 피해서 살았으면, 이름정도는 불러줘야지"
".....너..."
"너가 아니라 백현이,"
"변백현,"
"오세훈은 오냐오냐 해주고, 나는 찬밥신세고, 옛날부터 느끼는건데 넌 정말 너무한거 같아."
구두굽의 소리는 변백현이였다. 나한테 점점다가와 거의 코앞까지 다가왔을때, 걸음을 멈추고선 날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큰손을 머리에 올려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머리카락의 끝이 팔에서 끝이났을때, 내팔을 부드럽게 잡아왔다. 차가운외형과 달리 따뜻한 손에서 온기가 전해져왔다.
"설마 날 찾았던거야?"
"많이, 아주 많이 찾았지,"
변백현은 아까와달리 어두운얼굴을 풀곤 내얼굴을 쓸어내리며 급 옛날이야기를 슬프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보니, 난 아직도 생각나, 어릴적 너의 머리를 빗겨주다가 엉킨부분을 잘못빗었을때 짜증한번 안내고 아픈데도 꾹참고있었었지,"
"..."
"왜 그랬을까 그날밤 한참을 생각하다가 잠을 못잔거같아. 그리고 다음날 너가 오세훈의 머리를 만져주면서 웃고떠들때, 그 이유는 모르겠고 화만 났지."
"...그 이야기를 왜.."
"그리고 또 말할까, 나는 너가 나에게 말한마디 없이 나간날 오세훈이 맨발로 울면서 나가 온동네를 싸돌아다녔을때, 또 그 이유만 찾고있었어. 내가 싫은걸까, 우리집이 마음에 안들었을까"
"..."
"그생각을 며칠씩 하다가 착해빠지고 순해빠진 오세훈이 변하고, 널 찾겠다고 난리를 쳤을때. 오세훈이 널 못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 소원덕인지 오세훈은 찾지못하고 직접 한 동네동네를 이잡듯 찾았지."
"..."
"그리고 너와 내가 고등학교를 진학했을때, 난 즐겁게 웃으며 친구들과 지나가는 너를 봤지. 잡고싶었지만 잡지않았어. 내가 널잡았다면, 오세훈앞에서 웃어주는거나. 친구들과 웃는거나. 그 모습을 못볼거같았거든."
"...."
"그리고 몇년전 너가 어릴때 해준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 이 세상에서 알아줄만한 센티넬이 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던거. 그래서 대학교에 가서도 열심히 회사일을 다니면서 얼마나 개처럼 뛰었는지.."
"...."
"언제쯤 니가 문을 열고 잘했다고 말해줄까, 언제쯤, 그래줄까."
"...."
"그런데 오지않더라고. 그래서 직접 너가사는 동네로 갔는데, 어릴적 그 눈으로 나랑 마주친 널보니깐 주체할 수 없었어. 그런데 넌 또 그때처럼 도망만 갔지."
"...."
"그리고 파티를 연거야. 그저 너를 잡기 위한 매개체를 만드려고."
"..너..."
"우리 약속했잖아."
너랑 각인하겠다고. 이말을 끝낸 변백현은 지친듯한 눈빛 아니 무언가 나른한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긴말을 뱉은 변백현의 손에는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그 몇년간 너 가이딩만 받으려고 약만먹고 버티면서도, 혹시 폭주해버리면 너가 가이딩해주러 올까하고도 생각했어. 아주많이."
"...미친..."
"내가 이렇게 미쳤으니.. 널 다시 데려가는것도 별짓은 아니겠지."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 변백현이 그대로 내 목에 얼굴을 박았다. 그리높은 등급의 능력을 약으로 몇년을 버텼으니 힘들겠지. 나는 작게 숨소리를 내는 변백현을 보다가 덥석 손을잡아 가이딩을 했다. 죽는사람 살려주는 셈치는거지. 어차피 몇년동안 약을 먹고버틴 후 가이딩을 받으면 쓰러지는게 기본이다. 긴말을 내뱉은 변백현에겐 미안하지만 갑자기 밀려온 형제들의 갑작스런 재회에 어지러웠다.
변백현은 얕은 신음을 뱉었다. 그리곤 눈떴을때 없으면, 찾아갈거야. 깽판칠거니깐, 까지 힘들게 말하곤 내 예상대로 몸에 남아있는 억센 폭주기운들이 사라진 기운에 쓰러졌다. 나보다 더 큰 변백현 몸이 쓰러지니 순간 휘청했지만, 곧바로 잡았다. 그리곤 딱 타이밍에 맞아 오세훈이 급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나와 변백현이 있는걸 보곤 얼굴이 급격하게 굳었지만.
"...백현이 형이랑 결국 만난거에요?"
"...그게.. 어쩌다가.."
"누나가 제발로 찾아간거만 아니면 됐어요"
"내가 왜 그런짓을 해..?"
"형 저한테 줘요."
오세훈은 변백현을 짐짝처럼 들곤 차 뒷좌석에 버리듯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오래기다렸냐며 웃는 얼굴에 이중인격이라고 잠깐 생각했다. 오세훈은 날보더니 아까 변백현이 아까 기댔던 내 몸을 툴툴하고 털어주었다. 그다음엔 자기의 향을 남기듯 다시 꼭 끌어앉았다. 보조석에 친절히 날 앉혀주고는 입을 열었다.
"집이 어디에요 누나?"
"그..○○동네에 큰사거리 왼쪽 골목에 들어가면 되는데.."
오세훈은 고개를 끄덕이곤 브레이크를 밟았다.
"백현이형한테 누나향이 진하게 나는게.. 가이딩 해줬나보네요"
"응.. 몇년동안 약만먹고 버텼다길래.."
"나도 참았는데."
"응?"
"왜 저는 봐주지않아요? 백현이형은 눈물 한방울 안흘리던사람이라고요,"
"미안해.. 난 변백현말만 들어서..."
"하... 왜 제가 누나한테 화를 내고있는지.. 미안해요 누나. 엄청 오랜만이라서 감정을 주체못했나봐요."
오세훈은 앞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순간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는 오세훈을 보니 내가 나간 뒤 두형제에겐 많은 일이 있었던건 분명했던것 같다. 그 사실을 이렇게 체감하니.. 기분이 참, 많이 묘했다. 나는 그저 어린날 알았던 아이로 인식될줄 알았는데 말이다.
집앞에 도착해 내가 대문까지 멈췄을때까지 오세훈은 내뒤를 졸졸 따라왔다. 그리고는 집에 들어가려했을때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오늘은 백현이 형때문에 바로 보내줄게요."
"응?"
"그리고 제가 폭주하게 되면 누나가 왔으면 좋겠어요."
"오세훈 그런말하는거아니야"
"그러니깐 다음에 저 꼭 가이딩해줘요. 지금 참고있는거라구요."
"당연히 세훈이 해줘야지. 이제 들어가. 늦었어"
"...."
"안가?"
"아니.. 누나가.. 아예 갈거같아서.. 불안해져서.."
세훈이 내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모습에 난 꼬옥 끌어안아준뒤 달래주었다. 그뒤로 몇분 안아주고서야 세훈을 보낼수 있었다. 차가 떠나는걸 보고 집에 올라오니 온몸이 녹초가 돼있었다. 변백현과 오세훈 두형제가 나를 어찌나 붙잡았는지 너무 피곤했다. 몇년만에 재회라 그런지 더욱 긴장되기도 했고, 하여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찌될지 모르겠다. 자고나서 생각해야지.
* * *
"....."
"등신같이 쓰러지고 지랄이야"
"오세훈 너는 형한테 말버릇이,"
"누나가 직.접 가이딩까지 해주고 쓰러져버렸으니 등신아니면 뭔데?"
"... 어떻게 옮긴거야?"
"비서님한테 부탁한거야, 일어난거 봤으니깐 간다."
"어디 가게?"
"누나한테,"
아침에 눈을 떠보니 보이는건 변백현의 익숙한 침실 천장이였고, 그 옆 탁자에는 약통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얼마나 버틴것인지 알듯한 약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으니 오세훈도 딱히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어릴적 툭하면 울고 여린 오세훈은 00가 집을 나가고부터 성격이 변했다. 이젠 익숙해질때도 됐는데 형노릇이라도 하고싶은건지 가끔 틱틱거린다.
오세훈이 누나한테라는 말을 듣고 00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토록 찾던 00를 찾았으니 얼마나 떨어지기 싫을지 자신은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놓칠리가 없으니, 이상하게 개운한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목욕을 하다 문득 가이딩의 느낌을 받았을때, 그 기분이 떠올랐다. 다른사람은 손만 스쳐도 불쾌하기만 했다면, 00의 가이딩이란 황홀해 중독되는 마약만도 같았다. 백현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닦으며 어제의 기분을 상기시켰다. 빨개지는 귀를 모르는척 하곤 드라이기에 머리를 말리며 멍을 때리기 바빴다.
'눈떴을때 없으면, 찾아갈거야, 깽판칠테니까.'
지금 눈앞에 없으니깐 깽판치러 오라는거지? 백현은 어제일을 기억해내며 시계를 차기시작했다. 그 모습이 꽤 비장해 누군가가 봤다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리라 믿을만큼.
* * *
별일 있었냐는 듯 오늘도 모두 출근했다. 박찬열은 파티장에 있는 술이란 술은 다 원샷했는지 속이 안좋다며 숙취음료를 마시고 있었고, 도경수는 평소처럼 일에 집중했다. 반면 팀장인 김준면은 어제 왜 00가 오세훈과 있었는지, 집에는 잘들어간건지, 별의 별 생각에 빠져있었다.
"모두 안녕하세요"
때마침 00가 들어왔고, 준면은 그 옆을 쪼르르 하고 붙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 뭔일.. 있었던건 아니지?"
"예?"
"그니깐 널 해코지했다든가.. 돈을 뜯는 다든가.. 이런거"
"..? 누가요?"
"아.. 아님 말고.. 난 그냥 어제 집에 잘들어갔나하고.."
"아 물론이죠! 팀장님도 잘 들어가셨어요? 죄송해요 어제는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죄송은 무슨!! 늘 아프면 말하고, 누가 괴롭히면 말하고 알겠지? 이 세상은 위험하다는거 명심하고!"
왜 저러신담..? 00는 고개를 끄덕이며 갸우뚱거렸다. 어제는 너무 많은 일이 있던터라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겠다. 꿈이면 좋으련만. 오늘 아침에 내 번호는 어찌알고 잘잤냐고 물어오는 오세훈의 문자에 대성통곡을 할뻔 하였다. 오늘 센터로 오면서 진지하게 다른 지역, 아니 영어공부 열심히 할테니 외국으로 파견을 보낼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이 나라를 뜨던지 할 생각이였다.
"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 안색이 안좋아보이시는데.."
"아 물론이죠! 너무 잘들어갔어요 하하하.."
"뭐 물어보실거 있으세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부터 계속 제 근처를 돌아다니시길래."
"..그.. 다름이 아니구요.. 센터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나 해서.."
"... 다른 곳으로 가신다고요?"
"아니! 그 간다는게 아니라 옮길수 있나..해서..국외도 좋으니깐.."
"...절차만 밟고 위에서 통과시켜주면 국내로는 가능하죠.. 국외는 잘 모르겠는데.. 왜 그런걸..?"
"어 그게.. 음.. "
"혹시.. 저희가 00씨한테 뭔가 잘못한건가요?"
"??예?? 아니요 그런거 절대아닌데;;"
"그럼 뭐때문이죠? 제잘못이라면 사과할게요.."
"아니 그냥!! 다른 지역체험도 해보고 아니.. 그냥 이곳만 있기에는 세상을 다 살았다고 보는게 어렵.. 아니 뭐래.."
도경수는 불안에 가득찬 얼굴로 의자에 앉은채 00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00는 마치 범죄를 저지른거 같아 말을 이리저리 돌리기 바빴다. 한편으로는 국내로라도 옮길까 하고는 절차라는걸 찾아보자 했다. 도경수에게 어찌어찌 말을 돌리고 난 후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는 컴퓨터 마우스에 손을 뻗는 순간,
"여기는 손님이 오면 인사도 안해주나?"
입구쪽에서 익숙하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동반사로 컴퓨터로 내 얼굴을 박았다. 날 제외한 나머지 셋은 놀란 모습으로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입구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들 하시네,"
변백현은 정확히 나에게 눈을 떼지않고 말했다. 곧장 나는 주저앉는 다시 컴퓨터로 고개를 쳐박았고, 조용히 화장실로 몰래 들어갈 잔머리를 굴렸다. 왜 남의 일터에 와서 난리야?!! 내 조용한 외침은 소용없었다. 팀장님이 날 잠깐 힐끔 보고는 뭔일이신지.. 하고 말을 흐렸다. 그러자 변백현은 고개숙인 날향해 걸어왔다.
"제가 정부가 운영하는 센터에 관심이 많아서요, 그래서 여기 계신.. 최고의 가이드 000씨한테 안내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즈금 무흐는 그야...(지금 뭐하는 거야)"
"다들 오늘 제가 올것도 모르시고 조금 실망했지만, 다행히 00씨를 찾았네요. 그럼 이만."
변백현은 내 팔목을 잡고 a팀 부서자리를 나왔다. 뭘 어쩌려고 저러는거야? 결국 밖으로 나온 나는 변백현의 뒷통수를 째려봤다.
"내가 눈떴을때 없으면 깽판친다고 했잖아, 그런데 너가 또 기분나빠하는거 싫어서."
"그래, 내 일터에서 내보내준건 고마운데,"
"고마우면 여기 일 그만둬."
"뭐?"
"우리회사에 들어와, 정부가 하는 허접하고는 다르게 제대로."
".... "
"너가 원하는건 모든지 줄 수 있어. 내 위치? 필요하면 너가 가져"
"이러는 이유가 뭐야?"
"너만 옆에 있으면 난 모든지 바랄게 없어. 같이 각인하기로 한 사이잖아."
"너 하는짓이 어린애 같은거 알지?"
"니가 원하면 어린애까지 하고."
변백현은 조금도 밀려나는 법이 없다. 날 보며 말하는 모습에 기가 차서 허,하고 웃으니 변백현도 따라서 웃었다. 그 모습이 어제 말하는 모습과 달라서 기분이 많이 이상했다.
"오세훈만 애 되는 법은 없잖아, 안그래?"
변백현이 갑자기 내 머리칼을 쓸어내리더니 나른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러더니 내 어깨를 다정히 잡고는 이왕 나온거 우리 회사구경하자. 하고는 날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다른 한쪽 팔이 순식간에 붙잡히고 말았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시는지.. 내가 더 먼저 나간거 같은데 여기까지 와있어?"
"그 손이나 놓고 말해 형제간에도 위아래가 있는거 세훈이 너가 더 잘알잖아?"
"이럴때만 형제간에 위아래란다, 지나가던 똥개가 웃고가겠다. 안그래 형?"
"빨리 놔, 나랑 먼저 선약있는거 안보여?"
"회사일 바쁘신걸로 아는데, 선약할시간이 넘쳐나시나 봅니다 형"
"내가 회장인데 시간은 내가 만드는거고, 동생은 가던길 쭉 가는게 좋을거 같은데, 그 손 놓고."
두 형제의 팽팽한 기싸움이 손을 통해 전해졌다. 서로의 등급이 너무나도 강해서 곧 있으면 진짜 능력을 가지고 싸움을 벌이겠다. 벌써부터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오세훈의 짓이라는게 보였고, 대낮에 가로등에 불이 깜빡거리는 것이 변백현의 짓이라는게 눈에 보였다.
"누나, 누나가 선택하시면 되겠네요. 형인지 저인지."
"뭐?"
"누나 선택을 존중하고 싶어요."
거기에 변백현도 거들었다.
"000, 오세훈의 ㅇ자도 꺼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
이런 시발.. 좃같은 것들, 나는 000이기를 포기하고 운명의 장난같이 이 둘이 여기서 날 다시만난 불가항력같은 신의 장난을 두고두고 증오한다. 물론 나 조차도 말이다.
*'-'*
졸라 이상하게 끊어버리는 나꼬는 분량조절도 못합니다 끊는것도 못합니다^-^.. 집착을 좋아해서 넣어봤는데 어떠신지요 꼬긔들..? 좋은망상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뭔가 약간의 이부분은 좀 논란이 되겠다 너꼬가 다시 수정해달라. 하는거 있음 댓글로 달아주세요. 늘 문제가 될시 자삭합니다!! 이제 슬슬 추워지는데 꼬기들이 얼음바다에서 따뜻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오! 늘 봐주시는 꼬기들 고맙습니다!^♡^!!!
수능수고많았어요 꼬기들! 다들 이제 열심히 놀아요ㅎㅅㅎ♡
첫댓글 우앙 삼각관계라니...! 둘다 으른으른미 넘치게 잘 자라줬군요 다 분위기가 크으 애들 치명치명하게 넘 잘 나온거같아여 ㅠㅡㅠ 멋있어..! 짜릿해...! 잘보고가요 꼬기❤️❤️
아 미쳤어미쳤어 이거 어떡해요 아 그 다음에 어떻게 이어질지도 너무 보고 싶어요ㅠㅠ 보면서 끝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여기까지 써주셔서 진짜 너무 감사해요 진짜ㅠㅠ 이거 어떡해 너무 좋아요 댓글 남길고 또 볼거야 엉엉 어릴 때 여주의 백현이랑 세훈이와의 관계도 너무 좋고ㅠㅠ 처음 시작이 진짜 너무 좋아요 어린 백현이가 어린 여주한테 각인 약속 받아내고 어른이 되서 만나서도 여주한테 집착하면서 여주 기분 나쁠까 걱정하고 꺄아악 여주의 직장 동료들도 다 정말 훈훈하고요ㅎㅎ..다들 여주에게 빠졌어 그나저나 종인이랑 종대는 뭔가 수상한데 뭐였을까요 아 그리고!! 백현이랑 여주 분수대에서 재회 씬도 정말 좋았어요
영화의 한 장면이 틀림 없습니다 흑흑 가이딩 받자마자 쓰러져버리는 배켜니 지금까지 고생하며 참은 것도 넘 멋있고 좋아ㅠㅠ 어릴 때 누나누나 하면서 앵기는 세훈이도 귀엽고 근데 그 세훈이가 또 좀 살벌할게 커서 아슬아슬한게 또 좋고ㅠㅠ 여주는 세상 곤란해졌지만 형제들과 재회해서 너무 다행이에요...ㅎㅅㅎ 아 정말...ㅠㅠ 배켜니 집착+불도저면서 은근 예의있게 구는거 너무 좋다 그러면서 위치때문인지 위압감도 있고 아 그냥 캐릭터가 미쳤어요 흑흑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고마워요 꼬기님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17 09:55
헐 너무 좋은데요???ㅠㅜㅠㅜㅜㅠㅠ다음편이 필요해요ㅜㅠ 백현이랑 세훈이의 집착 매우 좋고ㅎㅎ 팀원들이 여주가 드레스 입은거 보고 한번더 빠져든게 좋고ㅎ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17 10:26
와 분량 실화에요??? 와우 대박 재밌어요!!!! 배켜니 집착못지않은 세훈이 집착 바래봅니다ㅋㅋㅋㅋ
여주는 힘들겠지만요..
왘... 대박....
진짜 세훈이 쎈캐된거 너무 좋아요 ㅜㅠ
진짜 백현이 속으로 생각하던거 진짜...와...ㅜㅠ
헐...미쳤너요ㅠㅠㅠㅠㅠ이거뉴무조거뉴다음편이 필요합니다ㅜㅜㅠㅠ그냐우다조아요 여기 나온 인물들 다!!! 여주 성격도 마음에들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17 18:13
다음편안나오나요 ㅠㅠㅠㅠ 다음편 보고싶어요 ㅠㅠㅠ 다음이있다고말햐줘요
헉 미친 꼬기님,,,,진짜,,,제가 사랑해요,,,,이렇게 오지고 지리는 글을 본 저는 오늘 죽어도 여한 x이고,,,,정말 현이랑 훈이도 삼각관계도 좋고 저는 센터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네요 역하렘 최고♡^^♡ 사랑해요 꼬기님 럽야,,,
ㅠㅠㅠ이런 집착이라면 환영이에요ㅠㅠㅠ
다음편 시급합니다 꼬기니뮤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18 00:58
꼬기님ㅜㅜㅜㅜ진짜 사랑합니다.. 아시죠? 제가 사랑!!하는거ㅜㅠㅠㅜ 삼가관계에 저 주거요 죽어엉ㆍ유ㅠㅠㅜ진짜 오세후니 성격 바뀐거 개줗구요 백현이 씩 웃는거? 킬링파트폭격기ㅜㅠㅠㅜㅜ 제발 다음편 하나만 내주시면 안..돼...요..? 저 현기증이 막ㅜㅡㅠㅜㅜ너무 보고싶어서 현기증이 막!@!ㅠㅠ 진짜 센터사람들도 사랑하궁 우리 변오형제도 알라븅♡♡
미쳐부러요ㅜㅜㅜㅜ 삼각관계 너무 좋구여ㅜㅜㅜㅜ 집착 너무 좋구요ㅜㅜㅜㅜㅜ 백현이가 찾았다고 하는데 흐어어어우ㅜㅜㅜㅜㅜ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가 “나는 도경수” 하면 좋겠다. 도경수 해주세요 도경수 엉엉엉
세상에 넘나 꿀잼입니다....0ㅇ0
크....세상에ㅠㅠ 분량 미쳤다리...♡♡♡♡♡
진짜 대박이어요 계속 몰입해서 읽었더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고 있었네요 ㅠㅠㅠㅠ
이런 삼각관계 죠습니다♡♡♡♡아주 좋아요
다음편 빨리 보고시프네요
세상에마상에 이걸 외 지금 발견??!??!??!미쳐부러아쥬그냥 삼각관계 제가 또 젛아하는걸 어케아시고 또 이렇게 써 주샸지요 네 너무 예 오예 네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18 23:04
이게 뭔가요 .... 와 그냥 미쳤는데여 제 생각을 혹시 읽으셨나요 ..? 🤭
형제의 집착....캬아. 글 읽으면서 수흥도 생각났어요 ㅋㅋ
헐... 실환가여??? 최적의 제 취향 저격입니다ㅜㅜㅜㅜㅜㅜㅜㅠ 센티넬 최고♡ 세백 최고♡ 이 미친 분량의 글 쓴 꼬기도 최고♡
와 분량 미쳤어요 ㅠㅠㅠㅠㅠㅠ 아니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나지 않기를 바란 나꼬 ^-^ 아주 바람직합니다 형제간에..^^ 여주를 두고 하는 신경전 아주 배우신 분 ㅜㅜㅜㅠㅠㅠ 다음편 기다릴게요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20 13:51
어레스트어레스트!!!다음화 어레스트!!!!!
어후 심실과 심방이 아주 쿵쿵 뛰네요^^
미치겠구만!!! 그냥 둘 다 손잡고 가라~!!
와 이걸 이제야 본게 후회딥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28 16:12
저는 세니입니다ㅠㅠ 벡현이 너무 집착 무서워..
하...최고 진짜 완벽 집착에 역하렘 ㅠㅠㅠㅍ
이렇게 재미있는 글들이 단편이라니ㅠㅠ너무너무 아쉽지만 꼬기님들 글 너무 잘쓰신다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4.26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