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민U18 이예레미아가 남양주U18과의 백운기 개막전 승리 후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포천시민축구단U18(이하 포천시민U18)의 ‘이중국적자’ 이예레미아는 훗날 부스케츠(인터마이애미, 미국) 같은 미드필더로 성장하기를 꿈꾼다.
13일 광양마동축구2구장에서 열린 제26회 백운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조별리그 9조 1차전(전·후반 각 40분)에서 홍성호 감독이 이끄는 포천시민U18은 후반 30분에 터진 최준성의 결승골로 윤영환 감독의 남양주U18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같은 조에 속한 충주충원고와 전남드래곤즈U18의 경기가 2-2 무승부로 끝남에 따라 포천시민U18(1승, 승점 3점)이 9조 1위에 올라섰다.
42팀이 참가하는 제26회 백운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는 전남 광양시에서 2월 13일부터 2월 27일까지 진행된다. 4팀씩 9개조, 3팀씩 2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를 기록한 22팀이 토너먼트로 우승을 다툰다. 결승전은 오는 2월 27일 오전 11시 광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다.
양 팀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던 중 고등학생 선수들 사이에서도 유독 키가 큰 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바로 포천시민U18의 미드필더이자 186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이예레미아가 그 주인공이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이중국적자로, 한국과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KFA)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 응한 이예레미아는 “경기 초반에는 첫 경기여서 그런지 선수들끼리 호흡이 잘 안 맞았다. 다만 하프타임을 통해 정신력을 잘 다잡았고, 선수단 간 시너지가 잘 발휘된 덕분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뒤 2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쭉 살고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한국인이지만 어머니 측 집안이 미국계다. 일생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내온 만큼 이예레미아는 경기장에서 “OO아!”라며 동료 이름을 서슴없이 외치는 등 미드필드 라인을 직접 조율할 정도로 한국어 구사가 자유롭다. 대신 영어를 잘 구사하는지 묻자 “서툴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포JIJFC-일산아리U15-경기칸테라FCU15를 거쳐 올해 3학년인 이예레미아가 포천시민U18에서 활약하기까지의 과정에는 홍성호 감독의 지극정성이 녹아있다. 홍 감독은 “이예레미아는 중학교 졸업 전부터 다수 고등팀들의 구애가 있던 선수다. 나 역시 그의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에 당시 이예레미아를 지도하던 감독님께 애원한 끝에 우리 팀에 데려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홍 감독은 “키가 큰 선수임에도 볼 터치를 비롯한 전체적인 플레이가 유연하다. 현재도 대학팀과 일부 프로팀 스카우터들이 이예레미아에게 접촉을 몇 번 진행했다. 공중볼 경합도 뛰어나고, 키에 걸맞게 속도까지 향상시키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가 참고하는 롤모델은 과거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부스케츠다. 이예레미아는 “나는 평소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데, 이때 부스케츠의 플레이를 자주 참고한다. 볼을 정말 쉽게 차면서도 컨트롤이 간결하다. 수비 반대편으로 돌파 후 툭툭 패스를 찔러주는 점을 배우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도 부스케츠처럼 좋은 플레이를 선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각인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