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기간 중 관용차로 지구 10바퀴를 돌았다고 하셨는데, 수학교사 출신인 교육감님은 지구 10바퀴가 몇 ㎞인지 아시나요?”
최근 모두를 위한 교육 3기 1주년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사회자가 민병희 교육감에게 한 첫 질문이었다. 민 교육감은 “정확히 몇 ㎞인지는 모르지만 현장을 많이 다니려고 노력했다”고 답변했다. 재임 9년 동안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기 위해 다닌 거리가 지구 10바퀴에 달할 만큼 강원교육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강원교육은 기초학력 저하 논란에서는 늘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9월 도교육청이 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도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강원교육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하는 것으로 도민 43.7%(1위)가 `기초학력 및 창의력 신장'을 꼽았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토크콘서트에서도 “요즘 도교육청에서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강조한다. 학력 비판을 의식한 노선 전환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민 교육감은 “선다형 방식의 시험은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이 말살돼 이런 방식의 시험에만 훈련된 아이들은 문제가 벌어지면 답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게 된다”며 “비록 꼴찌라고 불리지만 진정한 학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답변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8학년도 수능 성적 표준점수 평균 분석에서 도내 학생들이 전국 최하위권이었던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근거 없는 원론적인 교육철학을 펼친다는 오해를 더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학년도부터는 대입에서 정시 모집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입시철만 되면 자식들의 대학 진학을 걱정해야 하는 학부모들은 부진한 학생들의 성적에 불안해하며 교육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역량중심-학생중심의 혁신교육'을 시행하다 학력 저하가 심화돼 2013년 `지식중심-교사중심 교육과정'으로 개정했다.
역량중심, 학생 참여중심 혁신교육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초학력 저하를 단순하게 폄하하지 않아야 한다. 현행 입시체제와 기존 교육방식을 경시하는 풍조는 경계해야 한다. 매년 입시철만 되면 전화를 걸어오는 도내 한 고교 교장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강원도에서는 결코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며 “일찌감치 다른 지역으로 떠나길 원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 교육감은 그동안 `권위'보다는 `자유'를, `지시'보다는 `소통'을 강조하며 `탈권위주의와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냈다. 불필요한 `의전'을 피하기 위해 5분 전에 해당 학교에 교육감 방문 사실을 알릴 정도였다. 최근에는 학교 방문 시 커피와 간식을 직접 가지고 간 일화도 있다. 그런 민 교육감이 민선 3기 강원도교육청의 슬로건을 `기초가 강한 교육 미래를 여는 교실'로 정했다. 남은 임기 동안 기초학력이 강한 강원교육의 도약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 |